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6화 〉 155­화장 (156/179)

〈 156화 〉 155­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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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화장.

제노바에 들어선 혜란은 모든 것이 신기했다. 이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시간인데도, 손님으로 붐비는 술집. 화려한 조명이 넓은 술집에 끊임없이 켜졌다, 꺼졌다가 반복되었다. 이리저리어린아이마냥혜란은 제노바를 살폈다.

" 뭐가 이리크데... 와~ "

이윽고 도착한 긴bar.

망돌은혜란에게 이곳에 앉아 있으라 말하곤 사라졌다. 여러 명의 바텐더가 분주하게 오픈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적어도 혜란의 눈에는.

젊은 바텐더가,bar를검지로 두드리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 손님. 찾으시는 거있으신가요? "

메뉴판을 살짝 놓으며 영업 미소를 가득 품었다. 일꾼이군. 그러나 혜란은 관심 없는 듯 말했다.

" 막걸리. 2온스 잔에 꽉꽉 눌러서. "

영업 미소가 쏙 들어간 바텐더였다.

" 소... 손님. 죄송합니다만, 저희 가게에선 팔지 않는 상품인데요. "

" 없어! 막걸리도 안 파는 술집에 이리 사람이 많다고? 와! 그럼. 물 주셔."

바텐더는 어이 상실 모드가 발동 중이었다. 그때, 멀리서 드레스를 입은 요염한 실루엣이 혜란의 눈에 잡혔다. 점점그녀에게로다가오는 실루엣. 마치 모델의 워킹 같았다.

진한 코발트블루, 펄로 장식한 롱 드레스를 다가오는 그녀는 입고 있었다. 현란한 조명에 반짝거린다.

'또각또각.'

가슴이 움푹 패인 라인, 등은 그냥훌러덩이었다. 입은거냐아옹~ 얇은 손가락에 들린 담배 파이프. 가느다란 파이프에 살짝 입을 대며 연기를 가지런히 뿜었다.

그녀가 그렇게 혜란의 옆에 앉았다. 발목부터 골반까지 옆으로 트인 드레스 사이로 그 여자의 뽀얀 허벅지가 비집고 나왔다. 다리를 꼬았다.

" 안녕하세요. 이곳의 마담 소나라고 해요. "

무슨 시상식이라도 온 것인가? 대종상에서 수상이라도 한 것 같은 옷맵시였다. 혜란을 남자라고 착각하는 건지, 소나는 눈웃음 치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한 팔은bar에기댄 채 턱을 괴며...

그런 소나에게 머리카락을 긁적이던 손으로 혜란은 악수를 받아들였다.

더러운뇬.

" 우선 반갑습니다. 용선 오빠가 이곳으로 찾아오라 해서... 용선 오빠는 여기 도착했나요? "

선머슴이 오빠라고 말하는 뉘앙스가브로맨스... 소나가 악수를 끝내자 손을 살며시 입에 가져간다.

" 호호호... 체격도 남자 같으셔서 용선 오빠라 부르는 게 굉장히 어색하네요. 호호호... "

디스인가? 하기야. 지금의 혜란은추노같았다.헝크러진머리결, 너덜너덜한 신발 하며...

"됐구요. 아가씨. 오빠 있는 곳이나 안내하슈. 여기서 빨리 나가야하니.끄끄끄끅. "

"웃음소릴들으니 울 오빠가 말한 그녀가 확실하군요. "

울 오빠? 친동생 억양이었다.

"친오빠세요? "

다크써클이가득한 혜란의 눈이 똥그랗게 변했다.

" 호호호.아니에요. 워낙 친하게 지네는 분이라. "

혜란은 소나의 온 전신을 탐독한다. 이런 여자가 용선 오빠를...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혜란이였다.

