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1화 〉 110­수정 (111/179)

〈 111화 〉 110­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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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수정.

기절하고 눈을 뜨기 시작한 체리,어딘가에묶여 있었다. 희미한 세상이 점차 뚜렷하게 변했다.

" 여... 여긴? "

그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위해 목을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못했다. 의료용 침대에 묶여 있는 그녀였다. 가죽으로 만들어진결계가그녀의 목과 손목과 발목을 거세게 조이고 있었다. 천장만 바라보는 체리의 눈엔 환한 의료용 전등만 밝게 들어왔다.

이곳은OEN의연구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연구하는 그였기에 갖가지 실험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비록 지금의 체리가 볼 순 없지만... 그 안에OEN과챈코가문을 열고 들어왔다.

'위잉~ '

자동문 소리가 들리고.

" 깨어났군. "

OEN의묵직한 음성이 들렸다.

" 지금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

" 꼭알아야겠나? 조금 수치심을 가질 수도 있을 텐데... "

당최 왜? 체리를 괴롭히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

묶여 있는 그녀가 안간힘을 쓰며 온몸에 힘을 넣어 보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정 궁금하다면... 지금 며칠을 누워 있었는지 아는가? "

"....."

" 당신이 우리에게 잡히고 며칠을 잠들었을 것같냐고? "

" 별로 궁금하지 않아. 날 이용하려면 그냥 죽이시지.네게줄 힘이 아까워. "

"훗.체리양. 그렇게 까칠하게 굴지 마. 이미 내가 선수 쳤거든. 네가 잠들어 있을 때 말이지... 네가 잠든 1주일. 때마침 임신 가능한배란일이었더군. 타이밍이좋았어. "

" 내... 내게 무슨 짓을... "

OEN은허리를 숙이고 체리의 귀에 입을 가져가며 속삭였다. 체리의 피부가싸늘해졌다. 한기에 가까운 그의 음성이 뱀의 혀처럼낼름거리는 것 같았다.

" 너의 아름다운 몸이 아주 매끈하더군. 아쉬웠지. 아쉬워.흐흐흐. 의식이 깨어난 상태에서 우리의 몸이 섞였으면. 너의 아름다운 자태를 더 흠뻑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후훗. "

" 이 개새끼야! 입 닥치지 못해! "

침대가 그녀의 몸부림에 흔들렸다.

" 워. 워! 진정하라고. 그래도 다치지 않게, 흉터 나지 않게스무스하게치렀으니. "

체리가 악에 받쳤다. 가죽의결계를뜯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구역질 나는OEN의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 OEN. 장난기가다분하시군요. "

챈코가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 내가 좀 심했나? "

챈코가체리를 내려보았다.

" 아가씨 걱정하지 마시지요. 체외 수정으로 임신시켰으니. "

" 허... 장난도 못 치겠군."

" 장난! 지금 니들이 내게 장난을 쳐!! "

악에 받친 체리였다.

" 진정하라고. 기억 술사 아가씨. "

챈코가덤덤하게달래듯말했다.

" 그래.체리양. 순순히 네 능력을 우리에게 양도해 주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지. "

OEN은흥분한 체리를 한 번 훑고는 말을 이었다.

" 너의 능력이필요했어. 내게 필요하거든. 기억을 움직이는 힘. 네가 돕질 않을 테니. 너의 힘을 가진 아이라도 필요하지 않겠나? 내 곁에서 영원히 봉사할... "

체리의 눈이 커졌다. 젊었을 적 그녀의 매력적인 눈은 아름답기보다 경멸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 뭐? 미친... 내가 순순히 아이를 낳을 거로 생각하는 거야? "

" 그런 건 걱정하지 마. 이미 수정체를 당신의 자궁에서 도출했으니... 내가 만들어 낸 인큐베이터에서 성장하고 있으니까.훗. "

체리는 멍했다. 자신의 능력을 갖춘 아이가 이렇게 태어날 줄은 꿈에도 그리지 못했다. 그것도 악용할 목적으로. 원하지 않은 임신. 비록 자신의 자궁에서 자라지 않았지만,OEN이이용한다면... 찾아야 했다. 그리고 생명의 근원을 막아야 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생사조차도 확실치 않다. 위험한 생각도 순간적으로 가졌다. '그냥 이대로 죽어 버릴까?' 혀를 깨물고 싶은 충동이 아른거렸다.

