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2화 〉 111­반군 (112/179)

〈 112화 〉 111­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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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반군.

" 호호호. 지금의 수상폴턴이그렇게 악랄한 인물이라고. "

체리가 의문을 달았다.

" 그렇습니다. 온갖 야비한 음모로 자신의 힘을 구축했습니다.폴턴은... 이 수상이라는 작자는 사실 민생의 안전이란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그런 사람입니다.끄끄끄끅... "

성우는 도리질한다.

"혜란양? 지금 행성의 수장을 들먹이는 이유가뭐야? 법으로도 정해져 있는 '수상모욕죄'는사상범으로 징역을 산다는 거 모르나? "

진중한 성우의 목소리였다.

"끄끄끅... 아재. 그 양반은 썩은 인간이야! 자신의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

" 갑자기 수상 까는이야를하다니? 그래서 이번 일과폴턴과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

중저음의준이 물었다.

"그쵸아재. "

체리의 눈이 커진다.

" 뭐... 뭐라고! 그런 사실을 우린 왜 모르고 있던 거지? 이 사회의 역사는 다 거짓이란 이야기... "

" 부장님. 지금의 수상이 그런 사람이란 걸 행성인들이 알았으면 과연 그가 그 자리에 올랐겠습니까? "

" 허허.혜란양... 이런 음모론은 어디서 들은 거야. 내 생각으로는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

성우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이 배운 역사는 혜란이 말한 것과 다소,아니.매우 차이가 났다. 지금의폴턴은윤의 대학살이 있고 난 뒤, 그 중심에 서서 '제스말살정책'을시행한 수상이었다. 그로 인해 민심은 그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현재 233년에 와서는제스의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처리했기 때문이었다.

수상은 행성의 영웅이었다. 그러니, 혜란의 이야기를 믿을 수가 있나? 체리, 성우, 준은 믿을 수 없었다. 뭔가 사이비 종교에서나 나올 법한 혜란의 말을...

"끄끄끄끅... 내 이래서 공부 잘한 사람들이 싫다니까.끄끄끄끅... "

" 혜란아! 이건 공부가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

" 부장님. 제가 현재 정보부 부장님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수상을 까겠습니까? 입 잘못 벙긋하면 코앞에서 수갑 채워 갈 판에 말이죠. "

혜란은 등을 등받이에 붙이며 쳐졌던 어깨에 힘을 주었다.

" 그럼 너의 이야기가 사실이라 하자. 그렇다면 지금 네가 정보를 팔아 넘기는 사람과폴턴이관계가 있다는 거야? "

" 네. 부장님... "

" 오~ 마이 갓! "

체리가 놀라고,

성우가 도리질하고,

준이 천장만 바라본다.

" 증거자료는? "

혜란은 담담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 없습니다. 부장님. "

" 증거나 자료도 없이 그 말을 우리 보러 믿어 달라고? "

" 부장님. 전 믿어 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부장님이 이야기하라고 해서 소신껏 제가 빼돌린 정보에 사실만 말했을 뿐입니다. "

성우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 그럼 자세하게누군지말해 보게.혜란양. "

"끄끄끄끅... 전 사실만 말하겠습니다. 어떤 것이 진실이 되든 저와는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저 뭐가 정의인지 뭐가 부패인지는 아재들이 판단하시길.끄끄끄끅... "

혜란이 정보부를 나간 것은 정말 우연한 일 때문이었다. 체리를 찾아온 무리라 해야 할 것이다. 비밀리에 결사하고 있는 집단.

폴턴의반대 세력.

어둠의 존재는아녔다. 그렇다고 빛의 존재도아녔다. 반 세력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했던 체리라는 인재. 그녀를 찾아온 반정부 집단과 만남이었다.

