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 116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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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간식.
"히리야! 너... 너가라리를... "
부릅뜬 창기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두리번,두리번. 혼자 먹어서 미안하다.
안주 삼아 먹으려 했던 거 내가 모를 줄 알고!흐흐흐... 창기의 손에 힘이 풀렸다. 난 몸을 흔들어 창기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Bar위에 내려앉은 난, 흐트러진 털을그루밍하며입맛을 다셨다. 아~ 뭔가 아쉽네. 이대로 이 쑤셔야 하나...
" 아... 이를어쩐디야... "
고심하듯 고개를 떨군 창기의 속삭임. 걱정 마. 이히리가지상에 내려가 또 잡아올 테니. 그때였다. 희미한 그림자가Bar위를 걷고 있었다. 점점 다가오는 그림자.
헉!라리다. 인영이. 아니지.쥐영이점점라리로변했다.
난 내 배를 바라본다. 난 뭘 먹은거냐옹~
점점뚜렷해지는라리의손에 무언가들려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엔 이쑤시개가. 쥐꼬리를 흔들며 흥얼거리는라리가점점 자신의 집으로 걸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창기가 안도의 한숨을내뱉었다.
" 휴~ 살아 있었구나. "
라리가쑤시다 만 이쑤시개를 튕기며Bar안쪽으로 던졌다.
"으잉. 이 시간에 안 주무시고 뭐 하세요?히리도있네. "
" 화장실가려는데히리가... "
찌릿한 눈빛으로 날 쏘아보는 창기.
"여튼,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
" 살아 있어서다행이라니요? "
" 난히리가너 잡아먹은 줄 알았다고. "
"히리가요? "
날 쳐다보는라리는피식 쪼갠다.
" 에이 저 머저리가 절 어떻게 먹어요. 걱정 마시라고요.히힛. "
" 근데.어딜갔다 오는 고? "
라리가손에 들고 있는 무언가를 높게 들었다.
" 간식 먹으면서 집에다쟁기고있었죠. "
'와작.'
높이 들었던 무언가를 씹었다.
몸이 토막 난바.퀴.벌.레. 뭔가 기분이 쌔 하다.
난 고개만 돌려라리의집을 살폈다.라리의침대 위, 이불 속에서 바퀴벌레 여러 마리가 기어 나오며 잽싸게 흩어졌다. 이런? 그럼, 그 고소하고 천상의 맛이었던 것은... 갑자기 배가 쓰리다. 거북하다. 토하고 싶다. 그보다...
끼아악! 난휘둥그레한눈을 하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라리에게 안겼다. 바퀴벌레의 존재가 이리 무섭다니.
저 조그만라리가날 한 손으로 받아냈다.
정말 힘이 세긴 하다. 아무튼 그녀는 날 든 채로 남아 있던, 반 토막 난 바퀴벌레를 아작아작씹어먹는다.
"어휴~ 귀여운 것. 바퀴벌레가 무서운가보구나. 이렇게맛있는걸. "
'아작아작'
아놔. 그걸 거기다 왜 놔둔 건데! 젠장!희번덕한그녀의 눈에 난 거의 졸도 상태. 먹은 거 토하게 얼른 등두둘겨라옹~
창기는 오물거리며, 침샘 가득한라리의입을 보며 말했다.
" 뭘 그리 맛있게 먹어? 땅콩이라도 가져온 거야? "
라리는날 내려놓고는,
" 아뇨.이거에요. "
어떻게 만든 것인지 모를 검은 봉지에서 바퀴벌레를꺼내었다. 작은 봉지에서 나온 바퀴가 발버둥 치고 있다.
"어흑! 이건! "
뭔가 생각이 나는 것일까? 현석이 해맑게 웃으며 만든 무기가 창기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 엥? 왜 이리 놀라세요. 바퀴벌레 안 먹어 본사람마냥. 하나 드려요. "
깜찍발랄한라리의윙크. 창기는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 근데라리야그건 어디서 가져온 거니? "
"이거요. 저쪽에 있는 가방에서...누군진모르겠는데 이런 간식을 가지고 다니다니. 저랑 궁합이 맞는 것 같아요.이힛. "
라리는현석의 가방을 가리켰다. 그래. 현석이랑 어울린다 둘이사겨라아옹~
"어이쿠야! "
창기는 이마를 '탁' 친다.
