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106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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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막권
"라리양. 풀어줘도괜찮겠어? "
성우가 묻자 고개 들어 준을 쳐다본라리. 그녀의 시점에서는 준의 커다란 콧구멍이 눈에 띄게 크게 보인다.
" 준 아저씨. 코털 좀 깎고 다녀요!! "
" 으응... 그... 그래. 아무튼 저 혜란이란 여자. 풀어줘도 될까? "
" 음~ 고귀하고 영예로운체리님이랑친분이 두터우니 믿어보죠. "
"그렇다면야... "
" 걱정 마세요.허튼짓하면제가 의식을 잠재 울 테니. 제 능력 아시면서. "
" 좋아. 그럼. "
준은 터벅터벅 혜란에게 다가가 묶인 포박용 밧줄을 푼다. 현석이가 봤으면 수갑 하나 장만하라고 했을 만한 오래된 밧줄이었다.
" 혜란이라고 했지?허튼짓하지 마. "
혜란이 웃었다.
"끄끄끄끄끄으윽... 아재. 알았으니 풀기나하슈. "
웃으면서 투덜거리니 뭔가 기분이 묘하다. 포박이 풀리자 그녀, 혜란은 찌뿌둥한 몸을 풀기 시작하며 일어섰다. 그리곤, 또 웃는다.
"끄끄끄... 아재! 그런데 말이지 내가 정말 체리 부장을 만나야쓰것어? 괜스레 일만 커질 텐데... "
" 무슨 일? 네가 넘기는 자료를 받는 사람 때문에? 어떤 놈이길래? "
" 아재. 알아봐야 아재만 다쳐... 그러는 의미에서 말인데... "
그렇게 말하며 혜란은 뒷걸음질 쳤다. 그러면서 재킷윗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어랏. 저것은 양철로 만든 포켓용 술병? 설마 지금 저걸 마시려고?
그랬다. 혜란은 뒷걸음질 치며 '막걸리'라겉면에 쓰인 양철 술병을 시원스레 들이켰다. 그녀의 울대가 움직였다. 설마! 체리가 말한 막걸리가저건가? 당최 무엇이길래?
시원하게 마신 혜란은팔등으로입에 묻은 술을닦아내었다.
" 지... 지금 뭐 하는 짓이지? 벌건 대낮에! "
준.니가할 소린 아닌 거 같은데, 하기야 창기보다는 덜 마시는놈이니.
술을 마신 혜란이 입을 열었다. 시원한트름을거침없이 뿜었다. 그거 콜라아니라아옹~막걸리라아옹~
"꺼~억~ 아재. 아무래도 내가 체리 부장님을 만난다는 건 무리인 것 같아. "
그리고 또다시 벌컥벌컥.
원샷각이다.
" 꺼억~ 그래서 말인데 아재. 나 도망치려고. 딸꾹! "
컥. 당돌한 것. 도망간다소문내고째려하다니.
"훗. 고귀하고 영예로운체리님의명을 거역하다니. 그럼 어쩔 수 없지 이라리가움직일 수밖에. 순순히 우리를따르라고. "
" 딸꾹. 지랄은... 쥐는 빠지지 그래! "
라리가손을... 아~ 앞발이라 해야 하나. 이제 결정했다. 무조건 손이라 말하리... 허공에 허우적거리는라리의손. 동공이 까만 콩에서... 까만 콩에서... 변하지 않았다.
" 어 멋. 의식이차단당했어! "
화들짝 놀란라리가허공에 있던 손을 자신의 입에 가져갔다.
" 왜? 능력이 안 먹혀? "
" 준. 아저씨 저 여자 뭔가 있어요! "
그랬다.라리의능력은 100%, 누구에게나 통하는 그런 힘은아녔다. 술사 능력이 출중한 사람과 인내력이 강한 일반인은 쉽게 통하지 않는 능력이었다.
혜란은 아마도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인내력이 강한 일반인. 그런 혜란이 비틀거린다. 낮에 먹은 '막걸리'의힘인가? 연신 '딸꾹'거리며흐느적거렸다.