그들은 체리를 포섭하기 위해 우선 주변의 인물들을 만났다. 그 중 한 명이 혜란이었다. 처음 혜란이 그들의 누군가를 만난 건, 그들의 정체를 숨기고 만났기에 알 수 없었다. 그냥 자신에게 관심 있는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어느 날 그 사람과의 데이트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려는 그 순간, 그녀는 선글라스를 두고 왔다는 걸 인지했다. 헤어진 데이트 남과 마지막으로 마셨던카라멜마끼야또가있는 커피숍으로 발길을 돌렸다.

근데. 그자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데이트 남은 어딘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에 집중하던 남자는 혜란이 다가오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혜란이 그를 놀라게 하기 위해 군사작전에서나 할, 법한 정찰 자세로 다가갔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데이트. 남의 뒤에선 혜란은 그의 통화내용을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다. 체리를 포섭하려는 일당. 그리고 그녀를 포섭하기 위해 주변인, 혜란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남자의 호의가 그런 것이었던가?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왔다면 혜란의 일생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그대로 그곳에서 나와 체리에게 보고했다면... 그러나 현실은? 혜란은 통화 중인 그에게 말했다.

" 당신들 정체가뭐야? "

통화를 끊은 남자.

그 남자는 이제 여인을 위해 매너를 베푸는 신사가 아니었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싫은 일급비밀 요원으로 둔갑했다.

제압.

혜란은 그렇게 제압당했다. 신경제가 들어 있는 마취총에 의해서, 카페에 쓰러졌다. 그렇게 잠들고 혜란이 눈을 뜬 곳은 정보부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100구역의 수비대지하벙커였다. 온몸이 쑤신 혜란이 눈을 뜨자 그 앞에는 군복을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

" 여... 여긴? "

"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 "

" 무... 무슨... "

" 우리에 대해서 말이지... "

" 우선 풀고 이야기하지. "

"훗. 우린 그러고 싶지 않은데. "

'퍽'

급소를 맞은 혜란은 그대로 기절했다. 아무튼, 아는것이라고는체리를 포섭하기 위해 다가온 정체 모를 집단이 존재한다. 그 정도였던 혜란은 100구역에서 2달 동안 감금되었다. 엄연한 납치였다.

" 뭐? 혜란 너가 납치를당했었다고? 말없이 사라졌던 너가... 우린 전혀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데. "

" 여부가 있겠습니까... "

" 그래서,그다음엔. "

" 우여곡절 끝에 탈출했습니다. 거기서의 기억은 하기도 싫네요. "

혜란은 눈이 촉촉이 젖었다. 마치 자신이 살아있음에 행복한 그런눈빛이랄까. 이슬 같은 그녀의 눈.

" 거기 있는 동안 들었던, 절 고문하던 이들의 대화 속에 이 행성에 뭔가 일이 벌어지겠구나 했습니다.라시노랭의끄나풀이 득실거리는 곳. 100구역이라는 것도 거기에 모인다는것도요. 명확한 건.라시노랭의극우파 중 '헤럴드' 장군이 있다는 것입니다. "

준이 기억을 더듬는 것 같다.

" 헤럴드 장군... 100구역의제스를몰살시킨 그 장군인가... "

" 아재.별걸다 알고 있군.폴턴반군 세력의 앞잡이 정도라 생각하셔도됩죠. "

" 혜란아! 그럼, 그러한 일이 있고 나서 왜 날 다시 찾지않았니? 정보부로 왜 다시 찾아오지 않았냐고... "

" 그건 이미 그때 당시 체리부장님의 상관이던 국장님이 반군 세력에 가담했기 때문입니다. "

" 뭐? "

" 부장님. 이 행성이 왜... 평화로운지 아십니까? 아니지 왜 평화롭게 위장되었는지 아십니까?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악마를 보호하고 그를 따르는 자들이 외신과 언론에 어떻게 그려지는 알고 계십니까? 좋은 면은 드러내고 자신들의 불찰과 어긋난 행동은 잘라 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편집하는 그러한 존재가 지금 행성의 수상과 그 전 수상의 모습입니다. "

" 그렇다면 체리양은 왜 그들을 돕는 건가? 그러한 행동들이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

준의 쏘는 듯한 눈빛.

