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2화 〉 141­허상 (142/179)

〈 142화 〉 141­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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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허상.

자르의편대 24기가 어느덧,라구나의시야에 들어오는 지점까지 따라붙었다.

" 다해야실드충전멕시멈으로잡아. "

"넵. "

상희는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실드가동률을 올렸다. 대부분의 전력을실드에몰빵했으니, 도망가다가 엔진이 멈추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뒤로는, 개떼처럼 달려드는 전투정이수두룩한걸.

"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겠습니다. "

현석이 그렇게 말하곤, 버튼을 여러 개 눌렀다. 순간, 편대와라구나의중간에 생겨나는 홀로그램라구나. 바퀴벌레 편대가 모두라구나로변신했다.

' 윙. 윙. 윙. 윙... '

24기의라구나가전투정앞에 등장한다.

빠르게 비행하던 전투정들.

급작스럽게 등장한라구나에당황했다. 저 속도라면 충돌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홀로그램이라 부딪치더라도 그냥 뚫고 지나갈 텐데, 전투정의 조종사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 실물과 똑같았기에.

움찔하는 조종사들.

대열이 흐트러졌다.

위로, 아래로, 좌로, 우로 중구난방으로 방향을 선회하는자르의전투정. 충돌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하늘에 낙서하듯, 로켓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파란 공간을 수놓았다.

" 휴~ 다시 편대를 완성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

현석의 진지한 말투가, 꼭. 째는데 실패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건남옵. 이제 어쩔! "

" 상희야... "

저 진지한 눈빛 뭔가 결단을 내린 것 같다.

" 싸울 수있겠니? "

"아놔~ 씨.미쳐블! "

24기의 전투정이 홀로그램라구나를피하고 다시 재정비하는 시간은그리길지않았다. 상희의 생각도 마찬가지로 짧았다.

" 지금 있는 우리의 소형정으로 저 전투정과 공중전을 펼치자는 거지? "

" 그래 상희야. "

"건남삼춘!미쳤어욧? "

" 이대로 죽을 순없잖아. "

" 저희 전투가능 소형정이 용선삼춘거랑, 언니거랑,삼춘거랑이렇게 3개뿐이라고욧. "

" 3대 24.후덜덜. 건남이형. 할 수있겠어? "

" 야! 명치대인! 됐고.엔진실문 열어! "

상희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 누님도 미쳤어요? 둘 다 현생에 미련 없다는 거여! "

"건남옵. 간만에 몸 좀 풀자! 이쌔리들물량으로 덤비네. 치사하게! 내 누명쓴것도억울한데. 분풀이나해야겠어! 명치대인 격납고 문 개방해! "

상희의 깡다구가 하늘을 찔렀다.

" 상희와 준형이 상희의 비행정에탑승하십시요. "

" 넌? "

" 저와 창기 형이 한 조가 되고, 용선 형하고 혜란이가 함께움직이십시요. "

" 나?건남오빠? 내가 왜? "

" 넌라구나에서할게없잖아. 성우형이 지휘석에, 명치대인이 조종석에, 현석이 무기 맞아주고. "

건남이갑자기 말을 멈추고 명치대인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입을 뗐다.

" 넌. 무조건 도망쳐.라구나를살리고 보자. 교신 코드 233에 맞추고 교전 중에만 사용해. 그리고 교전이 끝나면.라구나개인통신으로만 서로 연락하고. "

" 형님아! 근데, 우리 어디로짼디요? "

" 95구역. 연금술사님의 아지트로 쉬지 말고 달려. 교전지를 벗어나면실드전력 아끼고. "

"아고... 알겠습니다. 형님. 그나저나 우리 살아서 만날 수나 있는 거여? "

혜란이는 왜 쳐다보는 건데. 혜란을 흘긋거리는명치대인이었다.

" 자! 모두 움직이죠. 전투가 끝나면, 모두 연금술사님의 아지트에서 만나는 거로... 이상입니다. 상희야 출발 하... "

그렇게 말하고 상희를 보니, 안 보인다.건남은이리저리 살피다가라리와눈이 마주쳤다.라리가유리문을 가리켰다.

" 언니 나갔어요. "

급.한.뇬.

급한 볼일 보러 가듯 사라진 상희였다.

근데, 정말 저 소형정들과 싸우겠다는 건가? 미치지않고서야. 용선의 비행정이 아무리 고성능 소형정이라 하지만, 불변의 법칙! 다구리에 장사 없다. 이건 거의 이판사판 공사판 작전이었다. 뭐 전투정과 싸우면서라구나를살릴 순 있겠으나... 전투하는 여섯 명은 죽을 확률이 높았다. 아니 100%다. 백 퍼센트! 이거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에효~ 아무튼 살아서보자아옹~

앗. 이런! 용선이 날 들고 가는 건뭔데! 놔! 놓으라고! 나쁜 쌔리. 싸우려면 니들만 싸우라고! 얌전한 고양이는 왜 들고 가는 감!이야옹~

엔진실에 도착한건남과용선, 창기와 혜란. 상희의 비행정은 이미 개방된 엔진실을 빠져나갔다. 헐레벌떡 뛰어온 그들은 숨을 고른다. 유유히 사라지는 상희의 비행정을 잠시 쳐다보던건남.