저 몸으로 여길 도망치겠다고? 준의 방망이를 너무 쉽게 본 게 아닌가 싶다. 근데...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몸이 뭔가 체계가 잡혀간다.태극권인가?카포에이라, 택견? 아무튼 그런 무술이 짬뽕된듯한느낌이다.
" 아재. 이제 길 비키시지. 딸꾹. 이름은 들어봤나?막권. 딸꾹. "
뭐?뭐시라.막권. 설마 막걸리 먹고 허우적거리는 저 동작이 막권이라고,취권의아류작막권을펼치는 그녀였다.
"이크, 에크, 딸꾹. "
이 소린,막권을준비 중인 혜란의 효과음이었다.
"이크, 에크, 딸꾹. "
오른팔을휘저으며왼발이 뒤로 가고, 왼팔을휘저으며오른발이 뒤로 가는 동작이 흡사 택견과 같았다. 좀 더 보폭이 넓어지며 자세를 수그렸다면카포에이라에가까웠겠지만, 아무튼 그녀는 추임새에 맞추어 준비 동작을 끝냈다.
" 아재 비키시죠. 딸꾹. "
" 어디 그허접한기술로... "
준이 막대기의 전원을 올렸다. 오른손에 잡은 막대기가 변신한다. 야구방망이로...라리와과장은 지켜볼 뿐.
"받아랏. 딸꾹. "
준비 동작에서 곧바로 오른발을 휘두르는 혜란, 오른쪽 다리가 반원을 그리며 준의 머리를 노렸다. 절도 있게! 아니다.흐물거리며...
엄연히취권의아류작막권이리라.
준이 그 공격을, 유연하게 몸을 45°로 틀며 살짝 피했다. 그리고 그 반동을 이용하여 정자세로 돌아오며, 방망이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 쳤다. 골퍼의 스윙 같았다. 그러자 혜란이가 '철퍼덕' 뒤로 누웠다. 잘못 보면 방망이에 턱이나 얼굴을 심하게 맞아 쓰러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를 '철퍼덕'이었다.
뒤로 누운 혜란은 곧바로 뒤구르기를 하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리곤...
"이크, 에크, 딸꾹. "
요상한 기합과 함께 준비 동작을 한다. 이번엔 준이 먼저 선공했다.
" 이거 참! 순순히 따르지 고집하고는... "
그렇게 말하며다크써클이가득한 혜란에게 달려드는 준. 방망이를 펜싱의 찌르기처럼 곧게 뻗었다. 아마도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죽일 순 없었으니...
방망이의 끝이 그녀의 명치를 노린다.
그녀가 날아오는 방망이를 오른쪽으로 돌아 피한다.
그리고 발차기.
흡사뒤후리기기술과 비슷했다. 다만, 그 후리기를 연결하여 준의 목덜미를 다리로 감았다.
왼발에 힘을 주어 점프.
다리로 목을 조이며 준에게 올라탄 혜란은 준의 얼굴을 두 팔로 힘껏 감쌌다.
그녀의 두 팔이 준의 눈과 코와 입을 억눌렀다. 올가미가 따로 없었다.
"윽! "
준의 외마디와 함께 뒤로 넘어가는 두 사람.
'쾅'
목마를 탄 혜란이 준의 중심을흐트리기위해 몸에 힘을 주어 뒤로 넘어간 것이었다.
등짝이바닥에 닿는 소리가 매우 컸다.
막권의힘인가? 그녀는 아파하기보다는 준을 제압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넘어진 준의 왼쪽 손목과 머리를 다리로 옭아맸다.암바가꽂히는순간이이었다. U.F.C선수냐아옹~
아무튼 준이 이렇게 당하다니, 혀를 내두르는라리였다.
"으으윽. "
준이 신음한다. 이런 애송이에게 당하다니... 아픔 보다 쪽팔림이 서려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대로 팔목 하나 날아갈 판인데.
" 내막권을무시하다니... 아재. 내가 도망치면 부장님께 전해줘.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어쩔 수 없었다고. 죄송하다고!제기럴... 이얍! "
그녀가 온몸에 힘을 준다. 준이 빠져나오려 하지만, 허우적거릴 뿐.
그때, '챙' 소리가 들리며 창문에 구멍이 뚫렸다.파공음이사무실을 압도한다.
'쉐에엥!'
