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0화 〉 149­절벽 (150/179)

〈 150화 〉 149­절벽

* * *

76화.절벽.

용선은 뛰었다.

빗발치는 총성. 조명탄과 함께 숲은요란법석하다.

'타다당. 타당.드드득... '

용선의 생각은 포위망이 좁혀 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고목에서 낙엽을 짓밟으며 산비탈을 과감히 달렸다. 탄알 사이로막가인가? 비 사이로막가의위 버전을 실행하는 용선이었다.

수색대는 그런 용선을 쫓기 시작한다. 소총을 격발하며, 조명탄을 띄우며, 사격 자세를 유지한 채 달렸다.

' 드르륵.타다다당.타닥. ' '챙챙챙챙... '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기에 뛰었겠지, 개인실드를후방에 집중시킨 용선이었다. 등 뒤로 푸른색실드가자리 잡았다. 그실드에부딪히는 총알.

"호로새끼들... 한 명 잡으려고 이리쏟아붓나! "

그렇게 말하며, 달리고, 달리고, 지구열두바퀴 돌 각이다. 분대원 11명이 고목을 지나간다. 정확하게 분대장 포함 8명이었다. 고목을 중심으로 오른쪽에서 3명, 왼쪽에서 5명이었다.

시차를 두며 고목 뒤에 숨어 있는 혜란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가까운 곳으로 지나치지 않아서 못 본 것 같았다. 그러나 마지막 한 명이 고목, 바로 뒤에서 튀어나왔다.

혜란 옆을 지나가는 군인. 그가 인기척을 느꼈다. 막걸리를 마신 혜란의 인기척을.

급하게 멈춰선 군인의 고개가혜란에게로향했다. 놀란 기색이다.

"윽.뭐야... "

" 딸꾹! "

' 딸꾹 '과 함께 소총을 잡은 군인의 팔을 휘어잡는다. 뱀이 똬리를 트는 것 같았다. 그 손놀림이 어찌나빠른지어느새 목을 휘감는다. 왼손으로 군인의 왼팔을 흘리며 뒤를 잡은 것이었다.

혜란은 오른팔로 그의 목을 조른다. 막걸리포션을들이 킨 그녀의 힘. 쌔다.

' 우직! '

뼈마디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군인은 낙엽에 몸을 뉘었다. 멀리 도망치고 있는 용선, 그를 잠깐 바라본 혜란은, 이내 발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와 함께.

한 명의 부하를 잃은 건알고나있는 걸까? 분대장은 소총을 난사하며 뛰었다. 용선의실드에금이라도 내려면 쏠 수밖에. 하지만, 개인용실드는부서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잡힐 기미도 마찬가지였다. 날 다람쥐처럼 빠르게 도망치는 용선을 잡아야 했다. 분대장은 잠깐 멈춘다. 그리고 주먹을 쥐며 따라오는 부하에게 수신호를 보낸다. 그러자 뒤따르던 부하가 앉아 쏴 자세를 취했다. 등에 멘 바주카포가 어느새 어깨에 올려져 있었다. 격발.

' 펑! ' '피유융~쉬이익. '

포탄이 궤적을 그리며 달리고 있는용선에게로향했다.

" 젠장!퇫! "

용선은 포탄이 날아오는 걸 직감했다. 당연하겠지. 그렇게 큰 폭발음이 숲에 들렸는데.

용선이 점프를 뛰었다. 가장 두꺼운 나무로, 두께가 1m는 되어 보이는 나무였다.

도움닫기.

나무를 밟은 용선은 또 다른 나무로 이동하며 점프했다.

' 쾅!콰지직! '

이동과 동시에 도움닫기를 시도했던 나무가 쪼개졌다. 벌목의 현장이었다. 7~8m가량의 커다란 나무가 90°로 쓰러졌다. 용선은 땅으로 착지하며 또 다시 달린다. 이 숲을.

'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

' 타당.타다당.타다다당. '

' 챙.채쟁. '

낙엽 밟는 소리.

소총 소리.

실드에탄이 튕기는 소리가 어우러진다. 중간중간 조명탄 쏘는 소리도. 담배도 많이 피우는 용선의 폐가 견딜 수 있을지.

' 펑! '

또다시 분대장의 지시에 날아가는 포탄.

'피유융.쉬이익. ' ' 쾅! '

이번엔 피하지 못했다.실드가산산이 조각났다.실드탄이었던모양이다.

"윽! "

용선이 얼굴을 찡그렸다. 날아오는, 빗발치는 저 총알을... 이젠우짠디야! 혜란은 용선의 미끼 작전으로 잘 도망치고 있었지만, 용선은 한계가 온 것 같았다. 근 2km를 전력 질주했으니, 담배로 인해 썩은 폐가 견딜 수있겠냐아옹~

" 헉. 헉. 헉. 엿됐구먼! "

넌 여기서 죽으면 내 살릴 수가 없다. 혜란과 난 동행하고 있으니, 잘째라아옹~

" 집중 사격! "

분대장의 고함과 함께연사하는군인들.

