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114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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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갈대.
23구역. 수비군 사령부.
외각에 위치한 수비군 사령부, 23구역의 수비군은 엘리트 군인이 많았다.제스가사라지는 지금의 상황에선 불필요한 군인일 수도 있었지만, 윤의 대학살 이후 만들어진 23구역 수비대는 군인의 자존심 같은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배출한, 구역 수비대 사령관들이 많았다. 사관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무튼, 23구역 사령관 관사에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곳에서 말이다. 이 전화기는 공중전화인가? 그건 아니었다. 모양만 그랬다. 그 안에 있는 통신장비는 모두 무선이었다. 통신 보안을 위해 설치했다고 했는데, 어떤 원리인지 이히리는모른다아옹~ 내가 알면 과학자하련다아옹~
공중전화 부스에서 신호음이 몇 번 울리자 사령관이 말했다.
"자르인가. "
음성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부스 안에서 홀로그램 화면이 빛을 뿜으며 생성되었다. 분위기를 봐서는 사령관의 서재였다. 이런 게 있다니... 아무튼, 사령관의 음성에 턱을 괸자르가화면 속에 등장했다.
잘 지내셨습니까?사령관님.
" 그럭저럭. 28구역장이 먼저 연락을 줘서네게연락이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네. "
허. 그 양반 은근빠르군요.
" 구역장을 어떻게달구었길래... "
달구다니요. 그냥 제가 행사할 정당한권리을요구했던 것뿐입니다.
"훗. 정당한?허허허허... 이 행성이 썩었다지만, 깡패에게도 정당한 이유가 있나? "
사령관님. 그 썩은 행성이기에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다사령관님같은 분들이 있으니 저희가 먹고사는 것이지요.흐흐흐.
'쾅'
사령관이자르에말에 책상을 내리찍었다.
" 쥐새끼 같은 놈. 네 주둥이로 인해 꼭 너 자신이 피해 볼 일이 생길 것이다. "
흐흐흐흐... 그러길 빌겠습니다. 여하튼, 구역장이 미리 손을 썼다면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 비행정과 군인을 지원해 달라고했더군. 그 232 사냥꾼을 잡기 위해서. "
그렇습니다. 가능한 이른 시일에 지원해주십죠.
" 그 사냥꾼을 잡으려는 이유에 명분이라도 있나? 그래도 재필을 잡은 행성 영웅인데 말이지. 조용히암살시키지그래. 일 크게 만들지 말고. "
사령관님.흐흐흐흐... 곧 만들어 드리죠. 그러니 수비군 병력과 함선을 준비하기 바랍니다.
" 그럼 만들고 다시 연락하게... "
분위기가 연락을 끊으려는 눈치였다.
이봐! 사령관!
히죽거리며 웃던자르의표정이 180도 변했다. 물론 사령관도자르의반말에 안면 근육이 180도 변했다.
" 사령... "
'관'이라말하려는 사령관의 말을 자르는 자른다.
행성 지킴이로 그 부동산과 부를 축적할 수 있었겠나? 행성인들의 등골이나 빼먹는 녀석에게 존대했더만, 날 비웃어!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잔소리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시지. 어깨에 있는 별 딱지 떼기 싫으면.
사령관이 주먹을쥐고선부르르 떨었다. ' 이런 고양이에게 생선을맡겼어. '
생선이라니. 쥐라고말해라아옹~ 난 생선보다 쥐가 더좋단말이다아옹~
그리고 한 가지 더. 애초에 내가 이쪽 줄을 탔다고 내게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은데. 그러다 너희가 원하는 것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수가 있어. 난 너희처럼의리니대의니하는 것에 별로 흥미 없으니 말이야. 참고하라고.
세게 나가는자르였다. 사령관은 마음을 숨기지 못한 것이 얼굴에 드러났다. 그렇게 화면이 사라지고 사령관의 한 마디.
"개자식! "
이를 빠득빠득 갈고 있다.
23구역과 24구역 경계면
라구나의고래 같은 전투 함정은 유유히 하늘에 떠다닌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공간, 유난히 하늘도 맑다. 구름도 없는 푸른 하늘. 그곳에 떠다니는 전투함정을 바라보는 이가 숲 같은 초원에 서 있다. 갈대밭을 연상시키는 초원에 갈색 군복을 입고 있는 남자였다.
이 남자의 장비를 보고있자니염탐꾼인 것 같다. 커다란 망원렌즈가 부착된 쌍안경과 소총처럼 생긴 청각 증폭기가 옆에 놓여 있었다. 쌍안경을 눈에 가져가며 비행하고 있는라구나를살핀다. 바람에 사람 크기만 한 잡초가 그의 쌍안경 앞에 휘날린다. 남자는 잡초 숲에메모식홀로그램을 공중에 띄운다. 열심히 무언가 적는 그,
소설 쓰나?메모치고는긴 텍스트였다. 한참라구나를살폈던 그가 쌍안경을 내렸다. 그리고는 어딘가 연락한다.메모식홀로그램은 영상으로 바뀐다. 화면에 등장한 인물은챈코였다.
