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 〉 152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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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주사.
용선이 제노바를 찾은 건, 안전함 때문이었다.
커다란 술집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교란 교신기가 술집을 감싸고 있었다. 때마침 마담에게 연락이 왔으니, 용선은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허나, 굳게 잠긴 문.
연락 두절인 마담.
점점 아파지는 다리 통증.
혜란이가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
용선은 주변을 서성이다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았다. 윙윙거리는 발전기 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린다.
" 휴~ "
한숨과 내뱉은 담배 연기가 복도에 뿌옇게 자리 잡았다.제규엉도날아가, 다리엔 총알이 박혀.건남이이 자식을원망해라아옹~그때였다.
'삐이익.끼익~ '
방화문의 쇳소리가 들린 건. 누군가 밖을 내다본다.
" 누... 누구세요? "
자다 일어난 목소리가 역력했다. 여자 목소리는 아닌 거로 봐서 마담은 아닌 것 같았다.
" 소나 있나? "
용선이 담배를 복도 끝으로 튕기며 빠르게 대답했다.빼꼼내민 고개를 용선에게 돌리는 까치집의 남자.
" 뉘...시유? "
" 소나 VVIP 손님. 용선이 왔다고 전해주게. 지금 당장!윽... "
머리에 까치집을 서너 군데 만든 남자가 멍한 눈으로 용선을 훑었다.
" 이 시간엔 왜...? "
" 지금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 없어. 빨리. "
"알았수! 기다려 보시구려. "
약간의 투덜거림이 있는 것 같은 그 남자. 용선은 혹여 이곳 직원이면 마담에게 당장 내쫓으라고 말할 필이다.
" 애들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 내가누군지도모르고. 여기서 먹은글랜피닥이몇 갠데. "
자랑이라옹~
잠시 후, 땡땡이 파자마를 입은 여자가 방화문을 세차게 밀며 밖으로 나왔다.
" 용선 오빠! "
" 그래이것아! 왜 연락해 놓고 교신도 안 받아? "
" 이 시간에는 우리 잠들 시간이...엇. 근데 몰골이 왜 이래? "
진흙으로 범벅이 된 옷 하며, 다리에 감싼 상의가 피로 흥건한 걸 확인한 그녀였다.
" 그보다. 네 몰골은 왜 그러냐? "
"어멋. 내쌩얼은처음 보나? "
" 너 이렇게생겼었니? "
뭔가, 다리가 아픈 것 보다. 여섯 번째 마담의쌩얼을본 것이 더 아파 보이는 용선이었다.
" 앗! 급하게 나오느라고 화장을 안 했네... 아! 몰라. 몰라. 몰라. "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안으로 들어가는 여섯 번째 마담, 소나였다.
"망돌아! 그분 안으로 모셔! 응급실로... "
그렇게 말하면서 파자마를 휘날리며 뛰어갔다.
"넵. 사장님. "
그제야 남자는 용선을 부축하며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무언가 충격에 빠져 있는 용선은 그의 부축을 받으며 읊조렸다.
" 소나 얼굴이...저랬다니. 속았다. "
왜? 눈, 코, 입 다 있는데 왜 저러지. 다해와 별반 차이를 못 느끼겠다. 뭐 현재의체리와도별반 차이를 못 느끼지만. 아무튼 눈, 코, 입은 있었다.
용선을 부축하며 들어선 곳은 소나가 말한 응급실.
난간 밑으로 널따란 홀이 보였다. 오페라 공연장 같은 규모의 술집. 그곳을 가로질러, 주방으로 들어섰고, 주방의 비상문을 열자 그 안에는 또 다른 통로가 나왔다. 바로 옆에 있는 벽돌로 만들어진 벽. 벽을스르륵밀어내는망돌이었다. 회전문처럼 돌아가는 벽. 그 벽 안은 병원의 응급실 같았다. 의료 장비가갖추어져있는 거 하며... 이런 곳에 개인 병원이!망돌은신음하는 용선을 침대에 눕혔다.
"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곧 사장님이 오실 겁니다. "
용선은 아직도 혼잣말 중이다.
" 소나가. 소나가. 소나가아니었어. 아~ "
뭐가 그렇게 다르기에 이렇게 충격인고. 내 눈으로 보았을 땐 그리 충격적이진 않았다. 다해가 체리로변한것쯤.
조금이란 어떤 시간일까? 꽤 시간이 지나고 소나가 그곳으로 들어왔다. 화장하는 시간이 길었나 보다.
" 용선 오빠! 어떻게 된 거야? "
" 그보다 넌 어떻게 된 거야? "
소나의 얼굴이 달라졌다. 화장하러 간 건지, 성형하고 온 건지? 용선 앞에 있는 여성은 아까 그 소나가 아니었다.
" 급하게 오느라 대충 화장하고 왔는데... 어제 텔레비전 보다가 오빠 얼굴이 나오길래, 걱정돼서연락했건만, 결국 이렇게 됐군. "
대충화장했단다. 그럼 풀메이크업하면, 미스 유니버시아드 1등 하겠네? 이건 뭐. 재필이 하는 페이스 체인지보다도 더 뛰어난 화장술이었다. 화장술사 인가?