'타타다다다닥. 타다닥. 타당.타다당. '

많이도 쏜다.실드하나 날아 갔다고 이렇게 전의가 급상승할줄이야. 소총의 입구가 번쩍번쩍거린다.

"으아아악! "

용선이젖먹던힘을 다해 달렸다. 그의 시야에 보이는 커다란 절벽! 어쩜 저 절벽이희망으로까지보였다. 5m 남짓, 물소리가 들렸다. 졸졸 흐르는 그런 냇가의 소리가 아니었다. 콸콸거리는 넓은 계곡의 그런 소리였다.

4m. 3m.점프.멀리뛰기자세가저절로나왔다.가늠할수없는절벽위에한마리의새가된 것같았다. ' 탕! '마지막총성을끝으로용선은미지의계곡으로떨어지고있었다.

음~ 추락사 각이다. 총에 맞아 죽나,낙사하나또이또이인데... 그래도 살겠다는 용선의 의지에 가히 박수를보낸다아옹~

"으아아악! "

' 풍덩! '

이건 뭐!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 그 목소리가 꽤 길게메아리치며숲에, 절벽에 울려 퍼졌다. 절벽 위에하나둘모여드는 군인들. 그 끝에 모인 그들은 5, 60m아래의 계곡을 쳐다본다. 드넓은 계곡은 어둠 속에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 제기랄! "

분대장의 이마에 주름이 요동친다.

얼마나 떠내려온 것일까? 용선은 급류에 쓸려어디론가흘러가고 있었다. 기절하진 않았지만, 팔과 다리에 큰 통증이 느껴졌다. 사실 절벽에서 떨어지기 전, 팔과 다리에 각각 한발씩맞았다. 그 많은 총알 중 두 발만 맞은 것도, 어쩜 감지덕지. 아무튼 용선은 통증을 참으며 계곡에서 서서히 빠져나왔다.

"으윽! 헉. 헉. "

힘에 부치는지, 계곡에서 나오자 하늘을 보며 드러누웠다.

" 으~ 이럴 줄 알았음히리를데려오는 건데...윽! "

오른팔과 왼쪽 허벅지에서 시뻘건 피가 번지고 있었다. 아프지만 참으며 지혈을 하기 위해 윗옷을 벗었다. 잔 근육과 날렵해 보이는 그의 상체가 축축이젖어있다.

옷을 찢는 용선, 그것으로 팔과 다리를 묶는다.

" 이러다 골로 가겠군... "

피가 모자라 적십자라도 찾아갈 판이었다.

" 혜란이는 잘 도망쳤나 모르겠네... 휴~ 근데. 제노바는 잘 찾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군... "

너나걱정하라옹~우린이미벌써수색대의눈에안띠는곳으로 사라졌으니말이다아옹~

허겁지겁 달려온 혜란의 눈엔 도시가 보이고 있었다. 도시의 전경이 보이는 산등성이... 잠시 뒤를 돌아본 그녀가 날 안고 또다시 달린다. 제노바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당최 어디에 있을까? 저 넓은 도시에...

­ 60구역.지하술집. ­

술집은 웅성거렸다. 테이블과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모두 험악하게 생겼다. 테이블 위, 그리고 의자에 놓인 무기들이 수두룩했다. 술집인데, 술 먹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카운터 옆으로 붕대를 칭칭 감은 사내가 서 있다.엇. 이 사람은? 상희에게 정수리를 내어준 그 사람! 팽이였다.

" 그 자식들이 이곳을 지나갔다고! "

술집에 모인 사람들에게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웅성웅성.

이들은 60구역에서 활동하는 사냥꾼들이었다. 대충 보아도 100여 명의 인원. 술집에 앉을 곳이 없어, 벽에 기대어 있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가 질문했다.

" 왜 그들이? "

" 자세한 건 나도 모르지. 아직 조사를 안 해 봤으니. 하여간. 그들에게 붙은 현상금이 더 높아질 거라하는군. "

또 다른 어떤 이가 질문한다.

"지금쯤이면이곳을 빠져나갔겠지? "

" 그럴 거야! 그때 잡았어야 했는데. 으... "

팽이 뭔가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 누군가그들에관한 정보 좀 공유하지 그래? "

아무도 답을 하지 않는다. 그냥 웅성거릴 뿐이었다.

60구역사냥꾼들은다른구역의사냥꾼들과는다른점이있었다.일반적으로사냥꾼은독단적으로활동을많이했다.많아야두 명.상희와같이팀원을구성한사냥꾼은사실드물었다. 4인이함께움직이는특이한케이스.

허나, 60구역의 사냥꾼은 대부분 팀을 구성한 헌터들이었다. 또한공동작업할때가 많았다. 서로 힘을 모으는 과정이 신속했다. 조직력으로는 60구역 사냥꾼들은 탑 중의 탑. 그러니, 상희가 사라지고 하루 만에 이곳에 다 모이지않겠는가.연락망이 시스템화되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 이 봐들! 주목해 봐! "

지방 방송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고요한 술집. 팽이 이어 말했다.

" 이번에 출장 사냥 좀해야겠는데. 함께 할 인원 없어? "

누군가 말한다.

