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7화 〉 156­매혹 (157/179)

〈 157화 〉 156­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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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화. 매혹.

내 말을 듣지 않은 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용선의 모든 몸이 말은 듣지 않는데, 혜란의 모습에 침은 잘 흘러내렸다.

정신 차리시지요.

그렇게 넋을 잃고 있을 때, 망돌이 회전문을 열고 밀실로 허겁지겁 들어왔다. 물컵에 물이 반뿐이었다.

" 마담님! 마담님! 지금 누가 이곳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습니다. "

" 뭐? 또요! 어디서? "

" 저희 정문에서 무식하게 생긴 남자 셋이서 말입니다. "

" 우리 가드들은 뭐하고요? "

" 당했습니다. "

또 당했다고.

그 떡대 형님들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질 않던데, 혜란에 이어 싸움 좀 하는 사내들인가 보다. 가드 형님들 이러다 여기 그만둘 것 같은데... 위험수당도 없이 계속 두들겨 맞다니, 치료비가 더 들겠다아옹~

" 아이참! 오늘 무슨 날이야! 왜 이렇게 우리 가게 못 잡아먹어 안달이래! "

" 책임자 나오라고 홀에서 난리 치고 있습니다. 손님들 다 내보낼 생각인가 봅니다. "

" 아이참! 재수 없게 시리. 알았어! 내가 나가 볼게. "

목소리는 굉장히 짜증스러운데. 얼굴은 웃고 있는 것 같다. 얼마나 영업용 화장을 했으면...

" 오빠. 혜란씨. 다녀올 테니 좀 쉬고 계세요. "

" 소나 씨. 혼자서 괜찮겠어요? "

혜란이 나가려는 소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 걱정하지 마세요. 보나 마나 제가 안 만나 주니까 저렇게 힘으로 밀고 들어온 녀석일 거예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이런 일이 있다 보니... 한 번 웃어주고 기분 달래 주면 알아서 고분고분 나갈 거예요. 호호... "

누군지 몰라도 실물을 못 본 놈팡이 인가 보다. 쌩얼을 봐야 정신 좀 차릴 텐데... 아무튼 혜란은 소나의 손목을 스르륵 놓았다.

" 그럼 다녀오세요. 잠깐! "

" 네? 왜 그러시죠? "

" 이거 받으세요. 소나 씨. "

혜란은 소나에게 조그만 칩을 살짝 던졌다.

"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면 그 붉은 버튼을 누르세요. 제가 도우러 갈 테니까요. "

흐뭇하게 웃는 소나가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뿐사뿐 밀실을 나간다. 망돌과 함께.

어떤 녀석이길래. 소나에게 목숨을 걸고 이곳으로 찾아오는지, 떡대 형님들을 떡으로 만들면서 말이다.

­ 30분 전. ­

자르는 전투에 지고 나서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26구역의 도시를 배회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동료인 루돌과 크리스도 함께.

" 씨바! 이 자식들! 아~ 씨바! "

걷는 내내 저러고 있다. 온갖 탄식을 곁들이며 말이다아옹~ 누가? 자르가 말이다아옹~ 그렇겠지 어처구니없게 대형 함선으로 중형 함정도 못 이겼으니... 얼마나 창피 할까?

세 명의 패잔 병은 터벅터벅. 길거리에서 길빵을 하며 걷고 있다. 그만 좀 피지. 걸어 다니는 화생방인가? 아무튼 그렇게 도심을 배회하는 삼총사.

그러다가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크리스가 걸음을 멈추었다. 크리스를 신경 쓰지 않고 자르와 루돌은 그냥 걸어간다. 두 명을 불러 세우는 크리스.

" 보스! 보스! 이... 이것 좀 보십시오! "

주변에 있는 군중이 그들을 쳐다볼 정도로 크게 외쳤다. 자르와 루돌이 그의 외침에 멈춘다. 그리고 고개 돌려 크리스를 멀뚱히 바라본다. 뛰어오며 선글라스를 벗는 크리스. 이내, 자르에게 벗은 선글라스를 넘겼다.

