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5화 〉 134­비리 (135/179)

〈 135화 〉 134­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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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비리.

­ 29구역.철의요새. ­

건남과성우가 떠나고 부소장인, 시범은 제어실로 향했다. 교도소의 모든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중앙 컴퓨터가 있는 곳이었다. 시범은 제어실 중앙 컴퓨터에 다가간다. 부소장인 그는 화이트 키를 가지고 있기에, 모든 문과 암호화되어 있는 정보 파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는건남과성우가 재필을 만나는 장면, 그리고 그들이 지나간 동선의 카메라 영상을 지운다. 물론입,출입관리 센서의 모든 정보를 포맷했다.

" 이렇게 하면 되겠지... "

사실, 시범이 하는 지금의 행동은 그가 아무리 부소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어도, 소장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직권남용. 시범의 행동이 과감했던 건, 소장의 근무 태만으로 모든 교도소의 일은 자신이 도맡아 하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도 자신 아니면, 누구도 알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시범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재필과 소장은 유착 관계였다. 이걸 알지 못한 시범이었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이 행성에서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당사자인 소장과 재필밖에 모를 것이다. 아마도...

아무튼, 시범이 모든 일을 끝마칠 무렵. 그는 성우가 말했던다솜이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던 일, 소장의 일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었다.

" 음~ 선배가 말한다솜이라... "

이왕 이렇게 이곳에 온 거, 파일을 검색해 보는 시범이었다. 궁금했기에... 역시나 화이트 키는다솜의파일을 쉽게 열어주었다. 암호가 20자리가 넘어 보이는데, 고속도로 하이패스도 아니고 어찌나 쉽게 무사통과인지.

"다솜. 기억 술사. 재필의 수하. 징역 16년.제스양성에 적극 참여. "

시범은 굵직한 내용만 읊조리며 읽었다.

" 출소 이유가 특별사면이라... "

고개를 갸우뚱거린 시범.

" 징역 16년을 1년도 안 채웠는데, 특별 사면이라고? "

그리고 마지막 텍스트 화면에 빠져들 것처럼 얼굴을 들이밀었다.

­다솜은이곳의 수상.폴턴의명에 의해. 모든 죄를 사한다.

" 뭐! 수상이! "

시범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수상이 그녀를 풀어준 것도 그렇지만,제스양성 범죄를 극히 싫어하는 수상이 그녀에게 사면을 내렸다는 것에 더욱 놀랐다.

그렇게 시범이 놀라고 있을 때, 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 이봐. 부소장! 지금 어딘가?

" 아... 지금 사무실에 있습니다. 소장님. 무슨 일로 연락하셨습니까? "

­ 사무실?

" 네. 소장님. "

­ 내게 거짓말하는 이유가 뭔가?

" 네? "

시범은 당황했다. 소장은 분명 골프를 치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시범은구라친것이었다. 근데 들켰나? 설마...

­ 내가 지금 부소장 사무실에 와 있는데 말이지.

역시나... 뜨끔한 시범이었다. 왜이시간에교도소에있는것인지? 한가롭게 골프나 치고 있어야할 소장이말이다아옹~

" 아... 잠시 화장실에... "

자신감 없이 시범은 말꼬리를 흐렸다.

­ 당장 내 방으로오게나!

" 네. 알겠습니다! "

시범은 빠르게 제어실을 나왔다. 이거 시범우짠디여~

­ 29구역교도소소장실. ­

" 지금 무슨 짓을 한 건가? "

"......"

시범은 말 할 수 없었다. 어떻게 소장이 이 사실을 알았지? 골프 치고 있을 양반이 이 시간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 된 거지? 시범의 한쪽 뇌는 이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말도 못 한 채.

" 재필이 면회권이 없는데. 왜? 그를 만나게 해 주었나? 미친 거 아냐? "

소장의 목소리가 콸콸했다. 마치 건수 하나 잡은 사람처럼.

" 이건 월권행위야! 왜 면회를 시켰는지 타당한 이유가 없으면 자넬 해고하겠네! "

이런!건남의똥물이 여기까지 튈 줄이야. 의리 한 번지키려다이 모양이 되다니. 진짜어쩐디야...

" 할말 없나? "

" 저... 소장님... "

서 있는 시범. 공손히 열중쉬어 자세의 시범. 소장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말했다.

" 재필이 면회를 했던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

자신의 의자에 기대어 앉은 소장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찍었다.

' 쾅! '

소장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왜? 내가 그런 것도 감시하지 않았을 것 같은가? "

눈을 마주치지 못했던 시범이 고개를 들며 소장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 소장님! 그 시간이면 소장님은 이곳에 없을 시간입니다. 근무시간에 골... "

' 쾅! '

소장은 다시 한번 책상을 내려찍었다.

" 뭐! 지금나한테근무시간에 근무지 이탈했다고 협박하는 건가? "

" 제가 잘못한 건 알겠지만, 제가 징계를 먹으면 가만있겠습니까! "

오~ 부소장. 세게 나가는데...

