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146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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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눈치.
60구역
빌딩 옥상에 비행정을 정박한 상희와 준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2인용 엘리베이터. 성인 두 사람이 탈 수 있도록 설계된 승강기였다.
건물이 높아지고 넓어지면서, 빌딩 안은 엘리베이터가 증가했다. 건물에 있는 기둥이란 기둥을 활용한 엘리베이터였다. 투명 관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승강기. 속도 또한 여러 명을 태우는 엘리베이터보다 빨랐다.
어느새 1층으로 내려온 상희와 준은 로비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이놈들 정박은 거기다 하고, 다른 건물을 이용하겠다고? 염치도없냐옹~
건물주의 눈치는 밥 말아 드신 상희와 준은 도심 속 울창한 빌딩 숲을 걷는다. 정문을 지나 보도블록에 발을 올릴 때, 건물 옆에 있는 홍보물 게시판. 홍보 전단지 중 압정이 하나 빠진 종이가 펄럭인다. 그 사이를 지나는 상희와 준. 내가 왜, 저 게시판을이야기하냐면. 수배 전단이 붙어 있기 때문이었다.
코드명 232 사냥꾼 팀원. 각 개인 2천크랑. 모두 검거 시 1억크랑및연금성크랑(조율 중).
컥! 얘네 현상금 붙었다. 이것을 알기나 할까? 밭만 매는 상희와 춤만 추는 명치대인이. 그렇다고 경황없었던 다른 인원들도 모르고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사실도 모른 채, 준과 상희는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 중간중간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지만, 상희나 준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건물주 눈치도 안 보는 녀석들이 그깟시선쯤이야.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들을 곁눈질하는 행인은 대부분 수배 전단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속닥거리는 모습에서.
아무튼 상희는 한 블록을 지나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걷는 상희와 준.
헉! 저건뭐다냐. 300층 높이의 빌딩 외벽에 붙은 대형 스크린, 중간마다 있는 크고 작은 빌딩, 그 빌딩의 대형 스크린에 상희의 얼굴과라구나대원의 모습이 교차하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수배 광고였다. 그러나, 상희와 준은 서로 대화만 할 뿐. 하늘 좀 보고 살아라. 니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변장하고 돌아다녀도 걸릴 것 같은데, 이리 당돌하게 시시덕거리며 거리를 활보하다니, 조만간 수갑 찬 상희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상희와 준은 알아채지 못했다. 자신들에게 현상금이 붙었다는 걸. 조만간철컹철컹각이다.
식당 안은 듬성듬성 손님이 앉아 있었다. 카운터 옆, 인공지능 안내양에게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 상희와 준.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는 소리가 주방에서 들려왔다.
마들가리행성의대부분 음식점은 무인화 시스템이었다. 주방에도 사람이 없었다. 길게 늘어진 컨베이어 벨트와 조리기구만 주방에 떡 하니 놓여있었다. 물을가져다주는종업원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튼, 상희와 준은 음식을 기다렸다.
"옵. 근데 자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지 않아? "
상희의 말에 주변을 한 번 돌아보는 준이었다.
" 글쎄? 다들 먹느라 정신없어 보이는데... "
" 내가 너무 예민한가? "
아니다아옹~! 너희 앞에, 옆에 있는 손님이 눈만힐끗거렸고, 옆에옆에뒤에 있는 손님도 계속 힐끗 쳐다본다. 밥 한 숟가락, 상희 얼굴 한 번, 밥 두 숟가락, 준 얼굴 한번. 상희와 준은 자린고비의 굴비가 되어 있었다. 왜 나만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는 건지...알다가도모르겠다아옹~ 그때, 안내방송이 들렸다.
1004번 고객님. 주문하신 악마의 불냉면과 고기 없는 토란 육개장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저희 매장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절한 멘트가 흘러나오자 준이 일어나 음식을 받으러 갔다.
"아놔. 기분 탓인가... "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 동시에, 준으로부터 보이지 않았던 정면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테이블과 테이블, 두 개가 마주친 손님과 상희의 중간에 놓여있었다. 재빨리 눈을 아래로 깔며 밥을 먹는척 하는손님. 상희는 시선을 고정한다.
