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9화 〉 148­발등 (149/179)

〈 149화 〉 148­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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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발등.

몇 분 후, 교신기가 다시 울렸다.

" 그래. 시범이니? 무슨 일이야? "

" 무슨일은요. 걱정돼서 연락 드렸습니다. "

" 어쩌다... 이렇게 돼서... 근데 목소리가 영 안 좋은데 아픈 데라도있니? "

" 아... 그냥 어제 야근을 해서 그런지 목이 잠겼네요. 아무튼, 형님 수배자 명단에 올라서... 이렇게 빨리 정부가 움직이는 건 참 오랜만입니다. "

" 그래. 아미치겠구먼, 이러다 네가 일하는 곳에서 터 잡을 거 같군! "

"형님두참. 농담처럼 들리지않는군요. "

" 참! 시범이. 혹시다솜에관한 정보 좀 구할 수 있어? 저번에 봤을 땐, 경황이 없어서 부탁을 못 했는데. 너라면 조금 찾아보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아볼 수 있지 않나? "

" 형 부탁이니 들어드려야 줘! 그럼 위치를제게전송해 주세요! "

" 뭐? 여기? 찾아온다고? 교신기로 전달해도 되는데, 그런 수고까지... "

" 아닙니다. 형. 이번 휴가가 길어서 특별히 할 것도 없어요. 자료 수집해서 직접 전해드리죠. "

" 그럴 필요까지... 휴가 너무 허무하게 쓰는 거 아니야? "

" 다 형님 덕을값으려는후배의 마음입니다. "

오~ 훌륭한 후배를 둔 성우. 이렇게의리맨이속출하는 건가?

"그렇다면야... 그 성의 제대로 받겠네. 현상금이 걸린 지금으로서는 움직일 사람이 필요하긴 했거든. 고마워. "

" 아닙니다. 형님. "

" 그럼 교신 끝나는 대로 목적지를 입력할 테니 그리로오게나. "

" 여부가있겠습니까.그럼 몸조심히지내십시오. 곧찾아뵙겠습니다. "

" 알았다. 내든든하구먼. 허허허! "

둘은 그렇게 연락을 끊었다. 성우가 교신기로 자신들이 향하는 목적지를 입력하기 위해, 동공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우형? 그부소장이에요? "

눈알을 굴리며 성우가 대답했다.

" 그래.다솜의행적을알아봐달라고부탁했어. "

" 아~ 뭔가 찜찜한데... "

" 뭐가이놈아! 내 후배를 못 믿겠다는 거야? "

" 우리 위치 물어봤나요? "

대답은 안 하고 질문하는건남.

" 그래. 그래서 연금술사님 은신처 남기는 중이야. "

" 네? 저희가 가는 곳을 알려 준다고요! "

건남이무기 부조종석에서 일어나 성우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뭔가 위급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 형님! 안.돼.요! "

" 안돼 긴 뭐가 안돼! "

선글라스를 벗는 성우, 입력을 끝냈나 보다. 시원스레 벗어 던진다.

" 아~ 벌써보냈군요! 이런! "

" 걱정하지 마. 우직하고 의리 있는 녀석이니까. "

" 아~형님두참. 그리 이성적인 분이 왜? "

" 그 정도로 믿는 후배라고. "

건남은뒷머리를 긁적거렸다.

" 아~ 알겠습니다. 확실히다솜의행적을알아내면야... "

" 시범.그놈이라면분명 해낼 거야. 난. 그렇게 믿어. "

성우가 이리 위험한 상황에서 위치를노출 시켰다면, 그만큼 끈끈한무언가가있겠지. 그러나,께름직한 건... 내도 느낀다. 분명 소장과재필에게잡혀 옴짝달싹하지 못할 텐데. 이렇게 여유롭게 연락을 하지 않나, 휴가를 나온다고 하질 않나... 이상하다. 이상해.

­ 교도소, 부소장실. ­

시범은 교신기를 벗었다. 정확하게는 시범으로 둔갑한 재필이 선글라스를 벗은 것이다. 이상하다했더니만이런 거였군. 재필은 시범의교신기키 패턴을 알아내어 성우의 연락처를 알아낸 것이었다. 노골적으로라구나사냥꾼에게 접촉하기 위해서 말이다.

