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24화 〉 123­반란 (124/179)

〈 124화 〉 123­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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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반란.

" 이런 늙은영감탱이하고는죽어서도 저리 영감 옷을 하고 나타나네.끌끌끌끌... "

­ 그게 죽은 사람한테 할 소리야! 이 할망구가. 삼베 수의 안 입고 나타난 것만으로 감지덕지하라고.

" 죽기 전에 이 누님 말 들었음 살았을 거 아녀. 고집불통 할아범같으니라고. "

­ 누님은 무슨! 딱 봐도 딸 벌인 건만.흠흡.

건남은그냥 둘의 대화가 의심스러울 뿐이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번갈아 가며 명택과 토끼를 살폈다.

" 정확하게 내가 한 달 더 빨리 태어났다고. 어디서수작질이야! 아작. "

그럼 동갑? 지금 명택의 나이가 100세에 가까운데...초절정동안인가? 아무리 봐도 40 중반, 정말 최고치를 잡아야 50 초반처럼 보이는 그녀가 100살 가까운 명택과 친구라니. 나도 좀 어이가 없다.

­ 아무튼 넌 정말 늙지도 않았느냐?

" 별거있수. 직업이연금술사니그렇지. 연금술의 기초가 화장과 요리인 거 몰라? 어렸을 적 내가 연금술을 배운 것도 다 화장 때문이었는데. 아직도모자라는구먼."

여자의 젊음은 무죄라지만, 이보다 더 어린 피부를 가지고 싶다고,옛기이 사람아! 하기야 영생을 만드는 기술이 있는데 저정도쯤이야.

­ 누가 연금술의 기초가 화장이래! 대장술과세공술이지.

둘이 너무 오랜만에 만났나 보다. 저리 티격태격하며 하루 보낼 각이었다. '연금술의기초'부터'과학과 연금술 중 어느 것이위대하냐'에따른 토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건남은애꿎은 당근만 매만진다.

" 휴~ "

담배가 급 당길 것이다. 그러나 한쪽 구석에 있는 표어가 그를 말린다.

' 토끼는 담배 연기를 싫어해요. 담배를 피우면 당근처럼 아작! '

토끼가 당근을 아작아작 씹는 표정이 꼭 자신의 몸을 뜯어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연신 한숨만 푹푹, 눈매가 당근이라도 먹어볼까 하는 품새다.

결국, 둘의 토론장에 끼어든건남이었다.

"토끼님.토끼님! 왜 명택 할아범은불렀어요? "

심오한 대화의 그녀가 토끼 모자와 함께 뒤를 돌아보았다. 양쪽 귀를 접었다 펴는 그녀.

" 앗. 이할아방때문에정신줄놓고 있었네요. 미안. "

토끼 모자가 깜찍하다. 절대 3월의 토끼가 아니라, 토.끼.모.자.가.

­ 뭘 또 내 탓을 하고그러노.

" 조용히 해 이 사람아. "

어휴~ 이 두 사람이 역대, 전설의 연금술사와무기장인이라니... 졸업장없냐아옹~

" 왜? 명택 할아범을... "

"끌끌끌끌... 이할아방구를달고 다니면서 이제껏 행성의야리꾸리한상황도 모르고 있었다는 게 한심하군. "

"넵? "

건남은홀로그램을 째렸다.

­ 흡음~

" 이런할아방이무슨 무기장인이라고...끌끌끌끌... "

­ 이런 할망구가!

" 그만들 하시고요.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습니까? "

" 많지 많아. 이런 내용을 저 양반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야. 근데 왜? 이 먼 곳까지 찾아왔는지 내가 이해가 안 돼서 말이지. "

­ 우선건남아미안하다.

" 아니 그럼 알고 있으면서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는 건가요? "

­ 정확히 난 프로그램이야.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지. 내가 날 만들 때, 이 토끼 할멈의 술사 파동이 없으면 조금 전 토끼할매가말한 내용은 말할 수가 없게 되어 있어.

" 자꾸.할매,할매할랑가? 이 어디 봐서. "

토끼모자의 양쪽 귀가 접혔다펴졌다를반복했다.

­ 아무튼, 그렇다는 거고. 다 너를 지키겠다는 이유였으니 이해해라.

" 뭘 그렇게 복잡하게꼬았답니까? 그냥 말했으면되잖아요. "

­ 네가 생각하듯 쉬운 일이 아니야. 정부와 맞서 싸운다는 게. 아마도 이 내용을 일찍 알았다면 넌 무턱대고 덤볐겠지.

" 언제 그런 것까지 신경 쓰셨다고. "

­ 너까지삐딱선타면, 나 그냥 자폭한다.

" 알았어요. 일단 말씀해 보세요. "

­ 우선 토끼의 말이 사실이야. 그녀의 말을 의심하지 말게. 나 또한 그렇기에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쉬쉬살았으니. 그리고아이라스와라시노랭의아이들은페이킨이데리고 있어.

건남의눈이 다해만 해졌다.찢어지겠어.

"페이킨! "

­ 그래페이킨.누군지알 거야.