"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 "
주문한 음식 쟁반을 식탁에 놓으며 상희의 시선을 가리는 준.
" 아무래도 이상해요.옵. "
" 뭐가? "
별로 흥미가 없다는 듯 준은 음식을 하나하나 쟁반에서 식탁으로 옮겼다.
"옵뒤에 있는 사람이 절 쳐다보고 있었어요. "
"너한테관심 있나 보다. "
" 아니 아니야! 이건 뭔가 있어! "
상희가 검지를 흔들었다. 미간을 좁히며.
" 뭐가 아니야 아니긴. 신경 쓰지 말고 어여 먹고 움직이자. "
" 아~ 내가이쁘긴하지만, 그런 눈빛이 아닌데...쓰읍. "
" 냉면 불어. "
" 에잇. 모르겠다. 먹고 보자구요. "
후루룹소리로 모든 걸 신경 쓰지 않는 상희였다. 촉도 가져다 버리는 놀라운 음식의 힘. 정면에 있던 손님이 왜 쳐다봤는지 내가 더 궁금해서 잠깐살펴봐야겠다.
그는 폭식하는 바비큐를 먹고 있었다. 상희를 한 번 보고, 고기 한 점. 두 번 보고, 또 고기 한 점. 얘도 자린고비 연출 중이네. 그러면서 식탁에 놓인 자신의 교신기에 조용히 속삭였다.
" 이봐. 팽. 지금 어디 있어? "
지금 사무실에 있지. 왜?
"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줄알어? "
뭘 보는데 이렇게 속닥거려. 말 좀 크게 해! 잘 안 들려!
" 지금 크게 말할 상황이 아니야. 내 앞에 232녀석이 있다고. "
뭐라고? 잘 안 들린다니까?
밥 먹는 사람 체하겠다. 닦달하는 목소리에.
" 코드명 232인가 내 앞에 있다고. "
그와 동시에 지나가던 여자 손님이 쓰러지면서 신음했다. 무릎이 아주 아프겠네. 왜 하필 거기서넘어지냐옹~ 뭔가 목소리가 섹시했다.
'끄응~ '
이 자식! 코드 끄고... 그거 보고있는겨? 그 좋은 걸 혼자 보고 있다니. 어디야 같이 봐!
" 아이 쌍. 그게 아니고 지금 정부에서 현상금 내건 사냥꾼이 여기 있다고. "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애써 꾹 참았다. 아랫입술 너무 깨물면 입술 터진다. 살살참으라아옹~
뭐? 232가 거기에 있다고?
" 그래. 애들 데리고 이리로 튀어와야겠어. "
거기 어디야? "
여기 '천사가 냉면 먹다 영혼이 가출해서 돌아오지 못하는 맛있는 악마의불냉면' 집. "
알았어. 10분 안에도착할게.
" 연장 잘 챙겨와. "
알았어!
정면의 손님은 이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손님 옆 의자에 산탄총이 기대어 있다. 일반인이 가지고 다니기에는 고급 무기였다. 일반샷건과는다르게 총구가 네 개였다. 구경도 더 커 보였다. 마름모꼴로 형성된 네 개의 총구.
음~ 딱 사냥꾼 각이다. 이젠 현상범도 모자라, 같은 직종의 사냥꾼에게도 표적이 되어버린 상희와 준. 니들 지금 밥이넘어가냐아옹~
딱 봐도 사냥꾼스멜이었다.
정면의 사냥꾼과 팽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이런 사실을 상희는 알 길이 없다. 냉면에 심취해 있었으니, 준 또한 고기 없는 육개장에 푹 빠져 있었다. 팽이 뒤에 따라오는 일행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손으로 한다. 식당이 정적에 잠겨 보이는 건나뿐인가? 팽이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며, 냉면을 빨고 있는 상희의 앞까지 다가왔다.