성우와 준, 체리는 의문점이 한 둘이 아닌 것 같았다.

" 돕는다... 아재. 난 돕는 게 아니야. 살기 위해 일하는 거라고. 내게 정의감이란 단어가 어울린다고 생각해? "

혜란은윗주머니의포켓용 술병을 꺼내 들었다. 막걸리라 쓰여 있는 글귀가 성우와 준의 눈에 파고들었다.

" 이곳을 떠나고 내 이름과 내 이력은 이미누군가에의해 지워졌고, 탈출 후에 그 추위를 뚫고 세상에 나와 보니, 난 다른 사람이 되어 있더군. 왜 그들이 날 탈출 후에 잡지 않았는지 이해가되었다고나할까? "

혜란의 말에 조용한 체리의 사무실.

" 이미 난 도망칠 수 없는 길로 들어섰던 거야. 나란 존재는 지워졌으니까? 이 행성에서... 새 삶을 찾아야했어. 그리고 부장님. "

포켓용 술병에서 체리에게 시선을 돌린 혜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끄끄끄끅... 이 막걸리 덕에 제가 살아남은 거 아시죠. 체리 부장님이 선물한 이 약물 때문에 말이죠. "

" 휴~ 이거 너무 복잡한데... 혜란아. 그 약물 구입하려면 쉽지 않았을 텐데. "

" 정보를팔아넘겼죠. 그렇게 살았죠. 이번 사건은 체리 부장님 힘으로 넘기 힘든 권력이 숨어 있습니다. 절풀어주시고, 발 빼세요. "

" 허~ 참!이거이거건남이보다 더한 정보력의 귀재가 이런 곳에 있다니. "

어이가 없는 건가 성우가 계속 한숨을 쉬었다.

" 아시죠.OEN과팔콘, 그리고 재필.끄끄끄끅... 이 거대 범죄자들이 왜 잡히지 않고 이 행성에 돌아다니는지 아십니까? 물론 재필은 잡혔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검거 당하지 않았던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그들의 능력이 출중해서? 그들이 숨는 기술이 좋아서? 그런 것도 한몫 하겠지만, 뒤에서 봐주는 세력이 있습니다. 흩어져 있는라시노랭의지지자들... 그들의 힘은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이 썩어빠진마들가리행성에서는 말이죠.끄끄끄끅... "

"무튼, 혜란아. 네뒷조사를 하면서 막히는 게그거였어. 정부 파일에서 사라졌다는 거. 있어야 할 사람이 사라졌다는거였어. 결국, 어렵게어렵게찾았지. 돈으로 정보를 파는 염탐꾼. 이 이름이 예명이겠지. '파출부'. 이름하고는... "

"끄끄끄끅... 코드명 파출부라 불러주십죠. "

" 그래서 끝까지 파고드니 마지막 거래 인원이 NG. 그가누구지? "

" 역시 체리 부장님! 거기까지알아내셨다니... 그자가 투구를 빼돌리기 위해 작전을 모의한 사람입니다. 보안과장에게 뇌물을 먹였고. 저에게 투구의 이동 경로를 알아내라 했던 사람입니다. "

" 뭐 하는 사람인 줄 알아? "

" 모릅니다. 대부분 이런 일에는 의뢰자의 신분을 밝히지 않더군요. 저 또한 묻지 않습니다. 염탐꾼들 만의불문율이라고나할까요.다만... "

" 다만? "

" 제가 추정하기론라시노랭의측근입니다. "

" 왜? 그렇게 생각하나? 혜란 양? "

성우가 질문했다.

