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 97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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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택배.
23구역라구나.
사건을 맡은 후 10일이 흘렀다. 자료를 조사하는 것에 신물이 날 것만 같았다. 무언가 겉도는 느낌이었다.
관계.
복잡하게 꼬인 범죄자들 간의 관계가 상희의 머릿속을 훑었다.
" 이런.미쳐블. 일은 진전도 없고. 괜스레 범죄자 족보나 달달 외우게 생겼네. "
" 언니. 그러지 말고 우리 바람 좀 쐬고 와요. 너무 일에만 몰두하면 잘 안 풀린다고요. 나가서 소고기도사묵고. "
다해야니그들한 게 뭐있냐아옹~일은점점멀어지는느낌이다.
" 지금 소고기 타령이여. 그건 승규한테나... "
말끝을 흐린 상희가bar로변한라구나를살폈다. 질퍽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창기와 더 질퍽하게 코 고는 명치대인이 아른거린다.
" 이것들은 맘도 편해... 이거 어쩔. "
순간,아리의음성이 들렸다.
함정 근처에 무언가 다가옵니다. 아택배네요.정박장문을 개방할까요?
" 엥. 무슨 택배! 다해야 너 뭐 시킨 거라도 있어? "
"아니욧.없으요. "
"창기옵이뭐 시켰나?무튼, 아리야 문 개방해. "
엔진실문이 열렸다.
6기의비행정을정박시킬수 있는 공간.
그 안으로 로켓배송 택배정이스르륵정박한다. 그 모습을 철제 계단에서 바라보고 있는 상희와 다해. 어느 순간 계단 아래로 이동해 있다.
야구모자를 쓴 택배기사가 화물 비행정에서 내렸다. 그리고 급하게 인사하고는 물건을 건네기 위해 화물칸을 열었다. 무슨 물건이 이리도 빼곡할까? 별의별 박스가 틈과 틈에 가득했다. 택배기사는 자신의 머리만 한 박스를 가지고 급하게 상희에게 다가갔다.
" 여기가라구나맞죠잉? "
" 네! 맞는데요. 근데 누가 보낸 거죠? "
" 전표 확인해 보시고 자 여기 사인 좀 부탁드린지라. "
상희는 발신인이누군지확인한다.
" 체리? "
누군지모르겠다는 저 표정. 당최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몰랐다. 취급 주의라 쓰인 표어만 눈에 선했다. 택배기사는 그녀의 굼뜬 행동이 답답했는지 재촉한다.
" 아따. 아가씨빨랑싸인해주시랑께. "
" 네? 네...넵. 알았어요. "
단말기에 전자서명을 한 상희. 택배기사는 볼일 없다는 듯 바쁘게 조종석으로 향했다. 박스를 유심히 살피는 상희와덩덜아살피는 다해.
" 당최 뭐가온겨? "
" 몰라요? 체리가누구지? 이름하고 상품명이 바뀐 거아니에요? "
"긍가? "
순각크락션이정박장에 울렸다. 택배기사의 모습은 문 안 열면 뚫고 나가겠다는 표정이다. 저 양반 바쁘긴무쟈~게바쁜가 보다.
" 아리야 문 개방해. "
네. 주인님. 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는 하셨죠.
이런 오지랖 넓은아리를봤나.
" 야.이년아! 너가 왜 그런 걸 신경 써! "
처음 뵙는 분과는 공손하게 인사를 나누어야 합니다. 아시죠.상희님.
"지롤은.어휴~ "
구시렁거린 상희가 박스의 테이프를 거칠게 뜯었다.
" 언니. 살살. 여기조심히다루라고 쓰여있잖아요. "
" 몰러 그런 거. "
상자를 개봉하자 그 안에는 인형집이 들어 있었다.
"어멋. 이게뭐야? 애 키우지도 않는데 웬 장난감 집. "
핑크색으로 도배한 플라스틱 장난감 집.