" 형! 가시죠! "

창기와 용선이 끄덕이며 각자의 비행정으로 탑승한다. 혜란은 투덜거리며 용선의 옆 좌석에 앉는다. 출격하는라구나대원들.건남의비행정이 엔진실을 빠져나간다.뒤를이어용선의 소형정이.

­자르의대형 함선. ­

" 모두 대열을 유지하라! "

홀로그램라구나24기가 튀어나오는 시점이었다. 대열을 이탈한조종수들에게부함장은 큰소리로 지시했다.

" 이 자식들 애쓰는 군!크크큭. 그래봤자손바닥 안이지. "

자르가부함장의 진두지휘가 맘에 들었나 보다. 흐뭇하게 아빠 미소를 짓고 있는자르.

­ 알파. 적기가 급작스럽게 튀어나왔습니다. 요격하겠습니다.

" 알파. 아니다. 지금 생성되는 중형 함정은 홀로그램이니 신경 쓰지 말 것! 알파 외 모든 조종수는 대형을 갖추어 추적하기 바란다 이상!

­라저.

자르의화면으로 선회했던 전투정이, 편대를재구성 하는것이 보였다.

" 어디서 얄팍한 술수를... "

­ 부함장님! 지금 적기에서소형정3기가 빠져나왔습니다. 화면 전송하겠습니다.

" 뭐? 분산해서 도망치겠다는 건가? "

­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설마 싸우겠다는 생각을 누가 하겠는가?초엘리트조종사가 있다 한들 이 게임은, 이 싸움은, 이 공중전은 하지 않을 것이다.

" 상황병은 각 비행정의 도주로를 확인하라! "

도. 주? 내도그랬으면좋겠다아옹!

그 순간, 부함장이 도주로를 확보하라고 명령하는 순간.

스피커에선, 굉음이 들렸다.

' 펑!콰지지직! '

부함장의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화면을 잠식하고 있었다.

"뭐야! 이건! "

­폭스기가격추당했습니다.

그랬다. 상황병의 말처럼전투정한 기가 숲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투명의 브라운관은 그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 이런 싸우겠다는 건가? "

부함장의 미간이 좁아진다.소형정3기로 24기의 전투정과 교전을치르겠다고? 도주를 할 것이라 확신했던 부함장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예상은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

그 때문에 방심한 전투정이 격추당했다 하더라도,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정보병! 적기의 제원을 확인해서 보고하도록. "

­ 네! 알겠습니다.

부함장은 신속하게 대처한다.

" 기장들은 모두 전투 준비! "

­라저!

" 함장님! 꼭 생포해야 합니까? "

자르는 끄덕끄덕. 그 모습에 부함장은 뭔가 아쉬운 표정이었다.

" 함장님.생포하려다가많은 전투정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겠습니까? "

" 생포만한다면야. 그깟전투정미련 없어. "

부함장의 속은타들어갔다. 자신의 부하를 죽음으로, 자신의 전력을 깎아 먹으면서까지 이 바지 함장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가? 당장이라도 계급장 떼고, 한판 뜨고 싶었을 것이다.

" 꼭 이렇게까지 해서... "

" 왜? 떫나? "

" 그것이 아니라, 전력을 소비하면서까지 생포해야 하는 이유라도... "

아빠 미소를 짓던 자르는 어디로 사라지고, 흉포한자르가팔짱을 낀 채, 부함장을 노려봤다.팔콘의명령이라고 말하긴 쪽팔리겠지.

" 내 명령이 명령같이 들리지 않나 본데. "

" 아... 아닙니다. "

속내를 숨기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은 부함장이었다. 얼굴이 구겨져 있으니 말이다.

" 그럼.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하시지! 자꾸 기분 거슬리게 하지 말고! "

" 네 알겠습니다. "

시선을 상황 브라운관으로 옮기는 부함장이었다.

­ 부함장님. 3기의소형정제원입니다.

자르의흉포한 얼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부함장은 화면을 쳐다보며라구나의소형정재원을 살펴보았다.

>라코타777, 주무기 65mm벌컨포, 미사일 탑재 4문, 원형실드.

>제규엉E­1988, 초고속 비행정, 주무기 초소형 미사일, 그 외 40mm벌컨포2문 탑재, 타원형실드와원형실드의혼합, 특수 무기를 조합할 수 있음.

> 미확인, 없음, 알 수 없음, 존재하지 않음.

부함장이 상희부터건남의비행정을 차례대로 훑어보았다. 대충 흘겨봐도 상희의 '라코타'가가장 약해 보였다. 용선의 '제규엉'은행성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고성능소형정이었다. 문제는 미확인으로 뜨는건남의소형정이었다. 그냥 이미지만 보아도 고성능 전투정처럼 보이는 그의소형정.

