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7화 〉 96물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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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물약.
0구역주변의장벽.
마들가리행성의 0구역은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언제부터 만들어 졌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고대 이전의 산물이라는 것. 그것만 알 수 있었다.
높이는 높았다. 50층 높이의 성벽이 0구역을 둥그렇게 휘감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형상이 눈에 그려지지 않을까? 한 구역의 크기만 했다. 구역의 크기야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지만, 평균값으로 환산하면... 대충, 지구라는 행성, 대한민국 면적의 크기 1,002만 9,535.08㏊. 딱 그 정도였다.
1구역 끝.사막이자리잡은그곳에, 서있는두사람.
" 그럼 그만 돌아와. 위치추적기붙여 놓고. "
그렇게 말한 한 남자가 휴대폰을 벗었다. 얼굴에 큰 상처가 있는 남자.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그 남자. 키가 2m가 넘는 그 남자가 말이다. 그래그 남자는팔콘이었다.
팔콘은밀리터리색 하의를 입고 있었다. 오른쪽 손에 망치 같은 장착 무기를 착용했다. 명치대인의 무쇠 주먹과 흡사했다. 명치대인의 무기가 둥그렇다면,팔콘의무기는 네모였다.
아무튼,팔콘의앞에는 등이 휜 노인이 서 있었다.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는 모습이 곧 쓰러질 것 같았다.
" 영감! 그 아이는... "
뭔가 신경질적인팔콘의음성이었다.
" 네 녀석이 팔콘이라고 했지. 독거노인 외로워서 누가 찾아왔나 했건만,범죄자네. "
가래 끓는 소리, 개미만 한 음성으로 노인이 말했다.
" 이봐 영감. 내가 당신이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해 줬으면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겠나? "
" 그 대가가 너무 터무니없어서 말이지. "
오~ 할아범 쪼는 기세가 없다. 당찬 할아버지다.
" 나. 사실 뭐 거래하고 이런 거 싫어해. 그냥 뺏으면 그만이거든... "
하지만,팔콘이그럴 수 없는 건. 이 할아버지는 0구역에 살기 때문이었다. 0구역에 살고 있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어떻게 그 안에서 사는거냐옹~
0구역은우선산소가없었다.장벽뒤에는원형의막이자리잡았는데... 그안에는들어갈수가없었다.마치물방울의내막같다고해야하나,액체로채워진공간이었다.그렇다고물은아니다.기름도아니었다.염산과같은부류의화학물질이라해야하나?아무튼자연적으로발생한액체였다.
행성의 과학자들과 화학 분야에내노라하는사람들도 그 성분을 알아내지 못했다. 중요한 건 그 안으로 몸을 담그면 인간은스르륵사라진다는 것이었다.
그런 곳에 이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유괴해 살고 있다니. 내가 놀라지 않으면 고양이도 아닐 것이다.
미지의 땅, 미지의 공간을 어느 순간부터 행성 인들은 포기했는데... 이렇게 말라 비튼 할아버지가 상주하다니... 왜?마들가리행성의 정부는 모르고 있었을까?
" 젊은 것이 위아래도 없군. 말세야. 말세.쯧쯧쯧. "
" 정 그렇게 나오면... 그 아이를 포기하지. "
" 그러시던지. 나라는 놈을 찾은 그 능력에 비해 포기가빠르구먼. "
" 네 녀석의 머리로 채우면 되니까.후후후. "
다짜고짜팔콘은자신의 무기로 노인의 머리를 후려치려 한다. 스트레이트로 쭉 뻗은 장착 무기가 벌처럼 날아들었다.
노인의 흐뭇한 표정. 저 큰 몸짓,자르의주먹이 무섭지 않은가 보다.
' 슈 욱~ 빠지직 '
뭔가 뚝배기 깨는 소리가 울렸다.
" 어르신... 그냥 내가 만들 인간의 머리가 되어 주지.크크크... "
미소를 뚝 끊고 또다시 날리는 펀치였다.
"고연놈. 이쁘게 봐주려 했건만. "
노인은 날아드는 주먹을 지팡이로 휘감았다. 그리곤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순간이었다.
'콰광'
어랏휘감긴팔콘의장착 무기가 폭발음과 함께 사막으로 떨어졌다. 보폭을 3보 정도해서 뒤로 빠진팔콘. 재미난먹잇감이나타난 것에 기쁜 건가? 웃는다. 히죽히죽.
그런 팔콘에게 칭찬인지, 도발인지? 노인은 장착무기를주어드는팔콘에게 말했다.
" 오~ 내 능력에 데미지를 받지않았다니.대단혀. 대단해. 명성대로 타고난 싸움꾼이구먼. 나도 장난은 여기까지해야겠군. 자 죽을 준비 하라고. "
워~ 이 할아버지 뭐냐?팔콘을죽인다고?옛기이 사람아.피지컬만봐도 할아버지는 상대가 되지 않아 보인다.
