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100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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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운명.
그리고 그 화면과 더불어 음성이 들렸다.
용선이라 했던가?
" 이건 또뭐야? "
너무 놀라지말게나. 난건남의머릿속에 자리 잡은프로그램이니.
용선둥절이었다. '프로그램? 그것이뭔데?'가 절로 튀어나왔다.건남이쓰러지고 반응한 것은 '프로그램명택'이었다.건남의대뇌에 자리잡은소형칩.
명택이 죽으며 건남에게 인식된 일종의 인공지능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 프로그램 명택이 용선에게 구조요청을 보낸 것이었다.
아직건남은죽지 않았네. 이곳으로오게나.
"흐미! 어디로? 지금 그곳으로? "
우선 이곳으로오게나만약 다른 경로가 인식되면 그때마다 위치를 전송해 줄 테니.
" 아~썅! 그냥 함께 다닌다고 할 걸그랬나."
용선 군. 시간이 없네. 운이 좋아 살아남는다 해도 말이지. 움직여 주게.
용선은 프로그램 명택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옷과 장비를 챙겨 입었다. 그 사이에도 찰스의머리위화면에서는 현석과자르가싸우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연결된 프로그램의 말에 따라 움직여, 현재 여기까지 전속력으로 날고 있는 용선이었다. 소형 비행정 안 용선의 시야에는 가을 하늘이 청명하게 파란 물감으로 물들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 그 밑으로 보이는 구역의 도시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용선 군.
교신 장비에서 들리는 프로그램 명택의 목소리.
건남의위치 정보가 바뀌었구려.
" 어디로? "
쓰러진 곳에서 멀지 않군. 그리로 움직여 주게. 혹시라구나에는연락했나?
" 그럼! 이 상황에저녀석눈 뜨게 할 녀석은 그 고양이 자식밖에 없다고. "
잘했네. 아무튼 위치정보 탐색하고 건투를 비네. 자네의짬지만큼 큰일이니.
프로그램 명택도 봤나보다아옹~
" 아우~ 그 똥 싸게 당최... "
용선은 더욱 서두른다.
한편, 용선에게 연락을 받은 성우와 명치대인 또한 소형정에 찍힌 위치로 날아가고 있었다. 물론 나도 있다.
" 명치대인아. 용선 씨에게 상황 좀 보고 받아라. "
" 네. 알겠습니다. 형님. "
성우의 지시에 따라 명치대인은 조종석 옆에 있는,소형정내부 중앙에 있는, 교신 장비를 켠다.
"용선행님. "
응답이 없다.
" 용선혀엉님! 교신 바람! "
왜 소리 지르고 지랄인고.
" 늦게받길래요. 아무튼 변경상황 있습니까? "
안 그래도 위치 변경 보내는 중이었다.
" 다른곳으로요. "
그래.
"어딘데요? "
병원.
" 병원? 도대체 누가 다친 겁니까? "
누구겠냐?
"건남형님? "
그래그놈이또 저질렀네.
" 많이 다쳤어요? "
건남이야 그렇다 치고 그 녀석과 함께 움직인 사람이 위독해. 빨리와야겠는데...히리는챙겼지?
내가물건이냐옹~ 이술사사냥꾼말버릇하곤... 확. 안살려줄까보다.둘의대화에성우가궁금한지명치대인에게말한다.
"교신기공개 모드로 전환 좀 시켜. "
"옙. 형님. "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듣는명치대인이었다.
'지잉'
"안녕하십니까.성우라 합니다. 인사보다도 상황이 급하니...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겁니까? "
저도 급하니... 중요한 이야기만 남기겠습니다.
오호. 서로 모르는 사이에는 이렇게 억양이 바뀌나보나.이 행성사람들은 다이런가? 아무튼 용선은 지금껏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전했다.
건남이잡으려는자르, 그 잡으려는자르를위해 현석과 대동한 이야기. 그리고 그 자르에게 치명상을 입은건남과현석의 이야기까지.
성우와 명치대인이 놀란다.
놀랄 수밖에. 자신들이 잡으려는차차와자르. 그 중자르를이미 잡았는데놓쳤다니. 명치대인은건남의대단함에 놀랐고, 성우는 건남이가 아는 정보가 꼭 필요하기에 놀랐던 것이었다.
아무튼 현재건남은특별한 조치 없이 응급실에 누워 있습니다. 깨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현석인데 출혈이 너무 심해 수술 중입니다.
" 알겠습니다. 앞으로 4시간 뒤 도착입니다. "
네. 그럼 이만.
교신이 끊겼다.
성우는 조종하며 생각한다. 건남이를 꼭 깨워야 한다고 말이다.자르를잡기 위해 꼭.