" 뭔데 이리 소란이야!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다 쳐다보잖아! "

"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 화면 좀 보시라고요! "

" 별거 아니기만 해봐. 불알을 깨 버릴 테니. "

투덜거리며 선글라스 화면을 확인하는 자르, 그는 '싸움은 거지녀처럼'을 클릭한다.

" 엇! 이 아가씬. 파출부! "

자르가 놀란다. 상희의 일행이란 걸 알 리 없을 텐데... 조작된 보도에도 라리와 혜란은 등장하지 않았다. 싸움 실력에 놀라는 것인가?

" 얘가 여기엔 왜 있는 거야? "

낸들 아냐아옹~ 루돌도 자신의 선글라스를 쓰며 '싸움은 거지녀처럼' 화면을 클릭한다.

" 음~ 파출부가 여기에! "

둘 다 놀라움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 여... 여기가 어디야? "

크리스가 한 건 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보스.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

" 이거 언제 올라온 거지? "

루돌이 시간을 확인했다.

"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네 시간 전쯤입니다. "

자르가 선글라스를 크리스에게 넘겼다.

" 이뇬 잘 됐다. 가자! "

" 넵. 보스! "

자르와 루돌, 크리스가 제노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혜란이를 어떻게 알아봤지? 그건, 자르가 언론에 거짓 화면을 전송했을 때, 혜란의 모습도 보았기 때문이었다. 다만, 거짓으로 유포할 때, 혜란의 이미지는 삭제시켰기에 자르는 그녀가 상희의 일행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 왜 삭제시키고 넘겼을까? 도대체 왜? 그건 나도 모른다아옹~ 혜란에게 물어보라아옹~

­ 제노바 홀 중앙 ­

그 붐볐던 제노바가 조용하다. 시끄러웠던 음악은 숨바꼭질 하듯 숨어 버렸다.

홀 중앙, 둥그런 테이블에 자르와 루돌, 크리스가 앉아 있다. 소나를 기다리는 것이 심심했던지, 뻐끔뻐끔. 입에서 연기를 날리는 그들이었다.

' 또각또각 또각... '

그들의 귀에 들리는 킬힐의 굽 소리가 연기를 뚫고 들린다. 곧이어 등장하는 우하한 소나의 모습. 굽 소리가 멈추었다. 허리춤에 오른손을 얹힌 소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삼총사.

" 누구신데 남의 업장에서 소란을 피우는 겁니까! "

매우 차분하게 말하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 마담 포스 뿜뿜거리는 소나의 고혹적인 모습에 크리스가 침을 꿀꺽 삼킨다. 루돌은 입까지 벌린다. 헤벌쭉. 그래도 자르는 덤덤하게 소나를 쳐다보았다. 보스의 처세인가? 아니면 얘도 여자님을 돌같이 봐라의 인생관인가? 그런 그가 입을 열었다.

" 오우~ 레이디.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들어오려 했던 건 아닌데... 제가 다 보상할 테니, 우선 앉으시죠. 허허허허. "

어랏! 자르의 목소리가 원래 이랬나? 매우 중후하다. 버터가 목구멍을 후비고 들어갔나? 웃음 또한 매우 신사적으로 변했다.

음. 얘도 남자다. 너희가 아직 소나의 본모습을 못 봐서 그런다아옹!

" 처음 보시는 얼굴인데. 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

앉으라는 말은 그냥 씹어 드셨다. 성질부리는 소나, 그럼 여기 하루 매상이 얼만데.

" 허허. 제가 잘못했으니 우선 앉으시죠. 얼마가 되던 2배 이상 보상하겠습니다. 허허허허... "

인제, 인자한 모습까지 보인다. 부처님이 따로 없네.

그제야 소나는 자리에 앉으려 한다. 뒤에 있던 망돌이 의자를 당겼다.