" 아~ 소나 너 어떻게 이렇게... 날 속일 수가있니? "
아직도 믿기지 않는 용선이었다. 출혈로 죽는 것 보다, 쇼킹해 죽는 게 더 빠를 각이다.
" 에이~ 너무 그러지 말어. 이곳 생활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히히히. "
" 이거 고발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사기죄로! "
" 아유 참! 그만해. 그보다 다리에 총알 박힌 거나 빼야 할 것 같은데. 곪기 전에. "
내가의사냐아옹~
" 됐고. 우황청심원이나. "
" 이 사람이 보자보자하니까! 그만하라고! "
' 착! '
" 으악! "
다친 다리를 야물 차게 때리는 소나였다.
" 야! 거길 때리면 어떡해!!으윽! "
"여튼요. 이거나 빼고 말하자구요. "
얼굴이 너무나 달라진 그녀가 주사기를 들었다. 마취제인것같았다.
" 잠깐 잠들어 있으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그때합시다요. 울오라방. "
용선이 이곳에서 술을 많이 먹긴 먹었나 보다. 이런 대접을봤다니.
" 휴~ 알았다. 그래도 이곳에 오니 맘이 한결 가벼워. 참! "
" 뭐. 말씀하실 거라도. "
" 혹시. 내가 잠든 사이에 키 크고 '끄끄끅' 거리는 여자가 찾아오면 잘 안내해줘. 혜란이라고.밀리터리바지에청자킷을입었어. "
"호오~그새여자생긴거야! 난 또수배자되서요새 울 가게 안 오는 거로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군. 어떤여잔지샘나네. 호호. "
" 그런 거 아니야! 말을말아야지. 여하튼 부탁한다. "
" 네.그러겠사옵니다.오라방. "
주사길들고 애교 웃음을샤방하게날리는 소나. 의사 면허는 있는거냐옹~야매아니냐옹~주삿바늘이들어가는깊이가야매맞다아옹. 다리가 아파 신음하는 용선의 목소리보다, 지금의 신음이 더 큰 것이 어째 불안해 보인다.
혜란은 날 쓰다듬으며 길을 걷는다.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말이다. 혼자 처먹으니 좋지?
"히리너가 배부르다고 해서 혼자먹었단다. 휴~ 살 것 같네!끄끄끅. 꺼억~ "
내가 언제 배 안 고프다고그랬냐아옹~ 지혼자생각하고말하는데, 그생각은다틀리다. 나배고프다아옹~길거리엔쥐 한마리보이지도않고, 날굶겨죽일생각인가?지만배를불리고, 넌나중에국물도없을지알라옹~
" 그나저나, 제노바. 도대체 뭐 하는 곳이기에... 어떻게 찾지? "
배가 부르자 드디어 자신이 찾아갈 곳에 신경 쓰는 혜란이었다.
"히리야? 넌 아는 거없니? "
없어! 밥이나달라옹~고양이언어도모르는무식한뇬아.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혜란은 모른다. 눈치도 없는뇬. 에잇! 물까? 할퀼까?
그때, 혜란의 눈으로 들어온 건, 보도블록에 나뒹구는 전단지였다.엇! 저 광고지 속, 미모의 여자!
용선의 여섯 번째 마담이었다. 물론, 화장한 모습의 그녀였다. 그녀의 이미지 사진 옆에 쓰인 '제노bar클럽.'이란문구가 적혀 있었다. 혜란은 그 전단지를 주워들었다.
"여긴가? "
그녀가 약도를 살폈다.
95구역.
눈보라가 몰아쳤다.라구나의조종석 앞은, 그냥 하얀 세상이었다. 비행이가능하냐옹뭐가 보여야 조종을 하지않냐옹!자동항법의발달이 이런 상황에서도 비행할 수 있도록한몫했다. 물론, 기체의 재질과 내구성, 조립의 기술력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아무튼,라구나는연금술사 아지트에 도착했다.
쌓여 있는 눈. 그 눈이스르륵갈라졌다. 거대한 정박장의 문이 땅에서 열렸다. 원통형 정박장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다. 연금술사가 건남에게 주었던 비행정, 그 비행정이 있던정박장이었다. 수직으로 착륙하는라구나위로,정박장입구가스르륵닫히며 눈발을 가로막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3월의 토끼가 홍당무를 씹었다. 아작! 그녀의 토끼 모자의 귀가 펄럭거린다.라구나가정박을 마치고, 그 안에서 대원들이하나둘내렸다.건남과성우가 터벅터벅 3월의토끼에게로다가왔다. 그 뒤를 이어 명치대인과 현석이, 그리고 다해와 창기가 걸어왔다.라리와한잔한 창기의 눈은 헤롱헤롱.라리또한 뭐가 그리좋은지찍찍거린다.
" 잘 지내셨습니까? "
건남이손을 내밀었다. 토끼 모자의 귀를 내미는 3월의 토끼.
