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117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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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튜브.
나온 음식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건남과명치대인 그리고 혜란이었다. 고심하고 고심하는 저 눈초리. 세 명 다 손가락으로 광대뼈를 긁고 있다.
" 흠~ 난감하군... "
" 형... 반품 안 되나? "
"이런거팔아도 되는 것임? "
음식 앞에 놓고 뭘 그리. 허. 헉! 식탁 위에는 튜브가 놓여있었다. 우주인들이 먹는 그 튜브다. 압축시킨 비닐에 넣어 만든 그런 튜브가 아닌, 치약 같은 튜브가 접시에 놓여 있었다. 여기는 우주?
아니다. 분명 '다있소' 식당이었다.
" 이걸 먹어야 하냐? "
" 형. 다시 시키죠? "
" 막걸리 안주로도 못 먹겠어요. "
식당 주인과 한판 하고 싶어도 이곳은 무인으로 돌아가는 식당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 주방을 훑어봐도 주방장은 볼 수없을뿐더러, 모든 것이 자동화 시스템. 그걸 고른 니들이 실수한 거지 뭐.이야옹~
그렇게 치약 짜듯건남은'뭘먹지'를먹었다. 맘에는 안 들지만 어떻게하겠노. '뭘먹지'. 이 음식을 식당에서 판 주인의 설명에 따르면
"음식 시키는 고민을 덜고자 간단하고 먹기 쉬운 '뭘먹지'를고안했습니다. 맛은 보장할 수 없으니주의하세요."이랬다고한다.
아무튼, 먹다 만 튜브의 뚜껑을 잠그며 그들은 유유히 식당을 나갔다. 남기면 벌받는데이~이야옹~
식당 밖으로 나온건남일행은 옥상으로 향했다. 95구역을 가려면 긴 비행을 해야 하기에 서둘러야 했다. 그때였다. 별안간. 빌딩 복도, 벽과 벽 사이가 5m 정도인 그곳에파공음이들렸다.
무언가 날아오는파공음.
사냥꾼인건남과명치대인은 직감했다. 저격용 포탄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챙겨 온실드키를눌렀다.
그러나 혜란은...
" 혜란!실드!! "
말 끝나기가 무섭게. '슈우웅~ ' ' 펑! '
자욱한 연기가 빌딩에 퍼졌다.
폭음에 놀란 건물의 사람들, 비명을 지르며 상가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곤 도망치기 바빴다.
몇 초가 지났을까? 웅크린 혜란의 앞에 명치대인이 버티고 있었다.
" 괜찮아? "
그의 안부에, 혜란이 답하기도 전에, 연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또 한 번의 격발음과파공음이일행의 귀를 두드렸다.
'슈우웅~슈우웅~ '
이번 엔, 두 발! 분명 첫발은실드탄, 두 번째는 사살용 폭탄일 것이다.건남의일행이실드를착용했다는 것을 눈치챈 저격. 위험했다.
' 펑! ' '콰지직! '
예상대로 첫 번째 공격에실드가깨졌다. 다음 공격을 맞는다면 술사가아니고선살아남기힘들것이다. 명치대인은 혜란을 끌어안고 벽 쪽으로 뒹굴었다.
서로 뒤엉키며 네 바퀴. 반대편 복도 끝으로 날아가는 포탄이 터진다.
'콰광. 펑! '
희뿌연 연기에 혜란이 콜록거렸다. 혜란을 덮치고 있는 명치대인이 그녀의 가슴과 가슴 사이에 파묻힌 고개를 들었다.
" 음~ 미안. 살리려면 어쩔 수... "
" 콜록콜록... 됐고 저놈들이나... "
그러는 사이건남이외쳤다.
" 명치대인! 뛰어! "
명치대인은 그의 말에 혜란을 밀치며 일어선다. 빠르게 장착하는무쇠주먹.검병에오른손을 얹는다. 그대로 질주하는 명치대인.
" 콜록콜록...자슥좀 멋지긴 하네... 콜록콜록... "
혜란은 그렇게 말하고건남을바라봤다. 연기가 사라진 순간,건남은힙쌕에서여러 개의다트핀을꺼내었다. 손가락 깍지와 깍지에 낀다트핀을명치대인이 질주하는 그곳으로 사정없이 내던졌다.