" 그거그거. 현석이 만든 무기인데. 지뢰라고. 움직이는... 현석이 알면 어쩌려고? "
" 네? 이게지뢰라니요? 이렇게 작은데... 맛있는데...앗! "
뭔가 떠오른 게 있는지라리는사선으로 눈을치켜떴다.
" 어쩐지. 톡톡 쏘는 맛이 이상하다 했는데... 딱딱한 게 씹히기도 하고, 폭약이었나 보내요. 난 또 바지락해감안 됐나 하는 심정으로 먹었거든요. 그래도 맛은 있어서.이힛. "
그렇게 내 암살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라리의간식은, 현석이 애지중지 만든 지뢰의 반은 그녀의 배속으로 사라지고... 현석아.미안하다아옹~ 참 힘들게 만들던데...
어딘지 모를 창공
명치대인이 몰고 나온 용선의 소형 비행정이 높게 날고 있다. 가을이 찾아온마들가리행성의 하늘. 메마른 땅을 무심히 놓아둔 하늘은 비를 뿌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푸르기만 했다. 뒷좌석에 앉은 혜란은 살며시 밖을 바라보고 있다. 넓은 땅에는 초원이 펼쳐진다.
" 아~ 좋다. 내가 이렇게 여유로울 때도 있다니. "
여행을 하는 건가?
"혜란양. 우리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
" 그래요? 전 한가한데...끄끄끄끅. "
" 뭔 웃음소리가저런디요? "
명치대인이 혜란의 웃음에 반응했다.
"어멋. 내 웃음소리가 어때서? "
" 아재 느낌 난 달까? "
입을 삐죽거리며 혜란이, 조종하고 있는 명치대인을룸미러로쳐다본다.
" 아재는 무슨! 이렇게이쁜아재 봤냐고.끄끄끄끅. "
헛. 간만에 명치대인이 옳은소릴하네. 혜란 너 아재 웃음 맞거든.
"여튼요.건남오빠. 오빠라 불러도 되죠? "
" 어... 편한 데로 불러. "
"맘데루~ "
명치대인이 '맘데루'하며손가락 춤을 춘다. 둘의 대화에 추임새라도 넣는 것일까?
" 오빠. 유명하던데. 정보능력자로... 그냥 일반인들은 재필을 잡은 사냥꾼으로 알지만, 이 계통의 이들은 정보력의 귀재라 불린다고요. "
" 그 정도까지...맘데루~ "
명치대인의 추임새에 입을 삐죽거리는혜란이였다. '뭐야얘는!' 그러는 것 같았다.
" 난. 그보다 네가 알고 있는 행성의 비밀이 더 궁금한걸. "
건남은조용히 혜란에게 말했다. 조잘거린 입을 마무리하며 혜란이 답했다.
" 별거 없어요.마들가리행성은점점 타락할거에요.라시노랭의측근들은 전쟁을 벌이려할거라고요. 지금의 수상을 추락시키려고요. "
"그거랑투구랑무슨 연관이 있을까? "
" 그건 저도 잘... 뭔가 강력한 것을 만들 것 같거든요. "
" 그래? 하기야 주용의 말이 사실이라면 투구를 이용해제스의피를 만들고 압축시킨다면, 뭔들 못만들겠어. "
건남이이야기하는 것은 일리가 있었다.제스의피는 '영생의영약'을만들 정도로 연금술 최대의 재료였다. 윤이제스수천만의 피를 빨아들인 '윤의대학살'만보아도제스의피는 귀했다. 그걸 압축한다면... 소량의 재료로도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만약 이 투구의 사용법을 알았다면 '윤의대학살'이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건남오빠.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 "
건남대신 명치대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 어. 95구역. 연금술쟁이가거기에있다나어쨌다나. "
" 네? 95구역? 설마 이렇게 입고? "
그러고 보니 혜란이 저러는 것에 이유가 있었다. 100구역은 행성 구역 중 가장 추운 곳이었다. 만년설과 빙하가 존재하는 곳. 계절은 늘 겨울이었다.