" 형님! 이거이거좋은 소식인 거죠? "
" 어쩌면... "
"히리가있으니 둘 다 살리는 건 어렵지않잖아요. 지금 죽는다고 해도. "
"그거야그런데. 현재 놓쳤다는 게 중요하지. "
" 아~ 손 안 대고 코 풀 뻔했는데... "
"자르가도망쳤다는 게 문제야. "
" 왜요? "
"그놈이조직을 건재한다는 건 그를 위해 움직이는 수하들이 있다는 거겠지. 그럼 그들이 가만히 있을까? "
명치대인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성우를 쳐다본다.
"무.슨.말.인.지... "
야! 고양이도 알아듣겠다.
" 그들은 더욱 도망치거나, 아니면 더욱 공격하거나 하지 않을까? 둘 중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야. 위치를 파악해도 이미 방어를 구축할테고, 방어하기 위해 먼저 공격할지도 모르는일이니."
그래. 성우가이야기하고픈것은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거란 이야기다. 이제알겠니명치대인아.
" 아~ 어려워. "
" 아무튼 건남이부터 살리고 보자. "
"히리야들었지? 준비해 알간? "
마! 싫다. 내가 왜 간식도 안 주는 너희 말을 들어야하냐옹~ 날라구나로돌려보내 줘!쥐녀잡아야한다아옹~ 내울음소리를뒤로하고소형정은52구역을향해날아간다.
52구역병원안
수술실에서는 한창 수술이 진행 중이었다. 등이 찢겨 나간 현석은 수술대에 누워있다. 그를 살리기 위해 분주한 의사들. 그러나 쉽지가 않았다.
분명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벌써 죽어요단강이나삼도천을 건너고 있어야 할 정도의 출혈이었다. 내장이 쏟아져 나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신기한 상황이었다.
이건 현석이의 정신력으로 버틴 것인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정신력이 바닥이 난 걸까? 맥박이 느려진다. 심장의 박동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아직 젊은 청년 현석. 은행 대출금도 남았는데...건남이때문에 이게 뭔꼴인가.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인생이 이렇게... 의사들의 손길이 더더욱 바빠진다. 그러나. 한쪽 구석에서 울리는 '삑~삐삐빅...' 맥 풀린 수술 장갑을 낀 의사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운명.
현석의 심장 박동은 고요하다. 현석의 숨이 멈추었다. 의사들이 마스크를 벗으며고갤저었다.
그때, '콰광' 문을 부술 기세로 연 사람은명치대인이었다. 나를 안고 명치대인은 수술실로 들어왔다. '관계자 외출입금지'란표어가 무색했다.
명치대인의 뒤를 이어 수술실로 들어온 사람은 용선이었다. 수술이 끝나기도 전에, 들어온 외부인을 의사와 간호사들이 놀란 듯 쳐다본다.
무언가 말하려 하는 외과 의사, 그러나 먼저 말하는 용선이었다.
" 문잠궈! 아무도 못 들어오게!히리는나에게 넘기고. "
역시나 말 잘 듣는 명치대인. 시키면 시키는 데로. 이보다 잘 듣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튼 명치대인이 문을 잠근다. 나를 용선에게 넘기고.
" 누...누구십니까? 여긴 함부로 들... "
" 의사 양반. 잘 들어. 이 누워 있는 사람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내가 들고 있는 이 고양이는 당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녀석이니 자리 좀 비켜.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지않겠어. 그리고 내가 의식을 진행할 동안 움직이지 않았으면 해. 여차하면 당신들 식물인간으로 지낼 수 있으니까 말이지. 아니면 눈을 감고 있던가. "
수술실의 의사들은 무슨 말인지 알기나 할까? 의사도 아닌 것이 사람을살린다니? 그리고 눈을감으라니? 그런 의문점이 들지만, 우선 용선의 말을 따르며 눈을 감는다. 최면에 걸린 듯. 왜? 무서우니까.
지금 용선의 우측 팔에는 반월도가들려있다. 의사들의 시선으로 용선을 보았을 땐 분명 협박하는 느낌이었다. 근데 내가 치유할 때 꼭 눈을 감아야 하나? 여태껏 내가 누군가를 치유할 때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그 의문을 명치대인도 들었나 보다. 용선에게 물었다.
"행님? 그럼 저도 눈을 감아야 합니까? "
" 그래! 너도 "
" 왜...왜죠? "
" 묻지 마. 급하니! "
용선은 명치대인을쌩까고의사들에게 이어 말한다.
" 그럼 내 이야기 다 숙지했으면 지금부터는 눈을 감고 있어.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
나도 감아야하냐아옹~ 아! 나고양이지.떨떠름한의사들은눈을떨떠름하게감았다.명치대인은그들이감기도전에이미팔짱을끼며눈꺼풀을내렸다.
고요한 수술실.
용선이 서서히 현석에게 다가간다.
'탁. 탁. 탁. 탁.'
