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1화 〉 150­취함 (151/179)

〈 151화 〉 150­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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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취함

" 근데. 무슨 일인가? "

" 자네가 232를 잡는다고 하길래. 여기서 지켜보고 있었지. "

또 한잔.

" 그래. "

미심쩍은 눈초리다.야리야리한몸매의 그가 사냥꾼이라는 것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이었다.

" 왜? 내가 수상한가? "

" 뭐... 좀. 솔직히 별로 믿음이 안 가는 군. "

토미스가글랜피닥을또 한 잔 꺾는다. 저리들이키면금방 취할 텐데.

"훗. 이 구역에선 알아준다는 사냥꾼이 내 존재를모른다니... 아쉽군. "

" 이봐. 내가 당신을 어떻게 알아. 자네가 명성이 있었으면 이름을 듣자마자 알아들었겠지. 21구역에서는... 212 사냥꾼. 그 사냥꾼밖에 기억하는 이름이 없다고. "

"훗. 그게 나야.흐흐흐... "

잠깐. 212! 이 사냥꾼 어디서 들어 본 기억이 있었다. 상희와건남의대화 중에서.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 뭐! 212? "

팽이 술잔을 놓으며 놀랬다.

" 코드명은 들었나보군. "

또다시 한 잔.

토미스를세삼살피는 팽이였다.

" 자네가 212라고? 들은 것과는 매치가 안 되는데... "

" 나에 대한 정보는 거짓으로 만들어진 게 많을 테니. "

" 허허. 살다 살다 이런 날도 있군. "

그래. 생각났다. 코드명 212는 사냥꾼 중 유일한 술사였다. 술사가 사냥꾼을 한다.마들가리행성에선,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술사가 굳이 이런 일을 하다니.

체리나 마텔처럼 공직자를 하든, 대기업에 취직하면 잘 먹고, 잘 싸고, 잘 지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뭐하러이런 위험한직군에발을 들였는지.

" 아무튼, 나와 함께 하지 않겠나? "

팽의 눈빛이 달라졌다. 술 먹은 눈이 아니었다. 초롱초롱샛초롱.

" 그야. 당연하지! "

" 근데. 중요한 건. 그 232라는 사냥꾼이 정말 투구를 훔쳤을까? 만약 누명이라면, 반대로 그들을 도와줄 생각은 있나? "

" 뭐? 이건 또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그들이 투구를 훔쳐 갔다고 다들, 이 난리 치고있구먼. "

"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나? "

" 당연하지! 그렇지않고서야내가그놈을잡을 일이 없지 않은가? 만약, 누명을 썼더라도 우린 잡아서 현상금만 타면 돼. 그 누명을 벗든, 말던. "

팽이 의외로 칼 같은 성격인 것 같다. 그런 놈이 길에다 650크랑을 버리다니.

"훗. 그럼. 그녀의 몫에 걸린 현상금을 내가 자네에게 줄 테니, 날 도와줄 수 있겠나? "

얘.뭐지? 왜. 지크랑써 가면서까지 232를 잡으려는 걸까?

" 허. 허허허. "

기가 찬 지, 팽은 웃음을 보였다.

토미스는 또 한 잔.

"나참. 어이가 없어서.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야? 괜스레 술 먹은 김에 뱉는 말 아니지? "

" 관심 없나보군. "

왜 관심이없겠나.호송하는 일도덜뿐더러, 지금 60구역에선 팽을 도울 사냥꾼도 구하지 못했는데.거기다가이 행성에 유일무이한 술사 능력을 갖춘 사냥꾼이 자신과 함께하자고하거늘... 바로 꼬랑지 내리는 팽이였다.

"아니.아니... 관심이 없긴 이 사람아. 너무 황당해서 그러는 거지. 돌다리도 두들겨 보라는 옛 격언이 있지않나."

그런 사람이 정수리를 내어 주었단 말인가?