"크크큭. 일이 순조롭게풀리는군. "

옆에 있던 소장이 궁금한 듯 물었다.

" 순순히 가르쳐 주던가? "

시범으로 변한 재필이 끄덕였다.

" 허허허. 잘 됐군!발쿰수장에게보고해야겠어. "

재필은 좋아하고 있는 소장을 쳐다본다. 야릇한 듯, 광적인 눈빛이다.

" 잠깐!발쿰에게이 정보를 넘기겠다고? "

" 그럼. 투구에 관련된 일이니 말이야. 내게 볕이들려나.흐하하하! "

" 소장. 아니야... 그건. "

" 뭐? "

" 내가 먼저 이놈들부터조저야겠어. 생각보다 일이풀리는군! "

소장이 갸우뚱거렸다.

" 이봐... 자네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

"투구고지랄이고. 다 필요 없어! 저 새끼들만 죽이면.풋. "

살짝 올라간 입꼬리에 광적인 미소를 담았다. 그런 재필을 바라보는 소장은 무언가 무서움을 느꼈다. ' 이 자식.발쿰에완전히 가담한 게 아닌 건가? '

" 소장! 괜찮은 녀석들로 애들 좀 선발해 봐. 슬슬움직여야지. "

목을 흔들어 몸을 푸는 재필이었다. 젠장! 성우야. 네 발등찍혔데이.우짠디야! 내가 말해 줄 수도 없고. 재필이가 교도소에 있는 동안, 이를 많이 갈았나 보다. 이렇게발쿰을생각하지도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이려는 것을 보면.

팔콘과재필이란, 두 험악한 범죄자가라구나를노리고 있다니. 그것도 둘 다발쿰의개라니. 설마OEN까지그런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런 줄도 모르고 위치를 넘겼으니... 정말우짠다냐아옹~

­ 26구역 숲 지역. ­

이곳엔 어둠이 깔렸다. 공포 영화에서 보아오던 적막한 숲길, 그 안에 두 인영은 그림자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달빛도 비추지 않았다. 귀신나올라.

숲속에바람이 휭 하고 지나간다. 풀벌레 소리가 기괴하게 울린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너무 조용해, 크게 들린다.

" 오빠... 언제까지... 헉헉. 앞도 안 보인다고요. "

앞에서 걷고 있던 용선이 멈춰 섰다. 그리곤 주변을 살폈다. 뭐가 보이긴 하는 걸까? 내 눈엔 그냥 검다. 어둡다. 난 이 행성의 유일한 주행성 고양이 인가보다아옹~

" 그럼 오늘은 여기서 하루 보내고 움직일까? "

혜란이 주위를 살핀다.

" 여...여기서요? 아무것도 없는데... "

" 힘들다며! 가기도 싫고 쉬기도 싫은 거야? 그럼 어떡할까? 응? "

" 아이참. 이 사람 왜 짜증이야 짜증은! "

" 내가 짜증 안 나게 생겼냐! 오면서 뭐가 그리 불만인지, 투덜투덜... "

맞다. 나도 들었다. 꾸준한 투덜거림을...

" 내 참. 말을말아야지.알았수다. 여기서 잠시 쉬다 가죠. "

눈을 흘기며 혜란을 바라보는 모습은 매우 못마땅.

용선이 커다란 고목에 등을 기대며 앉았다.

" 오빠 이렇게 자려고? 추운데? "

" 너나 춥지. 난 괜찮아. 너도 어서어딘가에쭈그려 쉬어. "

" 이런. 몰상식한 사람같으니라고, 모닥불이라도 켜야 하는 거아닌감요! 이렇게 자다 입 돌아 간다고요! "

" 몰상식은 너가 더 한 것 같은데, 여기다 모닥불 피우면, '나 잡아가세요.' 하는 거라고. 이놈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

"그런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럼 남자가 되어서, 재킷이라도 벗어줘야 하는 거아닌감? 그것도오빤데. 말이야! "

어이없다는 듯,픽하고웃는 용선이었다.