" 그가 살아 있다고요? "

행성인 이 알고 있는페이킨은윤을 잡은 후 홀연히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러나건남의정보에 의하면,시오와메르, 차린, 이럼주호대원들은 죽었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페이킨까지도...

역사에는 홀연히 사라져 어디에서도 그들을 찾을 수 없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정부에서 시체를 찾아 안치시켰다는 것으로건남은알고 있었다. 그럼 비밀문서가 가짜라는 건가?

" 아~ 갑자기현타가... "

­페이킨은살아있어. 0구역 안에.

멍했던건남은또다시 번뜩인다.

" 0구역안에요!! "

페이킨이살아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0구역 안에산단다.마들가리행성에살았던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명택의 말을 못 믿는다. 저 정보의 달인도 놀라는 판.

­ 그래 0구역 안에.

" 아~ 또현타가... "

­ 그리고 내가 찾는 상희의 딸도.건남의모습은 혼 나간 좀비 같다.

" 상희의딸이라뇨? "

­ 그래 자네가 찾는 그 아이.

" 왜? 그것을 이제... "

매만지던 당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일부러 숨기려 했던 건 아니네! 이날을 기다려 왔다고 해야 하나. 내가 토끼에게 부탁한 물건이 있을 거야.

3월의 토끼가 까닥거리던 모자 귀를 멈추고 말했다.

"끌끌끌끌... 이 물건이 이제야 쓰이게된다니. "

준비라도 한 듯 책상 서랍에서 토끼는 작은 물건을 꺼냈다.

" 이것이 당신이 하는 일을 도울거에요.엑타륵광물로 만든 목걸이입니다. 팔찌와... "

건남은멍했다. 너무 많은 일이 계속해서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행성의 정치 싸움, 자신이 찾던 아이, 행성의 위험함, 죽은 줄 알았던 옛 영웅의 이야기. 이 사실이 정말 사실일까? 그냥 고요하다. 커다란 바위가 벽을 만들어 자신을 막는 것 같다. 그리고라구나가번뜩 떠올랐다.

" 그럼, 투구를 노리는 자들에게 투구가 넘겨지면발쿰세력이 움직인다는 것이죠? "

토끼가 건남에게 목걸이와 팔찌를 꼭 쥐여준다.

" 쿠데타의 시작이지. 아마도 그동안 쌓아온 그들의 모든 것을 퍼부을거에요. 그것이군대든, 행성의 술사들이든... "

이 어째, 일이 커진 것 같다.건남아줄 잘 타야하느니라...이야옹~

연금술사의 아지트에서 하루를 보낸건남은떠날 준비를 했다. 근데 뭘 타고가냐아옹~ 내 걱정은 '넣어둬'가되었다. 떠나려는건남을인도하는 3월의 토끼. 그녀와건남은어두운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한발한발움직일 때마다 켜지는 등이 앞을 밝혔다.

"끌끌끌끌... 그래도 가는 사람에게 선물은줘야지. "

"선물까지야... "

그렇게 말하지만, 선물 아닌가? 입은 찢어질 수 밖에,건남은그녀를 뒤따른다. 곧 도착한 공간. 검은 공간이었다. 3월의 토끼가 스위치를 올렸다. 희뿌연 형광등이 점멸하고 곧이어 켜졌다. 공간의 넓이보다 적어 보이는 형광등 불빛은, 이것이 빛을 밝히는 것인지 아닌지 애매한 빛만 비추었다.

50평 정도의카고같았다.

" 이곳은 제 아지트의 지하 속 지하. 거창하게 말하고 싶었는데 뻘쭘하네요. "

" 무엇을 주시려고...? "

3월의 토끼는 공간 중앙에 천으로 덮인 물건으로 향했다.

" 이건 제가 여기서 만든 것인데... "

그렇게 말하며 은색 천을 서서히 걷어냈다.

"짜잔! 명택이 제작하고 제가 연금술로 도배한 전투 비행정입니다. "

천막을 모두 걷어내자 그 안에 고급 4륜 비행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탑승 인원이 2명으로 된 걸 보니, 철저히 전투용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소형 비행정 치고는 상당히 커 보였다. 뭇 전투기와 비슷하게 생겼다.캐노피가직선으로 뻗은 것, 조종석과 부조종석이 앞뒤로 자리 잡았다. 다만, 날개가 짧다는 것이 전투기와는 상당히 달랐다.

프로펠러가 날개 내장형이라는 것도 아마 전투에 특화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 이... 이걸! 저 주신다고요? "

" 어차피 타고 가려면 무인 비행정 불러야 하는데, 기다리려면 하루 걸리지 않나요? "

" 그렇지만. 이런 것까지... "

"끌끌끌끌... 어차피 이런 건, 난 필요 없으니... 싸울 사람에게 드리는 게 맞겠죠. "

웬 떡이냐! 드디어건남의후덜덜한이륜 비행정을 갈아치우는 것인가?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없었던건남의2륜 비행정.

복 받은놈.

