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1화 〉 130­다짐 (131/179)

〈 131화 〉 130­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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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다짐.

­라구나bar­

라구나는bar로변해 있었다.

긴bar안쪽에 앉아 있는 상희는, 등받이에 깊숙이 등을 대고 짧은 다리를bar밑 선반에 올렸다. 매우 편한 자세로 손에 든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 모질라~ 모질라~ "

아무래도차차를잡고 난 후, 그에 따른 지출고지서를 확인하는 것 같다.

" 뭘 빼먹은 거여? "

혼잣말이지만라구나에다 들린다.

" 뭐가 그리 모자란다는 거야? "

바깥쪽에서하이넵킵을마시는 창기가 숙였던 고개를 들어 상희를 바라본다.

"몰러유~ 아~ 숫자만 보면 내 머리뽀가지갔소! "

제대로확인하라옹~크랑제대로 받으려면. 그래야 내 특제 간식이 따라서 오지.

라구나대원들은차차를잡은 후 조금은 느슨한 상태로 쉬고 있었다.건남이말한자르의복수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열차 사건으로 인한 피로도있을뿐더러. 화장실에서 용선이 나왔다. 그가라구나를빙 둘러보았다.

" 다들 어디 간 거야? "

그러고 보니라구나가조용하다. 스텝을 밟는 명치대인도 안 보이고,고글쓰고 게임을 하는 다해도 안 보인다. 준도 안 보이네,건남과성우는 범죄자를 넘기러 나가 있는상태고. 상희가 질문인지, 혼잣말인지를 내뱉은 용선에게 대답했다.

" 모두 지들 하고 싶은 거 하러 갔겠지요. 명치대인은 어떻게 눈이 맞았는지 혜란이랑 뒹굴고 있을 것 같고, 다해는승규랑소고기쳐묵쳐묵하고있을테고.준옵은그뭐라더라... 별테러범이라 했던가?여튼이상한 테러범 잡으러 가야 한다며나갔답니다요. "

허허~ 용하다 용해. 어찌 다맞추냐아옹~ 참고로 난 아직도 기절해 있었다. 이거 일주일 각이다.

라리가bar에매달려 바둥거리며 상희의 말에 덧붙였다.

" 현석 씨는 바퀴벌레 채집하러 나갔어요. "

물끄러미 바둥거리는라리를바라보다 그녀를 집어 올리는 용선,bar위에그녀를 내려놓았다.

" 넌 뭐 하는 데 거기서 그러고 있어? "

" 바닥에서 운동 좀 하고 있었어요. 며칠 쉬고 먹고 하니 뱃살이... "

Bar위에 올라온라리가자신의 배를 비빈다. 그리고 창기를 바라보곤,

" 앗. 창기오라방! 또 혼자 술 드세요! "

찍찍거리며창기에게로달려간다. 그리곤 어디서 가져온 것인가? 자신의 크기에 맞춤형으로 제작한 술잔을 내밀었다.

" 혼자 드시면 못써요. 천벌 받는다고요. 맛있는 건 나눠먹어야죠. 찍찍. "

다이어트는 하늘나라로 쉽게 사라지는 느낌은 나만 느끼는 건 아니겠지?

" 그래! 그래!니말이 맞다.맞어! "

술친구를 반기는 창기가 먹던 맥주를라리의잔에 채운다.

" 저도 한 잔 주시죠! "

용선이 창기의 옆에 앉았다.

" 자네도? "

" 네. 목이 칼칼하니 술이 당기네요. "

" 그럼. 그럼 칼칼할 땐 맥주가최고지. "

그냥 아무 때나 맥주님이 최고라고말하라옹~ 만병통치약은 맥주였다. 역시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상희는한숨뿐.

" 그러고 보니. 용선.자네하고는처음 일을 치러봐서. 제대로 말을 섞질못했어. "

" 별거 없는놈이에요. 흐흐. "

별거없단다. 저걸 겸손이라 말하기가... 참 어이없네.눈코입다 있는 녀석이 그게 할소린가. 아무튼 둘은 조촐하게 자신을 서로 소개한다.

"어멋.용선님. 역시 대단한 분이셨네요. 술사 사냥꾼이란 닉네임은 행성에서 손에 꼽는다고요. 든든하네요. 호호호. "

" 그로 인해 이 지경이 되지않았니... 썩을건남이녀석.어휴그놈만아니었어도... "

" 이봐! 그럼 그 열차에서 게이트로 상희를 기차 지붕으로 옮긴 게 자네 솜씨였다는 거지? "

" 그렇죠. "

상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 왜 하필 기차 지붕으로 절옮겼답니까?용선옵! 따뜻한 객실도 허다한데. 아주 추워 죽는 줄... "

" 별거 없어요. 울상희양. 컨트롤이 제대로 안된것뿐이니."

" 그럼. 인체 분쇄기의 빛은? "

" 그게... "

용선이머릴긁적거렸다.