' 슈. 슈. 슛 '
그들을 노린 알 수 없는 적. 어딘지 알 수 없는 포인트에서 격발 소리가 들린다.
'틱,틱,틱,틱. '
한 명이 아니다. 포탄은 분명 여러 발이 날아올 것이다. 그것을 직감했기에 던진건남의다트핀. 달리고 있는 명치대인의 양옆으로다트핀이지나간다. 의식하지 않은 명치대인은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 펑. 펑. 펑. 펑. '
50m는 족히 달리고 있는 명치대인에게 4발의 저격 포탄이 날아들었다. 회전하며 날아드는 4발의 포탄. 명치대인의 도복 같은 하의가 펄럭거린다. 그 소리와 함께 포효하는 명치대인.
"으아악! "
일본도를 치켜들었다. 포탄으로 돌격하는 명치대인은 포탄을 노리지 않는다. 복도 끝에 있는 암살자들을 응시할 뿐이었다. 명치대인을 지나친다트핀하나가 포탄 하나를 뚫고 나간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포탄도 연이어후벼파는다트핀. 포탄이 쪼개졌다.
'펑. 펑. 펑. 펑.'
명치대인은 폭발을 뚫고 어느새 암살자 앞에 다가왔다.
1 합에회전베기.
2 합에 왼발 후리기.
3 합에무쇠주먹등으로 가격하기.
4 합에 일본도를 직각으로 내려쳤다.
회전베기에배가 갈린 암살자가 피를 뿜으며 쓰러진다. 왼발 후리기에턱주가릴강타당한 암살자가 360° 회전하며 바닥에 눕는다.무쇠주먹등으로 관자놀이를 맞은 암살자는 벽과 부딪치며, 일본도에 얼굴이 그어진 암살범은 복면이 풀렸다. 비명과 함께 안면을 손으로 가린다.
'끄아아악! '
" 이쌔리들. 어디서! 헉헉! "
명치대인이 숨을 고른다. 그 뒤를 뛰어오는건남, 그리고 걸어오는 혜란. 복도에 튄 핏자국이 점점 퍼져가고 있었다. 씩씩거리는 명치대인의 어깨에 손을 얹은건남이었다.
"수고했어! "
건남은명치대인을 토닥이며 신음과 괴성으로 얼룩진 암살범을 살피려 한다. 복면을 쓴 그들의 어깨에 마크가 자리 잡았다. 뒤따라온 혜란이 명치대인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 오빠. 좀 하던데. "
응? 혜란이가 명치대인에게 존댓말을. 그래, 살려주었다는 감사라해두자. 생명의 은인에게 존대는 해줘야지. 명치대인은 물끄러미 혜란을 바라보고는 그녀의 팔을 풀었다. 쑥스러운지 얼굴이 뻘게진 그였다. 그는 애써 감정을 숨기려 건남에게 다가갔다.
" 형.이..이자..좌식들은뭐...뭐래요? "
조금 떨린 음성이 내게만 들리는 건 아니겠지? 어정쩡한 걸음걸이가 내 눈에만 보이는 건 아니겠지? 그걸 바라보고 있는 혜란이 말했다.
"끄끄끄끅. 귀여운 것. "
저거 명치대인을 두고 말하는 걸 거다.
분명.
아무튼, 그렇게 말한 혜란의 눈에 심볼 마크가 들어온다.끄끅거리던혜란의팬더눈이커졌다. 웃음은 멈췄다.다크써클이더 진해지는 것 같은 기분.
" 저건! "
심볼 마크의 까마귀가 자신의 종족을 파먹는 그림. 그래, 시체가 된 까마귀를 까마귀가 쪼고 있는 마크였다.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 혜란, 그와 동시에건남도눈치챈 것 같았다. 혜란이실드키를누른다.건남도실드키를누른다.
실드가깨진 명치대인은?
건남과혜란을 번갈아 가며 바라볼 뿐이었다.
" 왜? 갑자기? "
명치대인둥절이었다.
