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4화 〉 103­잡초 (104/179)

〈 104화 〉 103­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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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잡초.

많은 인파 속 터미널.

자르가흰 머리를 휘날리며 인파 속으로 합류한다.

케리어를끄는 사람.

건물을 청소하는 로봇.

북적이는 상점이자르의눈에 비친다.

그런 그가 상의윗주머니에서선글라스를 쓰며어디론가연락한다.

­ 존명.자르님.

" 내 말 잘 들어. 건남이란 인물을 꼭 찾아내! "

밑도 끝도 없이 건남이를 찾으라는 지시였다.자르의부하인가 보다.

­ 존명. 알겠습니다.

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대답. 명치대인 인가? 확실히자르가두목이긴 두목인가 보다. 얼마나 애들을 갈구었으면 이렇게 말을 잘 들을까?

" 참. 그리고 아지트 3번으로 이동할 테니 이 구역 담당자 그쪽으로 초대하고. "

­ 존명. 네 알겠습니다.

'팍'퓨쥬나가는 소리와 함께 자르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 이 새끼들 어디 두고 보자. 감히 이자르를능멸하다니... "

자르의발걸음이 빨라졌다.

자르가터미널을 빠져나와 도착한 곳은 28구역의 어느 빌딩이었다. 72층에 자리한 사무실. 사무실 입구에 '존명'이라쓰여 있다. 너무 티 나지않냐옹~

아무튼자르가존명으로 들어간다. 내부는 넓었다. 사무실이라 말하기가 무색하다. 회의장이라 말하는 게 더 어울렸다. 가운데 기다란 탁상이 놓여 있고 양옆으로 사무실 의자가 나열되어 있다. 양 끝에는 회장님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미안하다. 사무실이 아니라 분명 회의실이다. 아무튼자르가통유리로 된 창가 쪽 끝 모서리에 있는, 회장님 의자에철퍼덕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다리를 꼬고 앉은 그가 턱을 괴었다. 흰머리가 등 쪽으로 비추는 태양 빛에 반짝였다. 안 어울린다.

건남과다녔을 땐찌질해보였는데, 이렇게 보니 두목 같아 보인다.

그가 그렇게 분위기를 잡고 몇 분이 흐르자 문을 열고 한사람씩들어왔다.

정장을 입은 부하 1. 힙합 룩을 한 부하 2. 청바지에 니트를 걸친 부하 3. 그리고 아리따운 부하 4. 각양각색의 부하들이 '존명'하며안으로 들어왔다.

대충 보아도 20여 명, 각 잡고 앉는자르의부하들이었다. 언제 어디서 이렇게 모였는지... 빨리도 모였다. 마지막으로 중후한 중년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 뒤로 말끔하게 생긴 젊은 남자도.

가만, 옷깃에 붙어 있는 저 배지...구역장?

28구역의 장!고양이발자국처럼생긴배지가그것을증명한다. 저배지는구역장들만하는것이었다.그럼아까말한이구역담당자가혹시구역장?

구역장하면, 뭐 별거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 지구로 본다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다. 그럼 어떤 신분인지 감이 오는가? 다른 것이 있다면, 구역의 선거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다.

마들가리행성은수상이 존재한다. 그 수상에 의해 구역장이 임명된다. 아무튼 구역장이자르를만난다는 것. 뭔가 구린내가 진동한다.자르가구역장이 들어오자 일어서며 맞이한다.

" 잘 지내셨습니까? 구역장님. 오랜만에뵙는군요. "

자르의말에 구역장의 비서가 회장님 의자를 뺀다. 그리고 구역장이 여유롭게 앉는다.

" 그래.자르. 무슨 일로 이렇게 날 불렀나? "

" 제 부하들과 구역장님을 은밀하게 부른 건... 누군가를 찾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부탁할 것이 있어서 말이죠."

" 그래. 궁금하군. 어디 말해보게. "

자르가의자에 앉는다.

" 제가 찾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

" 누군가? "

" 혹시 232이 사냥꾼을 아십니까? "

구역장은 말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인다.

" 그 사냥꾼의 동료입니다. "

" 이유는? "

" 뭐 더 있겠습니까? 구역장님에게 해가 되는 존재이기에 제가 처리하려는 것뿐입니다. "

레알? 진정?그뿐인가? 820대맞은,그리고끌려다닌, 바퀴벌레에게 고문당한 일은 쏙 빼고 결론만 말하다니.옛기그냥 복수하겠다고말하라옹~

" 해가 된다? 어떤 이유로 내게 해가 된다는 거지? "

" 이놈이 저와팔콘의뒤를 캐고 있습니다. 정부 쪽과 저희 신 떼까마귀 파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입니다. "

" 그게 다인가? "

" 네. 구역장님. 우리의 행동을 밟고 있기에 위험합니다. 더 알아내기 전 미리 싹을 잘라야 할 것입니다. "

아~놔거 새끼 거짓말 잘하네. 그냥 복수심이면서... 그래 명분이 그럴싸해야 지원을 해 주겠지.

