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0화 〉 159­술술 (160/179)

〈 160화 〉 159­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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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 술술.

부서진 창문으로 뛰어든 건, 성진이였다. 그래도 3층에 자리 잡은 콜라택의 아지트였는데, 어떻게 들어 온거냐아옹~ 성진이 깨진 창문을 통해 콜라택의 아지트에 발을 들여놓자, 이번엔.

' 쾅. 우당당탕! '

현관문이 박살 났다. 문의 테두리만 남은 체. 그곳으로 들어오는 우현이었다. 휴대용 권포를 들고 있었다. 넋이 나간 콜라택은 창문과 문을 번갈아 보았다.

" 니... 니들... 뭐야? "

" 아놔. 거기서 망고 쥬스 잘 먹었다. "

성진이 으쓱거렸다.

" 자네가 콜라택인가? "

점잖은 목소리의 우현. 권포를 집어던졌다. 일회용 권포인가보다.

' 데구르르... 탁. '

공도 아닌데 몇 바퀴 굴러갔다.

" 어떻게 내 위치를? "

백넘버 조커였다는 사실을 콜라택은 모르나 보다아옹~ 성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콜라택 등에 붙은 조커가 성진의 손으로 '촥'하고 들어왔다. 등을 보려 애쓰는 콜라택. 어리둥절함은 계속해서 자리 잡은 것 같았다.

카드 조커를 엄지와 검지로 튕기자, 카드가 마술처럼 사라졌다.

" 등에 붙여 놓았었지. 위치 탐지기를... 어디서 째려고. 확! "

콜라택의 자세가 엉거주춤이다. 도망가겠다는 의지가 남아 있어서 그런가? 계속해서 우현과 성진을 살폈다.

" 거기서 좋게 이야기했으면 될 것을 도망쳐서 더 힘들게 하네. 어차피 잡힐 거 말이야. "

" 너... 너희 누구야? 정부에서 보냈어? "

" 그건 자네가 알 바 아니고. 함길 그 검사에 대해서나 말해주지? "

" 함길. 뭐 더 있나? 23구역 수석 검사. "

" 풋. 이자식 안되겠구만! "

성진이 어이없는 웃음을 내뱉고는 성큼성큼 걸어와 콜라택의 정강이를

' 퍽! '

" 윽! "

구겨진 인상. 넌 정말 소나의 화장술이 필요한 면상이다.

콜라택은 허리를 굽혀 정강이를 비볐다.

' 아야야야... '

소리가 아지트에 흩어진다.

" 쉽게 말 할 것 같지 않으니... "

' 휙~ '

성진이 네 개의 카드를 던졌다. 카드가 콜라택의 위에서 사각으로 꼭짓점을 만들며, 공중에 뜬 체 빙빙 돌았다. ' 촤르륵. ' 꼭지점과 꼭지점 사이에 얇은 줄이 선을 그으며 이어졌다. 카드와 카드사이에 줄이 생긴 것.

줄이 이어지자마자 콜라택을 덮치는 네 장의 카드. 카드는 올가미로 변했다. 성진은 마술사인가 보다. 콜라택이 올가미에 갇혀 허우적거린다.

" 너희! 진짜 정부에서 나온 거야? 나와 함길의 관계를 알아내려고? "

우현은 성진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래. 이 눈빛은.

뻥.치.자.

" 그래. 너와 함길이 무언가 꾸민다는 정보가 있어서. "

이 연기 보소. 공무원 사칭죄를 눈 깜짝하지 않고...

" 으...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뭐가 그럴 줄 아냐옹~ 이리 쉬운 녀석이었나? 함길도 참. 얘한테 일을 맡기다니. 고양이가 봐도 우현과 성진은 정부 기관의 나리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상당히 안 어울리는 복장하며...

" 어디 소속이지. 보안국? "

끄덕끄덕. 우현은 말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왔다 갔다.

" 왜? 고문서 때문인가? "

헐... 그냥 다 말하는 콜라택이었다. 고문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말하라고 했을 뿐인데, 선수 처서 나불거렸다. 술술 털어 놓을 각이다.