그 순간. '콰광쾅!! ' 큰 폭음이 복도를 잠식했다. 저격용 포탄보다 몇 배나 강한 폭탄이 터졌다. 암살자의 몸에서 일어난 폭발이었다. 긴 복도가 삽시간에 희뿌옇게 변했다.실드로위급함은 피했지만, 그 폭발로 인해건남은10여 미터 날아갔다.컥컥거리며먼지를 뒤집어쓴건남이일어섰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명치대인과 혜란은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쳐 갔다.
" 콜록콜록. 으... 죽을 뻔... 콜록콜록. "
혜란도 멀리 날아갔었나 보다.건남의뒤에 있다. 명치대인은? 다행히 투덜거리며 혜란과 함께 일어서고 있었다. 또 뒤엉켜 굴렀나 보다.
" 휴~ "
건남이길게 한숨을 쉬었다. 명치대인은 흙먼지를 뒤집어쓴 혜란의 어깨를 토닥인다.
" 고맙다. "
" 고맙긴...쌤쌤이에요. "
폭파하기 직전, 혜란이 명치대인 앞에서실드로가드 했기에 봉변을 피할 수 있었다. 폭발력에 더 멀리 날아갔던 것. 폭탄은 코앞에서 터졌으니 말이다.
" 이 자식들 자폭한 건가? "
어깨가 축 처진 건남에게 혜란이 답했다.
" 떼까마귀 심볼 마크 확인하셨죠? 자폭 테러에 사용하는 그림. "
" 어!확인했어. 정말 터질 줄이야... "
" 그렇다면 이들은자르의부하들인 건가요? "
"그렇다는건가? 우리의 위치를 파악했다는 건,라구나에서부터미행했다는 건데... "
명치대인이 둘의 대화에 결정타를 날린다.
" 형. 그럼라구나... "
그래, 위험한라구나였다. 세 명의 얼굴에 근심이 자라났다. 아무튼 멀리서 경찰 비행정의 사이렌 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라구나함정
라구나대원들은 서로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상희는 지휘석에고글을끼고 앉았다. 다리를 책상에 얹고는 연신 밭을 맸다. 다해는 콧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낭군 승규와 통화 중이다. 아주꽁냥꽁냥. 매우흐뭇흐뭇한 그녀였다. 성우와 준은 고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오목'을두고 있었다.
앗! 미안하다. 고전 슈팅 게임 '알까기'다.라리는현석의 훈계를 들으며 지뢰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 아니, 왜? 간식으로이딴걸 만들어요! "
" 아무튼 너 때문에 다시 만드는 거니까 나불거리지 말고 시키는 거나 해! "
"에이씨! '아작'. "
바퀴벌레를 한입 베물고 다른 바퀴벌레엔 초소형 미니 폭탄을 장착하는라리였다. 용선은 반월도를 닦으며,
" 이쐐를. 이번엔 봐주나 봐라. 기스 난 거 다 청구할 거야... "
이를 갈고 있다. 그 청구비를건남이낼 것 같지는 않고...
그리고 창기. 창기는 간만에 TV 시청 중이었다. 그러나 집중하지 못하고 채널만 돌린다. 예능프로튜닝맨과행성어부가지나가고 드라마돈길만걸어요,니네다쿵따리가짤막하게 지나간다. 야구, 축구, 골프 프로를 지나도 그의 채널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 요샌 볼 게 없네... "
그러다 멈춘 화면은 뉴스 채널이었다. 아나운서의 또박또박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큰 빌딩이 파괴된 영상이었다. 그렇다고 모두 무너져 내린 빌딩이 아닌, 중간 일부가 떨어져 나간 장면이었다.
지금 현장에 나와 있는데요. 빌딩 안에서 요란한 폭음이 들렸다고 합니다.
" 영화가 따로 없네...어랏? "
TV와대화 중이던 창기는 뉴스에 집중한다.
자폭 테러로 보이는 이 사건은 지금 경찰이 수사 중인데요. 자세한 내용은 아직 당구역이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 야! 야!얘들아여기! 여기! 뉴스 좀! "
라구나식구들이 창기의 호들갑에 모두 집중한다.