" 됐습니다. 너만춥니! 난 내 몸이 소중하다고. 쳐 자라! "

여자 보기를 돌같이 보라는 선인의 말을 매우, 그레이트 적으로, 잘 실천하는 용선이었다. 얘들 바람날 일 없으니 명치대인은 좋겠네!좋것어.이야옹~

그렇게 태양이 가려진 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해보는 용선과혜란이였다. 이건비박도아니고, 노숙.

숲속의노숙은 그냥 추웠다. 잠이나오려나? 내 걱정은 쉽게사그라들었다. 날 껴안고 잠이든 용선,뒤치덕거리다가혜란도 눈을 감았다.

험난하게 걸었던 강행군이힘들긴했나 보다. 그냥 뻗은 걸 보면. 이 고품격 프리미엄 고양이인 날노숙시키다니. 내가 무슨 죄가 있다고. 아무튼 내도 졸림에 눈을 감았다.

'사그락.사그락. '

그들이 잠들고 얼마나 지났을까? 혜란의 귓가에 풀 헤치는 소리가 들렸다. 부스스 눈을 뜨는 혜란, 정면에서 잠들었던 용선이 보이질 않았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게 아니었다. 사라진 용선. 혜란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허겁지겁 일어서려고 한다.

" 오빠!헙! "

혜란의 뒤에서 그녀의 입을 막는 두툼한 손. 차가웠다.다크써클가득한 혜란은 눈을 둥그렇게 뜬다.

" 쉿. 조용! "

용선의 목소리였다.

차가운 손을 떼는 용선.

들릴 듯 말듯 한목소리로 혜란의 귀에 속삭였다.

" 수색대야. 우리 뒤를 밟은 것 같아.조심히나무 뒤로 숨으라고. "

좁은 산길.

용선이 가리키는 손가락 방향을 지켜보는 혜란.

손전등인지, 아니면 소총에 부착한야광등인지, 하여튼 여러 개로 흩어진 불빛은 점점 자신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혜란과 용선은 커다란 고목에서 다가오는 방향의 반대편으로스르륵몸을 숨긴다.

"놀랬잖아요. "

매우 조용하게 입을 뗀 혜란.

" 놀랠 것 같아 미리 선수 친 것뿐이야. 불빛으로 봐서는 열 두 명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지나가길 기다려 보자고. "

위치적으로 용선이 있는 곳은 숲길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다. 점점 다가오는 불빛.

'터벅.터벅. '

군화소리가숲속에들려왔다. 그들이 다가오는 불빛이환해질수록 발걸음 소린 더 크게 들렸다. 어느덧 그들은 용선과 혜란이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숨을 죽이는 용선과 혜란. 난 왜 울고 싶지. 이 상황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동시에 불빛도 멈췄다. 통신 음이 들린다.

­치익. 탱고! 이곳을 빠져나갔나 봅니다.

­ 그래도 모르니 꼼꼼히 찾아봐! 도시로 이동하는 숲길 중 그곳이 가장 빠른길이니.

­ 네! 알겠습니다. 어렴풋이 보이는 군인의 모습. 견장을 차고 있는 걸 보니, 분대장 정도로 보인다.

" 대원들 잠깐 쉬다가 간다. 이 상병, 척 일병이 정면과 후면에 잠시 경계하고. 이상. "

" 네. 알겠습니다. 10분간 휴식! "

훈련소냐아옹~ 그걸복명복창해야겠냐옹~ 모르고 있던 도주범도 알아차릴 각이다.

' 달그락, 달그락. '

소총을 땅에 내리는 소리, 수통에 있는 물먹는 소리, 라이터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저들도 지쳤겠지, 이 야밤에 군장 차고 추적했으니 말이다. 근데 쉬어도 왜 하필 거기서쉬냐옹~ 바로 밑, 5m 아래에 용선과 혜란이 있는데말이다아옹~운빨하고는. 그때 한 명의 군인이 고목으로 달려왔다.

'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

걸린 건가? 용선과 혜란은 큰 고목에 등을 바짝대었다.

"윽. 이런. "

달려오던 군인의 발소리가 고목 뒤에서 멈췄다.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거린다.