" 안타깝지만, 빨리 나갈 순없을거것 같아요. 울 오빠. 아직 잠들어 있어요. 휴~ "

얇은 담배를 피우며멀뚱히 정면을 쳐다보는 소나, 우수에 찬 눈빛이 고혹적이었다. 이게 다 화장술의 신비로운 마술이겠지.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변하지? 아침에 입었던 땡땡이 파자마는 어디로갔냐옹~

"잠들었다니요? "

" 다리에 총알 박은 채 이곳까지 오셨어요. 그래서 치료하느라 마취제를... "

" 누가요? "

" 제가요. 근데 양 조절을 잘못해서 아직 깊은 수면에 빠져 있네요. "

혜란은 '오~ 그런 능력까지!' 하는 눈빛으로 소나를 쳐다봤다.

" 뉴스를 통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고 있어요. 그 화면엔 혜란 씨는 안 보이던데... 정말 그 투구라는 것을 훔친거에요. 용선 오빠도 함께? "

" 그럴 리가요. 그 뉴스 다거짓말이에요. 누군가 가짜 뉴스로 저희를 모함하고 있다고요. 으~ "

" 그렇죠? 용선 오빠가 뭐가 아쉬워서 투구를 훔치겠어요. 지금도크랑이남아 돌아갈 판국에. "

" 용선 오빠가 돈이 그렇게 많아요? "

혜란이 모르는 용선의 재산 규모. 그냥건남의친구로만 생각했기에. 떨거지라 생각했던 그녀였다.

" 아... 몰랐어요? 용선 오빠 맘만 먹으면 저희 빌딩도 다 사버릴 수 있을 거예요. "

'어딜봐서?'

혜란의 속마음이었다.

" 난 또 전 재산 털어서재규엉타고 다니는 줄 알았건만, 아니면. 대출이자 꼬박꼬박 내면서 가호 잡으려고 타고 다니던가? 그렇지도 않은가 보내요? "

"그럼요. 생각보다 정 있는 분이에요. 저 어려울 때 많이도와주셨죠. "

' 음~ 저 외모로 홀렸겠지... '

소나에게 직접 말하진 못했다. 생각만 할 뿐.

" 아무튼,도와드려야죠. 은혜에 보답하려면. 휴~ "

" 언제쯤 깨어납니까? "

" 글쎄요. 못 일어나거나, 불구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

참! 말 쉽게 한다. 역시 그녀의 의술은야매였다. 이게 돕는 건지 골로 보내는 건지. 내 알 수가없다옹~

" 네? "

" 호호호... 걱정 마세요. 오빠는 정신력이 강하니까 언젠간 깨어나겠죠. 호호호... "

얘.뭐라니! 정신력으로 버틸 문제가아닌것같은데...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꼭맡기라아옹~ 안 그럼 용선처럼된다아옹~

" 그럼 쉬고 계세요. 제 숙소에서 샤워도 하시고요. 전 일 봐야 하니 말이죠. "

눈웃음에 혜란도 넘어갈 판이다. 아무리 봐도 화장 술사가맞나보다. 아무리 뛰어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와도 저렇게는못한다아옹~ 원판 불변의 법칙을 깨뜨린 소나는 분명 화장 술사다.

이야옹~

때마침망돌이소나의 옆에 도착했다.

"망돌아! "

" 예. 마담님. "

" 손님 잘 모셔. 용선 오빠가 특별히 부탁한 거니. 내 숙소 가르쳐 주고, 원하시는 거 있으면 잘 들어주고. 알았지? "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

돌쇠인간망돌이었다. 어찌나 그 음성이 구수한지, 꼭! '예. 마님~' 그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요염한 그녀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에 90° 인사를 하는망돌, 서서히 허리를 펴며 혜란에게 시선을 돌렸다.

" 뭐 필요한 거라도 있나요? "

" 아뇨. 없어요. 숙소나 안내해 주세요. 며칠을 못 씻었더니 찝찝해 죽겠네요. "

" 허허. 알겠습니다. "

망돌은혜란을 안내하며 숙소로 향했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마친 혜란은 큰타올로온몸을 둘렀다. 소나의 숙소는 아담했다. 10평 정도의 원룸, 소프트한 침대와헹거.복합식대형화면이 천장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화장대.엔틱한화장대는 주변의 연한 핑크색 방안을 잡아먹는 진한 갈색이었다. 시대에 동떨어진 느낌이 물씬 풍겼다.