" 뭘 원하나? "

" 수비군. 이용 가능하겠습니까? "

" 군대를 움직이겠다고? "

" 네 그렇습니다. "

" 일개 사냥꾼을 죽이기 위해 수비군을... 이봐자르! "

덕망 있어 보였던 구역장의 눈빛이 변했다.

" 232사냥꾼이라하면행성의영웅아닌가?내가그를죽이는이유가타당해야수비군을움직이는데,그게가능하다고생각하나?미치지않고서야... "

턱을 괴고 있던자르가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 구역장님... 저희가 없었으면 구역장님 지저분한 과거가 지워졌겠습니까? "

" 협박하는 건가? "

" 저희가그놈들한테잡히면 과연 그런 사실을 쉬쉬하면서 넘어 갈 거란 생각을 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

"자르! 말 다 했나? "

" 아니요. 구역장님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아름다운 28구역' 프로젝트에 반대했던 의원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인 게 저희입니다. 밑바닥 인생으로 사는 판자촌을 싹 갈아엎은 것도저희고요. 거기에 새로운 건축물과 신시가지를 형성하며 뒤에서 받은크랑으로구역장님은 떵떵거리며 잘 사는데. 이제저희에게도나누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돼지가 욕심을 부리면 잡초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우리같은잡초를 이용했으면 이젠 그 잡초들이 난초가 되게도와주셔야하지않겠습니까."

오~호자르말 잘하네. 근데 왜처맞고다닌겨... 구역장의 표정은 구겨질 때로 구겨졌다. 한 마리의 뱀에게 물린 그런 기분이었다.

" 이런. 개를 묶어 두지 않으니 앞마당이 시끄럽군. "

" 개가 주인을 무는 경우가뭔지아십니까? "

구역장이 앙칼지게자르를쳐다봤다.

" 밥 퍼주고 먹지 못하게 할 때입니다. 그것도 먹을 것에 집착이 강한 개새끼한테 말이죠. "

" 내가클리커훈련을 잘못했군... "

구역장이 읊조린다.자르의마지막 말에 그의 부하들은 구역장을 바라본다. 밥 달라는 개처럼.

­23구역박물관­

건남과성우는지금박물관을둘러보고있다.이것들라구나는어쩌고이비상시기에여기와있는건가?사실건남이라구나에합류하고자르의움직임에걱정했던것과는달리조용했다.금방이라도쳐들어올줄알았던자르의조직은깜깜무소식이었다.

이대로지낼수없었던사냥꾼들은진지를버리고이렇게움직이기시작한것이었다.

건남.니가그러면그렇지.어찌예상하는건저리빗나가냐옹~

아무튼,그래서건남과성우는투구의용도와더욱정확한내용을알아보기위해박물관을택했다.

23구역박물관은다른구역의박물관보다는현저히컸다.그렇기에유물에대한정보가더욱더많았다.그리고좋은점은박물관관장과건남은연이있었다.일종의계약을했었던사람이었다.관장의이름은주용이다.

건남이영사기에대한의문점을풀어주었던사람,건남과성우는유물들을구경하며주용을기다리고있었다.그러다안내판에멈춰선건남이가안내판화면을클릭했다.

­무엇을도와드릴까요.상냥한안내음성이들렸다.이곳도인공지능을가진안내양이존재하나보다.

"투구에대한정보좀알아볼까해서. "

인공지능음성안내양과대화를하는건남은자신의힘쌕을뒤적거렸다.

­원하는정보를입력해주세요.

건남은'이미지'버튼을누르고힘쌕에서꺼낸사진을안내판에올려두었다.

­검색중입니다.잠시만기다려주세요.

로딩이길어진다.

"건남!이런다고정보가나올까? "

"성우형.밑져야본전아니겠어요.그냥해보는거죠. 뭐. "

"그래.지푸라기라도잡아봐야지. "

인공지능안내양의음성이들렸다.

­ 이물건은'영생의투구'기원전시대의투구로서정확한기록은나와있지않습니다.다만그용도가매우흥미있는물건이기에정부가직접관리하는유물입니다.우리박물관에서는볼 수없는유물입니다.그리고이유물에대한정보를알려고한다면본인확인절차가필요합니다. 더확인하겠습니까?

