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 126전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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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전멸.
기차는 또 다른 터널을 지난다. 은은한 조명등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진 복도의 사람들. 어떻게 들어온 건지 모르겠지만,팔콘과챈코가10 칸의 술사를 해치운 것 같다.
팔콘의뒤로 난자한 술사 둘이 쓰러져 있다. 쓰러진 시체와 함께 서 있는챈코, 그가 서서히 허리를 펴며 일어선다.
"팔콘.보냈어. 다이! "
챈코가뒤집어쓴 망토 속 얼굴이 창백하다.
"크크큭. 생각보다 인원이 많군. 쉽지않겠어. "
팔콘은여유로운 듯 중후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런팔콘을바라보는라구나대원들, 물론차차를잡으러 뛰어가는 준과건남은뒤의 상황을 아직 알아채지 못했다.
" 그냥 순순히 내가 하는 일에 방해하지 않으면 너희는 그냥 살려주지. 저 232만 빼놓고 말이야.크크큭. "
"미친새끼...어딜함부로.이보쇼. 당신이 아무리 좀 나간다고 하는 범죄자이지만, 내가 그리 쉽게 죽을 것 같아보입요? 흥~ "
역시 상희다. 기죽지 않았다. 왼손에 든바리깡과오른손에 단도를 역검으로 잡았다.
"크크큭. 별수 있나 그럼. "
거구의팔콘이등에 매단쌍날도끼를 빼 잡았다. 자신의 크기만 한 도끼였다.
" 웃기지 말라고. 미친놈.이얏! "
상희가바리깡의버튼을 누르자 방패로 변신한다. 거꾸로 잡은 단검을 허리춤에 기댄 채,팔콘을향해 뛰어들었다.
혜란의 뒤에 있던 명치대인도무쇠주먹과일본도를 든 채 상희를 따른다.
그 뒤의 창기 또한 팔꿈치에 장착한 원형의 톱을 가동하며 상희의 뒤를 따랐다.
'위잉' '위이잉'
방패로 변한바리깡의소리와 톱날이 도는 기계음이 복도에 흘러 퍼졌다. 그제야 뒤를 돌아본건남. 놀랬다.
"팔콘!! "
이렇게 빨리 마주하다니. 놀라지 않으면 사람이아녔다. 그리고 뒤에 있는챈코가눈에 들어왔다.건남의입에서 탄식과 함께 외침이 쏟아져 나온다.
" 안돼!! 기다려!! "
" 기다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다.크크크큭. "
팔콘이양손에 부여잡은 양날 도끼를 질질 끌며 뛰어온다. 달려드는 상희와 명치대인과창기에게로.
상희와 명치대인과 창기 또한팔콘에게로.
'쿵쿵쿵쿵쿵... ' '다다다다다닥.... '
건남은그곳으로 손마디마다에낀다트핀을사정없이 던진다.챈코와눈이 교차하며.
챈코는기마자세에서 오른쪽 손을 편 채 내질렀다. 그의 망토가 무음의 기에 뒤로 넘어갔다. 곱슬머리가 펄럭인다.
광역 슬로우.
무음의 공기가 파도처럼 출렁거리며 빠르게챈코의오른손에서 상희의 일행에게 전진한다. 그 전진은 순식간에 열차의 12칸 끝까지 전해졌다.
순식간, 모든 이가 슬로우에 걸렸다.
돌진하던 상희, 명치대인, 창기와 꾸물거리던 혜란과다트핀을던진건남과뱅의등을 후려치려는 준과 절뚝거리며 차차에게 향하던뱅과양쪽 투구, 진짜와 가짜에 양손을 얹힌벙과이동술을 준비하던 차차까지도.
정적이 열차의 복도와 모든 것을 집어 삼켰다.
오로지 뛰고 있는 건팔콘이었다.
그가 달려간다.
기차가 달리듯 육중한 몸에서 기가 발현한다.
"으아악! 난니년의머리가 필요해! "
증기 기관차의 펌프가 터지는 것 같았다. 외침과 함께 느려진 상희를 향해쌍날도끼가 크게 휘둘러진다.
'훙~ '
'와장창창창.'
'삭~'
'와장창창창.'
가로로쌍날도끼가그어졌다. 객실의 외벽이 부서지고 상희의 머리가 잘렸다.
그 커다란 힘에 열차의 외벽과 창문도 무너져 내렸다. 순간이었다. 슬로우에 걸린 상희의 머리가 아주 느리게 공중으로 솟고 있다.
계속 전진하는팔콘.
'훙~ '
'삭~콰지지직.'
위에서 아래로, 약간 대각선으로쌍날도끼를 내리쳤다.
명치대인의 오른팔이 잘려 나간다.
열차의 천장이 뜯기고 바닥이 파였다.
'훙~ '
창기의 왼팔이 잘려 나간다.
그렇게 계속, 미친 듯이 질주하며 커다란 양날 토끼를 휘두르는팔콘. 막을 수가 없었다. 열차의 객실 문과 천장, 외벽이 천 쪼가리처럼 나풀거렸다.
