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 〉 153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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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협박.
모두 식사를 마친 대원들에겐 평화가 찾아왔다.
그동안 불안했던 자신들의 처지가스르륵녹아내리는것 같았다. 편안한 자세로 트림을 하는 대원들, 와인잔에 든 포도주로 입가심을 하는 창기와라리. 아주쿵짝이잘 맞았다.
단 한 명, 피골이 이상스레 수척해진 명치대인은 그냥 음식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3월의 토끼가 배를 두드리는건남을불렀다.
" 잠깐 나 좀봅세! "
" 네? 네! "
둘은 식당을 나와 아치형 복도를 서성거렸다.
" 그 위험한 물건을 왜나한테보냈어?으이구!거기다가여기로 피신 오면 어쩌자는 건지... "
" 여기가 그래도 제일 안전 할 것같아서요. "
" 뒤를 밟혔으면 어쩌려고? "
"조심히왔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
없단다. 정말 없을까? 지금 시범으로 둔갑한 재필이 여기 위치를 아는데. 또, 네가 감시하라고 했던함길검사가라구나에도청기 박아 놓았는데.팔콘이 자식도 무언가 꾸미고 있었다. 한마디로 사방팔방에서 네 위치를 간파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없다고' 연금 술사님 어여도망치시라이요.이야옹~
" 그리고 참! 자네가 떠나고 수상 쪽에 붙어 있는 연금술사가 내게 연락이왔었어. "
" 서로 연락하는 사이세요? "
" 아니! 연 끊고 산지가... 늙어서 가물가물하네. 아무튼, 내게 협박을 하더군. 마지막이라고. "
" 뭐가? 마지막이라는 건가요? "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수상을 도와제스연구에 가담하라는 권유와 그렇지 않으면 찾아 죽이겠다는 협박. "
"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
"뻑규! 그랬지. 무슨제스연구는 얼어 죽을... 그게 싫어서 이렇게 뛰쳐나왔건만. "
"토끼님강단 있으시네요.음흡! "
"요하튼, 그 자식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얻은 내용인데. 수상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아. "
"움직이다니요? "
" 저번에 내가 말하지 않았나? "
" 무엇을 말입니까? "
건남은토끼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 아무래도 '아이리스' 자식의 위치가 확인된 것 같아. "
" 아이리스라면... 그제스의제왕... "
" 그래. 수상의 연금술사 이야기론, 투구만 손에 넣으면 된다고 했으니, 윤의 자손도 위치가 파악되었겠지... "
건남의동공이 떨렸다.
" 사실입니까? "
" 내가 자네에게 뻥칠 이유라도... "
윤의 자손이라면. 상희와 상희의딸뿐이었다. 상희의 위치를 추적당하지 않았다면, 상희의 딸 위치를알아내었다는것.건남의눈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 그... 그곳이 어디입니까? "
" 미안하지만, 그건 내가 수상과 손을 잡았을 때 가르쳐 준다고 해서. 알아내지는 못했네. "
" 그렇다면 상희의 아이가 살아 있다는 건 확실한 거겠군요! "
" 그렇다는 거지. 문제는 그 보다, 이들이 움직였다는 게 중요해. 행성의 존폐가 달린 문제라 할까? 그똘아이수상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말이야. "
" 연금술사님 말로는제스로독재정치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
" 맞아. 근데 말이지... 또 하나의 가정이 있어. "
"......"
" 그 아이템으로 할 수 있는 것이. "
" 무엇입니까? "
" 행성의 폭파야. "
" 네? 왜? 그런 미친 짓을! 자신의 목숨도 사라지지 않습니까? "
" 글쎄.그렇게까지해야 할 이유를 나도모르니.난 그의 독재 군주가 되는 걸 추론해 본것뿐이라고나할까?요하튼, 행성이 사라지던 그가 독재자가 되던, 행성이 위험한 건 매 마찬가지라고. 다시제스가활개 치고 돌아다닐 테니 말이야. "
" 수상의 행동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까? "
" 그걸 내가 알면. 벌써 수를 썼겠지. 아! 난 이런영웅놀음싫어하는데... 어쩌다 투구를 이리로 보내서. "
"그렇군요. 투구가 우리의 손에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쩜. "
" 그 투구를뽀셔버릴까?끌끌끌끌... "
화끈한 제안이었다. 그래. 이 투구가 없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지 않겠는가? 이 화근의 근원을 시원하게뽀샤버리면!