"챈코. 232의 위치를 파악했다. "
빠르군.
" 이정도쯤이야. "
특이 사항은 있나?
" 글쎄. 이놈들 외각에 나와 있는 것 보니 전투에 자신이 있는 것 같군. 며칠째 같은 곳만 배회하고 있어. "
우리가 올 것을 예상한 건가?
" 글쎄.팔콘이노린다는 건 모르는 눈치인데. 대화하는 거로 봐서는자르를기다리는 것 같아. "
자르? 하기야 그 녀석이 건남이라는 녀석에게 그리 당했으니.무튼, 인원은?
" 음. 상희.건남. 명치대인. 다해. 성우. 준. 창기. 이렇게 7명이 팀인 것 같은데... 새로운 인원들이 모이고 있어. "
새로운 인원?
" 그래. 용선이라는 녀석과 현석, 그리고 파출부. "
파출부?
" 어. 우리 세계에서는 이름 좀 있는 염탐꾼이야. 알 수 없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어. 일 처리 하나는 끝내준다고 들었는데. 왜 이들과 엮였는지는 모르겠군. "
그거야그렇다 치고. 수고했네.
" 수고야 뭐, 돈 받고 하는 일인데... 참! 그러고 보니라리였나? 하는 인원도 있는데 정보에 안 잡히는 인물이야. 저들의 이야기로 봐서는 쥐처럼 생긴 여자인 것 같은데. 뭔가 특이해. "
이야옹! 쥐처럼 생긴 게 아니고쥐라옹~
염탐꾼 실력이 있긴 한데. 약간 구멍이 있는 것 같다. 청각 증폭기가 저 멀리 있는 비행정의 모든 내용을 끌어내기에는 역부족 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것들 큰일이네.
자르와팔콘, 거기에 차차까지. 뭔가 거꾸로 된 것이 확실하다. 누가 사냥꾼인가? 서로 잡으려 하는 모습. 사실, 다른 범죄자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 하는 일을팔콘과자르,차차는하고 있었다. '코드명 232', 이 이름을 들으면 도망치기 바쁜 범죄자들... 누가 3대현상범아니랄까봐. 누군가에게 잡힌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염탐꾼은 목적을 달성했는지, 염탐 장비를 챙긴다. 한 손에 담배를 들고서. 연기를 내 뿜으며... 마!불난다. 담배끄라옹~
라구나함정
아~팔콘이추적하고,자르가군대를 모으고,차차가투구를 노리려는 이 시점 우리의 상희는 뭘 하고 있을까? 전투함정 지휘석에 등 돌려 앉은 상희.
역시나.고글을끼고는 밭 메고 있다. 야! 야! 야!정신차리라옹!
그럼 창기는? 조종석에 앉아 자동 비행모드를 켜 둔 채 홀짝이고 있다. 뭘?하이넵킵을... 너도 정신차리라아옹~
이런이런, 상황 돌아가는 걸 말해 줄 수도 없고... 그래. 그럼 현석이는 멀쩡하겠지. 현석은 무기 조종석에 앉아 무언가 하고 있다. 조립을 하는 것 같은데...레곤가? 아님 기동전사 웅담 피겨? 조립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악! 바퀴벌레다.허릴굽혀 조종석 위에 있는발퀴벌레를조심조심, 애지중지,얼르고달래며 무언가를 장착하고 있었다.
저건라리먹이라고.라리는내 먹이고. 이놈의 행성은 생태계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있다아옹~ 먹을 거 갖고 장난치지말라아옹~
병맥주를 홀짝이던 창기가 그런 현석을 보고는 다가왔다.
" 뭘 그리 만들어? "
고개를 푹 숙이고 집중하는 현석은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거이거이번에 고안한 탄알이거든요. 여기서 한 번 써먹어봐야겠어요. "
신기 한 듯 쳐다보는 창기. 징그럽지도안냐옹~
" 기술자긴 기술자인가보군. "
창기는 조종석에 놓인 조그만 공구들을 만지작거린다. 마치 시계 공구함의 장비들 같았다. 초소형육각렌치하며, 초강력 본드를 담은 주사기 하며...
오른쪽 눈에 쓴 저건뭐람? 돋보기인가? 툭 튀어나온 것이. 아하! 초정밀 현미경이라고 옆에 쓰여 있다.
" 여기다가 센서만 부착하면... "
완성했나 보다. 현석은 허리를 펴며 바퀴벌레 한 마리를 잡아 들었다.
" 자! 위험 감지용 보안 장치 완성입니다. "
뭐? 위험 감지용 보안 장치? 내가 궁금한 듯 창기도 궁금한가 보다.
" 보안 장치라니? "
" 네. 그냥 그렇게 불러 봤습니다. "
" .....? "
궁금한 창기의 고개가 45°로 꺾였다.
