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8화 〉 157­배신 (158/179)

〈 158화 〉 157­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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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배신.

째려보는 눈망울. 커다란 눈에 힘이 들어간 소나, 당장이라도 그들을 쳐 죽일 것 같은 기세였다.

' 터벅터벅. '

손님이 모두 빠져나간 널따란 제노바 술집에 자르의 구둣발 소리가 퍼졌다. 소나에게로 다가온 그.

" 하아. 정말... "

다가온 그가 쭈그려 앉아, 소나와 눈높이를 맞춘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왼손으로 잡아 올린다.

" 가까이서 보니 더욱 아름답군요. 이 이쁜 얼굴 차마 건들기 싫은데... 협조를 안 해주시니... "

부드러웠던 눈매가 이젠 사납게 변해 있는 자르였다. 왼손에 힘을 주는 자르.

" 아가씨 좋은 말로 할 때 불지 그래. 그 새끼들 어딨어. 어딨냐고!! "

" 모... 모른다. "

자르의 손아귀 힘에 소나는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자르가 자신의 입을 소나의 귀로 가져간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 그렇게 말하기 싫으면... 내가 널 정말 어떻게 할지 몰라. 후~. "

입김은 왜 부는데? 디러운놈.

" 퉤! "

소나는 자신에게서 떨어지는 자르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래. 더러운 건 더럽게.

" 큭큭큭큭. "

잠시 눈을 감고 웃던 자르가 침을 닦아내며 눈을 떴다. 그리고, ' 짝! ' 소나의 뺨이 흔들리며 고개가 옆으로 돌아간다.

" 앗! "

" 이년이. 반반해서 좋게 좋게 말하니까. 여기서 네 몸뚱이를 핥는 수가 있어. "

" 개새끼... "

소나가 고개를 치켜올렸다.

"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

자르가 소나의 드레스를 움켜잡았다. 가슴골을 움켜잡은 그가 옷을 찢으려 하는 순간,

" 이봐! 덜떨어진 아저씨! 그 손 놓지 못해! "

자르의 정면에 검은 실루엣이 보인다. 소나도 그 실루엣을 쳐다본다. 망돌 또한.

' 또각. 또각. '

한 손에 든 포켓용 술병. 그림자의 입술에서 술병이 떨어진다. 혜란은 막걸리의 기운을 안고 자르에게로 유유히 걸어왔다.

' 또각. 또각.'

용기도 가상하지.

너 잡으러 왔는데, 이렇게 쉽게 그의 앞에 나타나다니.

자르가 혜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잡기 위해 안간힘 쓰겠지? 흰 파마머리를 뒤로 넘기는 자르, 그가 말했다.

" 오우~ 레이디! 급나 이쁘군! "

뭐냐? 혜란이를 못 알아보는 저 눈빛. 찢어진 눈에서 하트가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소나의 화장술은 혜란에게도 통했나 보다.

" 여기 장사가 잘되는 이유가 있군. 새끼 마담인가? "

소나의 화장술에 변신한 혜란을 자르는 알아보지 못했다. 하기야. 나도 못 알아봤었는데, 이건 거의 성형수술 수준이었으니.

" 새끼 마담은 얼어 죽을... 야! 이 새끼야. 어디 힘쓸 때가 없어서 여자한테 손찌검이야! "

허리춤에 두 손을 얹은 혜란의 목소리가 외모와는 다르게 힘이 들어갔다.

" 허허. 이거 이거 왜 이러시나. 아리따운 아가씨가. 여기 일 마무리하면 나가서 한 잔? 딱! "

혀 소리를 '딱' 거리며 술 마시는 시늉을 한다. 윙크는 덤이었다. 우웩.

" 자르씨. 혀를 잘라 줄까. 어! "

자르가 잠시 놀라고 이내 다시 돌아왔다.

" 날 알고 있군? "

혜란이 자르라 말하자, 소나와 망돌의 기억이 살아나고 있었다.