" 이 자식이! "

소장은 분개하며 벌떡 일어섰다.

' 탁. 탁탁탁. '

소장의 검은색 구둣발 소리가 몇 번 들리고,

' 짝! '

소리가소장실안을 가득 메웠다. 이게 말로만 듣던 귀싸대기인가? 시범의 고개가 크게 돌아갔다.

" 지금! 나랑 장난치나! 어디서협박질이야!!! "

열중쉬어 자세에서 손을 푼 시범은 볼때기를 매만진다. 매서운 눈으로 소장을 째려보며...

" 참. 어디서 눈을 부라려! 안. 깔. 아!! "

깔긴 뭘까냐아옹~양탄자도아니고.

" 이봐! 소장! "

헉! 시범이 소장에게 말을 놓았다.이거이거계급장 떼고 붙을 판이다.

" 뭐? 소장! 이제 해고될 테니 눈에 뵈는 게 없나보군! "

이를 꽉 다문 소장의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런 소장이 검지손가락으로 시범의 이마를 툭툭 친다.

"겁대가릴상실했나? 지금 내 앞에서... "

" 그만하지 소장... 손가락을 분질러 버리기 전에! "

시범의 눈도 튀어나올 판이다.

" 허~ 이 새끼가!! "

귀싸대기를 또다시 펼치려는 소장의 팔이 날카롭게 시범의 얼굴로 향한다.

'휘이익. '

' 턱. '

날카로운 팔이 멈췄다. 시범은 휘두른 소장의 손목을 붙잡았다.

" 내가! "

고개를 푸는 시범.

" 너의. "

바닥에 침을 뱉는 시범.

" 비리를 모를 것 같았나? "

그래. 자고로 사람은 앞에서도 깨끗하고 뒤에서도 깨끗해야 한다 했다. 열심히구르밍하라아옹~

부소장이 눈을 부릅떴다. 손목이 잡힌 상태로...

" 비리? 비리라 했나? "

" 당신이 수감자 가족들에게복지니,뭐니해서 처먹은크랑하며, 수감자 중. 좀 있는 놈에게 뒷돈 받고 편의를 봐준 일 하며, 감찰사를매수해서그런 사실을 은닉한 것까지 말이야! "

이를 바득바득 가는 시범이었다. 소장이 이것저것 빼돌린크랑이있었나 보다.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 감찰사를 붙여 놓았는데, 함께 해처먹었다니.옛기! 이놈들...

" 그래서?니가어쩔 건데? "

"이참에썩어빠진 네 녀석을 이곳에 가둬주지! "

시범이 소장의 손목을 놓았다.

"흐흐흐... 이거 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

풀린 손을 자신의 허리춤에 올리는 소장이었다.

" 내가 재필을 면회시켜주었던 일이야. 정부의 몇 명만 알고 일 처리가 끝나겠지만, 소장! 당신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행성인들에게 조롱거리가될것같지 않나? "

소장은 혹떼려다, 혹 붙이는 격이 되었다. 잘한다. 시범! 역시 정의감에 불타는 성우의 후배. 맞네.맞어! 그 선배의 그후배라아옹~

"흐흐흐... 이 녀석 이번 기회에 갈아 치우려 했건만, 진작에 다른 사람으로 뽑았어야 했는데 말이지. "

" 이봐. 소장. 이미늦었어. 네가 한 짓. 내가 싹 거두어서 뿌려 줄 테니. "

시범은 이제 팔짱을 끼고 있다. 이건 상하 관계라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하극상이라 하기에도 뭔가 달랐다.

" 하지만 말이야. 이건 하나 내가 장담하지. 넌 내가 한 일을 발설할 수도없을뿐더러, 지금 이 방에서도 이젠 나갈 수가 없다는 걸.흐흐흐. "

비릿하게 웃던 소장의 표정이 표독스럽게 돌아왔다. 그런 소장을 무시한 채, 시범은 소장실을 나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 웃기지 마. 각오 하시... "

' 퍽! '

뒤돌아 그렇게 말하려는 시범은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신음성을 흘렸다.

'읔! '

흑인 교도관.

정복을 입고 있었다. 덩치가 큰 교도관은어느샌가사무실에 들어와 있었다. 은신술이라도 펼친 듯, 그런 그가 단봉으로 시범을 또다시 내리꽂았다.

' 퍽! '

시범이 쓰러진다.소장실옆에 붙어 있는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교도관, 재필의 모습이었다. 자신을 때린 교도관은 재필이 아니었다. 분명 흑인이었다.

그러나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은 재필이었다.뭐지? 이제 헛것이 보이나? 때린 사람은 흑인이었는데, 거울엔 왜 재필이 비치는것이냐아옹~지금장난나랑치냐아옹~

흑인 교도관이단봉을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웃고 있다. 거울 속에선 백인인 재필이, 그 행동을 하고 있다. 당최 무슨 일이? 아무튼 시범은스르륵눈을 감았다.

