〈 96화 〉 95폭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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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폭망.
" 뭐...뭐야! 이건. "
" 형. 그건 제가 할 소리예요. "
인상을 팍 쓰는 현석은 그대로 빌딩 주변에 정박한다.
52구역무너진건물앞.
" 이... 이게 어떻게 된거에요? "
흥분이 가득한 현석의 물음은누구한테했는지 모르겠다. 멍하니 상황만 관찰하는건남. 현석은 비행정에서 내리자마자 무너진 자신의 상점으로 뛰었다. 성난 들소 같았다. 자신의 상점으로 들어가려는 현석, 그러나 구역 소방관들이 그를 말렸다.
" 위험합니다. 멀리 떨어지세요. "
드문드문 불길이 솟고 있었다.
" 놔. 놓으라고! 여긴 내 상점이야! "
덩치 좋은 현석을 말리느라 대여섯 명의 소방관이 진땀을 뺀다. 그 장면을 지켜만 보고 있는 건남에게 포박당한자르가비아냥거렸다.
"크크크...쌤통이다. 이 자식들아. "
그제야건남이멍한 눈을 풀며자르를쳐다봤다.
"니그들짓이냐? "
" 뭐? 저 빌딩 무너뜨린 거? "
" 그래. "
" 내가 뭘?너희한테잡혀 이렇게 묶여 있는데 뭘 어떻게 저 빌딩을 부숴. "
" 젠장! "
건남이흥분했다. 흥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석의 비밀 창고는 상점에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는 건, 그동안 만들어 놓은 무기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더 무서운 건 현석이 가만히 있겠는가? 만약자르의수하들이,자르의동료들이,자르와연관된 그 누군가가 이 일을 저질렀다면,건남은820대보다더한펀치를현석에게사정없이맞을지도모르는상황이었다.
" 아~ 누군가 우리의 뒤를 밟았군. "
건남의자조적인 음성이 비관 조였다. 그런 그가다트핀을움켜잡았다. 그리고는 비웃고 있는자르의목에 사정없이 꽂았다.
' 퍽 '
"읔! 무슨 지... "
자르는하고픈말을 끝내지 못하고철퍼덕쓰러졌다. 강력한 마취제의 힘이다. 쓰러진자르를신경 쓰지도 않으며 무너진 건물로건남은터벅터벅 다가갔다. 검지와 중지로 관자놀이를 살포시 누르며...
"노친네이곳 스캔 좀 부탁해. "
건남은'프로그램 명택을 실행시켰다. 그의 스승이 죽으며 건남에게 심어 놓은 다기능 기억센서. 뇌의 활발한 움직임에 이젠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어허~ 오랜만에 날 가동했군. 뭘 찾으려는 지 정확하게 입력해.이놈아.
" 아~ 그걸뭐하러. 대충 어떻게 이 건물이 날아갔는지 알아보려는 거니까 잘 살펴봐 줘. "
그럼 대충 살펴보면 되는 거지?
" 에이~ 나 지금 심각해. "
알았다 인석아.
프로그램이 작동한다.건남의갈색 동공이짙어진다. 빠르게 주변의 정보가 신경에 전달되었다.
허. 이건파듐이라는폭탄인데. 손가락만 한 크기 정도 되겠군. 우측에서날아왔어. 음~ 날아온 속도와 크기를 얼추 역추적해 볼까?
" 네. 울 명택님. "
멀지 않는거리군. 시야에서 보이는 거리야. 500m. 우측. 이 구역에서 유일하게 높은 건물. 저 탑 보이지?
프로그램 명택이 가르쳐준 탑을건남은쳐다봤다. 30층 높이의 철재 탑이었다.
" 저 꼭대기에서 쏘았다는 거죠? "
그렇다네.파듐을사용했다는 건, 저격 소총 크기의 무기를 사용했다는 건데. 특수무기아니고서는힘들어. 내가 만든 제품인가? 탐색해 볼까? 이 무기는 행성에 몇 정 없거든.
" 당연한소릴하신 답니까? "
운이 좋은 건지? 이미 상점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범인은 쉽게 찾을 각이다.
딱 열 명있구먼.페르소사.지피. 연산군.메트라. 3월의도끼.강시.라이언.챈코...
" 잠깐?챈코! "
더 말하려 하는 프로그램 명택을건남은'챈코'에서멈추게 했다. " 그 놈이라고... "
챈코는팔콘이데리고 다니는 술사였다.
챈코. 그러고 보니OEN과관련이 있는 놈이군. 이 녀석이내게서그 무기를 사 갔던 적이... 꽤 오래되었는데.내겐VIP고객이었지.
" 아무튼알았어. 여기부터수습해야겠는데... "
건남은관자놀이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어느새 현석을 말리는 소방관들 앞에 서 있다.
" 현석아! 현석아! 인제 그만. "
건남의고함에 반응하는 현석의 얼굴은 이미 반쯤 이성을 잃은 상태라는 걸 암시하듯 찌푸려져 있었다.
