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6화 〉 105­빠따 (106/179)

〈 106화 〉 105­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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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빠따.

다해는 떠 올렸다.건남이가지고 다니던 장비, 그래. 도청 장비다. 다해는 유심히 관찰한다. 사람 반만 한 크기의 네모난 박스와 큼지막한 헤드폰을 귀에 꽂고 심오한 표정을 짓는 사람을...

머리카락이 긴 그 염탐꾼이 여자라 생각했던 것이 그 때문이었다. 근데 체구가 크다. 체구가 큰 여자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뭔가 남자 같다.

저 가슴이 흉근인지 유방인지 헷갈리는다해였다. 아무튼 관찰하던 다해가 바주카포의 교신 장치에 제동을 걸었다. 물론 방아쇠로.

" 준 삼춘. 아무 말 하지 말아요! 그냥 제 이야기 듣기만 하세요. "

취조하던 준이 선글라스를 낀 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 왜?

" 삼춘! 쉿! "

교신기너머의 그가 조용하다.

" 옆 사무실에 이상한 사람을 포착했어요. 그 사람이 지금삼춘이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같아욧. "

준의 눈빛이 변한다. 아~ 선글라스 써서변했을지모르겠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준. 다해가 알려준 곳을 째려보았다. 물론 벽이다.

' 그럼 지금의 이야기도 다 들었다는거잖아. '

많은 걸 다해에게 질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휴이럴 때 쓰라고코코아톡이있는거다아옹~

" 머리가 긴 사람이에요. 남자인지 여자인지모르겠어요. 수배 파일 검색 중이니 되도록 말을 아끼세요. 삼춘. "

' 이렇게 정보를 흘리고 있었던 건가? '

그래 준의 생각처럼 도청 장치를 사무실에 설치할 수 없었던 염탐꾼은 옆 사무실을 이용한 것이다. 보안업체 보안이 이렇게 허술했던가? 그건 아닐 것이다.

저 장비가 뛰어난 것.

준과 과장이 있는 그곳은 어지간한 도청 장치로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 걸 뚫을 정도라니. 염탐꾼은 뭔가 있는 게 확실하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다해는 교신한다.

" 삼춘. 현상범은 아닌 것 같아요. 정보에 안 잡혀요. "

그럼 누구일까? 지금의 상황에서는차차나팔콘과한 패일 확률이 높았다.

' 잡아야 해. '

준의 생각이었다.

준은 의자에서 일어섰다. 뜯었던 청테이프를 과장의 입에 다시 붙이면서 말이다.

과장은 그런 준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다. 일어선 준이 살금살금 벽으로 향한다. 그리고 재킷을 풀었다. 자연스레 허리띠에 고정된 쇠막대기에 손을 얹는다.

막대기의 크기는 15cm 정도, 직사각형에 가까웠다. 은색 빛이 감도는 그 물건은 알루미늄 재질과 흡사했다. 하지만 알루미늄은 아니었다.

준이 막대기에 있는 전원 버튼을 누른다. 순간, 막대기의 끝부분이 점차 부풀었다.

'방망이'

부풀었던 막대기가 야구 방망이로 변신했다. 재필을 잡을 때 사용한 야구빠따는부러진 지 오래되었는데... 신형빠따를샀나 보다. 휴대하기 편하게 변신하는 거로...

그가 변신한 야구방망이를 두 손으로 쥐었다. 폼이 홈런왕 4번 타자가 스윙하려는 포즈다. 설마 그걸로 벽 부수려고? 에이 그러지 말자 야구 방망이로 그걸 부수면 그게 옹벽이 이냐? 스티로폼 단열재지...

거기다 여기 보안업체가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어 놓을 리가 있냐? 준! 이번엔 이히리의말을들으라아옹~

그래, 나의 마음을 아는지 바주카포로 지켜보던다해의교신음이 들렸다

­ 삼춘, 뭐 하시려고요? 그걸로 벽 부수려고요?고정하시옵소서! 그러다 다 들켜요!

준이다해의말을 들었을까?라고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풀 스윙하는 준.

이건 뭐. 장외 홈런 치겠다는 그런 포스다.

'쾅!!콰지직!'

벽이 무너졌다.

스티로폼이냐? 아니다. 분명 철근 콘크리트로 비벼 만든 그 벽이다. 절묘하게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뻥하고 뚫렸다.

라리가엄지 척을 한다. 쥐 발로.

과장의 눈이 엄청나게 커진다. 다해보다 큰 것 같다.

다해는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쉰다.

뚫린 벽 안에 있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사람은 이 상황에 허둥거렸다. 준이 방망이를 들고 안으로 들어서자, 그때야 정신이 들었는지 그 사람은 출구로 나가려 한다.

그래 도망치는 게 상책일 것이다. 그러나 준의 오른팔은 이미 도망치려는 그의 허리춤을 감싸고 있었다.

"어딜! "

발버둥치는 염탐꾼. 덩치가 준 만하다. 그러나 힘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 놔! "

아... 도망치려 하는 사람은 여자다. 목소리로 봐서는.