" 지뢰라 보시면 됩니다. 공중과 지상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 지뢰? "
" 돌아다니는지뢰죠. 공중에서 뿌리면 공중전에 방어막이 되어주는 역할도 하고요. "
뭐?라리바퀴벌레씹어먹는소릴. 그게 가능한 거냐고?
" 오호~짱인데! "
창기는 바퀴벌레를 유심히 살핀다. 순간,아리의음성이 들렸다.
용선의 비행정이 들어오네요. 멋진 비행정을 보니 제 가슴이 두근거려요. 밭 메던 상희가고글을이마에쓰고선아리의셉톱박스를흘겼다.
" 당최 저 인공지능의 정체가뭐야? 이젠별소릴다 하는구나...에효~ "
아리가저리 감성적으로 변한 건라리때문이었다.아리의감정 설정을 연애 감정 모드로 맞추어 놓았던라리였다. 로맨스나읽으라아옹~ 엄한 아리 건들지 말고.
아무튼건남과함께 했던 명치대인, 다해, 용선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 다들수고했어!차차는? "
" 누님. 지금차차가있을 거라생각했답니까? "
" 차차 잡으러 간 거아니었어? "
" 언니!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러갔었잖아요. 없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드렸는뎅.히힝. 언니 침해 오나 봐. 어떠케~ "
침해가 아니다. 그냥 관심이 없다. 밭 메는 것 빼고는.
" 참! 그랬지. 아무튼 뭐 건진 건 없어? "
건남이무기 조종석으로 다가가며 메모리칩을 상희에게 던진다. 두 손으로 잡는 상희가 '이게뭔가?'하는표정으로 칩을 살핀다.
"차차의은신처에서 발견한 거야. 아직 확인 안했어.성우형도착하면 열어 보자고. "
" 오~ 그래도 뭔가 건진 게 있나 보네. 역시건남옵. "
잠깐 관심을 보인 상희는히죽이며... 다시 밭을 멘다. 그냥 농촌으로사라지라옹~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체리를 만나러 갔던 성우의 일행도라구나에도착했다. 모두 모인라구나. 함정이 좁아 보인다.라리포함 무려 11명. 축구팀인가? 내가 감독을맡아야겠다. 이들은 고양이의 관리를 필히 받아야한다아옹~
왜? 내게 밥을 안 준다. 또 잊고 있었겠지.이야옹~밥달라공!
성우는 체리와 이야기했던, 그리고 혜란을 부탁한다고 했던 이야기를 상희에게 전했다. 물론건남과다른 대원들에게도.건남또한차차의오두막에서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말했다. 뻘건 망토차차와치른 전투,뱅의방에서 얻은 메모리칩까지.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일과를 공유했다.
"성우형그럼. 혜란씨가 말한 행성의 음모와 지금 일과 관련이 있다는 건가요? "
" 그렇지. "
성우가 혜란을 살짝 쳐다봤다.
" 에이~ 그런 게어딨어. "
상희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 아니야 상희야. 난 혜란씨의 말을 믿어. 어긋난 역사라는 것. 형이 말한 그 또 다른 정부가 아마도 전 수상의 우파들이겠지. "
" 오~ 난 몰러. 역사가 틀리든, 말든.차차나잡아서언능이 사건 마무리하고 싶거든요. "
건남은아주 답답할 것이다. 상희의딸과도연관이 있고, 아이를 찾고 싶다면차차뿐아니라 정부를 후벼 파야 하는 상황인데...
얘가 말을들을지. 또 얼마나 흥분할지. 우선 말하지 말겠다는 의지인가?건남의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 그러고 보니차차의오두막에서 수집한 칩, 확인해 봐야 하는 거 아니야? "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걸까? 성우는 메모리칩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야죠. 다해야. 메모리칩 좀 확인해 볼까? "
"넵. 삼춘. "
다해가 상희에게 메모리칩을건네받으러다가가자 상희가 흐뭇하게 웃으며 상황판으로 이동했다.
" 어... 언니? 칩 저주셔야지욧! "
당황해하는다해, 그와는 반대로 신이 난 상희였다.
"흐흐흐. 이런 날이 올 줄알았어. 이거 오늘 계시해 보겠군.흐흐흐. "
뭐지? 저 비열한 웃음은? 난 쟤가 저럴 때마다 무섭다. 뭔가 건수 칠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건 오랜 세월을 함께한 내 촉이다.
" 다들 잠깐만 기다려 보시라.흐흐흐. "
상희가 꼼지락거리고 모두 그녀를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준만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음~ 준은 뭔가 알고 있는 눈치다.
" 자! 기대하시라!짜잔!! "
상희의 '짜잔'과함께라구나의전등은 순차적으로 꺼졌다. 정전이 된 것 같은 암흑.라구나대원들은 웅성거렸다.
"뭐야? 도대체! "
" 언니 이게뭐에욧? "
"상희씨. 나 야맹증 있어 불 켜... "
" 영화라도보려나... "
" 다들 쉿! 마우스 홀드! "
그들의 입을 단속한 상희가 마지막으로 말하자 어두웠던라구나는점점 밝아졌다.
이것은! 설마?그거냐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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