" 저희 쉬운 가게 아니에요. 그만큼의 재력이 될지 모르겠네요. "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며 소나는 비아냥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소나가 그렇게 비아냥거려도, 세 명의 남자는 이상스레 분위기 업이다. 뽕 맞았나? 허허허, 헤헤헤, 흐어흐어 소리가 각 남자에게서 들린다.

얘들, 혜란을 찾으려고 온 건지? 소나 얼굴 보러 온 건지? 구분이 안 간다.

" 이것들 보세요. 지금 그렇게 여유롭게 굴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피해 규모를 이야기할까요? "

" 아닙니다. 그냥 평균 매출만 뽑아주십시오. 알아서 챙겨 드릴 테니까요. 허. 허허허. "

미친놈. 자르 완전히 맛이 갔다. 소나는 망돌에게 턱을 내밀었다. 그러자 망돌은 자리를 피해 사라진다. 데이터 뽑으러 가는 거겠지?

" 근데 무슨 이유로 이곳에서 난리를 치신 겁니까? 영업도 못 하게. "

" 아!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놓고 있었네요. 허허허. 그 보다. 남자 친구 있으신가요? "

그래. 이젠 혜란이 일은 나 몰라라 팽개치겠다는 건가?

" 네. 있어요! 애가 셋이고요. "

철벽 치는 소나. 애가 있다는 뻥까지 쉽게 내뱉었다.

" 아~ 아쉽군요. 그럼 남자친구가 아니고 남편이... "

" 네. 크랑 많고 잘 생겼어요. "

" 아~ 능력자 남편이 있었군요. 남편 지겹지 않으세요? "

뭐냐? 이 멘트는? 지겨우니까 바람 피우라고?

" 헛. 어이가 없어서. "

" 왜요? 남편은 가족이고 저와는 애인이 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

" 애인이 108명은 넘는 것 같아서. 109번째로 들어 오실래요? 훗. "

" 기꺼이. 레이디를 위해서라면. 109번이 아니라 5000번에 넣어 주셔도 됩니다. 허허허. "

미친놈. 아직도 모르겠냐? 싫다잖아옹!

" 돌려서 말하는 것도 지겹네요. 거절할게요. 이런 곳에서 일한다고 쉽게 보시는 것 같은데. 손해 배상이나 하고 꺼지시죠. "

" 어쩜 이렇게 거절하는 것도 매력적인 건지... 납치해 가고 싶군요. "

미친놈. 자르야. 얼른 혜란이나 찾고 사라지는 게 좋지 않겠냐아옹~ 있던 정도 사라지겠다아옹~

" 기가 막혀서. 계속 이러시면 신고하겠어요. 좋게좋게 넘어 가려 했더니만. "

" 레이디. 미안하오.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 내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구려.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이야기하겠소. 여기에 우리가 쫓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

소나는 용선과 혜란이 떠 올랐다. '그럼 이들은 정부 소속의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도 함께 떠올랐다.

" 누구요? "

" 투구를 훔친 자들이 이곳에 있다는 제보가 있습니다. "

소나가 모르는 척 천장을 잠깐 살폈다.

" 투구라뇨? "

" 요새 뉴스에서 한창 떠드는 범죄자, 투구를 훔친 232대원의 일행이 이곳에 들렸다는 제보가 있어서 말입니다. "

소나가 세 사람을 유심히 살핀다. 입은 옷 하며, 얼굴 하며, 말하는 품새가 경찰도 아닌데, 왜? 용선과 혜란을 찾는 것인가?

" 음~ 모르겠습니다. 놀러 왔다 갔나 보죠. 당신들이 내 쫓아서 못 잡은 거 아니에요? "

" 레이디. 그건 확인했으나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 남았을 확률이 높아지는데... "

" 건너짚지 마시죠. 당신들이 오기 전 나갔을 수도 있잖아요. "

자르가 흐뭇하게 웃으며 홀로그램 화면을 테이블에 띄운다. 요튜버의 '싸움은 거지녀처럼'을 허공에 클릭한다. 혜란이가 기도 형님들을 제압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 이 사람 여기 없다고요. 방금 당신 매니저와 함께 들어갔었는데, 모른다고요. 레이디. 당신 같은 천사는 거짓말하면 못써요. "

'~써요'를 부드럽게 말하는 자르. 역겹네. 어찌 사람이 저리 변하지? 화장으로 변신한 소나도 신기하고, 거기에 속아 버터맨이 된 자르도 신기하다.