사뿐히 나를 현석의 위에 올려놓는다.
"히리야시작하자! "
뭘? 사실 날 이용하여 치유술을 하려면시전어가있어야 한다. 그것도다해의명령에따라서만가능하다. 근데, 이 자식이 내 능력을 끌어내려 한다. 그것이 가능한 건 용선이 술사 사냥꾼이기 때문이었다.
아무튼듣도보도 못한시전어를외친다.
"아몬디아셋! "
고함.
용선이 외쳤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 고요한 수술실.뭐지? 난 갸우뚱거렸다. 당최 이 명령어는...
'쾅쾅쾅쾅. '
그때 수술실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정확히는 병원의 경비원들이었다. 수술실 밖에서 '당장 문을 여십시오. 외부인은 이곳에 함부로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하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며 내 귀에 들려온다.
순간, '퍽' 소리가 들리며 수술대 조명이 꺼졌다.
놀라는 의료진. 그러나 눈은 뜨지 않았다. 그리고 1초쯤의 고요. 수술실이 흔들렸다. 잔 진동이 모두에게 느껴졌다.
" 모두 살고 싶으면 눈 뜨지 말고 그대로 있어! "
고민하는 의사들의 표정. 모두 얼굴에서 땀이 날 것이다.
흔들리던 수술실이 멈춘다. 그리고 고요. 또다시 1초 후 수술실에 있는 모든 조명이 순차적으로 소등된다.
'파바바바박.파박.파박'
빛이 없는 암흑의 수술실. 내 기분이몽롱해진다. 또약먹은기분이 든다. 알제 나약먹은고양이다아옹~ 난눈이감겼다.그리고번쩍눈을떴다.수술실이내가눈을뜸과동시에암흑이었던세상이환하게열렸다.
내가 눈을 깜박 일 때마다 암흑과환백이교차한다. 용선이 또다시 주문을 외웠다.
"아몬디아셋! "
" 이 야야 옹~ "
그의 주문에 내 울음소리가 공간을 잡아먹는다. 나도 사자후를! 눈을 감은 의사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명치대인도. 난발정난암캐처럼 계속 울었다.
"이야옹~이이야아옹~ "
그울부짐이어느 순간 멜로디로 변한다. 아주 오래된 교향곡처럼 잔잔하게 울린다. 이게 진정 내가 내는 선율인가? 나 오페라 가수됐다아옹~
그 선율이 빛이 되어 모인다. 음표가 빛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소리에서 빛으로 변한 그 음악은, 현석의 푹 폐인등짝으로슬금슬금 다가간다. 공중에서 모아진 음색들이 말이다.
물론 난 계속 울부짖고 있다. 빛으로 변한 음과 현석의등짝이만난다. 그러자 마치 용접봉의 불빛 같은 섬광이 번쩍거린다. 그 번쩍임에 찢겨 나간 현석의 피부가 아문다. 흉터가 사라진다. 빛의 힘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치유술은 이렇게 빠르지가 않았다. 현석의 상태로 보았을 때. 이건 최소 4시간은 해야 회복될 각이다. 그런데 너무 빠르게 현석의 등을 봉합하고 있다. 어떠한 외과의도 못 하는 깔끔함을 선보이며 말이다.
아마도 용선이 주변의 사람들에게 눈 뜨지 말라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 같다. 내 능력이 의문스럽다. 난 도대체뭘까? 내 능력의 끝은 어디일까? 입에선 음악을 내뿜으며 고귀한 생각을 내뿜고 있다는말이다아옹~
봉합이 끝나자 ' 팍! ' 어딘지 모를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에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부서진 수술대 조명.
눈감은 의사들.
눈감은 채 감으로 용선에게 다가오는 명치대인.
헉헉거리는 용선.
부서지지 않은 등이 순차적으로 켜진다.
"행님. 눈 떠도돼죠? "
" 헉! 헉! 그래. 헉! 헉... "
살며시 눈을 뜨는 명치대인은 조금 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의사들도 서서히 눈을 뜬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외과 의사의 질문에 용선은 그냥 헉헉거릴 뿐이다. 그럼 난 뭐 하고 있을까? 졸도했다.칫! 죽은 사람 살리고 졸도하는 건 여전했다. 눈이 빙그르르 계속 도는 느낌은 드는데 의식이 없다. 젠장.
내가 졸도했든 말든 수술실 밖 경비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아 이 사람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고 그래!! "
경비원의 말이 끝나자 죽었던 현석이 수술대에서 일어선다. 온전한 현석이 되어 말이다. 수술실의 사람들은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 모습에 모두 놀라 현석을 바라본다.
입이 벌어진 의사들, 입을 두 손으로 가린 간호사들, 곤봉을 떨어뜨리는 경비원들, 졸도해 있는 나도 놀랐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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