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112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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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초원.
건남은25구역블루문1224 주변에 용선의 비행정을정박시키려한다. 돌멩이의 흠집이 군데군데 자리 잡은 용선의 애마, 저걸 용선이 보면... 그런 걸 생각이나 하는 걸까?건남은오두막과 대략 2km의 거리를 두고 정박했다. 만약,차차의아지트에서 누군가 개인용 레이더를 사용한다면 자신의 위치가 들통나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비행정 문을 위로 올리며 양옆에서건남과명치대인이 내렸다.
폼나게선글라스를 끼는 두 사람.
건남의후드가 잔잔한 바람에 나부낀다.
명치대인의 청록색 머리도 나부낀다.
슬로모션으로내리는 두 사람. 결의의 찬 모습이... 그 모습이, 난 왜 멋있어 보이지 않는걸까.똥폼이었다.
그보다, 음~ 조종석 창문에기스난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용선아! 꼭참으련...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건남이교신한다.
" 모두. 교신 코드 3번에 고정. "
알았다.
넵. 삼춘.
먼저 도착한 용선과 다해가 응답했다.
" 형. 주변 상황 좀. "
없어. 아~무것도. 덩그러니 놓인 오두막 저것 밖에는.
" 그래요. 대인 지뢰나, 감식 장비 같은 건. "
없어. 그대로 밀고 나가도 될 것 같아. 근데 말이지 집안에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 이미 멀리 짼지 오래다.차차의가족은.라리랑이야기를 했으면 감이 왔을 텐데. 하기야 정보를 캐기 위해서라도 들렸을 것이다.
" 그래도 안전하게수색할게요. 다해야. 엄호 잘해주고. "
넵. 삼춘. 참! 조준경으로 창문을 통해 안을 살폈는데... 최신형 콘솔 오락기가있는데욤. 와 저거 탐나네요.
그래. 그래야다해지. 게임기에 정신 팔려 있는뇨자,다해였다.
저거 시뮬레이션 장비인데 캡슐에 들어가면 현실감짱이라했다구욤. 커다란 눈망울이 반짝반짝. 별이라도 내뿜을 모양새다.
" 그만... "
진정시키는건남이었다.
" 용선형은 제가 진입한 뒤에 근처에서 대기해 주세요. 뭐가 나올지모르니."
무슨. 범인도 없는 집을 이리 힘들게 들어가. 이 초원에 뭐가있겠어.쯧쯧쯧.여튼알았다.
용선의 말처럼 초원에 덩그러니 지어진 집이었다. 잡풀들만범란했다. 참 다해가 위치한 큰 나무 한 그루 빼고.
" 아따. 형님. 조심성하고는 그냥 갑시다.제스가수백 마리 있는 것도 아니고. "
그렇게 말한 명치대인이 앞장서서차차의오두막으로 향한다. 뒤를 따르는건남이명치대인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 장비 착용해. "
"넵. "
역시... 너는 명치대인이다. 말 잘 듣는.무쇠주먹을착용하며투덜이명치대인은 걸었다.
'삐익'
경첩 소리가 소름 끼치게 초원에 울렸다.조심히오두막으로 들어가는건남과명치대인. 거실엔 다해가 말했던, 사람 크기만 한 캡슐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긴장을 푼건남과명치대인은 허리를 펴며 주변을 살폈다.
" 이놈들 다른 곳으로 이동했나봅죠? "
" 음... 먼지가 그리 많이 쌓이지않았어. 오래된 것 같지는 않은데. "
그들이 바라본 오두막 안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이사를 처음으로 왔을 때의 그런느낌이랄까.건남은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른다.
불렀나.
" 어. 할아범. 여기 스캔 좀. "
자슥. 요새 나 많이 쓰는데. 이거 이용료라도 받아야쓰것어.
" 잔말 말고 가동하시죠. "
급하긴. 기다려 봐.
천천히 올라가는 로딩창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그리고 100%를 찍는 순간, 머릿속에 비상음이 들렸다.
'위잉,위이잉'
건남의머리속에만 이명처럼 들린다.
"윽! "
위험. 도망쳐! 캡슐안에 뭔가 있어. 로봇인가?매칭률70%. 이런. 이렇게 비싼 것을...
프로그램 명택의 음성이 위급해 보였다.
상황은 그랬다. 다해가 애지중지 말하던 콘솔용 게임기 주변기기인 캡슐 안에는 전투용 로봇이 감지된 것이었다.
소형광자포. 인공지능 레벨 상. 프로그램 인식 1급. 모델 RBS11...
프로그램 명택이 줄줄이 제원을 뽑았다.
" 이런 게 여기 왜 있어. 아직 출시도 안 된 병기가! "
건남은이미 황당한 상태.
낸들아냐.아무튼 피신해. 강한 놈이야.
" 형님. 왜그런다요? "
이 상황을 알 길 없는 명치대인은어리둥절,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 젠장! 함정이라니... "
명치대인이건남의어깨에 손을 얹는다.건남이고개를 돌려 명치대인을 바라본다. 둘은 동시에 말한다.