" 당신들 정체가 뭐죠? "

" 레이디의 수호천사... 허허허허 "

" 지금 장난치세요. 그 여자... 모르는 사람이에요. 당신들처럼 영업 방해해서 경찰서로 넘겼어요. 됐나요!! "

소나가 앙칼지게 말했다.

자르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낚았다는 미소 같았다.

자르가 미소를 머뭄고 두 손을 깍지낀다.

팔꿈치로 기대며 좌우로 고개를 깔딱거린다.

" 루돌. 연락해 봐. 파출부가 들어왔는지. "

" 네 보스. "

소나의 실수였다. 정부의 개, 자르에게 그런 구라를 섞다니. 소나가 긴장이라도 하듯 굳었다. '정말 이런 모양의 사람들이 정부 관계자라고?'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만약 레이디의 말이 거짓이면 공조한 거로 간주하겠습니다. 설마 이런 천사분이 거짓말을 하겠습니까만... "

소나가 마른 침을 삼켰다. 생각은 온통 용선과 혜란의 안위였다. 누군가와 교신을 끊은 루돌은 자르를 부른다.

" 보스! "

그를 보기 위해 고개 돌린 자르.

자르에게 고개를 가로저으는 루돌이었다. 자르의 고개가 소나에게로 돌아온다.

" 허어. 레이디. 그만 솔직히 털어놓으시죠. 어디에 있습니까? "

" 흠! "

오만가지 생각이 소나의 머릿속에 교차한다. 순간, 망돌이 뛰어오며.

" 마담님! 여기 매출전표 가져왔습니다. "

그런 망돌의 음성이 먹먹하게 들렸다.

" 마담님? 마담님? "

몇 번을 불러서야 소나가 망돌을 쳐다봤다.

" 네? 네, 고마워요. "

매출전표를 잡아든 그녀가 자르에게 말했다.

" 그 여자 도망쳤어요. 됐나요. "

" 그 말을 제가 믿으라고요? "

" 믿든 말든 이제 나가 주시죠. "

" 레이디. 이렇게 비협조하시면 저도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당신에게 손을 댈 수밖에 없어요. "

" 됐고! 꺼져! "

' 드르륵 '

의자가 뒤로 끌리며,

' 쾅 '

넘어갔다.

일어선 소나가 씩씩거린다.

" 영장이나 가져오세요. 당신들이 어떤 놈팡이들인지 모르겠지만, 여기 그렇게 호락호락 한 곳 아니야! 나가! 어서! "

소나가 단단히 착각했다. 이놈들 범죄자라옹~

" 후~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어쩔 수 없군요. "

눈으로 교감하는 크리스와 자르. 자르와 루돌. 눈짓으로 무언가 지시하는 것 같았다.

" 루돌 너가 위층을 수색해. 내가 여기를 살필 테니. "

" 이 사람들이 어디서! "

망돌이 호기롭게 크리스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 윽! ' 크리스의 손은 망돌의 목을 부여잡고 있다.

조른다. 강하게.

망돌이 몸부림치지만, 완력은 샜다. 꿈쩍하지 않는다.

" 살고 싶으면. 가만히 구경하고 있어. "

크리스가 손을 놓았다. 컥컥거리며 뒤로 물러난 망돌은 무릎을 꿇었다. 허겁지겁 망돌에게 다가가는 그녀. 그를 살폈다.

" 망돌씨 괜찮아요? "

" 네... 네! 음흡. "

자르에게 눈을 돌린 소나가 쏘아본다.

" 대체! 왜 이러시는 거에요!! "

안 되겠다. 얼른. 어 혜란이 준 얼른 빨간 버튼 누르라아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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