" 아! 내 어떻게 이룩한 곳인데... "
마침표 세 개는 말을 흐리는 게 아니라 모두 욕이었다. 육두문자가피날래하는 현석에게는 침착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 형! 이거어쩐대요! 이거 어떻게 할 거냐고요! 아~ "
현석의 탄식이 길게 뻗어 나갔다.
" 보험 회사불러야지뭘어쩌냐.진정하고 우선. "
" 제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
그래 나 같아도 진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틀 상점을 비운 사이에 먼지가 되어 사라진 자신의 모든 것. 3000크랑벌려다가그보다 가치 있는 상품들이 모두 날아갔다.
건남은3000대이상맞을까걱정이앞선다.지금현석의눈빛은곧건남을3000대이상때릴것처럼날이서있다.현석을진정시키려했던건남은그냥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괜스레 말했다가 무슨 참변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아이 찾기 전 저승사자 먼저 납시지 않을까?
"아오~내가저 형따라가지말았어야했는데.어쩌다가... "
현석은 실랑이하던 소방관들 사이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래도 보험이 있으니 손실된 금액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아~ 이럴 줄 알았음. 명치대인이 선전하는 보험에가입했어야했는데... "
뭐? 범죄자 특별 변상 보험에안들다고? 명치대인이 그렇게 선전하고 있는 월 10크랑 놀라운 가격. 그것을 안 들어 놓았다고!우쩐디아. 울 현석이폭망이라옹~
현석의 마음을 알기나 할까? 부서진 빌딩으로 솟아오르는 불길은 소방비행정에서 뿜어지는 우박 같은 물길에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
건남은그 모습과 현석의 넋 나간 표정을 번갈아 바라보며 체념한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건남의독침에 쓰러진자르의뒤편, 상가와 상가의 골목길. 빌딩과 빌딩 사이, 어둑한 그곳에서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그림자처럼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가어딘가에교신한다. 목소리가 묵직했다.
" 이상 폭파 완료. 껄떡이 두 명은 어떻게 할까? "
글쎄. 성가신데 네가처리하겠어?
" 지금은 좀 어려울 것 같다. 주변에 행성 경찰들도 있고... 보는 눈이 많아. "
그럼 그만 돌아와. 위치추적기붙여 놓고.
" 알았다. 기지로 복귀하지. "
교신을 끝낸 그가 소형 위치 추적기를 꺼내어 현석의 비행정으로 던진다. 빠르게 날아갈 것 같던 소형 칩은 후드의 사람이 펼친 손바닥에 의해 유유히 움직였다.
염력인가? 손바닥, 다섯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김이 모락모락피어오른다. 꼭 살아 움직이듯, 그의 손바닥에 맞추어 소형 위치 추적기는 정확하게 비행정에 안착했다.
" 그럼 다음에 죽여주지. "
그는 그림자처럼 골목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50구역.어느술집.
시끄러운 사람들, 술 취한 누군가의 설교, 하하 호호거리는 웃음소리,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술집에 섞여 들린다. 원형의 깡통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가 아주 오래된 포장마차를 연상케 했다.
건남의앞에 현석이 맹꽁이 마크가 붙은 국민 술을 벌컥 들이켰다. 19.5°인 붉은 맹꽁이 술. 작지만 강했다. 그런 술을 연거푸 마시는 현석. 그래. 저놈 마음이 어떻겠냐... 난 목맸다. 이 상황이면.
" 형님. 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저 책임 지실 건가요? "
"......"
건남은씁쓸히 맹꽁이 술을 한 잔. 그리곤 그의 옆에 포박한 자르에게 한 잔 따른다. 얼떨결에 두 손으로 받는자르. 자연히 공손한 자세다. 눈치도 본다.
" 너도 빵에 가기 전에 한잔해라. "
현상범잡아서 같이 술 먹는 미친건남이었다.
" 술 먹었다고 섣불리 도망치려 하지 말고. "
"니미럴. 됐고! 니들 이러다 제 명에 못 산다. 내 술 먹고 진심으로 말하는 거니 새겨들어! "
' 퍽 '
현석이자르의뒤통수를 갈겼다.
" 뭐새꺄! 술 주는 것만으로 행복으로 알아! 그리고, 넌건남형아니었음 지금나한테맞아죽었어!새꺄! "
' 퍽! '
풀 스윙이었다.
" 에잇! 죽여라 죽여 차라리. "
" 잘 됐다. 너! 오늘 신나게 사람 하나 때려잡아야겠어. "
가만 놔두면 820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 워~ 워~ 현석아 진정해라. 이런다고 없어진 무기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
그사이 한잔 더 꺾는 현석이었다.
" 아~ 이거 어떻게 된 일인지 형은 알고 있죠? "
" 추측이긴 한데...자르저 녀석 잡을 때챈코라는녀석에게 우리가 노출된 것 같아. "
"챈코라면그팔콘의동료. "
" 그래. 어찌 되었건 저 녀석 때문이지. "
턱으로자르를지시하며건남도한 잔 꺾는다.
"캬~ 이 술오랜만에먹었더니만겁나 쓰네. "
" 지금 제 마음 같다고요... "
마침표 세 개는 알다시피 육두문자다.