'팍!'
혜란의 고개가 들렸다. 두 팔에 힘이 풀리며...
동공이 풀리며 머리가 뚫린 혜란은 창문을 바라본다. 시야가 희미하게 흐려진다.
뚫린 창문.
총알이 구멍을 만들었다. 혜란이 그 구멍을 통해 반대편 옥상을 살피는 것 같았지만, 그건 느낌일 뿐이었다. 죽어가고 있는 그녀였기에...
반대편 옥상의 다해가 바주카포 가늠자에서 눈을 떼고 있다.
상황은 그랬다. 바주카포로 준을 살피고 있던 다해가 혜란을 저격한 것이었다.
딱,다해의십 분 전은 이랬다. 사무실에서 준이 포박한 염탐꾼을 풀어주는 장면을 보고 있었다.
" 엥? 저자를 왜 풀어주는 거지? 아군인가!힝. 연락이라도 주고 행동하시지... "
그 말이 끝나고 1분. 혜란이막권을펼쳤고 준이 그녀에게 당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다해는 보고 있었다.
"엇!뭐지?뭐지? 어떻게 된 거야? "
다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준과 교신을 하려 하지만, 그때 준은암바에걸려 교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다해의손이 빨라졌다. 바주카포의 중간 우측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포문 옆에서 총구가 튀어나왔다. 저격용 총열이 길게 자리 잡았다.
"힝! 이런 총으로 저격하는 거 너무오랜만인뎁... 침착. 침착해야헹. "
대공 조준기가 어느새저격총스코프로변해 있었다. 커다란스코프화면에 준의 손목과 목을 조르는 혜란의 모습이 들어왔다.
다해는 침을 고른다.
원형의 가늠자.
가로 선과 세로 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혜란의 이마를 조준한다.
"젭알! 그대로 움직이지말아주셈... "
숨을 멈춘다.
눈은 깜박이지 않는다.
바람은 긴다해의머리카락을 날린다.
동시에 다해가 방아쇠를 당겼다.
조준경안, 혜란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며 고개가 들렸다.
" 휴~누군진모르겠지만,미얀... "
잔.인.한.뇬. 사람 죽이고 미안하다고 하면끝이냐아옹~ 나처럼아멘이라도외치라아옹~
함정으로 변한라구나.
난다해의시전에 누군가를 치유하고 있다. 생명의 고귀함. 퍽이나. 그런양심이라곤하나도 없다. 하기 싫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다해가 명령어를 시전하는데...냐아옹~
여기서 왜 이러고 있냐고? 저 준과 다해가 업체 과장과 일을 뒷수습하고 이렇게 내가 맡은 임무를 수행하느라 그랬다.제기럴. 난 쉬지도 않고일한다아옹~
라구나는내게 복지를 보장하라! 아무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니미럴. 아무튼,라구나의어둑함이 내 눈에서 나오는 광선으로 인해 빛이 분사되며환해진다.
다해에게저격당한혜란이 이마가 뚫린 채 누워 있고. 그런 혜란의 이마가 내 광선에 의해 차츰차츰 아물고 있다. 용선이 내 능력을 끌어 올려 사용했으면 시간을 단축했겠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내 회복능력을 다시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그래쿨타임이길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모든 치유과정이 끝나고 난 본래대로 돌아왔다. 금빛 안구가 녹색과 파랑으로 변했다. 그리고 졸도한다. 쿨 타임이 긴 것이 짧아질 뿐, 졸도는 그대로인 것 같다. 졸도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으로 고쳐 말하고 싶다.제기럴...
"뭐다요? 이 사람은? 왜살린겨? "
상희가 바닥을 왔다 갔다 하며 누워 있는 혜란을 살핀다.그런 상희에게조곤조곤하게말하는 준.
" 어. 체리 선배가 만나봐야 한다고 해서, 우리 일과 관련이 있나 봐. 뭔가 정보를 캐는 것 같았는데... 사주한 녀석을 알아봐야 할 것도 같고. "
" 이론. 덜미 하나 잡았군... 요.준옵근데 목에 난 상처는뭥미? "
" 어? 이... 이거... 그냥 싸우다가... "
어라~ 준이 말을더듭네, 이상하네, 그냥말하라옹. 누워있는 혜란에게 참패당했다공! 그러고 보면 혜란이란 인물이 대단하다. 저 준이란 사람이 근접 전투에서 쉽게 질 사람이 아닌데, 여자의 몸으로 일격에 때려잡다니.