­ 정보부 체리의 사무실 ­

체리의 추억을 깨는 건 안내실에 있는 초병이었다.

' 삑~ '

­ 부장님. 손님이 왔습니다. 성우라 전해달랍니다.

" 도착했군.올려보내. "

­ 네! 알겠습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체리의 사무실 문이 열렸다. 성우와 준 그리고 수갑이 채워진 혜란이 뒤따랐다. 그녀는 세 명 모두를 반갑게 맞이했다. 앗!라리가준의 재킷 주머니에서 얼굴만 내밀고 있다. 체리는 네 마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닌가? 4명이라 그래야하냐아옹~ 내헷갈린데이~이야옹~

" 어서들 와. "

자신의 책상에서 내려와 사무실 소파에 자연스레 앉았다.라구나식솔인 성우와 준도. 그런데 혜란만 인상을 찌푸리며 마냥 서 있다.

" 앉아! 뭐해? "

뾰로통한 표정의 혜란은 서성인다.

" 오랜만에 만나는데 그렇게 어물쩍 서 있을 거야. "

" 아닙니다. 부장님... 이 사람들 맘에 안 들어서 옆에 앉기 싫은 것뿐입니다.쳇. 그리고 이 수갑 좀 풀고 이야기하죠. "

혜란이 묶여 있는 손목을 보여준다.

" 이렇게까지 할 필요있었니? "

체리가 혜란의 손목에서 성우의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 선배. 자꾸 도망치려 하니 저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

"고뤠~ 이젠됐어. 풀어줘. "

시선을 다시 혜란에게 옮기며.

" 네 옆에앉으렴. "

그제야 새침한 그녀가 말을 들었다. 성큼성큼 걸어와 체리의 옆에 앉은 혜란은 성우에게 수갑 풀 것을 재촉했다. 성우는 자연스레 수갑을 푼다.

" 휴~ 이제야 살 것 같네. "

너털하게미소를 날리는 혜란, 성우와 준은 뭔가 못마땅했다.

" 너희가 오는 도중 라리에게서 대충 이야기는들었어. 막걸리 조심하라고 하는 걸 깜빡했네. "

" 선배님 저 혜란이란 여자와는 무슨 관계입니까? "

"으음. 옛날 내 동료. 뒷조사해보니 이젠 정보를 파는 일을 하더군.그치? "

체리가 살짝 혜란을 쳐다보곤 말을 이었다.

" 그래. 그럼 이 정보를 누구에게 팔려고 했던 거야? "

" 부장님... 그건... "

자신감 철철 넘치던 혜란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 혜란아. 옛정을 생각해서, 널 감싸주는 날 위해서 말해 주지않으련? "

" 하~ "

혜란의 한숨이 바닥을 파고 들어갈 기세다.

"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

조용히혼잣말하는혜란은 어깨가 풀썩 주저앉았다.

"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죠. 다 불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지만, 부장님 위험에 빠트리기는 싫었거든요. "

체리와 각별했나 보다.라구나식구들이 죽든 말든 나도 상관없으니 빨리말하라옹~ 이제 자유를 찾는건가옹?

"끄끄끄끅... "

아무리 들어도 요상한 웃음소리다. 혜란의 웃음소리는.

" 부장님. 지금 제가 말하는 거 녹음하지 말아 주세요.끄끄끄끅... "

갑자기 얘가미친나? 계속웃고만있노.