"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던 거지? "

강압적으로 말하는 준에게서 벗어나려 하지만 올가미가 따로 없다. 10년 동안 운동만 한 준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 체리의 사무실 ­

그녀의 탁자에 놓인 전화벨이 울렸다. 아주 오래된 골동품. 행성에서 이런 전화기를 쓰는 행성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 중라구나가있었고, 그중 하나가 체리였다.

' 체리 딸기 블루베리 산딸기 뱀딸기 버찌크랜베리체리 딸기 블루베리...♭♬ '

체리 모양의 전화기 벨 소리다. 뭐냐 이건!

하여튼 체리가 체리 모양의 수화기를 들었다. 누구에게 왔는지 발신자 표시가 없어도 알 수 있었다. 라리에게 보고 받을 때만 사용하는 전화기였기 때문이었다.

" 그래.라리니. "

­ 네. 고귀하고 영예로운 체리 님. 지금 체리님에게서정보를 제공한 보안업체입니다.

" 그래. 뭐 알아낸 거라도있니? "

­ 그... 그게... 일이 좀 꼬일 것 같아서 급하게 연락 드렸습니다.

" 꼬이다니? "

­ 준이 벽을 부쉈어요!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라리는상황을 설명했다. 보안과장을 취조한 것과 염탐꾼을 잡은 이야기, 그 과정에 벽을 부순 일까지.

­ 아무래도. 저희 정체가 탄로 날 것 같아서 이렇게 고귀하고 영애로운체리님에게보고합니다.

"큭. 이런! 준이 그렇게 허술한 애가 아닌데. 어쩌자고! 아... 아무튼 공개 화면 띄워! "

­ 네. 알겠습니다. 고귀하고 영예로운 체리 님.

체리가 통신을 끝내고 벽을 바라본다. 책상 오른편에 놓인 버튼을 누르자, 벽과 책상 사이에 투명한 브라운관이 생성되었다.

브라운관 안으로 보이는 건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준과 재킷 안의라리, 꽁꽁 묶인 업체 과장, 그리고 과장처럼 묶여 있는 모르는 여자였다. 참 빨리도 묶었다.

" 준.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함부로 일을 처리하면 어떻게. "

­ 선배님. 우리의 움직임을 저 여자가 모두 엿듣고 있었습니다. 못 잡으면 뒷감당이 더 크지 않겠습니까? 계획도 어긋나고요.

"여튼보안과장 입 좀 풀어봐! "

'촤아악~ '

일말의 반항도 없이 청테이프를 뜯었다. 역시 잔털이 빼곡하다. 아프겠네...

" 아악! "

과장은 아픔을 참지 못했다.

어렵게 따가움을 이겨내고라리가만든 화상 전화 브라운관에 고함쳤다.

­ 당신들 정체가뭐야! 이러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 너무 흥분하셨군요. "

그럼 흥분 안 하게생겼냐아옹~

험상궂은 얼굴의 웬 남자가 자신을 협박하질 않나, 쥐가 말을 하지 않나, 보안업체 사무실 벽을 부수질 않나, 염탐꾼이 염탐하고 있질 않나, 청테이프에 코털이 흥건하지않나.보안과장이 흥분하지 않으면 보살이다.성인군자거나.

­ 대체 내게 왜 이러는것이오?

준이 말할 때 한 귀로 듣고 흘렸나 보다. 입아프겠어준.

" 지금 벽이 부서지면서 경보체제가 강화되었겠죠? "

­......

아무 말없는 보안과장.

­ 그러고 보니 선배님. 경보음이나 비상음이 울리지 않았습니다.

" 그렇게 허술할 리가? "

그제야 입을 떼는보안과장이었다.

­ 됐습니다. 이제풀어주시죠.

급작스럽게 어두워진보안과장이었다. 그 어두운 과장은 옆에 있는 염탐꾼을 흘겼다.

" 그러고 보니 옆에 있는 덩치 좋은 아가씨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군. "

­칫.뭐야? 둘이 안면 튼사이였어.

­ 체리 부장님을 이런 데서 만날 줄이야. 그녀는 체념하듯 고개를 떨구었다.

­ 선배님 아는 사이입니까?

" 그래 준. 정보부요원이었어. 지금은 요원 직에서 물러났는데...혜란아 거기 왜 있는 거니? "

마당발 체리였다. 혜란은 말이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 그래. 내가 알아봤어야했어. 혜란 너가 이들에게 정보 누설한 거야?

잠자코 있던 보안과장이 혜란에게 닦달했다. 근데. 이건 또뭔소리야? 보안과장과 염탐꾼도 아는 사이?

­ 조용히 하시죠.

혜란은 과장에게찌릿거린다. 눈으로 전기를 쏘는 것처럼. 그런 상황 속에 준이 뭔가를 눈치 챈 듯, 과장과 혜란을 번갈아 바라본다.

­ 이제야 조금 이해야 가겠는데... 왜 경고음이 안 울렸는지 말이야. 과장. 일부러꺼두었군. 지금 이곳에 있는 경보장치를...

헛! 왜 그랬단말이냐아옹~이거이거실마리가 풀리는느낌이라옹~ 과장의 표정은 이미 똥을 수십차례 씹은 몰골이다. 뭐? 고객을 위해서 어쩌고저쩌고 했던 말은 개나 줘버린 건가?