" 그럼 내가 제안 하나 하지? 안 그래도 저 문서를 정부에 넘기고 싶었거든. "

" 뭐? 음~ 좋아. 일단 너의 제안을 들어 보자고. "

" 고문서를 주는 대신에 날 풀어주고. 내 안전과 보상금을 준비해 주지 않겠나? "

뭔가 희망찬 표정이었다. 그물에 갇혀 저렇게 웃을 수 있냐옹~ 팔짱을 끼며 곰곰이 생각하는 척. 우현의 일품 연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

" 그 문서가 어디 있는데. "

" 그건. 날 풀어준 뒤, 말해 주지. "

그때, 성진은 두리번거리다가 금고문을 발견했다.

" 팀장님. 저기. "

오~ 맨날 형이나, 사장님으로 부르다가 팀장님이라 부르는 성진이였다. 둘의 암묵적 눈빛이 통했나 보다.

아무튼 금고문을 가리킨다.

" 금고가? 그것도 저렇게 디테일한? "

구멍도 이런 구멍이 없었다. 콜라택은 당황해한다.

" 저. 저건. 그냥 내 개인 사물함이라고. 거기엔 없어. "

믿으라고? 고양이인 나도 안 믿겠다.

" 뒤져볼까요? 팀장님. "

" 할 수 있겠어? "

" 소싯적에 문 좀 따봤습니다. "

" 그래? 그럼 buzz에 있는 금고. 비밀번호 잊어버렸을 때도 네가 한 거야? "

" 아하.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네. 팀장님. "

" 도둑놈과 함께 일하고 있었군. 아무튼 따봐. "

성진이 금고문으로 향한다. 콜라택은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다.

" 자. 잠깐! "

" 왜? 또! "

" 거기에 고문서가 있긴 있어. 근데 말이지 그 문서의 글귀를 너희는 몰라볼 걸. "

성진이 멈춰 섰다. 뒤돌아 올가미에 갇힌 콜라택을 쳐다본다.

" 이 새끼. 자꾸 말 번복하네. 없다며. 신용이 바닥을 기는 구만. "

" 그럼. 그 문서를 넌 읽을 줄 안다는 소리 같은데... 그런가? "

" 당연하지. 그래서 나한테 맡긴 거나 다름없으니까. "

" 어휴. 팀장님. 이제는 이 자식 말 못 믿겠는데요. "

진정하라는 듯 팔짱을 풀며 성진에게 손짓하는 우현이었다.

" 가만 있어봐. 이봐. 콜라택. 저 금고 우선 열어. 그 문서에 담긴 이야기는 보안국에 가서 말해도 늦지 않으니 말이야. "

거짓말. 보안국은 얼어 죽을.

" 풀어줘야 하지 않겠나. "

그물을 살피며 콜라택이 말했다.

" 뭐 그럴 필요까지. "

성진은 올가미와 콜라택을 묶어서, 질질 끌고 간다. 그리곤 금고문 앞에 친절하게 놓아둔다. 물건 취급당하는 기분이 들었는지, 콜라택은 한숨을 쉬었다.

" 아휴~ 너무한다. 너무해. "

" 이정도 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라고. 풋. "

흐느적흐느적 금고문에 손을 가져가는 콜라택. 홀로그램 키패드가 생성되었다.

­ 조금 전 키패드를 생성하셨다가 누르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페널티가 부과되어 음성으로 암호를 풀어주세요. 발음에 주의하세요.

금고가 이중으로 잠겨 있는 견고한 기능을 뽐내는 것 같았다.

" 젠장 귀찮게 시리. 이런 걸 설정해 놓아가지고. "

콜라택이 두리번두리번 눈치를 본다. 그리곤.

" 함. 길. 죽. 일. 놈. "

함길에게 원한이 많았나 보다.

­ 페널티가 사라집니다. 비밀번호를 누르세요. 기회는 한 번뿐입니다.

' 띠띠띠띠띡. '

다섯 자리 비밀번호를 또박또박.