현. 상. 범. 그래. bar 뒤편에 붙어 있었던 수배지에 그 사람. 자르.

" 여기저기 내 명성이 자자하군. 크크크큭. "

" 저자가 자르! "

" 그냥 신고해야 했는데... "

망돌과 소나가 연이어 탄식했다.

" 아무튼 자르 양반. 그냥 보내 줄 테니. 여기서 꺼져 줄래. "

" 뭐? 허허... 사냥꾼이라도 되시나 봅니다. 이쁜 레이디. 크크크큭. "

자르의 조롱거림에 의기양양거리며 혜란은 답했다.

" 사냥꾼... 음. 사냥꾼은 아닌데 너 정돈 끌고 갈 능력이 있는 몸이라고. "

혜란의 온몸을 스캔하고 있는 자르가 히죽거린다.

" 술사라도 되나? 이런 곳에서 술사가 일 할 리는 없고. 제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시나요. 이쁜 레이디? "

" 경고하는데! 열셋 동안, 니 떨거지들 데리고 안 꺼지면. 가만두지 않겠어. "

" 오! 이 야리야리한 바디로? 날? 크크크큭. 아리따운 레이디. 그 말 애교지? 나랑 놀고 싶어서. "

혜란이 손바닥을 폈다. 엄지를 접었다.

" 하나! "

" 허허허허... 귀여운 아가씨네. "

검지를 접는 혜란.

" 둘! "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자르였다. 비웃고 있을 뿐. 혜란이 중지를 접는다.

" 열! "

'열'과 동시에 오른발이 튀어 나간다.

삼단뛰기 형태의 점프를 한 혜란, 순식간에 자르의 코앞이었다.

오른팔을 내지른다.

기습 공격에 당황할 겨를도 없는 자르.

' 퍽! '

막걸리 포션으로 파워와 스피드가 업 된 혜란의 주먹.

주먹이 자르의 인중을 강타했다. 무릎 꿇고 있던 망돌이 입을 벌린다. 소나는 입을 가린다. 눈은 동글동글.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냐아옹~

펀치를 직격으로 맞은 자르는 공중에 붕 솟아올랐다. 3, 4m는 붕 뜬 자세로 날아간 것 같다. 혜란은 그런 자르를 추격하듯 달린다. 옆으로 무릎까지 찢어진 드레스가 불편했던가?

' 찌이익! '

골반까지 찢으며 달렸다.

" 어디 겁대가리 없이 설치고 지랄이야! 끄끄끄끅! "

저 웃음소리가 악마처럼 들렸다. 후방 낙법을 치려고 했던 자르가 흠칫거렸다.

' 이 웃음소리는. 파.출.부. ' 그런 생각을 하며 후방 낙법으로.

' 쿵! '

빠르게 일어서며 공격 자세를 취하려는 자르. 그러나, 그에게 달려 온 혜란이 더 빨랐다. 달려오는 가속으로, 아.사.바.리. 자르가 발목을 강타당하자 공중에서 옆으로 360° 회전하며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다. 일어서자마자 다시 바닥으로,

' 쿵! '

떨어져 누운 자르의 팔을 잡은 혜란. 미끈한 다리로 자르의 팔과 목을 휘감았다.

" 뒈졌어! 끄끄끄끅... "

전혀 얼굴과 매칭되지 않는 웃음소리가 제노바에 울렸다. 암바 자세로 자르를 조르기 시작했다.

" 으으윽! "

숨이 턱턱 막히겠지. 남아 있는 팔로 혜란의 허벅지를 때려 보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세게 조르는 그녀였다. 혜란은 마지막 피니쉬를 위해 손목을 꺾으려 한다. 그때. 이상함을 감지한 그녀였다.

" 이... 이건! "

왜 그러냐아옹~ 꺾기만 하면 되는데. 막걸리 포션, 약발이 다 됐나?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는 혜란이었다.