도심 속에 보신각이 있는 듯한 필이었다.

아무튼 저 화장대에서 변신하는 거겠군! 온갖 메이크업 도구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신기하다. 신기해. 내 저런 물건을봤어야지말이다아옹~

뭔 붓들이 이리 많은가? 펜 아트, 서예가인가? 계단형 철제 가방엔무언지모를 용도의 용품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발바닥을 혀로 날름날름 하는 나. 그런 나를 침대에 앉아 내려보며 머리카락을 말리는혜란이였다.

" 여자 방이 왜 이리 낯서냐? "

살아온 세월에서 느껴지는 정체성의 혼란이, 지도 모르게 입에서 새어 나온다. 너 남자아니었냐옹~ 새삼스럽게...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털고 있는 혜란이 방 안의 옷장을 살핀다.헹거옆에 벽을 반 이상 차지한 옷장이었다.

" 이거 원 나도 이 생활 접으면 좀 가꾸며살아야겠어. 이게뭐니. 이게. "

팔과 다리에 난 자신의 상처를 빙 둘러보았다. 그리고 화장대 거울로 자신을 비춰본다.

" 나 그래도 가꾸면이쁜얼굴인데. 맨날 범죄자나 사냥꾼 뒤치다꺼리만 하고 살다 보니. 내 살들아미안하데이... 안 그래히리야?끄끄끄끅. "

묻지마라옹! 귀찮게 시리.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이제 먹을 것 좀 주지그러냐아옹~ 너 따라다니면서 자동 금식 중이다. 이거 내가다이어트할줄이야.배고프다아옹~

"이야옹~ "

'띵동'

내 울음소리와 함께 초인종이 울렸다. 그리고 인공지능 안내양의 음성도.

­ 자동으로 손님을 확인합니다.

음성과 동시에 현관문이 투명하게 변했다.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고,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현관문. 마치 유리문 같았다. 밖에는 파이프 담배를 피는 소나가 삐딱하게 서 있었다.

" 일하다 말고 왜온겨? "

­ 혜란씨. 문 열지 말고 하던 거 하세요. 한 대 피우고들어갈게요.

초인종은 왜누른거냐옹? 지 집에 들어 갈 때도 초인종 누르는뇨자, 소나였다. 혜란은 같은 여자이지만 옷을 갈아입기 위해 대형타올을풀어 헤쳤다.스르륵풀린다.

헉! 작다.

아무튼 자신의 옷으로 주섬주섬 챙겨 입는 혜란.

'띠로릭. '

문따이는음성이 들리고 숙소로 들어오는 소나가 푸른색킬 힐을벗었다.

" 혜란씨! 용선 오빠 깨어났어요. 아직 몽롱한 상태이지만. "

" 그래요! 어서 안내하세요. "

" 자. 잠시만요. 어차피 정상적으로 정신 차리려면 시간이 걸리니, 좀 가꾸고 나가시죠. 호호호... 이곳에서 여자가 돌아다니려면. 매력적이어야 한다고요. "

소나의 말에 슬쩍 자신의 몸을 둘러보는 혜란은 자신 있게 말한다.

" 이 정도면 충분히 아름답죠.끄끄끅. "

" 에이 왜 이러세요. 선머슴이 따로 없다고요! 자! 자! 그러지 마시고 여기 앉으세요. "

소나는 혜란의 팔을 잡아당기며 화장대에 앉혔다. 얼떨결에 화장하고 있는 혜란, 무언가 소나는 덕지덕지 바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그럴 시간에 내 밥 좀주라옹~

그녀들이 화장을 하고 있을 때, 용선은 몽롱하게 취해 있었다. 깨어나긴 했지만, 온몸이 흐느적흐느적. 좀처럼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몸이 움직여 주질 않았다. 그를 간호하고 있는 것일까?망돌이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 많이 피곤해 보였다. 출근서부터 지금까지 혜란의 뒤치다꺼리만 연거푸 하고 있었으니...