' 철커덕. '

잠긴 문이 따였다.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 됐나! 이제. 어차피 정보를 다 넘길 테니까. 나 풀어주면 안 될... "

' 퍽! '

어디를 맞았는지 콜라택은 기절했다. 뒤통수를 때렸나? 아님 말고...

­ 95구역. ­

세차가 몰아치는 눈발. 컴컴한 하늘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 사는 짐승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살 수 있을까? 이 혹독한 추위와 개척할 수 없는 땅에서. 아! 하나 있었다. 3월의 토끼. 이름이 토끼이니... 유일하게, 험난한 땅에 사는 3월의 토끼와 건남은 눈발을 바라보며 발코니에 서 있었다.

" 저거 어디서부터 달고 다닌 거야? "

" 저도. 잘... "

머리를 긁적이는 건남이었다.

" 여태껏 도청당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

' 아작. '

홍당무를 씹으며 말하는 3월의 토끼였다. 배부르지도 않은가 보다. 여태껏 그렇게 먹고 또 먹는 건가? 소화제로 당근을 택한 그녀였다.

" 그럼 누구한테 도청당한 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건데... 끌끌끌끌... "

" 그렇죠. 명치대인 모자에 붙은 걸 보면. 분명 클럽일 거예요? 저 모자는... 춤추러 갈 때 저 모자를 쓰고 다니거든요. "

" 음~ 센스 하고는 내가 모자 장수라서 아는데 저런 모자는 춤판에서 안 어울려. "

" 모자도 팔아보셨어요. "

" 엉. 소싯적에. 키다리지만 아저씨야라는 가게에서 말이지. 무튼 이제 어쩔 건가? 아작. "

" 놀랍게도 23구역 검찰청사라니. 아마도 그 함길이란 검사일 확률이 높아요. "

오잉.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그럼 도청을 당하고 있던 걸 알았다는 건가? 근데. 투구가 자신들이 있다는 걸 라구나 안에서 말했다고? 미.친.나? 투구 팔아서 어쩌고저쩌고 했던 것이 그럼 일부러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인가?

라구나가 3월의 토끼에 도착했을 때, 건남이 잠깐 멈칫했던 건. 도청기의 작동음을 어렴풋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달인이네. 달인.

그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미세한 소리였지만, 건남은 행성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정보 능력자 아닌가. 직업이 깡패라고 그 미세한 소리를 알아챘다. 그러고 나서 연금술사 3월의 토끼의 도움을 받아 위치를 찾아낸 것이었다.

" 함길. 그 작자가 누구길래? 검찰에서 너희를 쫓아? 투구 때문에? "

" 아니요. 그전부터 상희와 계속 거래를 하고 있었어요. "

" 그럼. 왜? "

" 그게. 제 생각이 맞다면... 상희를 시험해 본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

" 시험? 뭘? 아작. "

" 윤의 자손인 걸 염탐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아요. "

" 뭐가 이리 복잡해? 그냥 잡아가서 고문을 하던, 기억술사 하나 데려다가 확인하면 될 껄. 이리저리 복잡하게 시리. "

" 그야 저도 잘... 토끼님. 참! 그러고 보니 놀라지를 않네요? 윤의 후손이 살아 있다는 말을 듣고도. "

" 그야 알고 있으니까. 그 누구도 찾지 못한 아이. "

그래. 윤이 죽은 후, 그의 후손이 있다는 건. 마들가리 행성에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0.0000000...1%정도. 정말 아주 희박하다.

" 어떻게 아셨죠? "

" 내가 누군가? 이 행성에 하나밖에 없는 고위 연금술사라고. 정부에서 풀지 못하는 비밀을 몇 개나 풀어내었는데... 무튼, 이제 곧 그들이 오겠군. 투구 절도범 잡으러. "

" 죄송합니다. 토끼님... "

" 괜찮네. 이곳도 이제 슬슬 지겨웠었거든. 그리고 자네가 보내 준 순간이동기. "

" 아. 다행이네요. 연금술사님에게 보내길 잘했죠. "

" 아작. 끌끌끌끌끌. 그런 보물을 훔쳤다는 차차 일당도 대단혀... "

