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4화 〉 143­변신 (144/179)

〈 144화 〉 143­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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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변신.

" 으... 요격당해도 난 모른다. "

그렇게 말하면서도 요격용 포탄을 피하는 창기였다. 창기에게 조종을 맡기고건남은관자놀이를 꾹 누른다. 그래도 믿을 만한 건, 프로그램명택이였나보다.

­ 왜?불렀어?

웬일로 로딩 음이 들리지 않았다.

" 영감. 이거이거기능 연마할 수 있을까? "

­ 뭐?

" 지금 조종하고 있는 이 비행정. "

­어디보자... 스캔 해봐.

건남의시야에 들어오는 내부구조가 프로그램 명택에게 전송된다.

­ 이거 연금술사가 만든전투정이군.

" 그래. 기능을 알아야 사용을 하지. "

­ 이런. 기능도 모르고 전투를 하려했다니. 무슨용가리통뼈도 아니고...

"무튼. 급해! 급하다고! "

­ 뇌에 심어 줄 테니 조금만 버텨. 이좋은걸. 이놈에게 주다니. 그 할망구도 참.

" 그런 말 할 시간에 머리에 주입이나 시켜 주시지... "

­ 걱정 말어. 말하면서도 할 건 다 하고 있으니.

프로그램 명택이 기능을 머리에 주입하고 있을 동안, 적 전투정에선 요격용 포탄이캐노피옆으로, 날개 옆으로, 바닥 면으로 활개를 치고 있었다.

­오..오..오...

이건 프로그램 명택이 움찔하며 감탄사를 날리는 효과음이었다.

" 아직멀었어? "

한시가 급한 건남에게는 아니꼬울 수밖에.

­ 누가 조종하는데. 이리 잘피하노.

동문서답 하는 프로그램 명택이었다.

­어린놈이...쯧쯧쯧. 자! 이 물건은 나와 합작한 토끼의 작품이야. 굉장한 놈이지. 행성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전투정. 무기가 상상할 수 없는 기로 이루어져 있기에 무한 생성할 수 있다는 걸 미리 귀띔해 주마.

" 귀띔 참 빠르시네요. 진작 좀 말하지...어효. "

­ 자! 주입 완료되었으... 조금아플거야. 그 고통이 끝나면 환상적인 모습을 맛볼거란다. 허허허. 이만.

' 픽 '퓨쥬나가듯 프로그램 명택의 소리가 사라졌다. 순간,

"윽!으아악!! "

건남의양손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무릎과 무릎이 떨어지려 하질 않는다. 괴성의 연속.

"끄아아악! "

"건남! 왜 그래? 정신 차려! "

비명을 들으며 요격용 포탄을 피하는 창기는 눈이휘둥그레해진다. 건남이가 고통에 몸부림친다. 누군가 뇌를 쥐어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계속되는 비명.

캐노피옆으로 지나가는 하늘이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건남은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눈동자가 축소되어 있었다. 절반, 아니 절반에 절반, 아니 절반에절반에절반이 작아진 것 같았다. 흰자의 비율이 비약적으로 커 보였다. 그 흰자 위에 얇은 실핏줄이 여러 갈래로 흩어지고 있었다. 마치 검 붉은 눈으로 변신한 것 같았다. 순간,전투정조종술의 매뉴얼이건남의머리를 훑고 지나간다. 쪼개진 영상이 퍼즐처럼 붙어가는 것 같았다. 고대의 언어인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글귀가 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끄아아아악! "

머리가 박살이 난 것처럼 아팠다.

환한 빛.

그 빛이건남의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이명과 함께. 혼돈에서 온화로 돌아온 시간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헉헉헉... 으... "

비명을 지르던건남의모든 근육엔 식은땀이 흘렀다.

" 형. 제가 조종을 맡겠습니다. "

차분하게 변한건남은헐떡거렸던 숨을 고른다.

" 갑니다! "

오~ 뭐가 변하긴 변한 건가? 이렇게 보아선 그냥 그대로인 것 같은데... 그때. '갑니다'와동시에,건남의손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금술사가 선물해 준 비행정은건남의손가락에 의해 변신하고 있었다. 금빛실드가기체의 모습과 흡사하게 생성되었다. 또한 기계음과 함께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지이잉. 칙.지잉. 칙. '

날개가 길어진다. 두 배 이상. 날개가 15° 정도 위로 올라간다. 날개와 기체가 연결된 곳이두툼해진다. 마름모꼴로 변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갈퀴와 비슷한 모양이 정면으로 튀어나왔다. 정면캐노피밑부분이 독수리의 부리처럼 구부러진다. 후면 날개가 양옆으로 만들어졌다. 회색이었던 기체가 점점 검게 물들어 갔다. 크기가 1.5배 이상 커진 것 같았다. 로켓 노즐이 폭발한다.

' 쾅.파방! '

쭉 뻗어 나가는건남의전투정. 그것을 감싸며 다가오는 정면의 적기. 그대로 돌진한다. 놀랐을 것이다. 적의 기장은 그 놀람에 전투정을 우측으로 선회하며 피했다.