그때. 가래 섞인 목소리로 할아버지는 고함을 질렀다.
"으아악! "
할아버지의 휘었던등짝이쫙~ 펴진다. 스프링이 따로 없다.
할아버지의 승모근과대흉근,소흉근이꿈틀거렸다. 흰색의 속옷이 찢어질 정도의꿈틀이었다.
앗! 아니다.대둔근에의해빤스가찢겨졌다.
소원근과 대원근에 의해 난닝구가터져나갔다.헐크인가? 녹색으로만 변하면 된다.
아무튼 초췌했던할아버진사라지고 사막 한 가운데 떡하니 나타난 보디빌더. 찢어진 사각팬티가 어찌나 자연스레 삼각 트렁크로 변했는지... 몸에 기름 바르고 싶어진다옹~
신기한 건 목소리도 변했다.젊어졌다고해야 하나?
"팔콘. 굳이 이렇게 싸우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도 덤비니 어쩔 수 없지 어디 한번 해보자고. "
이제야 두 덩치의피지컬이동급으로 변했다. 힘과 힘의 대결 누가이길는지. 살색헐크로변한 노인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여 팔을 앞으로 뻗었다. 팔콘에게 들어오라는 시늉을 한다.깍닥거리며...
팔콘은그의 응답에 순순히 응했다.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팔콘. 저 덩치가 어찌나빠른지... 네모난 장착 무기는 정확하게 배를 때린다.
' 퍽 '
연이어 어퍼컷으로 턱주가리를 날린다. 막지도 피하지도 않은 할아버지는 턱을 내준다.
' 퍽 '
2연타.상당히강한펀치를내리두 번맞은할아버지는약간뒤로후퇴했다.사실이할아버지는일부러팔콘의공격을 맞았다. 3번째 공격의 틈을 노리겠다는 할아버지. 쓰러지지 않은 게 용하다.
예상대로 움직이는팔콘. 그가 어퍼컷과 동시에 팔꿈치를 추어올린다. 볼로 향하는팔콘의팔꿈치.
공격을 피하고자, 주먹이 날아오는 반대 방향으로 할아버지는 고개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내지른두툽한주먹.
팔콘의인중으로 쏜살같이 향했다.
일반인 두 배 만한 그의 주먹이팔콘의인중을 메다꽂았다.
'콰직. '
일그러진팔콘의안면. 멀리 나뒹군다.
이노친네뭐지?팔콘을저리 패다니? 할아버지 누구 샘?
10m는족히날아간팔콘이었다.
현석이 들소라면 이 할아버지는 코끼리 같았다. 흐릿한 눈빛 없이 목표를 바라본 할아버지는 내달린다. 팔콘이라는 목표에 다가오자 부푼이두상완근.
오락기 펀치를 때리듯 달려온 가속을 이용하여 풀 스윙한다.
' 퍽! '
뒹굴던팔콘은일어서자마자 또다시 강한 펀치를 직격으로 맞았다. 저 커다란 덩치가 2바퀴 회전하며 땅에 곤두박질한다. 모래에 뒤엉켜 쓰러진팔콘. 일생일대의 흑역사로 남을 각이다.
고작 늙은이에게 쥐여 터지는 이 자가 행성의 억대 현상범이라고? 아니면 그를 상대하는 할아버지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인가? 이런 사람이 존재했다면 분명 건남이는 알고 있을 것 같았다.
" 콜록... "
헛기침을 하며팔콘이일어났다. 그래도 행성의 억대현상범답게매집이좋은가 보다. 그 험악한 공격에 기절조차 하지 않는 걸 보면.
입가에 주르륵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할아버지를팔콘은노려봤다.
"큭큭... 내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군. "
" 자네가 이길 수 있을 존재는아니라네. "
가래 낀 목소리가 묵직하게 변한 할아버지. 몸도 마음도 20대로 변한 건가?
"훗.그런가? "
" 그냥 돌아가라. 좋은 말로 할 때. 네가 마련해준 것들은 내가 죽을 때까지 요긴하게 쓸 테니. "
어라. 이 할아버지 팔콘에게삥뜯는할아버지다. 대. 단. 함.
" 그렇게 못하겠다면... "
" 별수있겠나.이 사막어딘가에한 줌의 흙이 되어 살아갈 신세가돼야지.흐흐흐흐... "
그렇게 얻어터진팔콘은언제 맞았냐는 듯 얼굴의 무표정함으로 일관했다.
" 그냥 힘으로 누르려 했건만... 이렇게 강한 상대인지 몰랐군. 이봐 '페이킨'. 근데 넌 어떻게 이곳에 숨어 지내게 되었나? 그것도 모든 생명이 살지 못하는 이곳에... "
할아버지가페이킨인가보다.