그랬다. 건남은 차차의 옛집에서 기원전 연금술로 만들어진 공간이동기를 투구와 함께 이곳으로 보냈다. 이동기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

" 하여간 온갖 잡동사니를 다 보내와서 내 고생 좀 했지. 요새 취미로 쓰는 웹소설도 덜컥 당선되서 이리저리 바쁜데 말이야. 근데, 상장에 이름이 뭐라 쓰여 있는 줄 아나? "

" 네? "

건남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 3월의 도끼라고 쓰여 있네. 내 아주 이것들을... 도끼로 콱! 이으구. 아작. "

" 풉~ "

" 우습나? 이 고귀하고 신비로운 나의 필명을... 무튼, 이제 그들이 오기 전, 뜰 때가 된 것 같군. "

유인작전!

그랬다. 함길이 도청하고 있는 것을 역 이용하여 더 깊숙이 숨어 버리겠다는 용의 주도한 연극이었다. 투구를 팔겠다는데 아주 빠르게 찾아오겠지.

" 네. 그래야죠. 상희 일행과 용선형 일행이 도착하면 바로 이동해야겠어요. "

" 그들이 언제 올 줄 알고? "

" 상희야 연락이 왔으니 금방 도착할 테고. 용선 형은 연락 오겠죠.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니. 곧 올 겁니다. "

곧 오긴 이 사람아! 지금 자르를 때려눕히고, 아직도 26구역에 있다아옹~

" 그래. 끌끌끌끌... 그럼 떠날 채비나 해야겠군. "

" 그러시죠. "

그때, 교신음이 들렸다. 잽싸게 선글라스를 쓰는 건남.

" 용선형인가? 토끼님 먼저 들어가세요. 추운데... "

3월의 토끼는 토끼모자의 귀를 까닥거리며, 먼저 아지트 안으로 들어갔다.

­ 건남성!

교신은 용선이 아니라. 우현이었다.

" 그래. 알아는 봤어. "

­ 네. 이상한 놈하고 만나는 걸 확인했습니다.

" 이상한 놈. "

­ 콜라택이라는 놈인데, 확인 결과. 고문서 전문가예요.

" 고문서? "

­ 지금 잡아 놓은 상태인데, 고가의 유물을 터는 녀석이었어요.

우현이가 저런 건 언제 알고 있었냐아옹~ 그도 명성 있는 사냥꾼. 콜라택이 도망쳤을 때 조사를 했었다.

­ 그리고 그 녀석 아지트에서 함길과 연관된 고문서도 발견했구요. 아무래도 이번 일과 연관된 것 같아서 챙겨 두었습니다. 이미지 전송하겠습니다.

" 그래. 그래. 그 이외엔 없어? "

­ 함길 그자 수상한데요.

그건 건남도 느끼고 있다아옹~

­ 이 콜라택 녀석의 아지트에서 발견한 게 또 하나 있는데... 매우 흥미로워요. 상희누님에 관련된 서류철이 빼곡합니다.

" 그래! 그것도 보내 줄 수 있어? "

­ 이거 사진 찍어 보내려면 시간 좀 걸리겠는데요. 무슨 금고에 크랑은 없고. 이런 거만... 참 그리고 그 고문서는 자신만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우선 이 녀석 잡아 두었어요.

" 지금 바꿔 줄 수 있어? "

­ 아니요. 기절시켰어요.

" 엥? 왜? "

­ 성진이가 너무 앵앵거린다고...

뭬야? 기분파 성진이었다. 그렇기에 수색이 순조로웠지만.

" 그럼. 우선 고문서 이미지만 보내주고. 너희는 0구역으로 이동해. "

­ 알겠습니다. 성.

교신이 끊겼다. 0구역으로 이동하라니. 설마 여기서 0구역으로 째려고? 하기야. 함길이 이곳에 투구가 있다는 걸 간파했으니. 최대한 멀리 가는 게 안전하겠지. 근데. 왔던 길 다시 가려면. 멀고도 험한 이 길을 함길 때문에 다시 가야 한단 말인가? 짜증난다옹~ 아! 나 26구역에 있지. 그나마 다행이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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