" 니들이 나만 하겠냐? "
자르또한 술을 비운다. 그리고 공손한 두 손으로 건남에게 술잔을 들이민다.
자르이 자식도 참. 잡히고 나서 함께 술을 먹다니. 이 행성인들은 다저런가? 다른 이들의 눈에는 함께 술 즐기러 온 선후배, 친구, 동료처럼 보였을 것이다.
"자르야! 너 팔콘하고 친하다며. 근데 어디 있는지 정말 모르냐? 우리 술 먹은 김에 허심탄회 이야기해 보자. "
새로운 심문 방법이었다.
그래 취중 진담이라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음주 심문은...자르가아무리 술을 먹었다 하더라도 그걸 불겠냐말이다아옹~
" 위치.그놈의위치는 일정하지 않아. "
미안하다. 이 자식 분다. 몇 잔이나 마셨다고...이참에아주 의형제 맺지.
" 그러니까 옮겨 다녀도 지금 어디에있는진알 거 아니냐? "
" 그럼 날 풀어주면 말하지. "
건남은걸렸다 하는 표정이다.
" 그럼 안다는 거군. "
그러자 현석이 술잔을 테이블에 '턱'하고놓으며자르의목덜미를 움켜잡았다. 꼭 고양이 목덜미잡아채듯말이다.
" 알고 있으면 말해!니그들한테보상 받을 테니! "
엥? 그럼 잡겠다는 건가? 분명팔콘안 잡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었던 현석이었는데...
" 알았다고알았어. 이것부터 놓고! "
씩씩거리는 현석의 입에선 술 냄새가 진동했다. 연거푸 마신 술의 위엄인가?
" 네. 어지간하면 빠지려 했는데. 안되겠어. 이대로 내 상점을 날려 버렸는데... 금액만큼패야겠어.팔콘이든팔콘할아배든. "
이거건남이땡잡았다는 소리가 절로 난다. 아닌가? 참! 무기 다 날아갔지.
" 아주 날 우습게봤어. 무기 장인의 수제자를 말이지. "
" 현석아. 그럼 나 도와주는 거니? "
술 먹고 동태 되었던건남의눈이 말똥말똥해진다. 크리스털이라도 나올 필이다.
" 이 쳐 죽일 놈들 당장 찾아내십시오! 형 못 찾아내면 내 손에... " '드드득'
" 그래. 알았다.알았어. 곧 위치 딸 테니. "
뭔가흐뭇해하는건남이다.
" 에고 미친놈들... "
술잔을 깨작거리는자르를건남과현석이스윽쳐다본다.
" 너희가 찾는다고 싸워 이길 것 같냐? 단방에 죽지나 않으면 다행일걸. 딸꾹. "
몇 잔이나 마셨다고 벌써 취하나? 검은 얼굴에 홍조가 깊게 깔렸다. 관청 모드로자르의입만 바라보는건남과현석.
" 사실니그들오기 전.팔콘과만날 약속하고 있었거든. 딸꾹. 너건남. 너. 어떤 아이를 찾고 있다고 그랬지? 232의 딸. "
건남은끄덕였다.
" 그 아이... 또 추억이 새록새록. 딸꾹. "
자르많이 취했나 보다. 감성에 젖어 들고 있다. 이렇게 감수성이 예민한 범죄자였나?
" 그 아이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딸꾹. "
자르의말에 흠칫 놀라는건남이었다.
" 뭐? 그럼 내 조카가 죽었다는 이야기야? "
" 뭐~ 죽었다고 말 할 수도 있어. 0구역에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딸꾹. "
" 0구역이라니? "
" 나도 근래에 알았거든. 누군가가 그곳에 아이들을 잡아 가둔다고. 딸꾹. "
엥? 이건 또 무슨개풀뜯어먹는소린가?
0구역에 사람이산다니?마들가리행성 0구역은 이곳에서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철의 장막이었다. 산소도 존재하지 않는 땅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그것도 아이들을 납치해서잡아둔다고? 이 자식 정말 취했나?
" 나도 처음엔 믿지 않았다고. 딸꾹. "
" 그렇다 치자. 그럼 아이들은 무슨 수로 숨을 쉬지? "
"낸들아나.뭔가 있겠지. 아무튼 거기서 사는 녀석이팔콘과아는 놈인데...팔콘이네 조카를 넘기라고 그 자식에게말했다더군. 딸꾹. "
"칫. 난팔콘이데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
건남은뭔가의문스런표정이다.
" 그래서팔콘을만나려 했는데 우리가 먼저 쳐들어온 거다?그거야? "
" 그렇지. 사실 나아는,팔콘의위치를 몰라. 딸꾹.팔콘이늘 날 찾아왔지. 그 집으로 말이야. 뭐 이제 거기도 날아갔으니 연락할 통신 장비가 없다고. "
" 그럼 그 오두막에 전용 통신망이 있었다는 거야? "
" 그렇다고 이 양반아! 나랑 찍었던 사진 그 뒤에 말이지. "
술 취한자르가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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