' 콰광! 쾅! '

제노바에 폭발음이 거세게 일었다. 수색하고 있던 루돌이 그곳을 향해 눈을 돌렸다. 물론 위층의 크리스도. 그리고 또 한 사람. 용선이 멀쩡하게 크리스가 있는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 내 덕이라옹~

혜란이 나가고 나서 용선의 의식을 내가 되돌렸다. 컨디션 만빵 충전시켜서 말이다아옹~ 용선의 상처 정도야 껌이지. 털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도 말이다아옹~ 음화하하! 아무튼, 용선은 반월도를 챙기며 빈 밀실을 빠져나왔다. 혜란과 소나가 걱정되었나 보다.

" 에이씨... 이 사기꾼들 두고 보자! "

아닌가 보다.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화장으로 사기 친 그녀들을 응징하겠다는 목소리다. 그렇게 혜란과 소나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지금 폭발음을 들었다.

" 뭐야? 이곳에서... "

황급히 폭발음이 있었던 곳으로 용선은 뛰기 시작했다. 순간, 눈앞에 나타난 얍삽한 남자. 크리스였다. 크리스가 난간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용선.

" 보스 무슨 일입니까? "

크리스가 아래층의 자르에게 소리쳤다. 자르는 혜란과 대치 중이다. 어떻게 풀려났지? 혜란에 의해 숨 막혀 죽을 줄 알았는데, 버젓이 서 있다. 긴장한 눈빛이 역력하다.

혜란에게 암바를 당했던 자르는 위급했다. 결국 자신의 인체 내장형 무기를 꺼내 들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포신. 그냥 발포한다면 혜란은 먼지가 되어 짜이찌엔이었다. 다만, 자르 자신도 함께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기에... 하지만, 발포한다. 목졸려 죽나, 화력에 죽나. 또이또이, 쌤쌤아닌가?

혜란은 위험을 느꼈다. 자신의 얼굴에 향해 있는 3개의 포신. 소총의 총구 같았지만, 정확히 포탄을 쏘기에, 포신이었다. 소총이라 해도 코앞에 있으면 위험하지 않는가?

아무튼 자르를 감고 있던 다리를 혜란은 풀 수밖에 없었다. 손목을 놓으며 자리를 피한다. 우로 구른다. 명치대인의 명강의를 들었나? 잘도 구른다.

' 퍼벙.퍼벙.펑. ' ' 콰광! 쾅! '

날아간 포탄은 제노바의 한쪽 벽면을 깡그리 날려버렸다. 손해 배상금이 뛰어오르는 순간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크리스가 등 돌려 아래로 내려가려는 찰나!

' 휭. 휭. 휭. '

반월도가 그를 덮친다.

' 퍽! '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반월도의 손잡이에 미간을 맞은 크리스. 칼날로 맞았으면, 뇌수가 튈 뻔했다. 묵직한 손잡이로 미간을 강타당한 크리스가 'ㄷ'자 형태로 아래층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 쿵! '

대략 5m에서 떨어진 크리스는 신음성도 없이 땅바닥에 철퍼덕. 일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당황한 자르였다. 혜란과 소나, 망돌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슬렁어슬렁. 난간 옆에 떨어진 반월도를 주우며 용선은 밑을 살핀다.

자르와 혜란의 대치 상태. 둘 다 긴장한 표정이었다. 서로를 째려보고 있는 두 사람. 째리며 말하는 혜란이었다.

" 오셨습니까. 용선 아저씨. "

" 아저씨라니! 결혼도 안한 숫총각에게! "

숫총각? 그 뻥 믿어도 돼냐옹~

망돌과 소나도 용선을 쳐다본다.

놀라움이 서려 있는 용선이었다. 흥분한 목소리가 의문형으로 변했다.