"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전투정인가? "

부함장이 제원을 확인하며 조용히 혼자 말한 후, 상황병에게말했다.

" 누가 격추한 것인가? "

­라코타777입니다. 정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옵니다.

" 이런... "

" 뭐하나! 부함장! 어서 지시를 내리게! "

자르. 너어~ 뭐 한 게 있다고 큰소리인가?

" 잠시만 생각하겠습니다. 함장님. "

부함장의 머릿속은 복잡했다.라코타는2기의전투정이면요격할 수 있을 것이다. 용선의재규엉은안전하게 5기. 미확인 전투정이 문제였다. 그러나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 알파 편대. 알파부터 에코는라구나함정을 계속 추격하라! 골프, 호텔은라코타를요격. 인디아부터 마이크는재규엉을요격.노벰버와오스카 그리고파파편대의 시에라와 탱고, 유니폼 편대의 엑스레이가 미확인 전투정을 맡는다. 나머지는 새로운 편대를 구성하여라구나를추격한다. 이상! "

당최 무슨 말을한거냐아옹~ 내못알아듣겠다아옹~ 대충 요약하자면, 세 개의 편대로 비행하던 전투정은 알파 편대 5기가라구나를추적하고, 알파 편대에서 떨어져 나온 2기가 상희의 비행정을, 그리고 5기가 용선의 비행정을, 알파 편대 2기와파파편대 2기, 유니폼 편대 1기가건남의비행정과 대치하라는 소리다. 나머진 모두라구나를추격.

아무튼 부함정의 지시에 편대는 대형을 변형시켰다. 에어쇼 하는 것도 아닌데 하늘은 연기로 가득했다.

26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색연기.

교차하는 연기들.

고공쇼가자르의화면에 비친다.

" 내 참.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문다더니만, 이 자식들 발악을하는군.크크큭. "

마!자르! 가끔 궁지에 몰린 고양이를 무는 쥐도있다아옹~ 으~라리이뇬. 아무튼, 공중전은 시작되었다. 커다란 대형 함정은라구나를쫓지 않고 전투지역을 유유히 배회한다.

대형 함정이 유유히 날든, 전투정이 편대를 재구성하던 말던, 상희가 타고 있는라코타에서는, "예쓰! " 소리가 한 번 들렸다. 이 소리는폭스기를격추한 상희의 환호성이었다.

" 상희야! 이제 한 기보냈어. 미사일 3개 남았다. 운이 좋아 한 방에 보냈지만, 다른 전투정은 이미실드올렸어. 잘해야 2기 격추하고 우린 다이라고! "

옆 좌석 준의 말처럼. '예쓰'라는감탄사가 나올 분위기는 아니었다.

"준옵.걱정마슈. 적당히 하고 쨀 테니. "

"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

" 이라코타에비밀 병기가 숨어 있지요. "

" 뭐? 뭐가 있는데? "

" 보시면 알 겁니다. 옆에서 구경이나하십죠.흐흐흐. "

뭐지? 저 자신감은? 내너랑있으면서 네 소형정에 비밀 무기가 있다는 건 처음 듣는다.라코타가빠르게 전진한다. 정면에 보이는 2기의 전투정으로 파고들듯.

'드르르르륵.드르르르륵. ' '챙챙챙챙.챙챙챙챙'

라코타의앞 범퍼에서 두 문의발컨포가요란하게 돌아간다. 쏟아지는 탄알, 탄피가 우수수 떨어진다.라코타가2기의 전투정에발컨포를날리며 파고든 것이었다. 전투정의실드에가로막히는 탄알들...

교차.

상희의 비행정과 2기의 전투정이 교차했다. 상희의 비행정이 45°로 기울면서 선회한다. 2기의 전투정도 양방향, 오른쪽과 왼쪽으로 전투정의 머리를 돌린다. 또다시 마주 보고 날아드는 3기의 비행정.

"준옵! 화력 집중! "

" 뭐! 다 쏜다고! "

"예쓰! "

" 3발 다? 어디로? "

" 오른쪽 놈을 겨냥하세요.발컨포도오른쪽 놈에게. "

"허어~ "

준이 '야이년아!' 할 기세다. 무슨꿍꿍이냐아옹~ 점점 다가오는 적전투정.

" 발사! "

상희가 지시하고 준이 버튼을 누른다.

'드르르르륵.펑펑펑! ' '챙챙챙챙...콰직!콰광! '

한 기가 맥없이 격추당했다.

"예쓰! "

"뭐야? 이제뭐로싸우려고? "

"흐흐흐.옵실드내려요. "

실드를내리라니? 죽고 싶어환장했냐아옹? 지금 살아남은 적기가 선회하는 게, 내 눈에만 보이는 건 아니지?

"실드를풀라는 건 아니지? "

" 맞아요.옵.흐흐흐... "

그리고선모든 전력을끌어모으는상희였다.

' 윙 '

준이 어쩔 수 없이실드를해체했다.

"옵!갑니다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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