비비인형,쿵순이가살 것 같은 화려한 치장물과 레이스 달린 침대가 안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쓴무언가가있었다.
상희의 머리에 물음표 백만 개가 자리 잡았다. 다해 또한 신기한 표정으로 기웃거렸다. 물론퀘스천마크가 백만 한 개 자리 잡으며 말이다.
"뭐다냐? "
"모르겠어요? "
그러고 보니 둘 다 수신인을 확인하지 않았다. 상희가 그것을 눈치채고 전표를 확인했다.
수신자. 성우 이.
" 엥? 성우옵? 이옵. 취미 한번 고상하네. "
" 언니. 성우 삼춘거에요? "
"그런가본디. "
주인 허락도 없이 남의 물건을 염탐한 두 여인이었다. 입을 삐죽이는 상희.
"뭐여.성우옵다시봐야겠어. 그러고 보니 체리인가 블루베리인가 하는 여자가 그뭐더라... 그래! 정보부에 있던 그 여자였지? "
" 엥? 근데 인형집은 왜? "
성우가 집에서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상희는 머리에 그리는 것 같다. 실실 쪼갠다.
"성우옵집에 가면 비비 인형 년도 별로쫘악있는 거 아녀? "
" 에이~ 언니. 설마. "
설마가사람 잡는다고 마흔이 넘은 성우가 비비 인형 껴안고 춤출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 접혀 있는 쪽지를인형집침대 밑에서 발견하는 다해.
" 언니 저기 뭐 있어요. "
" 어디? "
" 인형 침대 밑에. "
상희는 남의 쪽지를 아무런 생각없이 열었다. 그리고 읽었다.
성우에게. 잘 지내지? 아무튼 침대 위에서 자는 녀석 잘 데리고 있어. 우리 팀원이니까. 체구가 작아서 이렇게 택배로 보낸다. 귀중한 몸이니 잘 해줘.마들가리행성에 하나뿐인 귀한 놈이야. 아마 밥만 잘 챙겨주면 자기 할 일은 알아서할테니. 밥잘챙기고.알았찌? 약속! 새끼손가락! 곤지 연지 장지. 그럼 부탁해 체리가.
p.s방 없다고 해서 방도 하나 보냄.
'이아줌시뭐냐' 하는 표정이 상희의 얼굴에 능동적으로 그려진다.
"뭐야? 팀원이라니? 사람아니었어? "
" 그때 언니가 말한 정보부 요원이라고요? "
끄덕끄덕. 연신 끄덕이는 상희였다. 그럼 저 침대 위에 자는 건뭐란말인가? 궁금증 가득한 상희가 자는 요원의 이불을 검지로 살포시 내린다.
"끼약!! "
왜그러냐아옹~바퀴벌레라도있냐아옹~이불을뒤집어쓴정체불명의무엇을보자마자상희는기겁했다.시체를봐도눈하나깜짝하지않는상희가저리놀래다니.당최뭐냐?다해도살며시그것을살폈다.
" 어머~ 이게뭐야? 울히리먹이를 왜 여기다가... "
내 먹이라니? 쥐라도 보냈단말이냐아옹~
그랬다. 쥐였다.
생쥐.
덫에 걸린 생쥐처럼 눈을 감고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군침 돈다. 사료만 먹던 내게 이런 보양식을 체리가보냈다니... 고마운뇬. 근데 상희는 생쥐에 뭐 저리놀란건지.
" 언니. 왜 이렇게 놀라요. "
사색이 된 상희가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 아~ 이런썅~내가젤무서워하는게쥐라고. 쥐.이건햄스터도아니고그냥생쥐잖아!윽반품해야겠다.언능어언능.택.배.불.러! "
라구나정박장에 상희의 사자후가 쩌렁쩌렁 울린다. 자고 있던 명치대인과 창기가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뭐야!뭐야! 지진났어? "
" 그러게요. 형. 무슨 일이? "
뭐긴뭐냐아옹~상희가내보양식보고놀랐다아옹~그나저나저 쥐녀석은상희가그렇게고함을질렀는데도꼼짝없이누워 잔다. '안 들리는' 술사 능력을 갖췄나? 이봐! 쥐 양반 얼른일어나라냐옹~기상!
