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5화 〉 104­이단 (105/179)

〈 105화 〉 104­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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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이단.

" 뭐 좀 알 수 있습니까? "

적막한 사무실에서 입을 먼저 뗀 건 성우였다.

" 이... 이 물건을 찾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

'카이의연금술'이란고서를 고개 숙여 읽던 주용이 책을 보며 물었다. 건남에게는 싹수없던 음성이 태세 전환되면서 말이다. 부드럽다.

" 사실 그 투구를 노리는 자가 있습니다. "

"이걸요? "

" 네. "

책을 '탁' 소리 나게 접고 테이블로 돌아오는 주용의 얼굴에 의구심이 가득했다.

" 저걸 찾아 어디에 쓰려는 겁니까? "

" 그건 저희도 자세히 모릅니다. "

엄지와 검지로 뾰족한 자신의 턱을 주용은 매만진다.

" 투구의 용도가 어떤 것인지 모르시나요? "

" 주용. 알면 우리가 여기까지찾아왔겠어? 대충 피를 뽑는 도구라는 정도라고. "

건남을잠깐 흘기는 주용.

" 옛날카이라는미치광이 연금술사가 있었죠. "

" '아슈텝타레' 신화 속의 그 인물. 윤에게 영생을 불어넣은 인물 말하는 겁니까? "

" 네. 그렇습니다. "

" 그 전설 속카이와이 투구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가요? "

주용이 고개를 끄덕인다.

" 그 투구는카이가만들었다는 설이 학계에서 가장 지배적이죠. 물건의 용도는 피를 빼내는 것입니다. 투구의 안쪽을 보면 바늘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 뾰족한 것들이제스의머리를 뚫고 나가죠. "

" 아... "

" 그보다도 이 물건을 왜 노리려 할까요? 그게 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

작은 성우의 눈이 커진다.커져봤자다해 눈 반만 하지만...

" 네. "

" 이 가설이 맞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이 투구의 기술은 현재의 과학기술보다 뛰어나다고 합니다. 기원전의 이 투구가 말이죠. 어떤 이는 이 투구에 망령이 쓰여 그런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 하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물건에도 술사의 능력이 깃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설명할 수 없는 원리가 그런 근거 없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죠. "

" 망령... "

" 술사 능력을 갖춘 물건... "

건남과성우가 조용히 읊조리듯 말한다.

" 미치광이 연금술사가 연구한 건 '영생'이라는것 아시죠?제스의피가 그 재료라는 것도... 아무튼 그 신비로움에, 그리고 그것을 악용하는 인간들이 있기에 정부에서는 철저하게 관리하죠. "

" 그럼 이 물건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까? "

" 역사적으로 많았습니다. 크고 작게 말이죠. 일반 행성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 같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죠. "

" 최근에도 있었습니까? "

" 가장 최근이언제였더라? 아마도... 그 포르? 이름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10년쯤되었을 겁니다. "

포르쉐! 그래. 주용을 찾아온 건 빙고다.

" 가만 생각해 보니.OEN과재필이 연구했던 기술도 있는데 이 투구가 필요할까? "

건남은알고 있었다.OEN과재필은 이미 영생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걸.

" 이봐.건남군.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인데. 그들이 성공한 건 기술이야. 만약 내 생각이맞다면, 그들은 재료를 구하지 못했겠지... 많은 양이 필요하거든. 윤이 왜 그리 많은 사람을 학살했겠나? 그리고제스를양식하듯 만들어 냈겠냐고? 아마... 물량이필요해서였겠지. "

" 맞아.OEN이고심하던 게그거였어. "

"후훗. 이 투구의 용도가그거거든, 함축.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아. 소량의 피로 원하는 양을 만들 수가 있다는 것, 저 투구가 있으면. 그 기술이 월등하다는 거야.내말은! "

주용의 말이 끝나자 성우가건남을쳐다본다.

" 이거.OEN이노리는 거 아니야? 네가 말한 또 다른 정부가 아니라? "

" 형. 아닐 겁니다. 제 촉이 절대 아니라고 하는 걸 보면... "

건남아!니촉 겁나게 안 맞거든!

" 대체 어떤 근거로 그러는 거야? "

" 제 형이 죽기 전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전 그 말을 믿어요. "

" 무슨 말을 했길래? "

" 형의 조직은 이단이라고 했습니다. 숨겨진 조직이라고. "

" 이거 원. 그럼 행성의 반역 세력이라도 있다는 거야? 수상을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

" 아직은 부족하기에 말씀드리지 않는것뿐이에요. "

성우가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주용은 눈알만 굴리며 둘을 바라보고...

갑자기 왜? 집안 이야기는 꺼내냐는 그런 눈빛이다. 그렇게 주용이 눈알을 굴리던 그 시각.

준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90F의 안내 등이 그의 눈에 비쳤다.