내가 치유술을 펼칠 때부터 지금까지 춤추고 있던 명치대인이 혜란을빼꼼쳐다본다.
" 어쩌다 곱상하게생겨가지곤... 이런 데 빠져들었데... "
혼잣말인데 다 들린다.
"어매. 이 자식 취향 한 번 고상하네. 이 여자애가 곱상하다고?어딜봐서? "
" 뭐그렇단말이지요. 누님. 뭘 또추궁하실까..."
" 됐고.건남옵상황이나 읊어봐?너한테연락 왔을 거 아녀? "
" 아~ 지금 박물관에서 날아오고 계신뎁죠. 뭔가 알아낸 것 같다고 하는 것 같은데 자세한 건 도착하면 일러 주신대요. "
명치대인의 말에 준이 질문한다.
"성우랑같이 오는 거지? "
"넵! 도착할 때 됐습니다. "
" 체리 선배님 좀만나야겠어. 이 여자 데리고. "
쌔근잠들어 있는 혜란을 지켜보며 준은 말을 이었다.
" 창기 형님. 근데 저 여자가 먹은 것이 대체뭡니까? 술 전문이시니... "
창기가 상희의 자리인 지휘석에서 앉아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딱'
" 아~ 그거. 막걸리인데. 뭔가 약을 탔군. 아무래도 힘 강화하는 물약으로 보여. "
'탁.'
손톱이 자유롭게 날아간다. 그 사이로 상희의 무서운 눈매가 창기로 향해 있다.
"창기옵! 여기서 손톱 깎으면 어떡해!!디러워디러워~언능치워. 어언능! "
"깔끔떨기는... "
손톱 깎는 걸 멈춘 창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우려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잠깐 정지. 뭔가 생각하는 모양이다.
" 그러고 보니... 맞다. 물약을 쓰는 사람이 이 행성에 몇이나 될까? "
"...? "
지금라구나에있는 사람들은 머리에퀘스천마크를 큼지막하게 달고 있다.
" 이 행성에 물약을 이용하는 집단이어디냐고? "
준이 입을 뗀다.
" 제가 알기론, 저 귀한 걸 이용하는 조직은 특수사령부에 있는 전투병. "
용선도 거든다.
" 그러고 보니. 제가 군 복무하던 시절에 복용했던 적이 있군요.제스를잡을 때 꼭 필요한 아이템이죠. 만약 일반인이 저걸 먹으면 면역 체계가 없어서 자신의 힘을 억제하지 못하고 쓰러집니다. 죽을 수도 있고요. "
" 내 말이 그 말이야! 저거 함부로 구할 수 없는 막걸리라고. 구하는 루트가 한정되어 있다는 거야. "
현석이 번뜩이며 말한다.
" 그건 제가 알고 있습니다. 저 물약의 공급처는 정부와직거래 합니다. 행성에서 당연히 유통되질 않습니다. 뒤로빼돌리려다호되게 당한 적이 있거든요. "
무기 컨트롤 석의 현석은 컴퓨터에 뭔가 입력한다.
" 화면 띄울 테니 보십시오. "
화면에는 광활한 빙하가 쭉 뻗어 있다. 그 안에 보이는 공장. 덩그러니 그것만 세워져 있다.
" 여깁니다. 100구역 근처. 군사시설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화면을 지켜보던 창기, 오랜만에 진지하다.
" 그럼 이 물건, 이 막걸리 공장과 연관이 있다는 거겠지? 거기서 일하는 사람 중 이것을 빼돌린 사람이 있다는 거고? "
" 섣부른 생각이기는 합니다만,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는 추론입니다. "
오~ 뭔가 이 진지한 분위기. 안어울린다아옹~ 저런 분위기 이젠 너무 어색해. 상희야뭐라말 좀...미안타. 상희는 별로 궁금한 눈치가 아니다. 그냥 밭 메고 있다고글을쓰고는...
정신차려라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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