23구역라구나bar
성우와 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 땡그랑~ '
라구나식솔들은bar에올려놓은 성우의 인형집에 둘러 모여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었다. 성우와 준이들어 온걸 의식하지 않았다.
" 뭘 그렇게 신기하듯 쳐다봐? "
성우가 그렇게 물으며 옹기종기 모인라구나식구들에게 다가갔다. 물론 상희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성우의 눈에 인형집이 보였다. 그리고 생쥐가 뒤를 이어 눈에 들어왔다.
" 엥?뭐야? 이건? "
"성우옵그건 제가 더궁금하다고요. "
" 왜? "
상희는 박스에 붙은 송장을 가리켰다.
" 체리라는 사람이 형에게 이 쥐를 보냈다고요. 그... 정보부 요원. 그게 이 쥐새끼라고요. 아~ 놔미쳐블. "
" 뭐? 그때 보내겠다던 사람이... 쥐라고! "
" 뭘 그리 놀래요.옵한테무슨 귀띔이라도 했을 거아니에요. "
" 아니 그런 거 없었는데. 밥만 잘 챙겨 주라 했다고. "
"여튼. 난 쥐라면질색이라규. 쥐 새끼인 줄 알았음 안 된다고 그랬지. 돌려보내.언능...어언능! "
상희의 마음을 알기나 할까? 명치대인은 새끼손가락으로 쥐를 만진다. 잠에서 깬 쥐가 그의 손을 두 손으로? 두 앞발로 움켜잡으며 갈아 먹는 시늉을 한다.
간지러운 명치대인.
"흐흐흐흐...쪼매만한게 귀엽네! 귀여워. "
내 특식에 손대지마라아옹~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우가어디론가연락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썼다. 아마도체리겠지.
성우. 하이.
" 선배. 이 쥐는뭡니까? 요원 보내라 했지. 쥐 보내라는 말은 안 했습니다. "
급하긴급한가보다. 여신 체리에게 인사도 안 하고 자신의 할 말만 지르는 성우, 그에게 체리는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도착했나보구나. 그 쥐가 요원이야. 동물 중에도 술사 능력을 가진 특별한 놈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
모르겠냐? 나만 보더라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 그렇다고 쥐를 보내면어떡합니까.진작 보내기 전에 말이라도 해 줘야... "
성우야!승질부리지 말고 내 이야기 잘 들어. 그 쥐의 능력 충분히 너희에게 도움이 될 거야. 내 심복이기도 하고.
" 무슨 능력인데 그럽니까? 이렇게 봐서는 그냥 쥐라고요. 세균이나 퍼트리는쥐똥이얼마나 해로운지 아시지 않습니까! "
성우야. 그 쥐로 말할 것 같으면...
체리가 무언가 길게 설명하자 성우는 유유히 통화하며 술 창고로 향했다.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다해가 돌연 나를 본다.
"히리야! 너 쟤 잡아먹으면 안돼. 알았지! "
"이야옹~ "
" 알아들었나보군. 우~ 귀여운 내 새끼! "
웃.기.지.마.
보이지 않는가? 나의 사냥 본능이. 이젠 실전이다.
건남이가 사주었던 장난감 쥐에는 이제 관심이 없다. 나의 목표는 저 녀석...
쥐새끼가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날 쳐다보는 것 같다.흐흐흐. 넌 이제 이 화려한 내 몸의 일용할 양식이 될것이어라.음하하하.
내 기세에 눌려 기가 죽은 것이 보이지 않는가? 내 표범 같은 앞발에쫄아버린쥐.
난 성큼성큼쥐에게로뛰어올랐다.