" 허허... 그런 걸 궁금해할 이유라도 있나? "
" 난 당신의 과거를 알고 있지... 과거 당신은 윤을 죽인 사냥꾼의 팀이었다는 것. "
" 범죄자라 뇌가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알고 있었군. "
페이킨, 그는 윤을괴멸시킨시오와제르의팀원이었다. 이젠 이렇게 늙었지만, 사냥꾼의 명성을 떨친 사람. 그가 어떻게 미지의 0구역을 뚫은 걸까? 아쉽지만, 이히리는그걸 알 길이 없다.미안하다아옹~
아무튼 두 덩치가 서로 야린다. 대머리인페이킨은가소롭게팔콘을쳐다보고,팔콘은상처를 꿈틀거리며페이킨을바라본다. 그렇게 사막에 바람이 불어오며 모래가 날린다. 두 덩치는 날리는 모래알을 뒤로하고 정적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도 잠시 두 남자는 서로를 향해 달린다.
둘 다 목적은 똑같았다.
' 살려 두지 않는다. '
맹렬한 맹수의 전투본능.
기합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횡령한 사막을 더욱더 조용하게 만든다.
팔콘이장착 무기를 내지른다.
페이킨이큼지막한 주먹을 날린다.
교차.
둔탁한 소리가 두 번 들렸다.
' 퍽. ' '퍼벅. '
등을 마주 본 두 남자.
팔콘은가슴을 내주었고,페이킨은얼굴을 내주었다. 그러나 둘 다 미동도 없었다.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실드가몸이었다. 몸이실드였다.
게임에서 말하는 탱커가 이런 것인가? 동시에 등을 돌리며 둘은 서서히 마주 본다.
" 이런 녀석 처음 보는 군. "
" 내가 할소릴. "
그러고 보면팔콘도,페이킨도술사가 아니다. 훈련과 연습, 전투 경험에서 능력을 쌓은 일반인. 술사에 꿇리지 않는 힘을 둘은 가지고 있었다.
" 강하군. 이봐페이킨! "
" 왜? "
" 나와 일해 볼 생각 없나? "
" 미친. 무엇을 위해서. 내가 너와 함께 해야 하지? "
" 이 행성을 타락으로 끌고가야지않겠나 "
"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팔콘자네가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아이들을 유괴라도 한 것 같나? 저 버려진 아이들에게 무슨 음탕한 짓이라도 했을 것 같아? 난 너 같은 족속이 아니라고. 조용히 살다 갈 테니 이제 우리의 연은 여기서 그만두자고. "
"크크크... "
팔콘이사막 한가운데에서 크게 웃었다. 미친놈이 미친 듯이 크게 고함을 지르며 웃었다.페이킨은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큼지막한 그의 몸이 서서히 약골로 돌아오며 등이 굽어졌다.
술사가 아닌데 저런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던 건, 약의 기운이었다. 몸과 정신을 젊게 만들어 주는 물약. 그렇다고 마시는 것이 아니었다. 몸속에 저장하고 쓰고 싶을 때 체내에 흡수시키는 물약이었다.
페이킨은그 물약을 심장 부근에 넣어 두었다. 아무튼 왜소한 그가 장벽으로 걸어갔다.미친듯웃는팔콘의목소리를 무시한 채. 차츰차츰 멀어지는페이킨.
" 야. "
팔콘이웃음을 멈추고 멀어지는페이킨을불렀다. 어린 새끼가 반말로 말이다.페이킨은쌩깐다. 그저 걷는다. 장막에 금이라도 숨겼나?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 야!페이킨! "
처음 조용히 불렀다면 이번엔 고함에 가까웠다. 30m쯤 떨어졌을까?페이킨은여전히 자신이 갈 곳으로 향했다.
" 야!! 거기서!! "
이번에는 조용한 사막에 메아리가 퍼졌다. 소리 지른팔콘이거의 날다 싶을 정도로 점프를 뛰었다.
" 내가 이대로 널보낼성싶냐!! "
그의 장착 무기가 한 번 폭발한다.
' 펑! '
명치대인이무쇠주먹의강도를 높이듯팔콘또한 장착 무기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10배 이상의 파워가 상승한다. 일반인이 맞으면 장기가파혈되어 100% 사망한다. 가끔 뚫리기도 했다.
순식간에 날아온팔콘이그의 증폭한 무기로페이킨의등짝을노렸다.
팔콘에입장에선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한 명의 인간만 죽이면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인간을 만들 수 있는데, 협조하겠던 이가 일을 그르쳤다. 냉철하다던팔콘이이렇게 분노할 이유로 충분했다.
" 쓸모 없으면 뒈져!! "
약골로 변한, 노인으로 변한페이킨. 얼른피하라아옹~ 맞으면 뼈 마디마디가으스러진다아옹~
페이킨의등에 무기가 부딪칠 찰나였다.
'슈슛'
페이킨이사라졌다.
팔콘이허공에 주먹질했다.
이런 어디로 간 거지? 내 소원을 신이 들어주었나? 아무튼 그곳에서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이젠 드넓은 사막에팔콘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 후~ "
한숨을 길게 내뱉은팔콘이장막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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