" 이거이거.건남이하고, 명치대인이 뉴스에나왔어! "
상희가고글을호미 팽개치듯 떨구고, 현석이 초정밀 현미경을 눈에서 떼어내고,라리가바퀴벌레를 아작아작 씹고, 통화하던다해의큰 눈이 더 커지고, 바둑판을 심도 있게 관찰하던 성우와 준이 알까기를 멈추고, 반월도에 침을 뱉으며 닦던 용선이 헝겊을 땅에 떨구며창기에게로다가왔다.
"창기옵뉴스에 누가 나온다고?건남옵이? "
" 그... 그래! "
어느덧 빙둘러모인라구나대원들.
이 처참한 광경에 놀란 구역 주민들은 다행히도 이곳을 빠져나와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합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상가의 파손이 심각한데요...
" 어디어디.없잖아? "
" 기다려 봐. "
이 사건에 중심이 되는 인물은 재필을 잡았던, 232 사냥꾼의 일원으로건남과명치대인이 관련되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의 해설에건남과명치대인의 사진이 화면 구석에 자리 잡았다. 근데 왜 이리 초췌해보이냐아옹~
" 이게뭐여!건남옵하고명치대인이 왜? "
상희의질물에답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용선만 읊조릴 뿐.
" 이쐐가또똥지렸구만... "
그 순간이었다.라구나함정에 비상벨이울린 건.
'위이잉~위이잉. '
점별하는 비상 경고등과 함께아리의음성이 흘러나왔다.
어멋! 환상적인 미사일이 다가오고 있어요. 맞으면 우린 사랑도 못 해보고 죽을 수 있답니다. 우리의 로맨스를 위해실드를자동으로 실행합니다.
라리가연애 감정 모드로 설정한 아리는 아직 일반모드로 바꾸지 않았나보다아옹~
" 야! 야이년아! "
버럭 고함치는 상희.
아리가무슨죄인고... 아무튼, 긴급상황. 대원들은 각자의 위치에 자리잡는다. 상희가 투덜거리며 지휘석에, 바둑알을 바둑판에 툭 던진 성우도 지휘 보조석에, 용선이 조종석으로, 창기가 부조종석에, 현석이 무기 컨트롤 박스에 손을언진다. 준과 함께.
아리가홀로그램으로 조종석 뒤에 홀연히 나타난다. 다해가 레이더 상황판을 주시할 때,라구나는흔들렸다.
'펑!' '콰광쾅!'
공대공 미사일 이네요. 어머 이렇게 강력한 공격을 너무 매력적이죠. 그러나 마음이 아파요.실드가동률이 10%깍였어요. 저희도열열히공격해 보아요.
섬뜩한 눈빛으로 홀로그램아리를야리는 상희.
" 드디어 아리도 미쳤군.미쳤어. 아무튼 다해야 상황 파악! "
다해의눈앞에 레이더가 비행정 3기를 파악한다. 파악을 마친다해의눈은 오른쪽 화면을 띄운다. 투명의 평면 브라운관이 공중에 떠 올랐다. 36개의 화면이 나누어진 브라운관. 고성능 카메라가 함선의 이곳저곳에서 주변을 살폈다.
" 언니! 전방에 중급 두 기! 후방에. 한 기! 이것도 중급이에요. "
" 성능은? "
" 잠시만요... 파악즁! "
조종석의 용선이 조종대를 붙잡고 말했다.
"상희양? 어떻게 할 까? 직진? "
" 우선.실드충전 계속 해 주시고요. 저속 유지해 주세요. 무기! 조준 잡아주세요.실드탄3문.연이은공대공 3문. 준비. "
" 앗! 언니!이거이거뭐죠? "
" 그걸나한테물으면 어쩔! 너가 내게말해야지. "
" 이거 제원이 너무쌔욧! 정면 두 기는PMR13 모델을 변형한 거예요. 전투 특화 중급 비행정이에요. 후면 1기는 PMI1모델로수송용인데... 공습용. "
성우가 말했다.
" 이런! 무조건격추 하겠다는뜻이군! "
"실드는? "
상희가 다해에게 물었다.
"장착이에욧. "
" 이것들이 성능이 좋든 말든.라구나에미사일을 날려! 발사! "
"옙썰! "
현석이라구나앞에 있는 포문 두 개와 뒤 추진실의 포문 한 개를 열었다. 물론, 버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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