" 형. 왜? "
" 도망쳐. "
건남은입구로 냅다 뛴다. 명치대인둥절이었다.
" 혀...형! 형님! 왜... "
" 잔말...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콰쾅. 펑!'
캡슐이 명치대인 뒤에서 터졌다. 자욱한 연기가 오두막에 가득 찼다. 명치대인은 폭발로 인해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폭발에 의해 오두막 입구로 날아가는 그였다.
"으아아악! "
'철퍼덕. '
오두막 앞 마당에 떨어진 명치대인은 배와 땅바닥이 마주쳤다. 아프겠군.이야옹~
건남은이미 탈출하여 오두막 출입문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발밑에엎드려 있는 명치대인은 신음을 내며 서서히 일어섰다.
"윽. 이... 이게뭐여? "
자욱한 연기의 오두막. 굴뚝도 없는데 솔솔피어오른다. 그리고스르륵출입문에서 나오는 RBS11. 엥? 전투 로봇?스탁크레프트에나오는SCU를상상했던 나였다. 아니면 기동 전사 웅담이나, 그것도 아니면트렌지스터포머의미니어처라도. 그도 아니면깽통로봇.
그러나.
출입문 앞에 서 있는 건, 작고 귀여운 외모의 소녀였다. 눈망울이 얼굴에 반을 차지했다. 금발의 그녀는 빨간 망토를 하고 있었다. 오른손에 빗자루가 들린 건, 덤이었다.
딱 봐도 뻘건 망토챠차였다.
싱크로율99.999...%.
3등신 외모가 매우 귀여웠다.
뭐지이건!
"안녕하신가. 사냥꾼 양반. "
근데. 목소리는 늙었다. 그래. 이동술사차차의음성이었다.
"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가많았어. 근데 이걸 어쩌나? 난 이미떠났는걸... 호호호... "
건남의뺨에 땀방울이 흥건하다. 뚝 하고 떨어지는 땀 덩어리.
" 할아범. 이... 이거 RBS11 맞아? "
음 개조했나보군.
" 형님 저게 모여? "
"차차가남긴 선물. "
삼춘. 저...게...뭐래요? 아유 귀여워.
난 니가더 귀엽다.이뇬아.
건남아! 무슨 일이야.
" 다들 전투 준비하세요! 설명할 시간없..."
건남의지시가 끝나기도 전에 뻘건 망토챠차는빗자루를 건남에게 겨냥하고 있다.광자포가힘을 모으고 있었다. 전류들이 둥그렇게 모이는 것 같았다.
" 그럼 잘 가라! "
빗자루 끝에서광자포가발사되었다.
'지지지직.치융.'
" 제길! "
'콰광!콰지직.'
건남이서 있던 위치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뻗어 나갔다.광자포의폭발과 함께 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깔렸다.
건남. 듁.는.건.가?
연기는 안개가 사라지듯 흩어진다.
신선이 짙은 안개를 뚫고 나오듯,건남은오른팔로 얼굴을 막으며 연기 속에 서 있다.실드로가드 한건남이었다. 현석에게 받았던실드를착용하여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실드가보이지 않았다.광자포의성분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실드를한 방에 무너뜨렸다.
산산조각이 난실드는형체가 보이지 않았다.
위험했다. 총이나 칼에 찔려 죽으면 내가 있기에 소생이 가능하다. 그러나광자포는몸을 분해한다. 그것도 가루로... 주먹만 한 빛의 파괴력은 중급함정 크기의 물체를 풍비박산 낼 정도로 강했다. 특히 금속 물질에 파괴력은 두 배로 늘어났다. 그걸 사람이 맞는다면... 그냥 아멘 각이다.
나 같은 치유 술사가 있다 해도 살릴 수 없다. 왜? 먼지가되어버리기때문이다.
아무튼 뻘건 망토챠차는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빗자루를 치켜세웠다. 빗자루 끝에 원형의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위잉~ 우~ 우~위이잉'
손톱만 한 빛이 상당한 속도로 돌아간다. 회전의 속도가 빨라지며 점점 부풀어 오른다.
챠차가마법사의 지팡이를 앞으로 뻗듯, 빗자루를 뻗으려 한다.
' 펑. '
집채만 한, 한 그루의 나무. 그래. 다해가 엄폐했던 그 나무에서 저격용 포탄이 날아왔다.
'슈우웅.'
가늠자에 눈을 포갠 다해가 '씩'하고미소 지었다.
" 귀여운데아숩넹... "
조용히혼잣말하는다해가 건남에게 윙크하려 했다. 그 모습이건남의눈에 들어올 거라 생각한 건아니지아옹~ 그러나윙크는커녕눈도 깜빡 할 수 없었다. 그냥소리칠뿐.
" 앗!건남삼춘!피해욧!! "
다해의포탄은 큰 나무와챠차의중간에서 터져버렸다. 둥근 화염이 그곳에자리잡혔다.챠차가날아오는 포탄을 남은 팔로 격추했던 것이었다. 왼팔은건남을향해 있고, 오른팔은 왼팔과 90°로다해를향해 있었다. 손바닥을 편 채로...
