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0화 〉 109­지하 (110/179)

〈 110화 〉 109­지하

* * *

36화.지하.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명치대인, 그는건남의행동에 1도 관심 없다. 그냥 쉬고싶은지머리만 긁적거리며멍때렸다. 그와는 상반된건남, 그는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리며차차의집을 수색하고 있다.

"할배. 뭔가 이상한 물건 있으면 바로 알려줘. "

­이녀석아! 내가 무슨 만능 스캐너도 아니고.

그렇게 20여 분 흘러갈 무렵. 주방을 관찰하던건남은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엇! 지하에 공간이 있는데. "

­ 그래. 지하창고 같군. 철제 기구들이 많아. 형태로 봐서는 농기구 같은데... 어디 보자. 다른 것들도 많군. 음. 희귀한 물건이 하나 검색되었군.

"뭔데? "

­ 확실하지 않아매칭률71%

" 무슨 물건 이길래? "

­ 연금술 장비... 이 귀중한 걸 왜... 두고 간 걸까?

"알았어. 내려가볼까나. "

건남은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나 입구는 없었다.

"뭐야? 내려가는 곳이 없는데. "

그렇겠지 그러니 준과 상희가 왔을 때 이곳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물론 행성 경찰관과 정부의 인원들도... 밀실인 이곳의 입구를 찾는 것이건남은시급했다.

" 야! 명치대인 인제 그만 빈둥거리고 나 좀 도와주지않으련. "

윗몸일으키기하듯두 손에 깍지를 낀 명치대인이 허리를 굽히며 일어났다.

" 뭘 도와드려야합죠? "

" 이곳에 밀실로 된 지하가 있어 그곳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야 해. "

" 지하실이 있다는 거예요? 저번에 왔을 땐 없었는데... "

" 아무튼, 어서 찾아봐. 안은 내가 뒤져 볼 테니. 너는 외부에 있는지 확인해 봐! 어서. "

" 알겠습니다. 형. "

명치대인은건남의말에 즉시 현관문을 나간다. 빠르다. 이렇게 말 잘 듣는 인간은 세상에 어디에도 없을 듯.든실한넘. 둘은 하염없이 지하로 가는 입구를 찾아헤매었다.

초침 소리가 '짹각짹각' 무수히 흐르고 있지만,공허하리만큼쉽지 않은 지하 입구 찾기...

그렇게 시간은 염치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한참을 뒤진다. 한참을 둘러본다. 두 남자의 눈과 귀와 코의 감각을 곤두세운다. 짐승처럼. 그러나 없다. 지하로 향하는 길이 없다. 대체 저 지하실은 뭔가?건남은뭔가 떠오른 듯 엄지와 중지를 튕겼다. '똑딱' 소리가 주방에 퍼진다.

" 그래. 이 차차라는 술사... 능력이 공간이동! 입구가 없다는 건가? "

그랬다.건남의생각이 옳았다.차차는지하실을 걸어 내려가지 않았다. 공간을 이동했던 것이었다.

" 만약 입구가 없다면... "

읊조린건남이크게 소리쳤다.

" 명. 치. 대. 인! 들어와! "

주방 창가에서 서성이며 입구를 찾던명치대인이었다. 그가 굽었던 허리를 펴며 창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 저 찾았습니까? 형님! "

" 그래. 어여 들어와. "

"그럽죠. "

'턱턱턱턱.탕탕탕. 저벅저벅. '

요란하게 주방에 들어선 명치대인이건남의옆에 섰다.

" 형. 찾으셨나요? "

" 아니... 대신 들어갈 방법을알았어! "

명치대인을 음흉하게 쳐다보는건남이었다. 당황한 명치대인이 뒷걸음질 쳤다.

" 헉! 형 그 야릇한 눈빛은뭐라요? "

건남은자신의 왼팔에 무언가 씌우는 시늉을 해 보였다. 눈빛은 '알겠지?' 하는 것 같다. 난 눈치챘지만, 저 명치대인은 과연 알까?

" 형. 말을 해요. 말을! "

역시모르는군.무쇠주먹장착하라는 소리아니냐아옹~ 그 주먹으로 땅 파라는 거아니냐아옹~ 구멍을 뚫던지말이다아옹~

" 명치대인아... 여기 밑바닥 좀 뚫어라. "

건남은명치대인의 어깨를 토닥인다.

" 진즉 그렇게 말하시지... "

역시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왼손에무쇠주먹을장착하는 그였다.

" 스캔해 본 결과 대략 1m 정도의 두께야. 강화 합판으로 마감한 것 같아. 뚫을 수 있지? "

" 아따. 형님아. 강화 합판인지, 강화도 합판인지 난 그런 거 모르겠고. 그냥 뚫으면 되는 거아닌겨? "

끄덕이는건남.

"비키슈... "

무쇠주먹을장착한 명치대인이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감싸 쥔다. 그리고 내려찍었다.

격파.

' 우직. '

기왓장 격파하는 모습으로무릎꿇은명치대인. 청록색 머리가 흔들린다. 땅이 갈라진다. 그리고 바닥의 균열이 점점 커졌다. '콰지지직! ' 지하의 천장이 갈라지며 뚫렸다. 주방의 바닥이파도치듯들썩였다.