"훗. 그럼 날 돕는 거로 알고 있겠네. "

" 좋아. 당신이 했던 이야기 뒤로 무르기 없는 거야? "

"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잡는 데 실패하더라도 현상금에 상응한 금액을 지불할 테니, 염려말게나. "

이게 웬 떡이냐 하는 표정의 팽이였다.

" 그럼 한잔하지. "

팽과 토미스는 서로의 잔을 부딪친다. 건배사는,

" 232를 위하여. "

그렇게 마지막 잔을 먹은토미스. 저 독한 술을 먹고도 또박또박 말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잘 마시나 보다.창기랑붙여 놓으면 대작이 가능할 것 같았다.

순간,

' 쿵! '

얼레? 토미스가 직각으로 머리를bar에내리찍었다. 미안하다. 술이약한가보다.어벙벙한팽의 모습만 술집에 남았다. 그 진지한 거래는 유용할지? 의문이든다아옹~이야옹~

­라코타안. ­

옥상으로 무사히 올라온상희였나보다. 60구역을 빠져나와 상공을 날고 있으니 말이다. 준은 브라운관으로 변한 앞 유리를 보고 있었다. 상희는?밭매고.

그렇게 푸닥거리 해놓고 지금 게임이나 할 때인가? 정신차리라아옹~

브라운관에 집중하고 있는 준.

화면엔라구나에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상금 관련, 제보 관련, 자꾸 거짓 언론으로 그들의 행각을 말하는 뉴스였다.

" 이게뭐람? "

고글을쓰고 있는 상희가 계속 호미질을 하고 있다.

"준옵. 이렇게 된 거. 신경끄자고. "

야이뇬아! 그렇게 현상금 못 받는다고 징얼거릴 때는언제고!

" 상희야! 지금 우리가 이리 넋 놓을 때가 아니야. "

준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누명을 또 쓰라고. 10년이나 숨어 지냈다. 다래의 사건 이후, 재필의 음모로 억울하게 살인자의 누명을 썼던 준. 그런데 또다시 누군가의 거짓이 그를 옭아매려 한다. 10년의 세월 끝에 찾은 자유를 또 다른 누명에 잃는다면... 준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 어떤 자식이 이런 짓을 한 걸까? "

" 내는모른디요. "

"자르?팔콘? "

"글씨유? 뭐든 간에 지금 생각해봤자머리만아픈디요. "

" 아~ 썩을...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도대체! "

"옵. 속상한 건 알겠는데. 우선 목적지에 가서 해결 보자고요. 우리 잘 가고있죠잉. "

얘가 이렇게 낙천적이었나? 아무튼, 준이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민하는 순간에도,라코타는목적지를 향해 조용히 날아가고 있었다.

" 건남에게 연락해 볼까? "

"넵둬유. 제 비행정이 알아서데려다줄것을... "

"라구나에있는 인원들도 이 사실을 알기나 하고 움직이는 건지? "

걱정하지 마! 지금 너희보다 앞서서 날아가고 있으니말이다아옹~

" 귀찮게 시리뭐하러그래요. 그냥 가요. "

" 넌 정말!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있는 거냐? 응? "

"글씨유! 이미 모든 걸 내려놓았어요.건남옵이알아서 하겠죠. "

" 참. 나. 어이가 없네. 그렇게 안 볼 것처럼 말했던 게누구더라. 이젠 그냥 전적으로 최다 맡기는 군. 넌 대체 기분이 어떤 거니. "

상희는 손가락을 흔들며.

" 그때. 그때. 달라요. "

준은고글쓴 상희를 빤히 쳐다본다. 어쩌다 이런 걸 만나서, 네가 고생이많다아옹~

­ 23구역. 도심의 카페 ­

요즘 유행하는 팝이 흘러나왔다. 그 음악을 흥얼거리며 누군가 앉아 있었다. 보라색 선글라스. 삐죽 튀어나온 머리카락. 마술사가 입는 타이트한 정장 상의. 하의가 하얀 레깅스 같았다. 기수복을 입은 것 같은 이 자태. 기억이 떠올랐다. 댄스배틀에서농락당한 그 기수복의 사내였다.