준이 그를 쳐다보지만, 별로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다. 허리춤의 권총을 빠르게잡아빼는팽.
' 찰칵. '
상희의 뒤통수에 총구를 들이 됨과 동시에 장전 소리가 들렸다. 또한 상희의 정면에 있던 사냥꾼이, 옆에 놓여있는샷건을들어 준을 겨냥했다.
' 철컥. '
장전하는 소리가 식사하는 상희와 준의 귀에 들렸다.
" 대범들 하군. 자네가 232인가? "
상희의 입엔 빨려 들어가던 냉면이 뭉텅이로 자리 잡았다. 목으로 넘기진 못한 면이 야속해 보인다. 상희가 ' 어떤 놈이 먹는데 지랄이요! '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움직임을 억제하려는 팽이였다.
" 움직이지 마! 머리통 박살 나기 전에! "
준의 뒤에 있는 사냥꾼이 조용히 말했다.
" 이거 미안하게 됐군. 식사 중에 이런 실례를... 하지만어쩌겠어. 우리일인걸! 그만 손들고 순순히일어서게나. "
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육개장을 뜬다. 해맑게 웃으며. 우적우적. 상희는 멈췄던 면발 흡입을 그제야 완성한다. 후루룩~ 이 상황에서도맛깔나게식사하는 남매였다.
음식을 씹으며, 육개장 그릇에 시선을 맞춘 준이우적거린다.
" 니들뭔지모르겠는데.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을 무시하면 안 되지. 우적우적. "
때깔 고운 깍두기를 입안에 쏙 넣었다. 좀난감해하는사냥꾼들.
" 이 사람들이 우릴 물로 보나! "
상희를 겨냥한 총구가 더욱더 거세게 그녀를 밀었다.
" 시방. "
' 후루룩~ '
" 나 면발 빠는데. "
' 후루룩~ '
" 총구를 머리에 "
' 후루룩~ '
" 겨냥했냐? "
구수한 목소리가 역시 상희였다.
" 곱게 가려했드만... "
상희가 벌떡 일어난다. 손에 쥐어 든 냉면 그릇. 은색 스테인리스였다. 그와 동시에 격발하는 팽.
' 탕! '
상희가 고개를 살짝 피하며 오른손으로 팽이 쏜 권총을 살짝 터치했다. 천장을 향해 있는 총구. 왼손에 들려 있던 먹다 남은 냉면은, 준의 오른쪽 얼굴을빗겨나가며쾌속으로 쭉 뻗어 나갔다.
산탕총을격발하는 사냥꾼.
' 펑! '
탄알이 준의 등을 향해 순항한다. 준은 먹고 있던 뚝배기를, 앉은 자세로 허리를 돌리며 힘차게 던졌다.
' 퍽! '
뭔가 클레이 사격을 한 것 같았다. 탄알과 뚝배기가 만나는 장면이.
시뻘건 국물과 함께 뚝배기가 깨졌다.
"끼야악! "
식당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엎드렸다. 출입문 근처의 손님은 줄행랑 중. 그래 살라면... 상희는 언제 잡았는지바리깡이손에들려있다.
준도 언제 변신시켰는지단봉이도깨비방망이로 변해 있었다. 천장을 향한 팽의 손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쯤, 상희는 뒤를 돌아바리깡의전원을 눌렀다. 팽의 복부에 손을 뻗으며.
바리깡이실드로변했다. 그 변함과 동시에 팽의 복부와 마찰을 이룬다.
' 퍽. '
충격에 뒤로 날아가는 팽.
"읔! "
배를 움켜잡을 수밖에 없었다. 날아가는 팽을 향해 도움닫기 하는 상희가실드의버튼을 누른다.
점프.
실드는단봉으로 변했다. 도끼로 장작을 패듯 내려찍으며 점프에서 내려오는 상희. 뒤로 쭉 뻗어 나가는 팽의 이마를 힘껏 가격한다.