그 주변에 있는 95구역. 23구역이 초가을이지만, 95구역은 겨울이었다. 그러고 보니건남의옷은 점퍼로 바뀌어 있었다. 명치대인과 혜란은 반팔. 아직 가을 옷을 입지 않았다. 근데 겨울인 곳으로 가다니. 많이 추울 것이다.
혹독한 추위라는 것을 알고 있는 혜란이 놀랄 만도 하지...
" 그...래서.건남오빠 점퍼 입고 온 거였어요? "
끄덕끄덕.
조종하고 있던 명치대인이건남을흘려본다. 그리고 한마디.
" 지... 지만 챙기다니. "
머리를 긁적이며건남은웃을 뿐이었다. 민망한 척만 하는건남.
" 거기까진 생각 못 했지뭐람. "
"됐구요. 명치대인 비행정 돌려. 가까운 구역에서 옷 좀 준비하고가야지. "
" 뭘 그렇게 해. 어차피 비행정에서 내리면 연금술사의 아지트라 따뜻할 텐데. "
혜란이 위아래로 눈을 흘긴다. 매섭게.
" 오빠! 그냥 아재로 부르는 수가 있어요. "
" 근데혜란양. 나한테는 왜 반말이야?건남형한테는 오빠라 그러고. "
혜란은 명치대인을 흉내 낸다.
" 내~맘데루~끄끄끄끅... 아무튼 비행정 돌려! "
"넵! "
역시 명치대인은 누구의 말도 거르지 않는다. 즉각 움직이는 그였다. 조종대를 현재 비행하고 있는 곳에서 35구역으로 틀었다. 용선의 비행정이 선회하며 급강하한다.
그래 옷은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한다옹~
35 구역
비행정을 옥상에 정박하는 명치대인.
건남의일행은 빌딩 안으로 내려간다. 옷가게에들려방한복을 구비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식당가를누비고 있다. 스텝을 밟으며 앞서가는 명치대인.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모두 무곡으로 변하는 것 같다. 이곳저곳의 노래가 짬뽕이 되어도 흥에 따라 춤을 바꾸는 명치대인.
하우스댄스를 추듯 매우 자유분방한 춤사위를 뽐내며 복도를 거닐었다.
"건남오빠? 명치대인 미친놈이었어요? "
앞서가는 명치대인, 그 뒤에 혜란이 그의 춤동작을 보며 했던 첫 한마디였다.
" 네가 좀 이해해라. 저 녀석 춤에 푹 빠져서. 남들 신경 쓰지 않고저러니."
" 별 거지같이 추는데. 저러고 싶을까? "
혜란이 명치대인의 스텝을 따라 해 보려 한다. 비틀비틀.
야! 야!니가더 거지 같다. 이건 뭐 호랑나비 춤.
" 어때요? 비슷하죠?끄끄끄끅. "
그래 비슷하다. 흥국이아재랑.
건남은보는 둥 마는 둥 그냥 식당으로 들어간다. 명치대인을 부르며...
'다있소.'
식당으로 들어간 그들은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안내 로봇 앞에 섰다. 메뉴판을 보니, 메뉴가 다양했다. 말 그대로 '다있소'.
음식을 고르세요. 로봇이 말했다.
" 뭘 먹지? "
다양한 종류에 고민하는 일행들...
네 주문하신 요리의 가격은 10크랑입니다.크랑을올려주세요.
" 뭐라고 '뭘먹지'라는메뉴가 있다고? "
명치대인이 화들짝 놀란다.다있소는정말 다 있나 보다. '뭘먹지'라는음식이 궁금하기에 취소하지 않고크랑을올려놓는다.
" 세 개! "
네. 감사합니다. 대략 10분 후 음식이 나오니 기다려 주세요.
