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6화 〉 145­수상 (146/179)

〈 146화 〉 145­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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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수상.

­ 26구역.폴턴광장. ­

" 여러분! "

이 한마디에 광장이 조용하다.

50만의 인파 속, 그 모든 인원을 채울 수 있는 커다란 광장이었다. 빌딩에 붙어 있는, 공중에 떠다니는 스피커에선폴턴의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각 구역에서폴턴의연설을 듣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었던 것이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밑으로, 50만의 인파가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 이제 저희는제스의악몽으로부터 곧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

­와아~ 와!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 우리는 힘차게 싸웠습니다. 수천년 동안,제스로부터몰살당한 인류가 비로 소야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 앞에 제가 있습니다. 여러분! "

"폴턴!폴턴!폴턴! "

군중의 갈채.

군중의 목소리.

군중의 환호가폴턴광장에 가득 찼다.

폴턴이그렇게 연설을 마칠 무렵, 광장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빌딩에서 나오는 빛과 가로등의 빛, 광고판의 빛들로 화려하게 변해가는 26구역.

" 우리 함께 마지막까지 싸웁시다! "

마지막 말을 끝으로, 환호와 갈채를 받으며폴턴은단상을 내려왔다. 아주 평범해 보이는 회색 슈트를 입은폴턴. 어깨를 쭉 펴며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든다. 작별의 인사였다. 단상 밑으로폴턴의경호원들이 몰려든다.

역시 수상은 수상인가? 고성능실드가아치를 그리며 생성되었다. 그렇게 자신의 전용 비행정으로 향한다.에어포스일레븐. 대형함정과 중형함정의중간급인그의 전용 비행정. 중대형 함정이라 불렸다. 행성에 몇 기 없는 사이즈라 관리하기가 참 어려운 기종이었다.

차례대로폴턴과그의 보좌관들이에어포스일레븐에발을 올렸다. 거북이 같이 생긴 커다란 함정이 수직으로 상승한다.열열한군중을 뒤로하고,폴턴은자신만의 공간에 앉아 있다. 푹신한 의자가 그의 몸보다 커 보였다. 비행정 안의 집무실,럭셔리한고품격의 사무실이었다. 앉아 있던폴턴은탁자에 놓인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 휴~ "

비행정 꺼지겠네. 수상의 한숨이 이곳을 잠식한다. 잠시 멍했던 그가 탁자에 놓인벨을눌렀다. 종처럼 생긴 버튼이었다.

"라젠비서관 들어오라고 해. "

­ 네. 각하.

흰색 얼굴.

오뚝한 코.

그의 나이가 벌써 60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지만, 수상의 피부는 3, 40대의 모습이었다. 잡티 하나 없는 말끔한 얼굴, 피부관리가 장난이 아닌데... 화장품 뭐쓰냐아옹~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몇 분의 시간이 흘렀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비서관이 들어왔다. 얘가라젠인가보다. 근데, 수비대 정복을 입고 있는 게 좀 의아하다. 비서관이면 군인은 아닐 텐데. 아무튼, 진한 갈색 정복을 입은라젠이들어오는 동시에 거수경례한다.

" 마들! "

" 뻣뻣하게 굴지 말고앉게나. "

" 네. 각하. "

라젠은신속하게폴턴의정면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 어쩐 일로 부르셨습니까? "

" 이번 연설 다음 스케줄이 어떻게 되지? "

" 100구역에 만들어진 기념탑 준공식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

" 별... 싱겁군... "

"제스말살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념으로 만들어지는 기념탑 행사에 참여하시는 것인데...수상님의힘이 크지않았습니까."

" 아무튼, 투구에 관한 일은 잘 처리하고 있나? "

" 네. 계속 상황을 살피는 중입니다. "

" 어떤 녀석들인지. 내 일을 방해하는 놈들은 모두 처단해. "

인자해 보였던 주름은 사라졌다. 날카로운 눈으로 변한폴턴의모습이었다. 군중을 향해 보였던 미소는어디론가던져 버렸다. 싸늘한 공기가 집무실에 자리 잡는다.

" 이제야 나의 대업이 시작인데. 거기에 재를 뿌리다니... "

" 각하. 이 행성의 비밀을 꼭 파헤치셔야 하겠습니까? "

폴턴이무서운 눈매로라젠을바라보았다.

" 뭐? 비밀... 허허허. "

웃음이 짧았다.

" 오랜 시간 이곳의 사람들은 행성 안에서 삶을 영위했지. 그러나, 이젠 아니야.제스의말살 정책으로 이곳이 안전할까? 우둔한 행성인들... "

지 행성인들을디스하네. 방금 그렇게 연설할 때는언제고.