' 타박타박타박'

넓은 복도를 걷는 준의 발소리에 반대편 경비업체 직원 두 명이 그를 쳐다본다.

"누구시죠? 이곳은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구역입니다. "

공명음이 복도를 타고 들어온다.

준은 경고를 무시하고 점점 그들에게 다가간다.

경비업체 직원이 경계태세를 한다.

옆구리에 차고 있던 레이저 건을 치켜들었다.

" 더이상 다가오면 발포합니다. "

'위잉~ '

반쯤다가온준의앞에,얇은투명의장막이쓰윽지나갔다.

재킷 주머니에 있던라리가고개를 위로 향하며 준에게 말했다.

" 준. 아저씨. 방어막 지나가면 몸이 부서지죠. 산산이 조각나죠. 멈추세요. "

그녀의 말에 멈춰선 준.

" 그만 물러나십시오. 출입 허가증 없이 이곳에 올라올 수 없습니다. "

그렇게 말한 경비업체 직원은 의아해한다.

" 잠깐! 근데 어떻게 올라온 거지? "

사실 이곳은 허락되지 않은 외부인은 엘리베이터로 올 수 없었다. 근데 떡하니 앞에 와 있는 수상한 외부인. 의아한 그가 어딘가로 교신한다.

준은 아무런 동요 없이 그런 경비업체 직원을 지그시 바라볼 뿐.

" 지금 알파1 지역에 침입자가 올라왔다 확인 바람! "

순간, 옆에 있던 또 다른 경비업체 직원이 교신하는 동료를 향해.

' 퍽! '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레이저건의 개머리판이 동료의 머리를 가격한 것이었다. 무표정한 그가레이저건을복도 바닥에 팽개친다.

' 쿵. '

그 소리와 함께 벽면에 있는 붉은 버튼을 누른다. 준 앞에 있는 방어막이스르륵사라졌다. 교신기에선 응답한다.

­ 무슨 일인가? 상황 보고. 상황 보고!

동료를기절시킨정보 업체 직원.귀신에게라도홀린 듯 멍한 표정으로 교신기를 집어 들었다.

" 이상 없음.람보르귀니가착각했음. 이상. 업무 복귀하겠음. "

그가 교신기를 끈다. 동공에 투명한 것이 지나간다.뭐지? 어떻게된거냐아옹~

그러고보니,라리의눈이 다르다.

검은콩 같았던 눈은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주머니 속 그녀의 두 손은 허공을 허우적거린다. 두 앞발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이것이 그녀의 능력이었다.

반경 100m의 거리에 있는 사람의 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 지금쥐녀는동료를 개머리판으로 가격한 경비업체 직원의 의식 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사기다. 엘리베이터가 이곳에 멈출 수 있던 것도 그녀의 능력으로 할 수 있었다. 안내데스크의 보안요원 의식을 잠시 잠식했기에 가능했다. 경비업체 직원이 말한다.

" 들어오시죠. "

엥?라리목소리다. 중무장한 남자의 목소리가 예뻤다.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보안이 풀리며 사무실 문이스르륵열렸다.

준이 뛴다. 그리곤 예쁘게 말했던 직원을, 그 가속으로 달려가 힘껏 내리친다.

오락실 펀치 기계가 센서에 부딪히듯 보안업체 직원은 차가운 복도 바닥에 눕혀진다. '퍽'과'쾅'의소리가 연이어 일어나며...

그와 동시에라리의눈은 다시 검은콩으로 돌아왔다.

" 휴~ 오늘 제 능력 많이 쓰네요. "

" 아가씨 술만 잘하는지 알았는데. 능력이 출중하군. "

"어멋. 저 이래 봬도마들가리행성에하나뿐인 능력자라고요. "

"크흐흐. 좋아. 들어가볼까."

준과라리가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한 명의 남자가 그런 준을 놀라며 바라본다.

" 누... 누구? "

준은 자신을 소개할 의무가 없었다.

"라리양. 부탁해... "

그 부탁과 함께 사무실 안에 있던 남자의 동공에 투명한 막이스윽지나간다.라리의눈은 푸른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어디서 들고 온 걸까? 의식을 되찾은 남자는 의자에 꽁꽁 묶여 있다. 눈을 뜬 남자의 앞에 준이 회전 의자를 등받이가 앞으로 하게 해서 앉았다. 당황한 그가 소리를 지르려 하지만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 연신 '음읍'거린다. 준이 그런 남자에게 의자를 끌며 다가갔다.

'쫘아악~'

청테이프 안쪽에 잔털들이 빼곡하다. 겁나 아프겠네.

" 으악! "

" 이봐 쉿! "

준이 검지 손가락을 피며 입에 가져갔다.

" 조용히... 내가 말하는 질문에 답만 해 주게. 헤칠 생각은 없으니까? "

겁먹은 표정으로 남자가 입을 열었다.