그가 흥얼거리며 손톱을 다듬었다. 손에 든네일샤이너를쓱쓱 문질렀다. 누구라도 기다리는 건가? 춤만 추고 돌아다닐 것 같은 느낌인데, 이런 취미가 있다니.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누군가 카페로 들어왔다. 작은 체구의 남자. 일반 회사원 복장이었다.초슬림안경테의 은색이 반짝거렸다. 그런 그가 갈색 구두를또각거리며, 기수복의남자에게로다가왔다.

" 오래 기다렸나? "

손톱 가루를 호호불어대며그 남자는 여유롭게 대꾸했다.

" 앉으시죠. 검사님. "

스르륵나무의자를 빼내어 앉는 검사.

" 일은 잘 처리했나?콜라택. "

기수복의 남자가콜라택인가보다.

"그럼요. 잘 처리했습니다.함길검사님. "

함길!건남이의심을 품고 있는 그함길! 둘이 아는 사이!의외인걸. 아무튼콜라택은손톱 손질을 멈췄다.

" 그명치대인이란녀석에게 쪽 당하며 일을 성사시켰지요. 민망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 거시기가 1cm라니. 망할 녀석. "

" 후. 방법이야 어떻든 성공했으면 그만이지. "

" 근데그놈들에게얻을 거라도 있는 겁니까? 요새 뉴스에서 자주나오던데요.투구니, 어쩌니 하면서... 그들이 정말로 그 고대유물을 팔아서 한탕 하려고 했던 겁니까? "

함길은말없이 미소만 띠었다. 그리곤, 턱을 괴며 말했다.

" 너가 알 바 아니지. 그보다. 내게 줄 거나 꺼내 봐. "

"흐~그렇긴하죠. 자~ 보자! "

민망한콜라택은빈 의자에 놓인, 자신의 숄더백을 무릎 위에 올리곤 뒤적거렸다.

" 어디로 갔나? 이거 너무쪼금해서 찾기가 힘드네.크크크. "

뭔가, 비아냥스러운웃음소리였다. 뭘 찾는데 이리 오래걸리냐아옹~ 말없이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함길.

" 여기 있구나. 여기 있어! 기대하시던 물건을 대령하겠습니다. "

콜라택이 라이터를 손에 들고 빙빙 돌렸다. 일회용 라이터가 아닌 지퍼 라이터였다.

' 탈각, 탈각. '

묘기를 부리는 것 같은 손놀림이었다. 손가락 마디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라이터.

"그건가? "

그런 신기한 묘기를 보던함길은퉁명스럽게 말했다.

"넵. 검사님이 부탁한 그 물건입니다. "

함길은그 라이터를 손에 넣기 위해 팔을 뻗었다. 하지만콜라택은순순히 주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손에 라이터를 꽉 쥐었다. 그리곤 자신의 가슴팍으로 손을 끌어당겼다.

찡그리는함길.

" 장난하나? "

"크크크...급하시군요. 제가 부탁한 걸 먼저 주셔야 내어 드리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거래인데. "

"훗. 날 못 믿는 군. "

" 제가 검사님 믿다가 뒤통수를 당해봐서...크크크... "

함길은썩소를날리며, 안 주머니에서크랑다발을꺼내었다.

" 자!됐나.세어 보게! "

' 턱! '

크랑다발을 테이블에 던진함길.

썩소가사라진다. 눈매는 무섭게 변했다.

"오우~크레이징! 뭐 샐 것 까지야. "

콜라택은돈뭉치를 그대로 숄더백에 집어넣었다.

" 이제 넘기지 그래. "

무슨 라이터 값이 이리비싼가? 지퍼 라이터에 다이아몬드라도 박았나? 천장형 에어컨이라도? 얼핏 보아도, 지폐 다발은 500크랑은 되어 보였다.