" 이 행성은 이제 운명을다했어. 그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

" 없을 겁니다. "

" 이곳을 버리기 위해선제스가필요하겠지. 투구도 말이야. "

뭐?뭐라카노? 이곳을 버리다니? 행성이 폭파하기라도 한다는 건가? 투구가 왜필요한거냐아옹? 이런 권력을 가졌으면 그냥 쓰면 되는 거아니냐아옹!

"그놈의견제 세력들 때문에 사서고생하는군. "

그랬다. 투구는 수상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지정되었던 것. 그나저나, 이 수상은 도대체 무슨 꿍꿍인지... 내 알 길이 없네. 이상한 말만 하고.

" 늦기 전에 투구를 꼭 찾아. "

" 알겠습니다. 각하. "

날카로운 눈매의폴턴.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동공의 색이 몇 초 동안, 녹색 빛이 감돌았다. 사람의 눈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구냐? 넌!이야옹~

­ 26 구역 수림 지역. ­

마텔은짝 달라붙은 슈트를 입고 있었다. 수영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이 숲에서?해녀복같기도 한 슈트. 레깅스보다는 두꺼워 보였다. 음 체리의 젊었을 때의 바디와 흡사했다. 행성인 기준으로 보았을 땐, 상당히 매력 있는 몸매라지만, 내 눈엔 그냥 원숭이 같은데. 아무튼 그녀가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폭파의 잔해를 살피고 있었다.

마텔의부하들도 모두 똑같은 슈트를 입고 있다.보안국유니폼인가? 아니다. 전투복이었다.라구나가초반에 숨어 있었던 숲. 그 위치에 떡 하니 서 있는마텔. 그녀가 선글라스를 쓰며 국장과 교신한다.

" 국장님. "

­ 그래마텔. 성과 좀 있어?

" 교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 누구와누구랑?

" 열차사건의라구나대원들과 수비대의 공중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

마텔이고개를 갸우뚱거렸다.

" 왜? "

" 정부에서 코드명 232를 잡으라 했다는 건기정사실입니다. 문제는 대형 함선을 움직였다는 겁니다. "

­ 몇 구역의 함선이었지?

" 28 구역입니다. "

­ 28구역.

잠깐. 국장의교신기너머에서 부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상황 보고한 거 있어? 뭐? 없다고...'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마텔. 그럼 교전 상황은?

" 여기 쑥대밭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정도의 화력이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

­체리한테 연락 온 건 없었나?

" 네. 아직 없습니다. "

­ 음. 우선 28구역 장을 만나봐. 그리고 보고해.

" 참? 국장님. 함선 사령관 이름이 뭔가 이상합니다.듣보잡이에요. "

­누군데.

자르라옹~자르이거 왠지 엿 된 거 같다.

" 군인도 아닌데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

그렇지.야매로굴러들어온자르였으니... 아무리 봐도빼박각이다. 넌 어쩌냐자르!

" 자세한 건 구역장을 만나고 나서 다시 보고하겠습니다. "

­ 알았다.

교신이 끝나고마텔은선글라스를 눈에서 떼어냈다. 그리곤 숲을 빠져나간다. 그녀의 뒤를 따르는 건장한 체격의 장정들,벌크업된 근육이 전투복에 드러났다.

아무튼,자르가사령관으로 함선을 진두지휘했다는 사실을 알면, 구역장은 파면 각이다.

그 시각. 용케 도망친라구나대원들은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대륙과 대륙을 횡단하는라구나와건남의비행정. 상희의라코타는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곳을 벗어나 있었다.

그럼 추락한 용선은. 나를 안고 숲을 헤매고 있다. 투덜거림이 숲을 흔드는 것 같았다. 옆에서 움직이는 혜란의 표정은 거의 해골로 변해 있었다. 얼마나 걸었으면.

" 이쫘식들. 날 버리고 그냥 가다니...아후~ "

그러게 건남이와라구나가위험했을 때 돕지그랬냐아옹~

" 용선 오빠. 근데 이리로 가는 거 맞긴 맞는 거예요. 죄다 나무밖에 없으니. "

" 방향은 맞아. 문제는 하루 이상 걸어야 한다는 것. 젠장. "

" 왜요? 콜택시 비행정 잡으면되잖아요? "

그래. 비용이 만만치 않겠지만, 넌부자니까.이용하라옹~커커아택시를 부르던하라옹~

" 나도 생각 안 한 건 아닌데. 건남이가 왜 우리를 데리고 안갔겠니? "

" 그야. 오빠가 도와주지 않아서,삐져서그런거잖아요. "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숲에버려두고지들끼리만째다니. 나도 있는데 말이다.이야옹~

" 아니야. 아마도 나와건남의생각이맞다면. 이 지역은 경계가 삼엄해질 거거든. 우리가 비상 탈출 한 걸 알고 있을 테니. "

" 그러니까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도우러올 필요가 없다는 건가요? "

"그렇치. 젠장. 다른 건 몰라도 이렇게 행군하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일 거야. "

"아우씨~ 여길 얼마나 더 걸어야하냐구요. 내 미끈한 다리에 무가 박혀 있는 것 같다고요. "

" 그건 나도 몰라! 도시가 나올 때까지 걷는 수밖에. "

용선과 혜란은 이렇게투덜을입에서 떼지 않으며 끝없는 숲을 걸었다. 물론 난 용선에게 안겨 있지만.