" 자르? "

난. 용선의 발밑으로 뛰어가 그 광경을 구경한다. 자르라고. 자르 잘라버려라옹~

" 크크크큭... 이제야 알겠군. 재규엉에 타고 있었던 녀석들 너희였어. 콜록. "

아직 목이 졸렸던 느낌이 남아 있었나 보다. 콜록대는 거 보니. 감기는 아닌 거 같은데, 설마! 코.로.너. 오른쪽 손등을 뚫고 나온 송곳, 그 손으로 왼쪽 손목을 부여잡고, 포신을 혜란에게 겨냥하고 있는 자르였다.

" 너희. 투구의 행방을 알고 있지? "

" 너도 그 거짓 정보를 듣긴 들었나 보군. "

혜란은 양손의 날을 치켜세우며 경계했다.

" 거짓 정보긴 하지. 크크크큭. "

" 참나. 거짓 정보라 생각한다고? 미친. 근데 왜 지랄이야. "

" 그거야 내가 만든 거짓말이니... 근데 어쩌나. 그 투구가 감쪽같이 사라졌거든. 그럼. 거짓말이 아니게 되는 거잖아. 그렇지 않나? 파출부? "

" 이야. 자르가 꾸민 짓이었다니. 그럼 그곳에 팔콘이 있었던 것도 알겠네? 걔가 가져갔나? 우린 모르는 일이니. 끄끄끄끅. "

" 아니. 팔콘은 가지고 있지 않아. "

" 그걸 어떻게 확신해! 팔콘이 반정부 세력인 걸 넌 알고 있잖아. 그러니 필요하지 않겠어. "

" 그럼. 뭐하러 너희를 계속 추적하지? "

" 우릴 추적한다고? 누가? 팔콘이? "

" 아~ 파출부. 왜 이러나. 순진한 척. 넌 다 알고 있잖아... "

" 칫. 뭘 다 알어! 너가 수상과 한통속이라는 거? "

" 크크큭. 배은망덕한 년... 그나저나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면 안 되냐. 씨바 급나 이쁘네. 괜스레 두근거리고. 아~ 속을 뻔했어. 속을 뻔... "

매우 자조적이었다. 자르의 말투는.

" 미친놈. "

" 우릴 배신하고 232에게 붙은 이유는 뭐야? "

잠깐? 배신? 이건 뭔소리냐아옹~ 용선이 혜란을 훑기 시작했다.

" 그... 그건. "

당황한 혜란이었다. 혜란이가 자르의 동료였다는 소리인가?

" 떼까마귀 파의 충성을 어기면 어떻게 되는 줄 알면서 말이지. "

" 내가 그걸 말할 이유라도 있어. 어! 무식한 새끼들. 그렇게 당하고도 정부의 밑에서 개 노릇이나 하고 있으니. "

" 왜? 개가 어때서. 일반 사람보다. 귀족의 반려견이 더 부자라는 건 잘 알잖아. 난 차라리 수상의 개가 되는 게, 더 이 사회를 현명하게 사는 것 같은데 말이지. 크크큭. "

" 너! 수상이 어떤 작자인지 몰라서 그래? "

" 날 거느리는 사람이 정신병자건, 훌륭한 사람이건, 악의 본질이건, 선의 본질이건. 날 먹여 살리고 배를 불리면 그만이야. 나머지 사람들, 선량한 시민들? 그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든 말든. 거기에 너도 동조하지 않았나? 크크크큭. "

" 끄끄끄끅. 동조? 아니. 난 이용당했을 뿐이야. 여튼, 이제 그만하고 찌그러지지. 널 어차피 넘겨봐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테니. 죽기 싫으면 꺼져. "

" 허. 파출부 많이 컸군. "

그렇게 말하곤 위층의 용선에게 눈을 돌렸다.

" 이봐! 용선이라 그랬나? 내가 재미있는 사실 하나 가르쳐 줄까? 이 여자에 대해서 말이지. 어때 귀가 솔깃하지? 크크크큭! "

용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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