용선의 눈에는망돌이희뿌옇게 보였다. 뭔가 말을 하려 하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망돌님그만 꾸벅이고 쟤 좀살피라아옹~

'끼이익. '

그때, 문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나가 들어오고, 그리고... 그리고... 쟨누구지? 키로 보나, 덩치로 보나, 혜란 일 것 같은데...너무 다르다.

누구냐 넌?

" 용선 오빠 어때? "

꾸벅이던망돌이벌떡 일어섰다.

" 행차하셨습니까! "

그리곤 묵례를 한다.

" 용선 오빠어떠냐구요? "

" 보시는 것처럼... "

정중하게 손은 용선을 가리킨다.

" 소... 소... 오... 나... "

용선이 입을 뗐다. 허겁지겁 그의 손을 잡는 소나.

"네네. 정신 좀 드세요? "

뭔가 자신의 의술 행위에 그가 죽지 않았다는 안도의 미소가 흘렀다.

" 무... 물... "

" 물 달라고요? "

달팽이가 기어가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후~ 답답해서 원. "

변신하고 온 그녀가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망돌아! 가서 물 가져와! "

" 예에~ 마담님! "

망돌은밖으로 나갔다. 용선은 소나와 함께 온 그녀를 멀뚱멀뚱, 껌벅껌벅 바라보았다.

" 누... 누...구? "

아파도이쁜여자가 눈앞에 있으니 관심을 둔다. 그래. 넌 남자다.

"혜란씨에요. 오빠. "

눈웃음치는 소나가 잘 가꾸고 나온 혜란을, 용선을 향해 살짝 끌어당겼다. 저 변신한 사람이 혜란이라고?그.짓.말.다크써클은사라지고 눈이 기하학적으로 더 커졌다. 속 눈썹이 저리 길었나? 덥수룩했던 헤어, 분명 긴 단발머리였는데. 길어졌다. 허리에 닿을 듯 말 듯, 웨이브 진 머리가 찰랑거린다. 저게 붙임 머리인가? 아니면 화장술로 그린 건가?밀리터리하의는 사라지고 푹 폐인 가슴골과 소나처럼등짝이훌러덩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근데. 분명 작았었는데 커졌다.

그린 건가? 뭔가 화장술로 다 하는 것 같지... 붉은 톤의 드레스는 허리 부근서부터 잔주름이 뻗어 있었다. 피부에 잡티가 하나도 없는 것이 하얗다.

소나와 혜란은 분명 용선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다. 시상식에 필히 갈 필이었다. 그런 혜란을 향해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하여 팔을 뻗으려는 용선.

" 혜...혜...란... 이라고? "

놀라겠지. 안 놀라면 사람도아니다아옹~ 다 죽어 가던 용선이 놀라서 회복될 느낌이었다.

" 마... 말도 안 돼! "

" 어이. 이 양반이. 나 원래 좀이뻐. "

집에 거울없냐옹~

놀라움을 금치 못한 용선은 날 찾을 겨를이 없는 것 같았다. 몸은 좀비 같은데 눈은초롱초롱해졌다.

여자 보기를 돌 같이 보자는 신념은 하늘나라로 모셨다. 그리 놀라고 있을 때가아니다아옹~언능. 어언능내게시전어를내뱉으라아옹~

쯧쯧쯧별로 회복하기 싫은가? 그리 넋 놓고 있다가 무슨 일을 당하려고... 왜냐면... 혜란이가 밖에서 기도 형님들 때려잡는 화면을, 구경하던 사람이 퍼뜨리고있다옹~

' 싸움은거지녀처럼'이란 제목으로요튜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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