"이야옹~ "
기합은 넣어 주어야제맛이다. 몸을 웅크린 자세로bar위를 걸었다. 살금살금.
" 엥? 울히리왜 저러지? 그래도 쥐니까 먹으려고 하나? "
쥐를 보호하기 위해 날 끌어안으려는 다해. 그 순간, 상희가다해를막았다.
잘했다. 상희. 가끔 얘가 센스가있단말이지.
" 그냥넵둬... "
그래 날 그냥 내버려 둬. 오랜만에 생식 좀해야겠다. 뭐 상희야 내가 잡아먹었다는 핑계로 쥐 주인에게 미안하다 전하고 일을 무마시키려 하겠지. 상희의 입꼬리에 귀가 걸렸다. 아무튼 난 신중히, 조심조심, 차분하게 쥐새끼에게 다가간다.
공포에 떨고 있는 녀석일 것이다. 봐라! 저 두려움에 떨고 있는 표정을...
그냥 잡아먹기는 아쉬우니 앞발로 툭툭 치며 장난질이나 쳐 볼까...
난 쥐를 코앞에 두고 살폈다.
자식 얼마나 무서우면 도망칠 생각도 안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앞발을 드는 순간.
"캬르르. "
끄응. 쥐가 내 코를 물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문다더만, 그 고양이가 내가 될지는 꿈에도 몰랐다.
내가 앓는 소리를 내자 명치대인과 창기, 다해가 자지러지게 웃었다.
"킥킥킥... "
" 호호호... "
" 하하하... "
준은피식거렸다.
웃지 않는 건상희뿐, 상희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 어이쿠...니고양이 맞냐? 쥐도 못 잡고... "
아~ 기습적인선빵에난 놀림거리가 되었다.
이대로 봐주지않겠어! 난 늑대처럼 울부짖었다.아~오~
그러나 현실은,
"냐아옹~ "
아무튼 긴장해라 이 쥐새끼.
한바탕 웃음꽃이 핀라구나.
그래 내 너희를 위해 뭔들 못보여주겠냐... 허나 내 자존심은 바닥을 기고 있다. 저 생쥐 꼭 복수하리.
통화를 마친 성우가 창고에서 나오며 의자에 앉았다. 늘 그랬듯 이젠 자동으로라구나식솔들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늠름해 보이는 쥐 새끼. 그 녀석을 중심으로 모여 앉은 사람들. 처음 말을 꺼낸 간 창기였다.
" 이봐. 성우. 이 쥐는 어떻게 된 거야? "
상희와 명치대인, 다해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 체리 선배가 보냈는데. 선배 말로는자르를잡으면 저 녀석을 함께 데리고있으라네요. 술사 능력이 있는 짐승인데 그 능력이... "
" 능력이? "
" 영접입니다. "
" 영접이라니? "
" 몸과 정신을 빼앗는 능력입니다. "
그럼 사람이 쥐로 변한다는 건가? 그러니까 쥐 같은 뇌로 움직인다는 거?그거냐고?
" 와우! 그럼 저 녀석이 사람의 정신을 잡아먹는다는 거죠? "
감탄사를 연신 남기는명치대인이었다.
" 그런 것 같아. 저 쥐의 능력은. "
흥. 그럼뭐하냐.내가 곧 잡아먹을 건데.니그들이조용히 자고 있을 때 꼭!후룹할거다. 신성한 내 코에 생채기를내었으면응당 벌을받아야지.흐흐흐.
그렇게 대화가 흐를 때, 내가 복수를 꿈꾸고 있을 때. 누군가 말했다.
"이보세요. 들. 저 고양이 조심하라고전해주시죠. 그리고 얇은 담배 하나 있으면 저 주시고요. 아 짜증이 밀려오네. "
엥? 누구? 누구의목소리냐아옹~
20대여자의목소리였다.
라구나에모여 앉은 사람들은 일제히 쥐를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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