인공지능안내양이저렇게말하는건,사실위험하다는뜻이다.국가에서관리하는유물.정보를줄 수없다는것을이렇게돌려말한것이다.

" 휴~정부에서꽉막아두었군요. "

사진을챙기는건남에게성우가투덜거렸다.

"이건뭐.우리힘으로파내기힘든일이라니...어디이래서차차잡겠어... "

그렇게대화할때 멀리서 주용이 다가오고 있었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라 해야 하나? 그보단뭔가 독특한 심보의 표정이었다.건남과성우가 그런 그를 바라본다.

그시각,다해와준은26구역에있었다.라구나가아직적에게노출되지않았다는생각이지배하자그들도이렇게움직이기시작했다.

엥?근데,라리가언제저들과합류했지?준의자켓주머니에서머리만딸랑내밀고있었다.

" 준 삼춘. 그러니까 여기 담당자가 마지막으로 투구의 이동을관여했다는거에요? "

고개만끄덕이는준이었다.

" 엥? 31구역경찰서가아니구여? "

또끄덕이는준,다해가고개를푹숙이며준과함께걸었다.

"힝.그럼여태껏제가꼬신담당자는투구의행방에대해서정말모를수도있었겠네요?히힝. "

그랬다.마지막으로투구를관리하고,보호하던곳은31구역이아니었다.다해가정보를캐기위해얼마나꼬셨던가. 31구역경찰관을말이다.

그러나그를꾀는작전은작전마다실패였다.윙크를얼마나많이했던가?가지않던미용실에쏟아부은크랑이얼마였던가? 안입던짧은치마, 안쓰던뽕은무색하기짝이없었다.

다해는이래도안되고저래도안되는그경찰관을고자로판단했었다.분명고자일거라고...그러나,자신이생각하는것과다르게그경찰관은정말모르고있었던것.그냥헛물만캤다는생각에저절로어깨가늘어졌다.

"힝~그럴줄도모르고...그럼지금가는곳은어디에요? "

" 음. 26구역.경비업체야. "

" 네?왜요? "

"성우가체리선배님에게얻은정보에따르면투구의마지막은이곳에서연계받았다하는군. "

" 와~그래도정보부장이란아줌마끗발있나봐욧.이런것도알고. 그체리아줌마힘으로살펴볼수없는거예요? 준삼춘? "

"그걸방지하기위해서사설업체에의뢰한것같은데...정부는.알잖아? 이경비업체.정부든,개인이든주어진임무에칼이라는거. "

"에이~그럼지금찾아가도쉽지않겠는뎁요? "

그렇게대화하며걷던그들은높다란빌딩앞에멈춰섰다. 200층의높이,커다란정문엔많은인파가오고간다.

"그럼다해는반대쪽건물옥상에서대기해. "

"넵?옥상이라뇨?여기서누구저격할것도아닌데?삼춘.설마바주카포들고오란게이것때문에... "

긴말이필요없는준이었다.끄덕일뿐이다.

"에효~여기서도옥상을사수하다니.힝~ "

"만일에대비해서그런거니까90층사무실과내동선을관찰해줘. "

" 9034호맞죠? "

준은역시나긴말이필요없었다.고개를끄덕이곤유유히인파속으로파묻혔다.

준의등을잠시바라보다자신의등에메고온바주카포를쓰다듬는다해는준과반대로향했다.우리의옥상녀,옥상을사수할뿐.

­박물관사무실­

"이게누구신가인기사냥꾼건남!흐흐흐정말오랜만이군. "

주용이전혀반갑지않은웃음으로건남과성우를사무실에앉혔다.

"그래.무슨일로이조촐한박물관에찾아왔나?그때의영사기사건으로재필도잡았겠다, 올이유가없을텐데말이지. "

조촐하다고!행성최대박물관이?그럼다른구역행성의박물관은개집인가?주용은디즈니랜드만한이곳이작은가보다.건남은성우를스윽쳐다보고는힘쌕에서사진을꺼내어테이블에올려놓았다.주용의시선이그런건남의손끝을주시했다.

" 이투구에대해서알고싶어서. "

주용은뚫어지게사진을쳐다보며말했다.

"흡~이건기원전유물인데...어디보자... "

사진을살피던주용이자신의책상뒤책장으로향했다.낡은고서들이빽빽한책장,주용은손가락으로책들을하나하나쓸어내며좌에서우측으로움직였다.

" 음~여기있군. '카이의연금술' 이책에서본 것같은데. "

고개를갸우뚱거린그가책을폈다. 그시간동안침묵만사무실에가득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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