" 잘 지내다가 너희들 때문에 급히 암울해지기시작했어.여튼, 따라오게. "
3월의토끼를필두로커다란정박장에서그녀의사무실로이동했다.처음왔을땐몰랐던풍경이그들의눈에비쳤다.농산물실,수산물실,가공식품실,잡화실등등... 음무슨대형마트코너인가?아치형복도를따라,여러문에저런글씨가명패에새겨져있었다.
" 와~ 이걸 다 혼자서 관리하는거에욧? "
동물원 구경보다도 더 재미난 광경에 다해가 물어보았다.
" 음~ 내가 연구하는 작업장들이지. 혼자서 은둔생활 하다 보니, 취미 삼아 연금술로 만든 것들이야. "
취미가 다양했다. 소설만 쓰는 게 아니었군.
" 연금술 장인이라 들었는데 장난이 아니군요! "
뒤에서 따라오는 현석은 흥미진진이었다.
" 이 정도야 뭘... 가끔 좋은 것이 개발되면,욱션에내다 팔기도 하고 짭짤하지. "
" 무기는 안 만드세요? "
" 무기... 만들기도한다네. 이 요새를 지키기 위해 내다 판 연금술 물건으로크랑모아서. 그 짭짤한크랑을요새 방어에 전부 쏟아부었지. "
"오우~구경해도될까요? "
역시무기기술자아니랄까봐. 관심에 관심을 덧붙인다.
" 시간 날 때 둘러보고, 우선은 다 왔는데 식사부터 하지. "
흘끗 명치대인을 훑어보는 3월의 토끼였다. 왜? 조미료로 넣으려고! 뭔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 자! 다 왔네. 조촐하게준비했어. 오느라 고생했으니들게나. "
식당 문을 열었다.
커다란 식탁.
식탁 위에 놓인 명패. 한상 가득한 식탁 위를 바라보며라구나대원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랍스터, 꽃게, 장어구이, 탕수육, 팔보채... 샌드위치와 3단 케이크.듣도보도못한 이름 모를 음식들의 향연... 이게 조촐하다고?삭스핀, 송로버섯,캐비어,푸아그라,이베리코없으면 조촐한 것인가 보다. 향신료에샤프란들어가지 않으면 조촐한 것인가 보다.
"토끼님. 이걸 언제 다! 우와! "
" 명패 붙여 놓았으니까 자리에 앉아서먹게나. "
대원들은하나둘자신의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와인잔에 포도주를 빙 둘러앉은 대원들에게 3월의 토끼가 따른다.
" 이 포도주는 내가 직접 담근술이라우.도멘퐁소, 끌로드라로슈뀌베비에유빈뉴그랑크뤼랑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맛이지.끌끌끌끌... "
뭔지모르지만, 맛있는 와인인가 보다.
" 이...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
성우가 와인잔을 바라보며 말했다. 500크랑의 가치가 담겨 있는 와인이란 걸 알고 있는 눈치다.글랜피닥파닭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 자! 그럼. 모두의 안녕을 위하여! "
3월의 토끼가 건배사를 하고 모두 잔을 들었다.
"캬! 꿀맛이군. "
" 찍찍. 이럴 줄 알았음 창기오라버니랑술 마시지말걸. "
" 이게 얼마 만에 먹는 포식이냐! "
" 예~ 소고기보다맛있쪄염! "
다들 감탄사를 날리며 허겁지겁 먹는다. 눈물의 맛이라 칭하며 매섭게 먹어 치우는라구나식솔들. 식충이 따로 없네. 그러나, 명치대인만 식욕이 떨어진 건지... 당최 먹을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포크와 나이프를 두 손에 들고 접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연금술사를 쳐다보았다.
윙크하며 토끼 모자 오른쪽 귀를깎닥이는3월의토끼를보자,명치대인은애써외면한다.접시를다시물끄러미바라보는명치대인,뭔가넋이나간것같았다.
내사랑명치대인.오늘밤 잘먹어야해. 장어가 스태미나에좋다지.으음. 항상 사모하고 있는 3월의 토끼가.
윽! 접시에 메시지가 새겨져 있었다. 이래서 명패까지올려둔것인가? 지금 명치대인 꼬시는 건가? 눈을 뜨지 못한 채, 화끈거리는 명치 대인은 접시에 수프를 채운다. 글자를 빠르게 지우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러나, 접시에 새겨진 글자가옅노란수프를 뚫고 올라왔다.
내 마음을받아주~♥
명치대인은비명을지를뻔했다.간신히포크와수저를식탁에내던지며입을막았기에터져나오진않았다.명치대인은급하게일어나화장실을찾았다.
"혀... 형!건남형여기 화장실 어디야? "
건남은랍스터집게발을 들고 오물거리며 손가락으로 어딘가 지시했다.
" 먹는데... 조기. 저기. 우물우물. "
황급히 뛰쳐나가는 명치대인을 바라보는 다해.
" 울 명치대인 체했나? 이걸 놓아두고.쯧쯧쯧불쌍한 것. "
그게아니다아옹~여기있으면3월의토끼에게잡아먹힐것 같아서그런다아옹~아무튼, 3월의토끼는허겁지겁뛰어가는명치대인의뒷모습을너스레쳐다보았다.당근을씹으며...
"아유...부끄러워하기는.끌끌끌끌... 아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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