그럼 자르는 뭘 하고있을까나? 벌써 마텔에게 잡힌 건 아니겠지? 자르는 28구역 수비대 사령부에 도착해 있었다. 커다란 정박장에 대형 함정을 바라보며 서 있다.

그의 오른쪽, 왼쪽엔루돌과크리스가 함께하고 있었다.

" 보스! 구역장을 만나고 가실 겁니까? "

"아니.이 임무가 실패했다면 추궁하려는 세력이 있을 거야. 그럼 들통나겠지? 나라는 존재가. "

오~ 똑똑한데. 맞다. 네 말이. 벌써 보안국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럼. 이대로 숨을 겁니까? "

루돌이물었다.

" 당분간 잠수타야지뭐. 아~씨바! 이 조무래기들 때문에... 으! "

분을 참고 있는자르, 담배를 입에 물었다.끊으라아옹~'치이익. ' 역시 악당인가 보다. 말 더럽게 안 쳐 듣는다. 물끄러미 담배 연기를 바라보는 세 사람. 꼭 연기처럼 사라지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 같았다.

" 이만 가자... "

자르의말에 세 사람은 사령부 본관을 등지며어디론가걷는다. 터벅터벅. 패잔병의 모습이 왠지 처량해 보였다.

­ 60구역. ­

라구나는사막을 횡단하고 있었다. 그 뒤에건남의비행정이 뒤따랐다. 멀리도 도망친 그들이었다. 날 버리고 잘도 쨌다. 돌아올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 아~ 연금술사님이 연락을 받지 않는데... "

" 아직 95구역까지 가려면 한참을 가야 하니 틈틈이 연락해봐. "

"그래야죠. "

"무튼, 이 정도면 따돌렸겠지? "

" 그럴 겁니다. 용선 형이 걱정이네요. "

" 그 용선이란 아우 굉장한 능력자이더만, 잘 살아오겠지. "

야! 창기! 나는 걱정 안되냐아옹~ 용선이야 산다 쳐도, 난 쥐 한 마리 잡아보지 못한 얌전한고양이라옹~

"도시까지만도착하면 걱정이 되질 않는데... 숲에서 빠져나오는 게. 영... "

" 왜? 혜란이랑 정분이라도 날까 봐.큭큭큭큭. "

떨떠름한 표정으로 뒤에 있는 창기를 흘리는건남이었다.

" 그보다. 수비대에서 분명 추락한 용선형을 추적할 겁니다. "

" 그렇겠지? "

"아휴~ 알아서잘하시겠죠. "

뭐냐! 그냥 생각하기 싫다는 저 어조는. 그렇게 힘없이라구나에교신하는건남이었다.

"성우형. "

­ 왜?

" 근처에서 합류해요.정박장오픈해 주십시오. "

­알았어. 이 정도 거리면 따라붙을 수 없겠지.

" 네. 그럴 거예요. "

각자 움직였던 이유가 혹시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추격에 대한대비책이라고나할까? 다 잡히는 것 보다. 한 놈이라도 안 잡히고 째려는...

아무튼라구나가비행을 하며엔진실밑에 있는정박장문을 개방한다. 양쪽에 달린 실린더가 길게 늘어났다. 커다란 문이라구나의바닥에서 밑으로 열렸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건남의비행정. 조만간 상희도 만나겠지?

라구나보다 한참을 날아간라코타는이미, 사막구역을 벗어나 도시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60구역의 어느 도시. 그 위를 날고 있는라코타.

"아놔!드럽게멀어! "

지가 조종하는 것도 아니면서 투덜대기는.

"지금쯤이면교신해도 되지 않을까? "

조종석 옆에 있는 준이 물었다.

" 글쎄요?옵?건남옵이먼저 교신하겠죠. 뭐. "

자동항법을켜둔상희는 두 손이 자유로웠다.

" 오래간만에 긴장했다가 풀리니 배가 너무 고프다. "

이 상황에서도 배꼽시계는 밥을 달라 시위하고 있었다.

" 잠깐 저기서 요기라도 할까요?준옵? "

" 애들이 언제 올지 알고? "

" 알아서 찾겠죠. "

천하태평의 도를 넘어선 상희의 꼬드김에 준은,

" 그래. 공중전도 식후경이라고. "

그런 속담없다아옹~ 천하태평 남매는 유유히 60구역 어귀로라코타를움직였다. 200층 규모의 빌딩 옥상이 그들의 목적지였다.

얘네들 무언가 걱정된다아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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