" 잘 들어요.건남씨. 제가 준엑타륵물질의 목걸이와 팔찌. 상희씨에게 전해주세요. "

" 그러고 보니 용도가 무엇인지 물어보질못했었는데. "

" 그 목걸이와 팔찌는 상희씨의 본능을 억제하는 물건이에요. "

본능?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건남씬알고 있죠? 상희씨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

끄덕끄덕. 조용히 끄덕끄덕. 갑자기 얼굴이 굳었다.

" 본능의 억제가 봉인이 풀리듯 풀리면 음~ 생각 하기 싫군요. 아무튼, 꼭 채우길... "

뭐냐? 이것들 또 우리가 모르는 비밀을...건남너 또 말 안 한 것이 있다던말이냐아옹~아놔!미쳐블거릴상희가 눈앞에보인다아옹~

건남과3월의 토끼가 헤어짐의 포옹을 하고,건남은전투 비행정에 올라탔다. 곧이어 지하의 공간에 엔진음이 가득 찼다.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한다. 30m 높이의 천장, 그 끝이스르륵열렸다.

눈이 내리는 하늘.

지하실에 하나하나 떨어진다. 토끼의 귀가 흔들거린다.

'우우우웅~파다다다다닥. '

3월 토끼는 비행정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고개 들어 바라만 보고 있다. 토끼 모자의 토끼 귀가 힘없이 주르륵 고개를 숙이자, 비행정은 로켓 노즐을분사시키며앞으로 전진한다.

'부우웅~ 팡팡... '

" 부디. 신의 가호가 깃들길... 아작. "

당근을 오물거리는 토끼. 천장 입구가스르륵닫히고 있다.

­ 지상 최대의 오피스텔 ­

뱅은오랜만에 밖으로 나왔다. 집에 갇혀 지낸 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것 같았다. 그는 오피스텔 복도로 지나가는 자기부상 열차를 타기 위해 아담한 플랫폼에 기대어 섰다. 투명한 원형의 관이 복도를 따라 길게 자리 잡았다. 당최 오피스텔 크기가 얼마나 크기에 이런 걸 운행하는 걸까?

300층 건물.

그 덩치는 멀리서 보았을 때 더 가관이었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든 거대한 하나의 도시 같았다. 공기와 산소의 보급을 위한 시설도 어떻게 보면 필연, 오피스텔을 빠져나오지 않아도 그곳엔 모든 시설이갖추어져있었다.

그곳을 빠져나오는 이유는 그냥 햇빛을 구경하려는 것정도쯤이었으니...

아무튼, 자기부상 열차가 선다. 문이 열리고 뱅이 들어간다. 열차의 공간은 건물 복도의 넓이를 효율적으로 늘리기 위해 매우 좁았다. 열차의 문이 닫히고 움직인다.

복도를 걷고 있는 사람들...

오고가는전동 킥보드와 전동자전거가뱅의눈에 들어온다.

­ 이번 정차역은 63층상업지구입니다. 다음 정차역은 62층아쿠아센터. 내리실 문은 하나입니다. 그리 내리세요.

어느덧 주거 지역에서 상업 지역으로 들어선 자기부상열차가 속도를 줄이며 멈췄다.

'취이익.'

뱅은그곳에 내렸다. 상업지역은 전동이동수단이 금지된 곳이었다. 물론, 인파가 붐비는 시간에만 적용되었다. 지금이 붐비는 시간이었기에 시끌시끌했다.

오가는 인파 속을 뚫고뱅은급하게 물품 보관소캐비넷으로향했다.캐비넷의문을 열자, 그 안에는 투명고글이놓여 있었다. 곧바로고글을착용하는 뱅.

눈으로 스위치를 눌렀다.

동공 인식을 확인한고글.

고글안에는 다양한 색상의 프레임이 생성되었다.

뱅은눈으로 확인하며메세지창에 안구를 고정한다.

­안 읽은메세지2개.

­발신인: 정보등록 없음 빠르게 클릭하는 뱅.

­연락요망.건남임.

간단한건남의첫 번째 메시지였다.

­ 도움을 구하는 녀석의 태도가 불친절한데! 연락 두절이면 어쩌라고.

짜증 난 2번째 메시지를 읽고 있는뱅은동공을 '미확인 교신 24개'에 일치시킨다. 초점을 인식하는고글은교신을 시도한다.

' 삑 ' 교신음이 들리고,

­뭐지. 그렇게 연락해도 받질 않다가.건남의목소리가뱅의귀에 들렸다.

" 앗. 내 파일을 열어 보았군. 232 사냥꾼의 일원인가? "

­ 그래.

" 휴~ 어찌 파일은 다 확인했나? "

­꼼꼼이... 당신 눈물까지도...

"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릴 도와줄 건가? "

­ 뱅! 뭔가 착각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자네가 도와 달라는 게, 설마 죄를 덮어 달라는 건가?

" 아니! 나 그래도 행성 수비군 간부로 제대했던 사람이야. 달게 받겠네. 그보다. 울 어머니의 목숨을 구해줘! "

오~ 뱅! 뭔가 사람이 바뀐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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