" 무슨 일. 지... 지금 당신이 내게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있소? 여긴 통제구역이오. "

" 참나! 우리도 이렇게까지 하긴 싫었는데. 협조가 안 되니 이러는 것뿐이라고. "

" 무... 무슨! "

" 이곳에서 지키고 있는 투구. 어디에 있나? "

" 그... 그건 일급 비밀이요. "

" 그 비밀. 물새듯어디론가세어 나가는 건 모르고? "

" 무슨 말 같지도 않은소릴! 우리 업체는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않소. 고객과의 약속을 어길 사람은 뽑지도 않는다고. "

" 그건 당신 생각이고. 투구의 경로 지금 나도 알고 있는데... "

" 뭐 하는사람이오? "

" 투구를 노리는 자를 잡는 사람. "

" 웃기지 말라고. 난 절대 말할 수없소. "

" 흠~ 이봐. 여기 과장이라고 했나? 직책이야 어떻든, 내가 미쳤다고 위험을 감수하며 이곳까지 왜 왔겠나? 투구의 이동 경로를 우리에게 넘기지 않으면 분명 사라지게 된다고. "

"...... "

" 서로 윈윈하지 않겠나? 당신들은 투구를 지키고 우린 그 투구를 노린 자를 검거하고. "

" 내가 그 말을 어떻게믿소. 이렇게막무가네로찾아온 사람을... "

" 누차 이야기하지만, 이 방법밖에없었어. 당최 만날 수가있어야지. 협조문을 그렇게 띄웠는데. 번번이 캔슬 놓으니. "

" 의뢰인에게 상의해 보리다. "

" 정부라는 거 알고 있어. 그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도. "

"제게밀약을 하라는 것입니까? "

" 이제 이야기가통하는군. "

" 안됩니다. 고객이 최우선... "

'팍'

준이 신경질적으로 등받이를 후려쳤다.

"그놈의고객! 이거 원... 그럼 어쩔 수 없지. 당신을 고문할 수 밖에... "

" 도대체 정체가뭐야! 너희가 여기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저 카메라에 다 찍히고 있다고! "

가소로운 듯 준이 말한다.

" 우리가 들어온 후부터 감시카메라는 작동하지 않고 있으니 걱정 붙들어 메라고. "

라리가주머니 속에서 얼굴을 들이밀며 윙크를 한다.

그랬다. 이미 감시 카메라도 그녀의 능력으로 점령했다. 관리자의 의식을 이용했으니 말이다. 능력 쥐같으니라고...

" 순순히 내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큰 불행이 닥칠 거야. 꼭 명심해. 우린도우러온 거라고... "

고심에 찬 눈빛이 역력한 과장님.

오죽했음 이렇게 찾아와 협박하고 있을까? 준 말들으라옹~

­ 보안업체 빌딩 반대편 옥상 ­

준이 보안업체 과장과 밀담을 나누는 동안, 다해는 옥상에 자리 잡았다. 딱 100층인 건물 옥상이라 준의 위치를 탐색하기 좋았다. 운 좋은뇬.

" 옥상아 반갑다. "

이젠 옥상하고 인사도 한다.

아무튼 그녀는 시야가 잘 보이는 옥상 난간에 자리 잡았다. 자신의 몸 두 배 만한 바주카포를 준이 있는 90층 건물에 겨냥한다.

'지이잉'

가늠자가 열리는 음성.

그 음성을 듣고 다해는 초점을 맞춘다. 고성능스코프라풀리우는그녀의 가늠자는 대공용 가늠자처럼 원형에 줄이 그어져 있었다. 다만, 디지털 브라운관.

"힝. 잘 안 보이네.썬팅지가너무 두꺼워. 그렇다고 포기할 순없찌. 자... "

그녀는 방아쇠를 당긴다. 물론 포탄이 날아가지는 않았다. 바주카포의 명령어를 인식시키기위해서였으니... 대충엔터키라고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러자 가늠자 화면은썬팅지를뚫고 선명하게 보인다. 준과 꽁꽁 묶인 보안업체 과장이 대화하는 모습이.

"욕시! 내 바주카포짱이야짱! 그럼 주변을살펴볼까나. "

다해는 그 상태로 주변을 관찰한다. 이건 뭐. 바주카포에서 캠코더로 전략하는다해의무기였다. 주변을 바주카포로 훑고 있는 다해. 이곳저곳을 살핀다.

바로 위층은 업무에 바쁜 사무원들이, 밑층은 사무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오른쪽 층은 음~ 나체에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가...

음읍.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졸지에 관음증 환자로 변한다해였다. 클로즈업한다. 야! 야이뇬아! 내 말을 들은 걸까?히죽이던다해가 정신을 가다듬고 왼쪽 층을 살핀다.

한 남자가 뭔가 하고 있다. 아니여잔가? 배율을 높여 주시한다.다해의큰 눈이 더 커진다. 성우의 네 배 만하게.

" 저... 것은... 저 장비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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