난 알고 있다. 저 녀석이 왜 그러는지. 인체 분쇄기의 빛은 게이트가 열리며 그 주변의 농가로 빛을 발현했다. 축사로 떨어진 분쇄기의 빛. 너 때문에 어느 농가가망했다지. 돼지 축사로 떨어진 빛이 100여 마리의 돼지를 음식이 되기 전, 염라대왕에게 선물했다는 속설이 나돌고 있었다.

아무튼 이들은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있다. 한잔 술에. 근데? 정말 이들이 이렇게자르를놓고 있어도 되는 건가? 내도 이렇게 걱정하는데 말이다.

­ 열차 사건 이후 1일. 이틀 전. ­

회전의자에 앉은자르가홀로그램 통신기를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 그렇다는 건가?훗. 일 진행해... 아주 완벽히갈아버리겠어! "

­ 네. 알겠습니다. 존명! 홀로그램이사르륵눈 녹듯 사라졌다.

"크흐흐흐. 이 새끼들 각오하라고.어딜이자르님을...흐흐흐흐... "

웃음을 그친자르가책상에 손을 괴고 턱을 받친다.

" 우리의 대업을 방해하면 응당한 대가를치러야지... "

하얀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하얗게 보인다. 음~자르가뭔가 움직이려는 분위기!라구나대원들은 이 사실을 알기나 할까? 저초롱초롱해진자르의눈빛은 이미 상희와라구나식솔들을 죽인 눈빛이었다.

­ 23구역 경찰서. ­

은행털이범인차차와뱅과벙을경찰서에 넘기고건남과성우는 주차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건남이앞을 보며 터벅터벅. 성우도 조용히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 형. "

" 왜? "

"팔콘살아 있겠죠? "

" 그렇겠지? 아마도... "

" 가만히 있을까요? "

"당치도않은 소리... "

" 그렇겠죠? 투구를 그들이 탈취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둘 다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

뭐시라! 둘 다 가짜였다고? 그럼 진짜는?

" 그 투구 우리가 빼돌린 걸 알면 더 기절하겠지.팔콘뿐만 아니라 정부와 반정부 인사들까지도. "

성우가건남의옆에 서며 말했다.

" 이게 잘하는 짓인가 생각이 듭니다. 형. 휴~ "

"상희랑, 다른 대원들은 모르지? "

" 네. 말안했어요. "

허허허... 둘이서뭔짓을한거냐아옹~

정부에서 이 일을 알면우짤라고?

발쿰에서이 사실을 알면우짤라고?

팔콘이야무너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라구나를다시 찾을테지만...

" 그나저나 빼돌린 투구는 어디에 숨겨놓았어? "

"지금쯤이면연금술사 3월의토끼님의아지트에 도착했을 겁니다. "

허허~ 이 자식간댕이가부었다아옹~

문화재 탈취범으로 거듭나려고 작정한건남과성우는, 3월의 토끼가 선물한 비행정의캐노피를양옆으로 열었다. 그리고 탑승한다. 수직으로 상승하는건남의비행정.

음~ 역시 애마가 바뀌니 사람이 달라 보였다.

천만의 말씀. 그냥찌질이는찌질이일뿐. 선물 받은 비행정만 멋져 보인다.이야옹~

건남이앞 좌석, 성우가 뒷좌석에 앉았다. 전투 비행정이라 그런지 안락함은 없어 보였다. 기체에 비해 앉은 공간이 매우 작아 보였다. 수직 이륙한 비행정은 경찰서 빌딩 4층 정도에 이르자 전진한다.

' 쉬이 윙~슝슝~ '

성우가 날아가는 방향을 확인하고는 건남에게 물었다.

"라구나로가지 않는 거야? "

위치상,라구나의반대 방향으로 조종하는건남이었기에물은 것이다.

" 들려야 할 곳이 있어요. "

" 어디? "

" 형도 느꼈을 거로 생각해요. "

" 뭘? "

" 재필도발쿰과관련이 있다는 것 말이죠. "

건남의생각이 맞았다. 성우는 그렇게 생각했기에.

" 그래. 너도 재필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 거니? "

" 네. 그 자식 죽기 전에 한 번 봐야 하지 않을까요? "

" 아직 사형일이 잡히진 않았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

" 네. 형. 재필을만나봐야겠어요. "

그렇게 재필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건남이었다.

­라구나bar­

건남과성우가 '철의요새'로날아가는 동안,라구나에는하나둘대원들이 복귀하고 있었다. 다해가 바주카포를 두고 나갔다는 건, 상희의 생각대로 승규를 만나고 왔다는 것이었다. 다해가 들어오며 손을 흔든다.

"언냐! 다녀왔어요!히힛. "

Bar안쪽에 있는 상희는 시큰둥하다.

"어후~오셨쪄요. 오늘도 소 하나 잡았겠군. "

그 사이 명치대인과 혜란이 팔짱을 끼고 들어온다. 이젠 대놓고애정행각이라니.라구나의창기, 용선,라리, 상희, 다해가 명치대인과혜란에게로고개를 돌린다. '이건 무슨시츄레이션인가?' 하는 표정이 그들에게 서려 있다. 그것을 의식도 하지 않은 저 뻔뻔함. 환하게 웃으며 명치대인이 손을 흔든다.