음식을 기다리며 번호표를 뽑고는 식탁에 앉았다. 넓은 공간에 비해 인적이 드문 식당이었다. 그리 넓은데 종업원이 하나도 없다니. 고속비행터미널의 휴게소 식당 마냥 모든 것이 셀프인 것 같다.
" 야! 초록머리 물 좀 떠와. "
건남의옆에 있던 명치대인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 나? "
" 그럼 초록머리가너밖에더 있어. "
" 허. 참! 아가씨. 나보다 나이 많아? 그냥 조용히 신경 안 쓰고 넘어가려했드만. 이 아가씨 안 되겠네. "
" 그럼 너도 말 놓던가... "
"어후. 요새 아가씨들은 다이런답니까? "
은근슬쩍건남을바라본다.
" 왜? 화끈하니좋구먼. "
" 그래. 형한테는 존대하니까 별 신경 쓰이지 않는다이거죠. "
" 그럼. 나만 아니면 돼. "
" 헐. 사방에 적인가... "
" 거봐. 그러니 물 떠와.끄끄끄끅. "
" 나 참. 어이가없으려니... "
그러면서 일어서는 건뭔데. 의자를 끌며 일어선 명치대인은 서서히 정수기로 향했다. 역시 말은 잘 들어. 투덜거릴 뿐.
" 혜란 양.라시노랭측근들이누군지전혀 몰라? "
"그럼요. 예전 정보부 국장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요. 이번에 의뢰한 네임 넘버NG처럼실명을 거론하지않을뿐더러... 철저히 자신들을 숨기죠. "
" 그럼라시노랭의측근들이 활동한다는 것을 지금의 수상은 모르고 있을까? "
" 전 알고 있다고 봐요. 물론 생각이지만... 가끔 정보의뢰 중에 그런 것이 있었죠.폴턴정부가제게의뢰한. "
" 오호. 혜란 너도 이 바닥에서는 오래 굴렀나 본데 정부가 의뢰할 정도면... 그래서뭔데? "
" 아주뜨문들어오는정부놈들이라. 기억에도 남네요. 한번은 71구역에 위치한 연구소의렉터박사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가 왔었죠? "
그렇게 말하고 있는 혜란의 앞에 컵을 내려놓는 명치대인.
"옛수다. 시원하게 쳐드시죠. "
그렇게 말하며 명치대인은건남의옆에 앉았다.
" 뭘 그렇게 이야기한디요? "
" 조용히. 쉿. "
떠온 물잔에 하나도 관심 없는건남이었다. 심부름을 시켰던 혜란도 물컵엔 관심은 제로.
"렉터박사? "
" 내용은 그래요. 이 자가 정부 몰래 불법적인 약물을 연구한다는 소문이 드니까제게염탐하라고 시킨거에요. "
" 그 박사가 만드는 게 뭐였는데? "
" 겉으로 보기엔 일반 제약회사 공장 같아 보이는 곳이 사실 제가 먹고 다니는 막걸리의 생산공장이라 보시면 돼요. "
혜란은 자신의윗주머니에서포켓용 술병을 꺼내어 건남에게 보여준다.
" 전투병들의 힘과 민첩을 키워주는 약인데. 알약으로 만들어 내죠.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정부에선 반동 세력이라 의심한 것 같고요. "
" 그럼 그 약이 판매되거나 사용된 곳이어딘지도알아? "
" 거기까진 모르죠. 내가의뢰받은건 무엇에 쓰이는, 어떤 용도의 물건인지만 확인하는 거였어요. 그 덕에 좀 빼돌리긴 했지만, 아무튼 이 약은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는 치료용 약은 아니었어요. 그러니 정부는 허가 없이 생산하는 군 약품이라 생각했고렉터박사는 끌려갔죠. "
" 그러니 반동 세력이 있다고 생각하겠구나 라는 말씀? "
" 그렇죠.끄끄끄끅. "
'띵동'
그들이 대화하는 중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다있소'의'뭘먹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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