" 여기 있습니다. 검사님. 귀중하게 쓰십시오. "

라이터를 살짝 던지고함길은그 라이터를 캐치한다. 곧 자신의 은색 안경, 오른쪽에 있는 전원버튼을 눌렀다. 선글라스로 변하는 안경.

라이터의 뚜껑을 열었다. 라이터를 켠다.

'띠릭! '

기계음이 울렸다. 담배도 입에 안 물고 불을 켜려는 것일까? 그건 아닌 거 같았다. 기계음과 더불어 들리는 목소리. 라이터와 교신기가 연결된 것 같았다.

­ 지금! 또 술을자신다고욧!

다해의목소리가 들렸다.어랏!뭐지?

­ 이미 이렇게 엎질러진 거 즐기자고. 창기의 목소리도 들렸다.

­ 창기.오라방! 혼자 드실 거예요. 찍찍.

라리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게 어떻게 된 일 일가? 저 라이터가뭐길래!

" 또박또박 잘들리는군. "

"그럼요. 그 도청기 성능은 이 행성에서 최고일 겁니다. 거저 얻으신 거라 생각하십시오.크크크. "

도청기? 그걸 언제! 아~ 그러고 보니 명치대인에게콜라택이접근했던 게 기억이 난다. 춤 대결로 위장해 명치대인에게 저걸 심어 놓았나 보다. 언제 그랬을까? 어느 타이밍에 그랬을까? 그건 처음콜라택이클럽쎄브에서명치대인에게 도발했을 때였다. 명치대인이 쓰고 있던 모자챙.

그래. 그 모자챙.콜라택이모자챙을 위, 아래로 툭툭 칠 때, 초소형 마이크를 모자챙 옆 줄기에 심어 넣었다. 마술사의 손놀림처럼 매우 기술적이었다. 마이크가 알약보다도 작았기에 가능했다. 걸리지도 않았고.

대애박! 대투더박! 마술사나 하지그랬냐아옹~

"잘했어. "

" 돈만 주신다면 뭔들못하겠습니까.크크크... "

" 이 사실은 절대 비밀이라는 거 알지. 세어 나가지 않게입조심하라고. "

"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

" 그럼 가 보겠네. 찻값은 자네가 내고. "

"그럼요.크랑받았으니 한턱 쏘죠.크크크... "

콜라택의말을 듣지도 않은 채, 일어나서 나가는함길. 느낌이 쓰레기와는 상종하기 싫다는 것 같았다.함길은유리문을 쑥 빠져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콜라택, 웃음기 있던 입은 싸늘하게 식었다.

" 염병할 새끼. 검사 새끼만아니었어도묻어버릴 텐데... 날 잡아 가둔 것도 모자라 시종으로 써먹다니. 개새끼...두고보자! "

박박 이를 갈고 있는콜라택이었다. 무슨 죄를 지었길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건지? 그래도크랑은챙겼잖냐아옹~

콜라택은다시 손톱을 다듬는다. 먹다 남은 망고 주스는 이미 식어 있었다. 응결된 물방울이 유리컵에 흘러내렸다.콜라택은손톱 손질이 끝났는지, 서서히 자신의 물건을 챙겼다. 그리고 일어서려는 찰나, 누군가 그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다시 앉으라는 무언의 악력이었다.

"읔!뭐야! "

두리번거리는콜라택. 귓불에 흔들거리는 귀걸이가 어디서 많이 본 건데... 왼손은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그가,콜라택을자리에 앉히며 테이블 위에 궁둥이를 붙였다.

" 이봐! 자네가콜라텍이라고. "

" 어떻게 내 이름을...? 당신누구야? "

어렵지 않았다.함길과나누는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으니 말이다. 찢어진 눈이 매서운 그는성진이였다.

" 뭐. 통성명할 이유는 없는 것 같고. 저자와 무슨이야길나누었지? "

헐! 이름만 듣고 중요한 내용은 못 들었나보다아옹!이야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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