그곳으로 들어오는 늦가을의 찬 바람은 무심하게 열차 안으로 불어왔다. 머리와 팔이 잘려 나가도 고함조차 느리게 흘러나왔다.
팔콘.
그를 막을 수가 없다.
'훙~ '
혜란의 한쪽 다리가찟겨진다.
'훙~ '
건남의한쪽 다리도 날아간다.
'훙~ '
준의 몸통이으깨진다.
10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무런 반항도 못 하고 일격에 싹쓸이 당한 232대원들...
모두가 잘려 나간 부위에서 서서히 피가 뿜어지려 하고 있다. 매우 느리게, 아주 느리게.
" 크크크크... 저년의 머리만 챙기면 되는 건가? "
천천히 떨어져 나가는 상희의 머리를팔콘은바라보고 있다. 그토록 원한, 완벽한 사람을 만들기 위해 상희의 머리가 필요한팔콘은조용히 웃고 있다.
이런 전멸이라니...아놔!미치겠다아옹~ 느려짐이 멈추지 않도록챈코는기를 발현하고 있다.
"으으윽.팔콘빨리해. 이 기술 오래 사용할 수 없어!으아악! "
챈코는오른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 알았다고 이 친구야. 좀만 버텨. 그래도NG에게선물은 선사해야 하니... "
선물? 아~ 그래차차의죽음을 말하는 것 같았다. 뱅이 이야기한 반정부,발쿰의기밀이새어나가지못하기 위해차차를죽여야 했다. 여기가도륙장이냐아옹~
헐... 어쩜좋단말인가?팔콘은천천히챈코의힘듦을 무시한 채차차에게로다가왔다. 거의멈춰있는차차의움직임은 1mm 간격으로팔콘을막으려는 것 같다.
그러나 슬로우 기술은 매우 강했다. 거의 동상에 가까운차차였다.
" 할망구가 그래도 꽤 애썼는데 말이지... 안타깝군. 하하하하... "
그 모습을 바라보는뱅의눈에 눈물이 천천히 고이고 있다. 몸은 고함치고 있지만, 뿜어내지 못하는 뱅. '안돼!'의 외마디가 이리 힘들었단 말인가?
아주 천천히 고였던 눈물이 바닥을 향해떨구어질무렵,팔콘은차차를두 동강이 낸다.
'훙~ '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 그동안수고했어... 크크크크... "
차차의몸이 좌우로 서서히 갈라진다. 모든 것이 조각난 열차 안.
열차는 터널을 빠져나왔다. 이젠 어디로 달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레일의 기차 소리만 요란하게 산맥에 울려 퍼진다.
'칙칙칙...칙칙칙. '
산맥의 마지막 터널을 빠져나오는 열차. 모든 것이 끝으로 달리는 것 같았다.
열차가 마지막 터널을 지나자, 험했던 산맥은 점점 평원으로 변해갔다. 높은 산의 분지를 향해 달리는 것 같았다. 그 열차의 정면으로 커다란 대형 비행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내 눈엔 별처럼 빛나고 있지만, 매우 작게 보인다는이야기다아옹~
아무튼차차를두 동강이 낸팔콘이선글라스를 착용한다.
" 임무완료 했다. 10분 후 도착함. 다음 임무 절차 확인 바람. "
뭐라는거냐아옹~ 다음 임무? 그래, 그 임무는 이 투구를 빼돌리는 것이겠지. 음! 무슨 방법으로 가져갈거냐아옹~ 이동 술사차차도죽였놓고.
교신이 끝나자팔콘이챈코를뒤돌아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챈코가알았다는 듯, 기마자세를 풀며, 오른손을 내린다.
'파박. '
' 턱. ' ' 턱.턱턱턱턱턱... '
모든 것이 풀렸다. 모든 것이 복도에 떨어졌다. 모든 것이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으아아악.팔콘이 개자식아!! "
뱅의커다란 음성이 열차에 울렸다. 그 와 동시에라구나대원들은 신음을 흘렸다. 시뻘건 핏물이 솟구쳤다. 붉은 핏물이 열차를 적셨다.잘려나간상희의....
모두 신체가 파손되었지만,라구나대원들은 자신보다 상희가 더 걱정되었다.
" 으~ 파...팔콘. 가만두지 않겠... 어...으윽. "
건남이잘린 다리를 부여잡으며 신음을토해내었다.
" 헉! 헉! 기운을 너무 많이뺐군... 헉! 헉! "
챈코는이 많은 인원을 슬로우 시키기 위해 체력이 바닥 난 모양이다. 허리를 굽혀 양손으로 양 무릎을 잡았다.
팔콘이머리와 몸이 분리된상희에게로천천히 다가왔다.
"크크크... 이제 저년의 머리를 붙이기만 하면 되는 건가...캬캬캬캬... "
웃음의 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 무언가 희열의 느낌이었다. 무언가 환희의 느낌이었다. 그때,팔콘이상희의 머리를 집어 들으려는 그때.
팔콘의앞으로 공간이 그어졌다. 그어진 공간, 꼭 공기를 찢고 나오는 것 같았다.
누가? 용선이었다.
플라잉펀치.
' 퍽 '
나비처럼 날아 핵처럼 내리꽂은 그의 펀치가팔콘의두꺼운 얼굴을 강타했다.