" 누님 다녀왔습니다. "

부담스러운 시선을 혜란은 느꼈는지스르륵팔짱을 풀었다.

"끄끄끄끅.뭐에요. 다들, 이 표정은? "

몰라서묻냐아옹~ 니들 언제부터 1일인거냐아옹~ 머리카락이 붕 뜬 걸 바라보며 상희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 니들 샴푸 냄새 난 다야. 샤워했으면 머리는 말리고 나오지그랬냐.모텔에 드라이기 없든? "

"끄끄끄끅. 언니.눈설미쫌쩌네. "

"됐구요.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서연애질하려면가려서 해. "

입을 조잘거리며 흘기는 상희였다.

"넵. 누님. 명심하겠습니다. "

순간, 준도 돌아왔다.

"뭐야? 이 분위기는? "

들어왔다는 인사보다도 분위기를 파악하는 중이었다.

" 아무것도 아님. 그나저나별테러범인가별테버러지인가하는 놈은잡았삼? "

" 그럼. 그럼. 잡아서 방망이로 좀 두들겨 팼지. 각서도 받아오고. "

웹 소설광팬인준이 무언가 큰일을 한 듯 뿌듯함을 즐기는 것 같았다.

" 당최 어떻게 별을테러하길래. 무슨 우주 정복자도 아니고 별을 테러 한데? 아무튼 무슨 각서를받았슴요? "

흐뭇하게 웃으며 준이 대답했다.

" 별거 없어. 그동안 별테러한 소설들을 읽고 2000자 내외의 감상문을 작성해서, 게시판에 각작가님들에게사과와 함께 감상문을 올리라 했지. 허허허... "

상희는 무슨 소린지 알 길이 없었다.고글끼고 밭만 매던 그녀에겐 소설이란 기억에 없는 단어였다. 책은 베개 아니면 장식용 인테리어라 생각하는 그녀였다. 얼마나 좋은 목침인가?

마지막으로 현석이 유리문을 열고 들어왔다. 커다란 더블백을 등에 메고 들어오는 현석. 육중한 그의 몸만 한 가방이었다. 잠깐? 설마?

" 바퀴벌레는 많이 구하셨나요?현석씨. "

현석의 하얀 피부에 미소가 한 아름차올랐다. 그리곤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 네. 많이 구했습니다. 허허허... "

그렇게 말하고 내려놓은 가방을 가리켰다.

" 여기에 가득 담아왔어요! 허허허... "

뭐시라? 저 큰더블백에한가득! 대체 어디서 저리 많은 바퀴벌레를 구했단말인고. 주변에 바퀴벌레 양식장이라도있냐아옹~라리는창기와 술잔을 기울이다가 눈을 번뜩인다.

"어멋. 현석오빠 그거 좀 나눠 주실 거죠? 이런 고급 안주는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고요. "

익히지도 않았는데 뭐가식냐옹~ 저 가방을 반기는 건라리뿐, 다른 대원들의 표정은 '오~ 마이 갓!' 이라쓰여있다.

" 먹고 싶으면 무기 만들 때도와주련. "

"또요! 어쩌다 내가 무기공장에 취직하게 됐는지 모르겠네요.에휴~ 뭐 공짜로 먹을 순 없으니... "

그런 대화를 하던 현석이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 참! 오는 길에 저희 사건 뉴스에 나오던데 확인하셨나요? "

"뉴스에욧! "

다해의큰 눈이 더욱 커졌다.

" 뉴스에 우리가 나온다고? "

술을 마시던 창기도 놀라고,

"끄끄끄끅. 에이 설마? 그거 함부로 유출하지 않을 텐데. "

혜란도 의아해한다.

"뭐라고요? 열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고요? "

라리마저 놀라고 있었다.

" 왜? 우리 뉴스에 나오면 안 되는 겨? "

명치대인만 모르는 것 같다.

" 와~ 우리의 활약이 행성인들에게 널리 퍼지나보구만! 일감 많이 들어오겠으. 히히~ "

얼래? 명치대인만 모르는 게 아니었다. 상희도 주책과 김칫국을 서슴없이 벌컥벌컥 하는 걸 보면. 현석의 말을 들은 준이 방송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상희가 훔쳐 온홈시어터의전원을 켰다.

근데, 내가 알기론 이 사건은 비밀리에 정부에서 묻어야 했다. 그렇기에라구나대원들이 놀란 것이었다. 눈치 없는 두 인간 빼고. 그만큼 투구의 존재가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물건이었다. 행성인들은 모르고 지나가야 하는 투구의 존재인데, 그걸 언론에서떠벌였다고.

열차 안의 여행객이 사실을 알았다면, 정부에선어떡해서든입을 막아야 했다. 선량한 행성인을죽여서라도말이다. 그런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진 않았지만, 거짓으로 여행객들을 설득시킨 걸,라구나대원들은 알고 있었다.

두 명 빼고. 아무튼, 준이 켠 브라운관에 뉴스가 흘러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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