챠차의손바닥에서 레이저 총구가스르륵사라짐과 동시에광자포가발사되었다.건남을향해 날아가는 주먹만 한광자포의포탄.
실드가깨진건남은어깨끈에손을 가져간다.다트핀이꽂혀 있는힙쌕의어깨끈. 세 발의다트핀중 하나를꺼내었다. 날아오는 광자 포탄을 향해다트핀을힘껏 날렸다.다트핀이광자 포탄과 부딪친다. 명중되었다. 배럴(다트핀의그립, 손잡이)의 금속성 물질에 광자 포탄이 반응했다.
" 엎드려!! "
건남이크게 소리 질렀다. 명치대인과 다가오던 용선이 그 자리에 엎드린다. 발목까지 올라온 이름 모를 잡풀에 몸을 맡겼다.
' 쾅~슈우우... ' ' 펑. ' 섬광. '번쩍!'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빛이 폭발 뒤 분사되었다.잠시후, 엎드려 있는건남의머리 위로 작은 먼지와 모래가 떨어졌다.
"윽. 젠장. "
건남이고개 들어 뻘건 망토챠차를쳐다본다. 미처 피하지 못한챠차는섬광에 의해 피부조직이 벗겨졌다. 너덜너덜해진 망토 사이로 로봇의 뼈대가 듬성듬성 보였다. 오른쪽 안면 부위에 안구와 코를 연결하는 얇은 전선이건남의눈에 들어왔다.챠차의뒤에 있는차차의오두막은 천장이 날아갔다. 창문은 부서졌다.벽에난구멍이 수를 셀 수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오두막이었다.
"크크크큭. 만만치 않은상대군.지직~ "
목소리가 기계음으로 변한챠차. 전선 이곳저곳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다.
" 꽤버텼어.크크크큭. "
챠차는다시 쇠막대기로 변한 빗자루 끝에 빛을 모았다.건남은일어서며 두 발의다트핀중 하나에 손을 가져간다.챠차가빗자루로건남을가리킨다. 회전하는 둥근 구체가챠차의손을 떠나려 할 때, 기합 소리가 들린다.
챠차의오른쪽과 왼쪽에서. 오른쪽 명치대인의 기합.
"이야압!! "
일본도가 피부조직이 벗겨진챠차의왼팔,광자포를들고 있는 팔을 향해 그어졌다.
' 챙...스삭.'
동시에. 왼쪽에서 들리는 기합.
" 뒈져라!! "
용선은 기합과 함께 달려들며, 챠차의10m 앞에서 반월도를 던졌다. 부메랑처럼 생긴 반월도가 회전을 하며챠차에게로날아간다. 그리고 명치대인이챠차의팔을 벨 무렵, 반월도는챠차의목을 사정없이 뚫고 지나간다.챠차의팔이 떨어졌다.
' 쿵! '
동시에 머리가 떨어졌다.
' 쿵! '
'데구르르르'
바닥에 떨어진광자포의빛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 굴러간챠차의머리, 눈은 계속해서깜빡거렸다. 피부가 벗겨진 입에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계속 흘러나왔다.
" 빠가. 빠가. 1. 9.지직~이이융...쨍깁챰프...지직~ ... "
챠차의몸통에서 윤활제가 목을 통해 뿜어져 나온다. 공중으로 치솟는 기름 덩어리.
" 휴~ 죽다 살았네... "
건남은안도의 한숨을 깊게내뱉었다.
용선은 터벅터벅건남이있는 곳으로 걸어오고, 명치대인은히죽이며일본도를검집에집어넣었다.
어떠케 된거예욤?다해의음성이 모두의 선글라스를 통해 들렸다.
" 차차 이 할멈. 우리가 올 것을 알고있었어. 이런 함정을파놓다니... 아무튼, 다해는 거기서 계속 대기해. "
히힝알쪄욤. 어느새 다가온 용선은 날 쓰다듬으며 건남에게 말했다.
" 이런썅. 이런 병기를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미치겠네. 은행 턴크랑으로샀나? "
" 아닐거에요.차차의배후자겠죠. 돈 좀 있나 봅니다. 형만큼. "
" 아따 형님들... 차차 그럼 못 찾는 거요? "
명치대인이 헐렁거리며 다가오자건남은부서진 오두막을 훑었다.
" 글쎄다. 완전히 허물어지진 않았으니 수색해봐야지. "
" 형. 우리가 올 것을 알았으면. 나잡아가슈하며 뭔가를남겼겠수?없다니께! 여기엔... "
" 그래건남아! 우선라구나로합류하자. 그리고... 그 전에. "
용선의 웃고 있던 눈꼬리가 급하게 변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난알것같다. 자신의 애마를 보며 불끈한 용선을 보았기에.
음~광자포맞아 죽으나, 주먹에 맞아 죽으나.살살하라옹~
건남은계속 신음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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