' 쉬이이~ '

물줄기 소리가 들렸다. 아주 폭포가 쏟아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 사람급했구먼. 무럭무럭피어오르는김. 군인은 따뜻한 거름을 고목에 듬뿍 주고 있다. 매우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 아... 살 것 같군. 으 시원해. "

꼭 혼잣말해야 하는 건가? 아무튼 볼일 다 본 군인은 지퍼를 올린다. '지이익! ' 그리곤 등을 돌려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는 찰나.

­커톡왔쏘.

엥! 용선의 교신기에커커아톡이! 삽시간에 총구의 불빛이 고목으로 향했다. 시원하게 볼일을 본 군인은, 경계 자세를 잡기 위해 어깨에 멨던 소총을 들었다. 가늠자에 자신의 눈을 가져간다. 살금살금 고목의 뒤를 살피려 한다.

" 누구냐! 손들어! "

' 퍽! '

군인이 고개를 들이미는 순간, 주먹이 날아왔다. 혜란의 입을 막았던 그 손이었다. 안면을 강타당한 군인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턱을 제대로 가격한 용선이었다.

" 발사! "

자신의 부하가 쓰러지자 분대장이 외쳤다.

'타다다다닥. 타다닥. 타다닥. '

일점사하는 분대.

고목에 박히는 총알.

쉴 새 없이 퍼부었다. 이러다 고목 뚫릴 각이다.

" 조명탄! "

지시와 더불어 수신호를 보내는 분대장이었다. 그러자 보초를 서던 이 상병과 척 일병이 움직였다. 고목을 포위하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피융. 펑! '

조명탄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사격이 멈췄다. 환해지는 숲. 고성능 조명탄이었다. 공중에 전구가 생긴 것 같았다.

" 순순히 투항하라! "

분대장이 소리쳤다. 메아리치는 숲. 용선이 교신기의 발신자를 확인한다. 이 중요한 시기에 누가커커오톡을한단 말인가? 이 새벽에...

­ 여섯째 마담 ­

도대체 몇 번째 마담까지있냐아옹~

<오~빠야. 요새="" 통="" 보이질="" 않아.=""/>

애써 보기 싫은 문장을 읽은 용선.너란녀석, 얼마나 술을 마시러다닌거냐아옹~ 이 늦은 시간에 연락도 올정도냐아옹~

" 이런. 오빠 이게뭐여요. "

혜란이 미간을 좁혔다. 동시에 자켓윗주머니에서빠르게 막걸리를 들이켰다. 위기를 느꼈나 보다.

" 아이참. 이럴 때 연락을 하고. 미치겠네. 그냥 조용히 숨어 있으려했더만. 으~ "

그러게 무음으로 설정하지그랬냐.

' 탕! '

소총을 쏜 분대장. 아마도돌아나간부하들에게서 시선을 흩트리는 용도로 쏘는 거겠지.

" 다시 한번 말한다. 순순히 항복하라! "

' 탕. '

옆에 있는 부하가 또 한 번의 위협 사격을 쐈다. 용선의등짝에달려있던 반월도가스르륵, 그의 손으로 떨어진다.

" 혜란아. 시선을 분산시킬 테니 여기서 매복해. "

"어쩌려구요! "

"쟤네반대 방향으로 뛸 테니, 내가 유인하면. 도망을 치던, 싸우던. 네 마음대로. "

오~ 몸을 던져 혜란이는 살리겠다고.

" 알았어요. "

컥. 야!이뇬아! 그래도 예의상. ' 함께 싸워요. '라든가. ' 오빠. 괜찮겠어요. '라든가해야 하는 거아니냐아옹~

" 혹시, 살면 26구역 '제노바'를찾아가! "

" 제노바? "

" 그래. "

" 알았어요. 딸꾹! "

벌써 취기가, 약발이 오르나 보다. 용선은 심호흡을 길게 한 번 하고... 뛰어나갔다.

분대장의 시야와 이 상병과 척 이병의 시야에 들어온 용선. 조명탄으로 인해 환한 숲을 내달리는 용선이었다. 낙엽 밟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 놈이 도망친다. 발사! "

수신호와 함께 울리는격발음. 그 음성과 함께 분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멧돼지 사냥이라도 하는 듯.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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