구멍 난 바닥.건남과명치대인은 어두운 지하실을 허리 숙여 내려보았다.

" 음. 내려가볼까."

" 형. 어둑한 게 괜스레 무섭네요. "

무섭단다.제스머리도 요절내는 녀석이... 아무튼 둘은 지하로 내려갔다. 언제 가져왔는지 손전등이건남의손에들려있다. 이곳저곳을 비추는 그가 형광등의 스위치를 찾아 올렸다. 스타트 초크가 점멸거리고멈춘다. 환하게 지하실이 변했다. 아직도 이런 형광등을 쓰는 곳이 있다니...

명치대인은 신기한가 보다. 두리번거린다.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건, 호미,삽자루, 곡괭이, 빗자루 등등 온갖 농기가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중간에 놓인 사람만 한 원통.

원통은 낡았다. 군데군데 녹슨 자국이 보였다. 뭐 하는 물건인고? 내 궁금증을 풀기 위해건남은프로그램 명택을 실행시켰다. 자상한 넘. 관자놀이를 꾹 누른다. 역시 로딩이 긴 프로그램명택이였다.

­ 오늘 나 많이 찾네?

"할배가말한 기구 눈앞에있잖아.뭔지말해줘야지? "

­ 오~ 지하실 뚫고 들어왔나보군.

빙고.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똑똑하다.

­ 가만 보자.

똑똑하지만 느리다.

­ 기원전 물건이군. 그리고. 근래에도난당했어. 여기에있었구먼,차차가대단한데.마들가리정부 비밀유산 20호... 공간 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계일 거라 추정만 했군. 그걸 알고 있는차차가이것을 훔친 건가?

" 아닐 거야... 이걸 훔칠 당시에는 그녀에게는 능력이없었어? "

­ 아직 밝혀진 정보가그뿐이군. 사용 방법도 정부는 모르나 본데. 하기야 유능한 연금술사가 이젠 몇 남지 않았지.

" 형? 근데 형은누구랑그렇게 통화하는 거예요? 혼잣말 같진 않고? "

명치대인이 혼자 중얼거리는 건남에게 그동안의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 있어 그런 게. "

" 뭐가 있다는 거예요? 짜증 나게... "

그랬다. 프로그램 명택과 대화하는 것은 주변의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건남은틱증후군을 심하게 앓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 그럼 이 기구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포르쉐... "

" 에이~ 아니죠. 그가 죽고 나서차차가능력을 얻었으니말입죠. "

웬일이냐? 명치대인... 사고하고 있다.

" 그럼누굴까? OEN?팔콘?자르? "

­건남아... 그들은 아닐거란다. 이 고대 기구를 움직일 수 있는 건 연금술사. 그것도 최고급 술사일 거야. 상위 0.0001%에 있는.건남이씨익웃었다.

" 그럼 찾아 주시죠?할배! "

" 당최 이 형은누구랑말하는 거야.어후~ "

­ 대략 20년 전. ­

레인코트를 입은 체리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쫓는자.

그녀는 자신을 농락한OEN을쫓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고속 비행터미널. 체리를 엄호하며 따라오는 요원은 둘이었다.롱코트와중절모를 쓴 요원 둘은 멀리서 그녀, 체리를 따랐다.

" 드디어 찾았군. "

기둥에 몸을 숨긴 체리가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OEN을주시했다.OEN은미행당하고 있었던 것을 모르는 눈치다. 함께 오른 신사와 대화를 주고받았다.

체리가 두 요원과 교신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 뒤에서 엄호해. 위험해 보이면 그냥 사살해도 좋으니. "

­ 알았다.

이미 위층에 올라와 있는 요원은 총구를OEN에게향했다. 순간, 체리가 지체 없이 뛰쳐나갔다. 에스컬레이터로 향하는 그녀는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빠르게 뛰는 그녀가 권총으로OEN을겨냥하며 소리쳤다.

" OEN 거기 서! "

그 소리에OEN이체리를 바라봤다. 도망치려는 걸까? 대화하던 상대에게 무언가 말하고 발을 움직였다.

성큼성큼.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오르는 OEN. 위층에 오르자 체리가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뛰었다. 한참 레인코트를 휘날리며 뛰던 체리를 에스컬레이터 중간에 있던 신사가막아섰다.

젊었다. 콧수염이 길게 자리 잡았지만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 비켜! 죽기 싫으면! "

앙칼진 체리의 목소리가 비행터미널에 울렸다. 그러나 이 신사는 입꼬리만 올릴 뿐이었다. 비키겠다는 의지는 손끝만큼도 없어 보였다.

한시가 급한 체리의 눈에서 점점 멀어지는OEN의뒷모습. 에스컬레이터가 무심하게 체리와 신사를 위층에 세웠다.

" 당신 업무 집행방해죄로체포하겠어! 어서 비키라고. "

"그러시던지요. "

두 주먹을 모으며 남자는 손을 내밀었다.뭐지? 이 양반은 그냥 잡히겠다는 건가? 지금 체리는OEN이중요한데... 시간을 벌겠다는 건가? 헤죽거리며웃고만있는 젊은 신사. 급한 체리가 지시한다.