건남은이대로 도망치려는 것일까? 로켓의 노즐에선 화염이 더 크게 뿜어졌다. 선회하며 다시건남의비행정을 뒤쫓는전투정. 다섯 기의 전투정이 순식간에 대형을 가다듬었다. 편대를 재구성한 5기의 전투정에선 여지없이벌컨포를난사했다.

' 드르륵.드르르륵.드륵. 드르륵... ' '챙챙챙챙챙... '

실드에튕겨 나가는 탄알들. 작은 불꽃이 산발적으로피어올랐다. 그 순간,건남은조종대를 자신의몸쪽으로급하게 당긴다. 양손으로 힘껏 핸들에 힘을 주었다. 기체가 45°로, 다시 90°로, 다시 135°로, 다시 180°로, 다시 225°로, 다시 270°로 변했다.

건남을쫓고 있던 다섯 기의 적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공중에서 저렇게 돌 수가 있던가? 매우 급하게 꺾이는 회전이었다. 아무튼건남의시야에 들어온 적기. 지상을 직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가, 핸들에 달린 버튼을 여러 개 눌렀다.

그러자. 양옆 날개와 정면 바닥에서 연기가 뿜어지며 무언가 튀어 나갔다. 미사일은 아닌 것 같았다. 포탄도 아닌 것 같았다. 투명한 물체가 꿈틀거리며 다섯 기의 전투정으로 각각 향했다.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무기.

그냥 바람 같았다.

그냥 투명한 물이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그 무기가 전투정의실드를꿰뚫었다. 깨진 것이 아니었다. 흡수한 것 같았다. 곧이어 기체를 뚫고 지나간다.

'쉭.쉬이익. '

각각의 전투정을 뚫고 지상으로 사라지는 투명의 무기. 그것이 땅에 곤두박질치자, 대지가 요동쳤다.

' 쾅. 쾅. 쾅. 쾅. 쾅. '

지면에 무기가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자, 공중에서도연이은폭발음이 들렸다.

'콰광.콰광.콰광.콰광.콰광! '

투명한 무기에 몸통이 뚫린 다섯 기의 전투정이 공중 분해되고 있었다. 폭발한 전투정의 파편과 희뿌연 연기를 뚫고,건남의소형정이 지상으로 수직 비행한다. 곧이어 수평으로 자리 잡았다.

" 와우! "

창기의 입이 쫙 벌어졌다.

" 이게뭐여? "

놀란 창기는 폭파한 5기의 전투정을 요리조리 살폈다. 놀랄 만도 하지. 의외로건남은담담했다. 그런 담담함으로 커다란자르의함선을 쳐다본다. 그나저나자르어쩐다냐아옹~ 벼룩잡으려다초가삼간 다 태운다더니... 남아 있는 전투정이 주변엔 보이지 않았다.

" 다들 상황 보고. "

건남이교신기를 통해라코타와재규엉,라구나에단체 교신을 열었다.

­건남옵. 살아 있어?

그럼 죽길바랬냐아옹~

­ 우리 두 기 격추 후 도주 중. 알아서따라오셔.

상희가 그렇게 교신을 끊었다.매.정.한.뇬.

­건남아. 우리도 모두 격파 후 은신처로 이동 중.

­건남삼춘. 저희 뒤에전투정따라붙었어요.

" 몇 기? "

­ 열 두기입니닷. 그리고 하나 더. 이건 대형함선에서 나온 전투정이아니에욧.

" 따돌릴 수 있어? "

­모르겠어요. 전투정이라 속력이 빨라요.

진정되지 않은 발음이었다. 그때 교신기에서 '쾅' 소리가건남의귀로 들어왔다.

­꺄앗!

다해의고성이건남의귀를 찡그리게 한다.

"뭐야? "

­실드...

' 쾅쾅 '

­삼추운!실드가동율50퍼센트에욧.

" 이런! 빠져나갈 거라 생각했는데... "

음. 그 생각은 천만의 말씀이었다.자르의편대에서 빠져나온 전투정은, 중급 비해정과 비교해 꿀릴 게 없었다. 아직 12기나 남았으니... 곧라구나는추락하겠지. 명치대인 조종 똑바로하라아옹~

" 상희야! 지원! "

말이 없다. 아~ 독. 한.뇬. 강하게 키워야 한다며 열심히 뒤도 안 돌아보고 비행중이다.

" 용선형! 지원! "

­건남아... 이 상태로빽하라고! 나 거기로 가봤자, 도울 수 없어. 무기가후달리다고!니가알아서 하도록. 이상.

' 픽 ' 교신이 끊겼다.독.한.놈.

이들 정말 조직력이라는 걸 갖춘 팀원이란말이냐아옹~ 하긴, 나도 살고 봐야 하니 패스. 아무튼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교신기를 째리는건남이었다.

" 이 사람들이... "

어째겠는가먼저 째겠다는데.