" 괜찮겠습니까? "
"끌끌끌끌... 괜찮겠나? 저걸 그냥 부수면, 수상의 본성도 모르고 있는 행성인들이 우리를 가만 놔두겠냐고. 죄를 씌워 영원히 잠재우겠지. "
아는 사람이 부수자고그러냐아옹~
" 그럼? "
" 나도 모르겠네. 어찌해야 할지... 어떻게해서든누명을 풀고 이 사실을 알리는 방법밖에는. "
" 아~ "
건남이탄식을내뱉었다. 지금 거짓 언론의 힘도 막을 수 없는 형편에 무슨 수로 이 누명을 풀 수 있겠는가? 당장 도망치기 바쁜 이 상황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이 소화되지 않았다. 차차잡으려다가무슨 일이 이렇게 커졌는지,건남은고개를 푹 숙였다. 갈수록 태산이라 했던가? 태산의 끝이 있긴 있는 건가?
그때, 교신기에 전원이 들어왔다.
옵! 어디야?
일찍도 연락한다.
" 여기 연금술사님의 아지트. "
벌써도착한겨?
" 그래! 지금어디쯤이니? "
95구역이지. 눈 내리는 것 봐! 우와!
지금 그깟 눈보라에 놀랄 일이 아니다.
" 아직 근처에 도착하지는 않은 것 같군.끌끌끌끌. "
3월의 토끼가 교신 내용을 엿들은 모양이다. 근처가 아니란 건 어떻게 알았지. 천리안이라도있냐옹~
" 위치 찍어서 찾아와. 너 도착하면 알아서정박장문이 개방될 테니. "
알겠습니다. 뭐 하시는 분인데 이런 곳에짱박혀사신디야.
상희는 연금술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알고나있는 것일까?
" 아무튼 오면서 무슨 일은 없었지? "
없긴! 사냥꾼들하고 한바탕했소이다.
" 뭐? 어디서? "
60구역에서.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고 했는데. 이것들이 덤비지뭐야! 죽지 않을 정도로만팼어.흐흐흐.잘했쥐?
" 미행은? "
없었으요. 지금도 특별히 느껴지는 건 없고.
안타깝다. 얘도 모르고 있네. 토미스가 따라붙었다는 걸.이야옹~
그랬다. 팽과 손을 잡은토미스사냥꾼.
행성 유일무이한 사냥꾼, 술사로 태어나 사냥꾼 생활을 하는 그의 능력은건남의형과 비슷한 힘이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사물이 아닌 인체에만 그 능력이 발휘했다. 곧 토미스도 이곳으로 도착한다는 것에 내손모가질건다옹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모든 이미지가 뇌 속으로빨려들어오는 느낌이었다.
" 헉... 헉... "
팽의 정수리에서 손을 뗀 토미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 팽이, 서 있는 토미스를 올려봤다.
" 괜찮나? "
" 헉... 헉!우웩! "
사이코메트리를실행 후, 토미스는 항상 후유증에 시달렸다. 아닌가? 어제 마신글란피닥의위엄인가? 헛구역질을 연발하는 그였다.
몇 번의 토악질. 그가 가슴을 두드렸다.
팽의 숙소 겸 사무실 안, 철물점 같았다. 이름모를 별의별 공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회전의자에 숨을 고른 토미스가철퍼덕앉는다.마른세수를하는토미스.
" 눈발이 흩날리는 곳이라... 주변의 이동 경로로 보았을 땐. 95구역 인 것 같은데. 그곳에 숨을 구멍이라도 있는 건가? "
" 95구역! 멀리도 갔군. "
" 이 기억만으로는 자세한 위치가 나오지않는단말이지...무튼우선 움직이지. "
" 우리둘뿐인가? "
" 왜 쫄리나? "
" 그래도 232 사냥꾼을 상대하는데! "
" 걱정하지말게나. 다 준비해 둔 것이 있으니... "
희미한 어둠 사이로 그의 모습이 사라져 간다. 만족하는 웃음과 함께...
그 시각,팔콘과챈코는70구역을 날고 있었다. 고스트가 풀린 그의 비행정은 쾌속으로 질주했다.
" 이거였군! "
" 그래.큭큭큭큭. "
팔콘과챈코가보고 있는 것은 위치 탐색 화면이었다. 지도가 그려진 화면. 95구역에 멈춰진 푸른 점이 점멸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된거냐아옹~ 무슨 짓을?
라구나가야바위 전투를 하고 있을 때, 지켜보던팔콘은홀로그램으로라구나가전환하기 전. 아주 조그만 미사일을라구나본체에 날렸다. 요격용도 아닌, 폭파용도 아닌, 추적용 미사일.
그럼라구나에는도청기도 박혀 있고 위치 추적기도 박혀 있다는 건가.라구나비행정에 뭘 그리 때려 박았단말이냐아옹~
아무튼팔콘과챈코는쉽게라구나를추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여유로웠나!
" 박살내주겠어! "
눈에 힘을 주는팔콘이었다. 큼직한 얼굴의 흉터가 꿈틀거린다.
"팔콘.NG에게보고해야 하지 않아? "
"됐어.발쿰이고지랄이고 그냥 다 죽여버릴 테니. "
허허... 미쳤네. 미쳤어! 투구를발쿰에넘기는 게 너희의 최종목적이라옹~ 근데 갑자기? 다필요없다니.챈코가혀를 찬다.