"고뤠~ 들켰네. 민망하네. 어떻게 알았지... 호호호. "

체리는 천장어딘가에손짓한다. 녹음이든녹취든취소하라는 제스처였다.

" 자. 이제 됐지? 말해보렴. "

" 이 이야기는 깁니다.마들가리행성의 과거부터 꺼내야 될 겁니다. "

그렇게 혜란이 말하기 시작했다.끄끄끅거리며...

마들가리행성은 기원전의 시간이 더 길었다. 기원후 233년이 지금의 시점이었다. 역사는 기원전 5663년부터기록되었으니, 상당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마들가리행성의기원후 배경은 윤과 관련이 되어 생겨났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약 200년 전. 윤을 영원한 삶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세계의 지도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기점을 기준으로 기원전, 후가 갈렸다.

아무튼 그 첫 임무를 시작한, 행성의 수상 '감마'.

감마는 세계를 통합한 첫 수상이었다. 구역과 구역의 전쟁은 사라지고 행성군과제스의싸움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했다. 엄청난 변혁이었다.

각 나라가 구역으로 융합되었다는 것은.

그 융합된마들가리행성은 '윤과제스'와의전쟁을 선포한다. 기원전에도제스와전쟁을 벌이긴 했지만, 감마가 이끄는 전쟁은 달랐다.

기원전이제스의침략을 막아 생존하는 것이라면, 기원후는제스를침략해 생존하는 것.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공격당해 죽든, 공격하다 죽든. 어차피제스와의싸움은 행성인, 행성군의 희생이 필요로 했다.

결국 감마가 죽고 2대 수상이 등장했다. '얌마'.

2대 수상은얌마였다. 감마의 둘째 아들. 세습으로 얻은 자리였다. 그가 수상의 자리에 오르자. 감마가 만들어 낸 통치력은 산산이 조각났다. 정치에 1도 관심 없는얌마의시대.

행성의 지도부는 감마의 업적을 말끔하게 뒤집었다. 절대 군주제에서 입헌 군주제로 변했다 해야 하나? 수상은 구역의 구역장들에 의해 견제를 받기 시작했다. 수상을 견제하는 온갖 법들이 만들어지는 시기였다. 웃긴 건,얌마도싫지 않았다. '정치는 니들이 해라 난쉬련다.'이건가? 그렇게얌마는즐기는 수상으로 70년 동안 수상의 자리에 올랐다.

3대 수상 '임마'.

순둥이수상이었다.얌마의큰 손자였던 그가 수상이 되었을 때에는 이미 수상이란 타이틀은 그냥 인기 좋은 연예인 정도로 인식이 되었다.

그순둥이임마. 이때 일이 벌어졌다. 임마 재위 30년.마들가리력157년. 윤의 대학살이 시작되었다. 원자 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원폭. 그건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의 사건이었다.

현재 23구역이 그 역사의 중심부였다. 몇인지 모를제스의난입. 지상의 모든 이가 살아남지 못했다. 4천만의 인구가 2천만으로 변해 버린 구역. 아직도 침투한제스가몇 마리인지 집계되지 않았다. 대략제스1마리당 20명의 죽음을수치화시켰다. 그러니 대충 백만 마리의제스가난입했다.

이뿐인가? 또 다른 구역.

1구역에서부터 23구역으로 종단하는제스무리가 있었다. 내려오는제스의수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윤이 조종한제스들이23구역으로 모여들었던 것이었다.

백만의제스가1개월 만에 20배로 늘었다. 그 짐승들이 훑고 지나간 자리는 미처 도망치지 못한, 끝까지 싸우겠다는 행성인의 시체로 넘쳐흘렀다.

'윤의 대학살 ' 또는 '제스의피물결'이라불렸다.

이 짐승들을 움직였던 윤.

그녀가 23구역으로 2천 마리의제스를불렀던 이유는시오의환생 때문이었다. 종단한제스까지합세했을 땐 천만 마리의제스가23구역에 모이게 되었다.