주춤거리며팔콘이뒤로 물러났다.
그 뒤를 내가 튀어나왔다.
니들 다죽었으! 다만, 난 때리지 못할 뿐! 주춤거리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날 각성시키는 용선이었다. 설마 날 지금 라이언으로 변신시키지 않겠지? 아무튼 시작되었다.
용선이 눈을 감자 내 눈의 녹색과 파랑이 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용선의 능력이 타 술사의 능력을 뺏는 것도 있지만, 능력을 광폭 시켜 펼치는 기술도 있었다. 지금이 딱 내 능력을 광폭 시키려는 것일 것이다.
눈을 감았던 용선이 눈을 번쩍 떴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사라졌다. 아마도 흰 눈동자가 삼켜버린 것 같았다. 그리곤 손바닥을 펴며 내게 내밀었다.
어쩌라고? 내가 의문도 가질 필요 없이 금빛 광선이 줄기를 타고 내게 꽂혔다.
맞네. 날 라이언으로 만들 속셈이다.이거이거이 기술 시전하면 꼬박 사나흘은 기절 각인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챈코. 의아한 표정이 역력했다.
"뭐지?저녀석은? "
고갈된 체력을 회복이라도 한 것일까? 굽었던 허리를 펴며 용선에게 손바닥을 뻗을 찰나, 용선의 위 점퍼 주머니에서라리가기어 나왔다.
곧바로 바닥으로 떨어진라리, 그녀가 허공에 두 손을 올렸다. 강낭콩 같은 그녀의 눈이 붉게 변했다.챈코의슬로우 시전.라리의의식접수가 동시에 전개되었다.
라리너만믿는다아옹~
대략 10분 전.
차차가공간이동 하기 이전, 용선은 나와라리를테이블에올려두고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여유로운 놈.
" 용선이 오빠라 불러야 하나요? "
라리가그와 와인을 함께 먹고 있었다. 난 연신그루밍을했고.
"큭.쥐한테오빠 소리도 듣고... "
" 용선 씨라 그러기엔이상하잖아요. "
" 편한 데로 불러. "
" 그나저나. 오빠 우리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거아니에요? 저 뒤 칸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려고 이렇게 맨 앞칸에... "
" 음~ 별거 없어.차차가이동술사 이기 때문에 그할매의능력 좀 빌리면 되니까. 나타나는 동시에 내 레이더에 걸리게 되어 있지. 어차피 건남이에게 등장할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이야기해준다 했으니. 좀 여유롭지않겠니? "
"어휴~ 그러다 아무런 말 안 하고 등장하면 어쩌시려고. "
어디서 가져왔는지 쥐 손에 들려 있는 삼각형 모양의와인잔. 잘도 홀짝거린다.
" 설마.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고 선, 뒤통수치겠어. "
뒤통수맞았다아옹~
아무튼 용선도 창밖을 바라보며 와인잔에 입을대었다.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용선과라리. 빈 잔에 보랏빛 와인을 따르려 할 때 용선은 움찔한다.
" 응? 이것은? "
라리또한 빈 잔을 채우기 위해 용선에게 손을 뻗었다.
" 왜? 왜 그러세요. "
용선이 일어선다. 벌떡.
" 이쌔리들움직였어! "
" 네? "
" 술사의 기운이잡히는군! 11칸 복도등장했어! 이런!라리준비해!히리너도! "
뭐 준비할 거 있냐 옹~ 내 무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니뒤만따르리.
" 응? 이건? "
" 용선오라방또 왜? "
" 한 놈이 더 있어? "
" 네? 또 있다고요? "
" 이 자식은 시간 술사인데... 젠장 10칸에나타났어. "
그렇게 말하며라리를점퍼윗주머니에넣는다. 그리고 침대 위에 놓인 반월도를 챙긴다.
" 후~라리. 혹여나 모르니 시간 술사의 능력을 지배할 수있겠어? "
" 해볼게요. 확신은 없어요. 술사들에겐 제 능력이 거의 먹히질 않거든요. 아무튼 준비합니다. "
" 오케이! "
용선은 눈을 질끈 감는다. 술사의 파동을 느끼기 위해 집중한다.차차가보인다. 12칸 안에 좌우로 쪼개지고 있는 그녀가.
"찾았어! "
객실문을 열고 나온 용선은 그렇게 말하고 달렸다. 무언가 도움 닫기 하는 것 같았다. 난 졸졸 따라간다. 아무튼 그가 열차 칸 중간에 다다르자 공간이 찢어졌다.
작은 게이트가 열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돌진.
게이트의 반대편은 아수라장이었다.
" 헉! 그새 다 당한 건가... "
용선은 높게 솟아오르며 게이트 안으로빨려들어간다. 눈앞에 보인팔콘을향해 뛰어오르며 주먹을 내질렀다.
' 퍽! '
그렇게 등장한 우리.
팔콘이용선의 공격에 뒤로 물러서고, 내게 라이언 변신을 시도한다.라리가챈코의술사 능력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기술을 펼친다.
아~ 시간 없다. 얼른. 어...언능하라냐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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