죽진 않은 것 같았다.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

흑인 교도관이 소장에게 허연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잘했어! "

미소짓는교도관에게 엄지를 치켜세운 소장, 그가 무릎을 땅에 대며 시범을 살폈다.

" 이 자식을 어떻게 처리하지... "

이것도 고민이라고.

"크크큭. 소장 나으리. 나도 이제 자유 좀만끽할까나? "

흑인 교도관을 올려보는 소장의 눈엔 의구심이 가득 찼다. '자유라니?' 하는 것 같았다.

" 당신이구해다준 이 장비가 있으니. 내 대타로 이 녀석을 쓰면 될 것 같은데. "

대타라니? 어디, 야구 시합이라도 나가는거냐아옹~

무릎을 꿇었던 소장이 손뼉을 쳤다.

' 짝. 짝. 짝. '

딱 세 번.

" 좋아! 그 생각 아주 맘에 드는 군. 재필! "

재필? 그 현상이 헛것이 아닌가 보다. 이 흑인이 재필이라고? 순식간에 성형수술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술사 능력자라도 데리고 온 건가? 왜 흑인으로변했냐아옹~ 이흰둥이자슥이말이다.

"크크큭. 이 물건 참 쓸모있는걸.크랑이아깝지 않군.크크크... "

웃고 있는 흑인교도관이 그렇게 말하며 거울로 향했다. 얼굴에서 노이즈 현상이 0.1초간 진행되었다.

'치직. '

흑인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정면으로 쳐다본다. 백인 재필의 눈과 마주하는 흑인 교도관. 손으로 얼굴을 비빈다.

" 완벽한 가면은 아닌 것 같군. "

그가 손으로 얼굴을 매만질 때마다, 노이즈가 일어나고 화면이지직거린다. 흑인 교도관 얼굴과 재필의 얼굴이왔다갔다한다.

" 그래도 그 정도면 감쪽같지 않나? "

" 그렇지. 이 정도면. 내 자유를 찾기에 훌륭하지. "

앗! 이것은 있는 자들도 못 쓴다는 그 홀로그램 가면! 이히리가얼핏 듣기로는 이 가면, 이 홀로그램 가면은 시중에 나오질 못했다. 악용의 우려가 있기에 생산도 할 수 없었다. 기술이 있으면 뭐하려나? 법이있는걸. 만약, 홀로그램 가면이 만들어져 시중에 나온다 해도,쩐이매우 많이 든다고 들었다.

아무튼, 흑인 교도관으로 변장한 재필은 시범의 얼굴을 유심히 살핀다.

" 네 참. 이런 얼굴로 살아야한다니... "

너보다잘생겼다아옹~

"흐흐흑. 하여간, 가만히 있었으면 조용히은퇴시키려했건만, 이 자식 너무나댔어. 재필, 너가 쓰는 방에 가두고 자네가 부소장을 맡아주게. "

" 그러지. 우선이녀석의얼굴 조각 좀 본따야겠는걸. "

소장과 재필은 쓰러진 시범을 일으켜 세우며 재필의 수감소로 향했다. 질질 끌려가는 두 발에 힘이 없는 시범이었다. 아~ 이쌔리들... 시범을 감방에 가두고 시범인 척 살아가려는 모양이다.

재필이 풀려나는 것인가? 그럼 시범은 재필을 대신해서 하늘나라로 떠나는 것인가?

어.뜩.해. 건남이가 또 생사람 잡게 생겼다. 이거 알려야 하는데... 방법이 없네.이야옹~

­ 은신 중인라구나. ­

건남과성우는라구나에합류했다. 그들이 합류했다고 나아진 건 없었다. 그냥 졸지에 문화재 탈취범이 되었다는 것. 이곳저곳에서 한 숨소리만 들린다. 상희도,

"어휴~ "

건남도,

"에효~ "

뒤에 있는라구나대원들 모두 도미노 물결치듯,

"휴~"

소리를 내뱉고 있다.

"라리양? "

그 한 숨을 뚫고건남은라리를불렀다.

" 왜요?옵?아아아... 오빠. 상희 언니 때문에옮았잖아요. 찍찍. "

" 체리 팀장에게 우리 이야기 보고했나? "

"그럼요. 울 요원들 죽은 거 하며,팔콘등장까지. 그리고 투구가 사라진것까지요. "

" 우리의 위치도? "

" 그건 이제보고하려고요. 왜요? "

" 통신 추적 때문에 연락하질 못했거든. 개인 통신으로 보고하니 추적하기 힘들지 그 회선은? "

" 네. 저 이외엔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물론 통신사 쪽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니. 힘들겠죠. "

" 그래. 그럼... 보고할 때, 나 좀... "

"그럴게요. 그러고 보니 몇 번 보고 하려고연락드렸는데받질 않으셨어요. 외근 중인 거 같더군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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