한 사람의 생명을 부활하기 위해 그 많은제스가필요했다.

23구역 '엔젤의 탑' 그 꼭대기에 윤이 두 팔을 벌려 하늘에 고함쳤다. 행성인을 죽이고 모여든제스들이그 탑 주변에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보이지도 않는 끝.

비가 온다.

낙뢰가 계속해서 내리친다.

빌딩과 빌딩 속에제스들이즐비하다.

그제스들이윤을 우러러 보고 있다.

곧 자신들이 죽는다는 것도 모른 채.

큰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요란하게 고막을 뒤흔든다.

순간 암흑.

제스의눈과 코와 입과 귀에서 붉은 피가,정전된 도시에 솟아오른다. 한 마리, 두 마리, 셋. 넷. 다섯...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피 뿜는제스들.

2천만 마리의 눈, 코, 입, 귀에서 피가 뚫고 나와 솟구친다. 윤이 있는 '엔젤의탑'으로...

유유히 그녀, 윤의 몸속으로 들어가는제스의피.

피의 홍수였다. 피의 장막이었다. 피의 향연이었다.

그 많은 양의 피를 다 흡수한 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략 2천만 마리의 피를 흡수하는 것은. 그 의식이 끝나고 23구역은 행성인의 시체와제스의시체로 뒤덮였다.

" 이봐.혜란양. 지금마들가리역사를 듣자고 하는 게아니잖아. "

준이 혜란의 이야기를 잘랐다.

"끄끄끄끅... 아재. 잘 들어봐요. 왜 과거사 이야기를 하는지. "

" 준.릴렉스. 혜란의 이야기 더들어보자규~ "

체리가 준에게 윙크한다. 옛사랑이라그런가? 아니겠지? 어쩔 줄 몰라 하는 준이었다.

"큽큽. 알겠습니다. 선배님. "

혜란은 이야깃주머니를 또 꺼내기 시작했다. 혹부리 미녀 혜란이었다.

문제는 그 사건 이후로 수상은 세습이 아닌 투표로 결정되었다. 이 사건을 빌미로 행성의 지도자들은 권력욕에 사로잡혔다.

충분했다. 행성인의제스로부터의안전. 윤의공포로부터의해방. 두 가지의 이유를 충족시키는 지도자가 수상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직접선거를 통해 구역장을 선출하고, 간접선거를 통해 수상을 뽑았다. 그렇게 선출된 수상이 '라시노랭' 이었다. 딱 체리가 태어났던 그 시기였다. 아무튼, 정권과 체제가 바뀌며 행성은 혼란스러웠다.

그 틈을 노린 권력자들의 부패도 뒤따랐다. 그 중의 가장 으뜸인 자가 있었다.

'폴턴'.

간접 투표로 진행되기에 수상이 되기 위한 구역장들의 포섭은 매우 중요한 정치적 역량이었다.라시노랭이큰 대역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역임이 가능했다. 하지만 늘 반대 세력은 존재하는 법.

그를 시기하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그가 지금의 수상인 '폴턴' 이었다.폴턴은21구역의 구역장으로 활동할 시기에 자신의 세력을 키웠다. 30년을 집권한라시노랭을끌어내리기 위해 그가 한 노력. 구역장들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여자를 좋아하면 여자를 선물했고, 구역장이 남자를 좋아하면 남자를 선물하는 아주 원초적인 방법이었다. 물욕이 있는 구역장에겐 뇌물을, 골프를 좋아하면 골프채를 1번 우드서부터 9번 아이언, 퍼터까지 사주는 건 기본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라~

이런 일은 귀여운 전략이었다. 이렇게 귀엽게 다가간 전략이 먹히지 않으면 무력은물론이오, 이간질이란결계로구역장들을 갈아치우는 만행도 서슴없이 저질렀다.

그놈의수상이란 직위가 뭐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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