­ 그러니까? 염탐꾼에게 이런 식으로 정보를 넘겼다는 거군. 그렇지? 보안 양반.

정곡을 찔린 듯 고개를 떨구는보안과장이었다.

" 생각보다 일이 잘풀렸어. 과장님. 너무 자책하지 마. 이런 일을 벌였다는 거 누설하지 않을 테니. "

고개를 떨구었던 과장은 화상 홀로그램 화면의 체리를 희망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 다만, 협조해주셔야겠는데... 그 회사 잘리기 싫으면 말이야. "

달리 방도가 있겠는가? 과장은 체념한다. 그래도 두 아이의 가장이었던 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분명 그랬겠지? 누군가 거액의크랑을받아 정보를 팔고 있었을 것이다. 분명 거액이었을 것이고. 이번 촉은 내 장담한다.

" 그리고 혜란이... 어쩌다 이런 곳에서마주쳤는진모르겠지만, 여기서 배운 기술을 그렇게 쓸진몰랐는걸...무튼, 혜란이는 내가 좀 따로봐야겠어. "

­ 부장님...

" 내가 널 잘 알아. 넌 절대 이런 짓을 할 인물이 아니야. 뭔가 엮인 거지? 네 약점을 담보로. "

혜란의 눈이 흔들렸다. 속마음이라도 들킨 걸까?

­ 아뇨. 부장님...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부장님을 만나면 부장님이 더위험해진다고요.

홀로그램 화면의 체리가 슬그머니 웃었다. 넉살 좋은 이웃집 아주머니의 그런 웃음이었다.

" 내가? 위험?고뤠! 호호호... 그럼 위험을 씹어 먹어 줄게. 그럼 괜찮은 거지? 호호호... 준. 혜란이 잘 데려오고라리는상황 처리되면 보고해 주고. "

­ 선배님. 알겠습니다.

­넵. 고귀하고 영예로운 체리 님.

" 참! 과장님은 절대 쉿! 아셨죠. "

묶여 있는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마무리 잘하고 이상! "

홀로그램이 사라진다. 화면 안으로 보였던 준과라리, 보안과장, 혜란도 부서지듯 그녀의 눈에서 사라졌다. 적막한 방으로 돌아온 그녀의 사무실, 은은했던 조명이 밝게 변했다.

회전의자의 그녀가 일어서며 기지개를 켜고 창문의 블라인드를 걷어냈다.정보과건물 앞에 있는 조그만 동산, 그 동산 너머에 높다란 빌딩들이 체리의 눈에 들어왔다.

" 혜란이... 그 아이가 왜? 음... 투구를 손에 넣으려는 자들이 정말 그들인 걸까? 혜란이가 그자들과 한통속... "

자신만만했던 체리의 얼굴에 주름이 잡혔다. 그들? 그들이뭐냐옹~어후고양이숨넘어가겠다아옹~

순간, 체리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읊조렸다.

" 아 참! 막. 걸. 리. 이거이거말했어야했나? "

거기서 막걸리는 왜나오냐아옹~ 화성 홀로그램이 사라진 보안업체 사무실엔 정적이 잠깐 흘렀다.

보안업체 사무실 ­

" 음. 선배님이 말했듯이 과장. 순순히 투구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우리에게 넘겨. "

" 휴~ 알겠습니다. 우선 풀어주십시오? "

준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를 풀어주었다. 밧줄을 얼마나 꼼꼼히 동여맸으면 시간이오래걸린다.서두르라옹~ 이러다 낌새 느낀 업체 직원들 들이닥치면 어쩌려고...

풀려난 보안과장은 자신의 책상으로 향하고 컴퓨터를 켰다.

" 정보를 아시려면 사진으로 담아가십시오. 자료 전송을 하면 발각됩니다. "

끄덕인 준은 선글라스를 카메라 모드로 전향한다. 동공을 움직일 때마다. '찰칵'거린다. 과장이엔터를몇 번이나 쳤다. 컴퓨터 화면이 넘어 갈 때 마다라리또한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저런 조그만 사진기는 당최 어디서난거냐아옹~

그들이 그러는 혜란은 천장을 바라보며 의자에 묶여 있었다. 무언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 이봐요. 아재들. "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고 있던 두 아재가 그녀를 쳐다봤다.

" 왜? "

준의 선글라스가 빛난다.

" 저 안풀어주실건가요? "

음~ 눈 밑으로다크써클이크게 자리 잡았다. 아닌가 화장인가? 가끔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던 저승사자도 저것보다는 진하지 않았다.판다인가?

" 이왕이면 묶인 상태로 움직이지. "

"아놔~ 아재들 그러면 여기서의심 받을텐데.끄끄끄끅... "

음. 웃음소리가 특이하다. 남자 같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다해보다 커 보이는 덩치.밀리터리재킷을 입고 있었다. 행성인들이 봤을 때는 분명 미인이라 할 것 같은 인상이었다. 뭐 내 눈엔 다 똑같이 보이지만말이다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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