" 아~너란녀석하고 있으면 늘 불안하다니까. "
"큭큭큭큭.NG에게수시로 보고할 정도로 내가 약해 보이나? "
저 눈빛.
저 째려보는 저 눈깔.
챈코는한숨을 쉬며 외면한다.
그렇게팔콘이의지를 다지고 있을 때. 재필도 움직이고 있었다. 적응 안 되게 시범이의 모습을 하고.
중형급함정 안.
재필을 필두로 그의 뒤에는 죄수복을 입은 자들이 있었다.
" 아니 이렇게 옷도 안 갈아 입히고 교도소를 나오면 어떡해! "
엇! 이 사람. 어디서 봤었는데... 그래. 다해가 건남에게 보여주었던 파일 속의 남자다. 영달!
" 그러게말이여!어딜가는데 이 꼴로 우릴데려가는겨! "
앗! 얘도 기억이 난다.개나브로수행원차골!
" 이봐요. 부소장님. 우리 다른 곳으로 이송하는 건가요? "
질문하는 이 사람.깔루아빔이었다.
시범의 얼굴과 제복을 입은 재필이기에, 그들은 재필이 부소장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 분위기를 봐서는 절대 이송은 아닌데... 부소장 나으리 우릴 뭘 믿고 이렇게 포승줄도 안 묶은 상태로... "
" 크크크크... "
재필은 실없이 웃었다.
" 왜? 묶어 줄까? 저기 유치장에 넣어 줘? "
" 아니... 그럴필요까지야... 하여간 무슨 연유로 이런 짓을 하시는 건지? "
깔루아빔이었다. 질문하는 건. 당최 이들은 왜 데리고나온거냐옹~
" 잘 들어. 너희가 교도소에서 편히 지낼 수 있었던 거 기억나지? "
깔루아빔이음흉하게 웃음을 짓고,차골이고개를 끄덕이고, 영달이 해맑게 웃었다.
" 너희가발쿰의일원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거. "
" 부소장! 당신이 어떻게 그걸? "
음흉한 미소를 짓던깔루아빔의안색이 확 변했다.
" 조직의 말단 들이니 중요한 임무 하나하달받지못한 애송이들이더군! "
차골이주먹을 불끈 쥐었다.
"뭐야! 너 정체가! "
한판 뜰 기세였다. 터벅터벅. 재필의 뒤에 선차골.
" 왜? 치려고? "
" 우리의 정체를 안 이상 그냥 놔둘 수는 없지 않겠나! "
'휘이익! '
차골이등을 보인 재필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찍으려 했다.
' 퍽! '
그러나,
'퍽'
소리가 난 곳은 재필의 머리가 아닌차골의얼굴이었다.
"윽! "
차골이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와 동시에스르륵고개 돌려,발쿰3인방을 쳐다보는 재필. 그의 얼굴이 흔들거렸다.
'지직. '
재필의 본 모습과 시범의 얼굴이 교차했다.
" 넌? "
" 이... 이 사람은? "
재필은 허리를 틀어 그들을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넌 이라니...크크크큭. 이젠 보스라고 부르지않겠나.이 새끼들아!! "
고성이 함정 안에 울렸다.
' 퍽. 퍽. 퍽! '
3연타. 재필이 휘두른 주먹이 영달의 턱주가리를,까루아빔의인중을, 안면을 맞은 차골에게 연달아꽂쳤다.
"읔! " "컥! " "어흑! "
모두 세수하듯 얼굴을 가리며 통증을 지우고 있다.
" 이런 애송이들 데리고 일 처리하려니기가 차는 군! 잘 들어. 이제부터 너희의 상관은 나다.발쿰조직에 발담군이상, 복종하기 바란다. "
그들은 들리기나 할까? 신음만 토해내고 있었다.
" 새끼들아! 대답 안 해! "
쩌렁거리는음성이 들리자, 그제야 대답하는 3인방. '네!' '넵!' '네.알겠습니다.'가연속으로 나왔다.
"크크크큭. 우린 232를 치러간다.크크크큭. "
그럼 지금! 이들이 동시에 연금술사 아지트로 온다는 건가?팔콘과챈코, 재필과 3인방, 토미스와 팽까지! 이들 전부에게 위치를따인라구나였으니... 내 심히걱정된다아옹~
잠깐? 그러고 보니 또 한 사람이 스멀스멀 떠올랐다.라구나의도청기를 엿듣고 있는 그 사람. 함 길. 그가 사무실에 앉아 있다. 라이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 음~ 투구를 차지하는 것. 만만치 않군. 연금술사 기지에 있다니... 어떻게 해서라도 연금술사를 우리의 편으로만들었어야했어... 음... "
조용히 혼잣말을 하는 그의 목소리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3월의 토끼,건남의대화 내용이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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