" 이 일을 하면서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돈만 받으면 되니까. 근데... 이것저것 두서없이 일은했어도정보를 알아내려는 굵직한 손님들과 이 사건과 어렴풋이 연관되었다는 거야. 아재. 분명라시노랭의측근의 짓이겠지. "

" 그럼 그들이 왜 투구를 노리는 거지? "

" 아재. 나한테의뢰하는 거야? 거기까진 나도 모른다고. 난NG라는의문의 남성에게 투구의 이동경로만 알아내면 되었거든. "

체리가 머리에 두통이 오는지 관자놀이를 검지로 꾹꾹 눌렀다.

" 휴~ 그럼 제일 중요한 질문... 투구의 다음 행선지는? "

" 15일 후. 74구역으로 이동합니다. 이동 경로는 비행이 아닌 철도입니다. "

" 혜란아 확실해! "

"그럼요. 부장님.거기까지가제 임무였으니까요. 근데... 이 사건에 휘말리시려고요? "

" 호호호. 나도 이젠 늙었는지 정의라는 개념이사라졌어. 그냥 내 일을해야겠지. 그 권력자들이 비린내 나는 일을 하든, 지들 주머니를 채우든 말든 말이야. "

" 부장님!위험하다니까요! "

"고뤠! 하지만 말이야. 혜란아. 네가 말한 그OEN이걸린 문제라면 말이야. 난 포기하지 않을 것 같구나. 이를 몽땅 뽑아 갈아 마시고 싶거든. "

체리의 아줌마 미소가 어느 순간 변해 있었다.

희열의 뱀파이어 눈처럼.

" 혜란 너는. 당분간라구나에서지내렴. "

"헛. 이 늑대 소굴에서 지내라고요? "

" 그래. 일 끝날 때까지는 말이지. 혼자 있으면 위험하지않겠어. 그리고NG라는사람에게 정보도 보내고 말이야. "

" 꼭 그래야 합니까? 부장님! "

" 안 보내면 네가 의심받지않겠니? 자연스럽게,릴랙스하게 행동해. 평소와 같이. "

" 정보야 전달하겠지만, 이 아재들과... "

혜란이 성우와 준을 쭉 훑었다. 그녀의 따가운 눈초리에 마주보는 성우와 준. 매우 못마땅한 인상을 썼다. 근데. 체리 아줌마. 상희한테 묻지도 않고 그렇게 일처리하냐옹~ 난싫다아옹~ 쥐도 모자라 막걸리 마시는 여자까지! 안돼. 안된다고!

" 성우야 괜찮겠지? 당분간 너희와 움직이는 거? "

" 저 처자가 싫다는데... "

" 너희에게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혜란이는. "

마지못해 끄덕이는 성우의 고개. 괜스레 애처로워 보인다.

그러니까. 상희한테는뭐라말하려고... 굴러 온 돌이 박힌 돌뺀다더만,우째라구나의주인은성우같다.

이건 뭐. 박힌 돌 부술 생각인가?

" 이번에 꼭 한 건 하자. 성우야! 내가 우리 요원들 지원해 줄 테니. "

체리는 빙긋 웃고 있다. 표정은 벌써차차를잡은 표정이다.

" 알겠습니다. 선배. "

그렇게 말한 성우는 선글라스를 쓴다.

그리고 건남에게 연락한다. 지금 있었던 일을 공유해야겠다는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을 것이다. 통화 버튼을 동공으로 누르려는 성우의 눈. 순간, 건남에게서 연락이 온다. 성우의 동공이 빠르게 움직였다.

" 그래.건남아.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는데.라구나로언제이동 할거니? "

­ 네?이동이라뇨? 상희에게 연락 안 왔었습니까?

" 전혀... "

­아오. 이 계집애...

" 왜? "

­차차의은신처를 찾았습니다. 지금 그리로 이동 중이고요.

" 뭐? 찾았다고! "

성우의 큰 음성이 체리의 사무실에 퍼졌다.

준이 고개를 돌리며 성우를 쳐다보고라리도고개를 돌린다.

체리, 혜란도 눈이 커지며 정면에 있는 성우를 바라보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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