' 빡! '
이것이도끼로이마까의신버젼, 단봉으로이마까인가? 육개장 뚝배기만 깨지는 것이 아니었다. 팽의 뚝배기도 와장창 각이다. 그렇게 팽을 두들겨 패고 있을 때, 준은 앞에 놓인 식탁을 방망이로 때려 부수며, 사냥꾼에게 전진하고 있었다. 사냥꾼은 기겁하며 한 발,
' 펑! ' ' 깡! '
방망이를 휘두르면 이런 소리가 났다.
' 펑! ' ' 깡! '
4번 타자 포스로 산탄 총알을 날려버리는 준. 벌써 2안타째다. 이마에 땀이 흐르는 사냥꾼은 다시 한번.
' 펑. ' '까강. '
이번엔 홈런 각이다. 3타석 2안타, 1홈런. 타율 1.000을 기록하며 매섭게 돌진하는 준이었다.
'쿵쿵쿵쿵'
코끼리 발소리가 식당에 울려 퍼진다.
" 이... 이런. 당장 잡아!! "
'휘이익~ ' ' 퍽! '
사냥꾼이 일행에게 지시함과 더불어 면상에 꽂히는 방망이.
피가 튀었다. 팽처럼 뚝배기가 터진 것 같았다. 준이 방망이를 어깨에 기대자. 고목 쓰러지듯 사냥꾼은 뒤로 고꾸라졌다. 죽었나?
"뭐야! 이 자식들.튓! "
손바닥에 침을 뱉으며 방망이를 문지르는 준은 뒤를 돌아봤다. 출입문으로 허겁지겁 뛰어오는 사냥꾼 일행이 보였다.
" 상희야! 앞에 조심해! "
팽의 뚝배기를 날리고, 쓰러진 그의 옆에서 무릎으로 착지한 상희가 고개 들어 준이 말한 방향을 살폈다. 두 명의 사냥꾼이 전진 무의탁 자세로 소총을 든 채,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분명 난사하겠지?
내 예상처럼 상희도 느꼈는지.단봉을실드로변환하였다. 역시나,
'투투두득.투두두둑... '
소총은연사한다.
실드는그 연사를 튕겨 낸다.
'챙.챙.챙.챙... '
상희에게 집중 화력으로연사하는사냥꾼들이었다. 준은 또다시 질주한다.
' 쾅. 쾅. 쾅. 쾅. '
그제야 준을 견제하려는 사냥꾼1.
총구를 준에게 겨냥한다. 그리고 발사한다.
'두두투둑.투둑... '
몰아치는 총알.
준은 달리면서 방망이를 돌리기 시작했다. 어느 소설의 '선풍각' 이라는 기술을 쓰는 것 같았다. 선풍기 날개처럼 빠르게 회전하는 방망이, 꼭 원형 방패가 만들어 진 것 같았다.
' 휭. 휭. 휭... '
바람 소리와 함께 탄알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람의 저항으로 떨어진 건 아니었지만, 느낌은 그래 보였다. 그렇게 뛰고 있는 준이 어느새 상희의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었다. 둘은 난사하는 사냥꾼1과 사냥꾼2에게로 돌진 중이다.
선풍각실드와바리깡실드가매우 안정적이었다.
'틱.틱. '
소총의 탄알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들에게 도착한 상희와 준.
바리깡이단봉으로 변하고, 선풍각은 멈췄다. 동시에 내리치는단봉과방망이.
사냥꾼1은단봉에마빡을 내준다.
사냥꾼2는 방망이에 정수리를 내준다.
'빠박.빠박. '
상희와 준이 경계 자세를 풀었다. 바닥에 널브러지는 사냥꾼들...
' 턱. 턱. '
" 그러게 냉면 먹는데 건들고지롤이여... "
순식간에 해치운 사냥꾼들... 주위에 손님들은 어느새 모두 사라졌다. 부서진 식탁과 의자.
음... 얼른째라옹!이거이거.백프로보안업체 및 경찰나으리들금방 들이닥칠기세다아옹! 내 소리가 들렸는지, 상희와 준은 눈을 맞추고는 달리기 시작했다.
라코타가있는 건물로.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따로 없네...
이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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