" 팽! 지금 상대하려는 인물이 232라고했잖아.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상대나 할 수있겠어? "

과연 사냥꾼 중에 악녀로 정평이 난 상희였으니, 누구 하나 쉽게 나서려 하지 않았다.

" 거. 현상금도 좋지만,그놈들재필도 잡은 녀석들이라고. "

반대 여론이급물살을타는 것 같았다.

" 맞아! 맞아! "

이곳저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반대한다는 것에호응하는것같았다.

" 그래봤자! 다섯 명,안팎이잖아! 우리가 힘을 합하면 이길 수 있다고! "

팽이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술집에 모인 사냥꾼의 시선은 팽의 말에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 힘을 합하다니. ' ' 그년 잡자고 다 덤비면 현상금을 대체 몇으로 나눠야 해. ' ' 괜스레 와서 힘만 빼고... '

대충 이런 생각들로 가득했다.

" 그럼 아무도 도와주지 않겠다는 거야? 응! "

' 뭐가 남아야 돕든가 하지. '

' 장사 하루 이틀 하나? '

' 위험한 일에 끼어드는 거아니랬어. 울 엄마가. '

' 아~ 여긴 왜 와서. 오늘 집에서유터버동영상 찍어야 하는데. '

60구역사냥꾼들이이리결속력이없었나?상희가그리위험한존재였던가?아무튼저들의생각은이미'혼자하세요. '로굳힌것같았다.

" 아~ 이 사람들 정말 이럴 거야! 우리 60구역 사냥꾼이이것밖에안 돼! "

팽. 아쉽지만,이것밖에안 되는 것 같다. 순순히포기하시라아옹~

" 아~ 나약한 녀석들... "

팽은 자조적으로 읊조린 후, 카운터 위에 올려진 생맥주를 들이켰다. 속이 타겠지. 정수리 맞아 기절한 것도 쪽팔릴테고. 그런 팽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 걸까? 그 많았던 사람이하나둘술집을 빠져나간다.

" 팽. 이런 일로 사람 부르지 마! 시간 아까워. '에피니아에픽. 위대한 파수꾼들의 이야기' 이거 볼 시간도 없다고. "

그렇게 말하고 나가는 이름 모를 사냥꾼.

" 이봐.고생햐! "

씩 웃으며 나가는 이름 모를 사냥꾼 2. 대충 대부분 술집을 나갔다. 팽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떨군다.

" 내가 이런 것들을 믿고있었다니... 아유~ "

몇몇 사냥꾼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술을 즐기기 위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 사장! 여기 계산! "

술잔을 닦고 있던 술집 사장이 카운터로 다가왔다.

" 팽. 오늘 많이 쓰네! "

" 돈 아까워 미치겠다. 좀 깎아 줘. "

" 어디 보자. 748크랑. 인심 썼다. 650크랑에 퉁! "

"에효~사장좋은일만시켰군. "

그랬다. 이렇게 초대하는 경우, 그 술값은 부른 사람이 내야 하는 것이 60구역 사냥꾼의 룰이었다. 팽은 길에다 650크랑 버린 꼴이 되었다. 왜 측은해보이냐아옹~

팽은 허무한지 술집에 머물렀다. 1차도 여기, 2차도 여기라니... 홀로 고독한 하이에나여...Bar에앉아 싸구려 보드카를 스트레이트 한다.

' 탁. '

술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 이 자식들 잡고 싶은데... "

정수리의 복수가 꼭 그렇게필요했냐아옹~그때,누군가뒤에서그의어깨에손을얹었다.뒤돌아보는팽.

" 팽이라고 했나? "

" 누구? "

팽이 모르는 사람이었다. 팽이 약해 보이지만, 60구역에선 그래도 알아주는 사냥꾼이었다. 구역 내 사냥꾼의 마당발이라 소문이 난 인물이었다.

" 나? 토미스라 하네. 닉은 스토리고. "

" 이 구역 사냥꾼은 아닌 것 같은데... 사냥꾼이면 내가 모를 일이 없거든. "

토미스는 조용히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사장을 부른다.

" 여기.글랜피닥50년산하나주게. "

고개를 끄덕이며 사장은 발 빠르게 준비한다. 팽의 650크랑과글랜피닥에수지 맞은 사장이었다.

" 자네가 232를 만났다고 그랬나? "

만났지.만났어. 정수리가 깨지듯맞았긴했지만...

" 그래. 왜? "

" 음... 구미 당겨서. "

" 자네도 사냥꾼인가? "

그제야 토미스를 관찰하는 팽이었다. 특이한 점이 없었다. 무기도 없어 보였다. 뭐 사냥꾼이 늘 무기를 가지고 다니진 않지만, 그래도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 몇 구역에서 왔나? "

" 21구역. "

어느새 세팅이 끝난글랜피닥을우아한 손놀림으로 토미스는 꺾었다.

" 음~ 이 맛이군. "

뭔맛이냐아옹~그냥술이라아옹~니들이술맛을알아냐옹~ 아!참고로난, 한번도안마셔봤다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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