" 안 되겠군 생포하려 했는데. 쏴! "

그녀의 지시에 따라OEN을조준하던 요원은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 탕! '

OEN의대퇴부로 향하는 총알.

그 찰나의 시간, 젊은 신사가 쥐었던 주먹을 풀며 총알이 날아간 동선에 팔을 뻗었다. 그리고 공간에 팔을 그었다. 비웃던 입꼬리가 제대로 돌아온다. 눈매가 매섭게 변한 그의 손끝에서 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OEN의대퇴부로 향하던 총알이 느려졌다. 눈에 보일 정도의 느림이었다. 뛰고 있는 OEN 보다 총알이 더느렸다. 그렇게 정신이팔려있는틈을 노려 체리는 젊은 신사를 제압하려 했다.

"뭐지? 이 녀석은!이얍. "

체리는 신사의 목을 오른팔로 휘감았다. 오른발로 그의 장딴지를 걸었다. 앞으로 힘을 주려는 순간, 어느덧 신사는 몸을 돌리며 체리의 허리춤을 잡았다. 체리의 힘을 역이용하여 그녀를 흘려냈다. 튕겨 나간 체리가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으며 자세를 다듬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사는 또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 포기하시지요.훗.OEN을처음 만나는 날인데, 너무 야박하시군.흐흐흐. "

이 남자가챈코였다. 체리가 요원들에게 고함치며 교신한다.

" 지금 이 자! 이 사람OEN과한패야... 도와줘! "

체리의 구원 요청에 뒤에 있던 요원 한 명이 뛰쳐나왔다. 달려오는 요원. 100m 남짓의 거리를 10초에 끊을 각이다. 육상선수인가?첸코를향하며 달리는 요원은 소총으로 그를 겨냥하며 뛰어오고 있었다.

' 탕! '

검은 정장이 꼭 날개같이 휘날린다. 총성과 함께챈코에게날아간 총알,챈코가팔을휘저으자총알은 느려졌다. 누구라도 잡을 수 있는 느림이었다.

그 틈에 체리는OEN을뒤쫓기 시작했다. 이미 눈앞에 보이지 않는OEN이었다.

" 이 자식 어디로 사라진 거야? "

소총을 들고 위층에 자리 잡았던 요원이 교신했다.

­ 보이는 곳 정면에서 1번 플랫폼으로 도주. 플랫폼 끝에 비상문으로 들어갔음. 이상. 나도 움직이겠다. 이상.

체리가 요원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검붉은 레인코트가 펄럭거린다. 갈색롱부츠의굽이 고요한 터미널에 공명하게 울렸다.

'탁탁탁탁... '

그녀와 함께 뛰기 시작한 요원의 구두 굽 소리가 함께 들렸다. 체리의 뒤로챈코와요원의 격투가 희미하게 자리 잡았다. 얼핏 보아도챈코가두드려 패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체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자신을 농락한OEN을잡아야 했다.제스와도연관이 있었던 그를 꼭 자신의 손으로 잡고 싶었다. 체리가 먼저 비상문에 도착했다. 뒤이어 소총을 든 요원도 문 앞에 서 있다. 요원은 가늠자를 눈에서 떼지 않으며 비상문을 겨냥했다. 체리는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 철컥. '

문을 밀었다.

난사.

문이 열리자 요원이 난사했다.

' 드르륵. 드르륵. '

그러나 이미 도주한OEN은없었다. 벌써 도망쳤겠지? 그때. 요원의 뒤에서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이봐들. 이런 거로 날 잡으려했어... "

OEN이었다. 비상문으로 들어갔던 그가 어떻게?

답은 간단했다. 체리와 요원이 뒤 따라오길 기다렸던OEN은층과 층사이에 있는 창문으로 뛰어내린 것이었다.쫓는자는이것을 방관했다.

아무튼, 귀신에게 홀린 기분이었던 요원이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OEN의주먹을 맞이했다. 요원의 뺨이 요동쳤다.

' 퍽. '

요원의 고개가 돌아가자 연이어로우킥을선사하는OEN이었다. 요원의 종아리가 휘청거렸다.

" 잘 가라. 정보부 나부랭이. "

힘껏돌려찬OEN의발등에 요원의 턱이 적중되었다.

'콰직! '

그대로 기절한 요원, 그가 쓰러지자 체리가OEN에게달려든다. 순간, 그녀에게 발포된 가스.OEN의오른손에 가스총이 들려 있었다.

" 읍. 이것은...? "

체리가 코와 입을 손으로 막았으나, 연기를 막을 순 없었다. 기절용 가스총에 조금씩 눈이 풀려 갔다.

" 내 여인이여 조금만 참아. 곧 내 아이를 잉태할 테니... "

" 무슨... 개... 소리... 야... "

아무리 소리치려 해도 입은 오물거릴 뿐이었다. 비웃는OEN의얼굴이 점차 흐려졌다.

' 털썩. '

힘없이 주저앉은 체리를OEN은흐뭇하게 웃으며 지켜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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