" 현석아 시간 좀 끌 수 있어? "

­네넵. 형. 근데 상희 씨하고 용선형 원래 저런 사람이었어요. 이리 매정하게... 우리 죽으면 어쩌려고?

" 걱정 마! 지금 저들의 행동으로 봐서는 격추가 목적이야. 순간 폭파나, 괴멸은 시키지 않을 거야! 만약 요격되면... 모두 비상 탈출해! "

­ 그런 녀석들이 이리 퍼부어요! 도망치겠다는데.

" 아무튼실드깨지기 전 도착할 시간을 끌어줘! "

­ 알겠습니다.

건남은교신을 끊자,라구나함선을 향해 자신의 비행정을 조종한다. 근데, 비행정의 움직임이 특이했다. 회전의 반응이 다른 비행정과는 확연히 달랐다.뭔지모르겠지만, 희한하네... 창기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엑스자로몸을 감싸고 있는안전밸트에서손을빼꼼내밀었다. 기체의 옆부분을 살짝 누르는데, 말캉말캉하다.

" 뭐...뭐야이거? "

" 왜요? "

" 이 비행정 몸통이 고무로 만들어졌나? "

"아니에요. 물컹거리지만, 연금술사가 만든 철강입니다. 탄성이 고무처럼 매우 좋죠. "

그랬던 거군. 어쩐지 270°회전을 유선형으로하더니만, 저런 기능이있었다니. 어지간한 탄두는 뚫기 전에 미끄러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신기한지 창기는 전투정을 계속 찔러본다.고마해라마이묵었다아이가.

창기가 그러든 말든건남은추진기 버튼을 눌렀다.라구나로향하는건남의비행정, 뒤 날개에서 토끼 마크가 당근을 씹고 있다. 왠지 '아작'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건남의비행정이라구나로향할 때, 자르는 허망한 눈빛으로 부함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 어떻게 된 거야... "

상당히조곤조곤한말투였다. 그런 자르에게 서서히 고개를 돌리는 부함장 또한, 이미 멍한 상태였다.

" 어... 어떻게 이런 일이... "

" 그걸, 지금나한테묻는 건가? "

" 아... 아닙니다. "

" 당장. 찾아! "

' 쾅! '

지휘석귀퉁이가자르의주먹에 부서졌다.

" 네! 함장님... 이렇게 된 이상 작전을 변경하겠습니다. 고성능 무기를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

자르가생각한다. 오만가지를 단 1초 동안생각하려니머리가 어질어질하겠지?

"쓰벌!팔콘만아니었어도... 지금 상황에선 그 새끼도 이해하겠지... 당장 죽여 버려! "

'죽여버려'가함선에메아리쳤다.건남이말한 안전함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우린 이제새됐으...

" 모든 포문을 열어라! 미사일 부대, Sp­1 하나. 둘. 삼 장전! 넷. 오. 여섯 장전! ... 이상! "

부함장의 지시에 신속하게 움직이는 수비대 장병들.

" 하나 포 발사! "

" 둘 포 이상 무! "

" 셋 포 이상 무! "

줄줄이 기합 넣듯 말하는 포수들이었다. 함선의 정면 18문의 포문이 열렸다.

'콰광.콰광.콰광... '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고 있다. 번개도 없는데 천둥이 치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늦가을 하늘에 들리는 포성.

'슈우웅~슈우웅~슈우웅~ '

일체 사격은건남의비행정이 목표인 것 같았다. 모든 표적 점이 그의 비행정에 찍혔으니. 아무리 연금술로도핑한기체라지만, 이거 맞으면실드한방에 깨지는 건 고사하고, 몸통 부지하는 것도 힘들 각이다. 미사일 하나를 쏘아 올린 건, 그냥 확인사살용이었을것이다.

헉! 근데.

또 한 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쳤다.

'콰광쾅... '

자르. 널 천둥의 신으로임명하겠다아옹~

재장전한 24문의 포가 한 번 더 터졌다.잭팟이라도날릴 기운이었다. 이번 일체 사격의 표적은 용선의재규엉이었다.

흠...건남의비행정도 무사하지 못하다면, 용선의재규엉은불 보듯 뻔하다. 기존의 요격용 포탄과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스피드나 파괴력 모두.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대형 함선과 대항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심히 명복을 빈다. 아차! 나재규엉에타고 있지!이야옹~ 살려줘!

내 울음소리와 함께재규엉에경고음이 흘렀다.

­ 비상 탈출합니다.

" 뭐? "

용선은 모르고 있다. 뒤에 무자비한 포탄이 날아오는 것을...재규엉내부에 붉은빛이 점멸한다.

­ 비상 탈출 3초 전.

" 오빠! 이게뭐야! "

"뭐긴.아휴~ 내 할부금... "

­ 비상 탈출 1초 전.

재규엉의바닥 면에 두 개의 원형 문이 열렸다.

­ 탈출합니다. 좌석에 앉은 채로,재규엉밑바닥에서 떨어지는 용선과혜란이였다.

'슝.슝.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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