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165넉사
* * *
92화. 넉사.
상희가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그때,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챈코는 버튼에서 손을 떼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호송정을 바라보았다.
" 뭐지? "
" 우리가 온 것을 눈치챈 건가? "
신속하게 소형정을 고스트화 시키는 팔콘이었다. 그래도 공격에 대비하는 그들. 만약 들켰다면, 대공용 무기가 날아올지 모르니까. 순간, 부서진 철제문 아래로 또 다른 철제문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포착했다. 절벽이 흔들리는 모습도... 쌓인 눈들이 땅의 흔들림에 눈사태가 되어 흘러내렸다.
' 쿠구궁. 쿵. 콰과광. 우르르륵. '
장관이었다. 절벽이 눈옷을 벗어내고 있는 모습은.
쌓였던 눈이 폭포가 쏟아지듯 절벽에서 떨어진다. 비스듬한 대지에서 파도가 치듯 눈들이 흘러내린다. 절벽은 계속해서 흔들렸고, 눈은 그 흔들림에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3월의 토끼의 아지트가 눈옷을 모두 벗었다. 방어체제를 스스로 구축한 아지트,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토끼 같았다. 30m가 넘는 토끼 조각상이라 해야 하나.
철갑을 두른 토끼 조각상.
손에든 당근이 6m는 되어 보였다. 이 당근도 철갑을 둘렀다. 팔콘과 챈코가 걱정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빌딩만 한 토끼의 구석구석에서 대공화기가 들쑥날쑥.
' 쾅. 쾅. 쾅. 쾅. '소리가 눈보라와 함께 95구역의 어딘가를 수놓았다.
" 이런. 너무 화려한 마중인걸. 크크크큭. "
아니다. 너희를 노린 것이. 고스트로 숨어버린 팔콘의 소형정은 레이더에 걸리지 않았다. 그럼. 째고 있는 호송정은 그냥 노출되었다. 재필, 등장하자마자 짜이찌엔인가? 토끼의 거대한 조각상에서 튀어나온 무기들. 모두 도망치고 있는 호송정을 겨냥하고 있었다. 토끼 귀의 양 끝에서 6문의 지대공 벌컨포가 포문을 열었다.
' 드르르륵. 드르르륵. 드르르륵. '
무수히 많은 탄알이, 눈보라를 헤치며 호송정에 퍼부은다.
' 챙챙챙챙... '
위험을 감지한 재필의 호송정. 후방 실드가 펼쳐졌다.
토끼의 앞발에서 2문의 지대공 포문이 열렸다. 포이긴 하지만 곡사 화기가 아니었다. 탱크라 해야 하나? 직사로 달려드는 포탄
' 펑. 펑. ' ' 쾅. 쾅. '
수작업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포의 연사가 가능했다. 시간차가 1초도 안 되는 것 같았다.
' 펑. 펑. ' ' 쾅. 쾅. '
이렇게 호송정을 때리면, 실드탄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인공지능 방위체제는 무식했다. 토끼가 들고 있던 당근에서 구멍이 뚫린다. 그 구멍으로 튀어나오는 길쭉한 포신. 포신에 구멍이 없었다. 다만, 양극의 피뢰침이 박혀있었다. 'ㄷ' 자 모양의 포신이었다. 또한, 토끼의 무릎에서 미사일이 거치되고 있었다. 이 미사일이 실드용 미사일이다. 양쪽 무릎에서 발진 대기한다. 곧이어.
' 퓨웅. 퓨웅. 솨아아악! 쉬이잉. '
두 문의 미사일이 호송정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디귿자 모양의 포신은 양자를 모으고 있다. 커다란 양자가 계속 커지고 있었다. 산비탈을 질주하는 눈덩이 마냥.
실드 미사일이 호송정의 실드를 때린다.
' 콰광. 우지직. 와장창창창. '
두 발 중 하나는 정확하게 꽂히고, 하나는 궤도를 이탈했다. 한 발이 이탈했어도, 실드는 박살이 났다. 그와 동시에 기를 모으듯, 양자를 모은 양자포는 발사되었다.
' 지지징. 지징. '
양자포가 빛을 번쩍거리며 뻗어 나갔다.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그 파공음이, 지켜보던 팔콘과 챈코의 귀에 타고 흘렀다. 지름 5미터의 구체가 양자를 형성하며 질주한다.
' 지이잉. 징. 쿠오오오... 펑! 콰과광! '
번쩍! ' 윙~ ' 굉음과 함께 후속음이 눈보라에 섞여 들린다. 폭발음과 함께 몇 초 동안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다. 그냥 은색의 공간 같았다.
없다.
호송정이 보이질 않는다. 이미 한 줌의 흙으로 사라졌나 보다. 재필 저세상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은... 얼어 죽을. 잘 됐다아옹~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한 양자포의 위력에 재필은 하늘나라로 간 것 같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팔콘과 챈코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뤄 보려 했던 것을 미룬다.
" 팔콘. 이래도 지원군 안 부를 텐가? "
" 크크크큭. 이렇게 물러나면 대장부가 아니지. 저속으로 착륙시켜. "
이 자식의 깡다구란? 아무튼, 정면 승부는 피하는 것 같았다. 정박을 하려는 것을 보아. 급습이나 암습을 노리는 것 같았다. 근데. 얘들아. 지금 아지트 안에는 라구나 식구들 뻗었다옹~ 무력화되어 살아있는 송장이 되어 있다아옹~ 상희만 빼고...
그렇게 정박을 마친 팔콘과 챈코는 발자국을 남기며, 3월의 토끼의 아지트로 향했다.
26구역. 도심.
재규엉을 새로 얻은 용선과 혜란은 소나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소형정에 올라탔다. 어느새 높이 나는 새가 되어 빌딩과 빌딩 사이를 누비고 있다.
아직은 컴컴한 새벽. 그래도 도시는 환했다. 빌딩 안에서 나오는 빛과 광고판의 오색들이 합쳐졌다.
" 소나가 잘 처리하겠지. "
" 그나저나 히리가 이렇게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던 거에요? "
마! 혜란. 나 능력자라고. 이 행성에 하나밖에 없는.
옆좌석에 앉은 혜란은 날 쓰다듬었다.
마! 그만 쓰다듬어 털 엉켜!
" 이야옹~ "
" 그 녀석. 예전에도 놀랐지만, 지금은 더 놀랍군. 뭐랄까? 신성치유 능력만 있는 줄 알았었는데, 암흑치유도 밸란스 있게 갖추었어. "
음화하하. 나 이런 고양이야. 라리 이뇬. 죽었으...
" 사물에 있는 에너지를 끌어오는 능력이 있을 줄이야. 내가 컨트롤 하면서도 놀랐지. 음. "
" 사물의 에너지를 끌어모은다? "
" 그래. 사람 포함, 생물 포함, 무생물 포함 그 안에 있는 에너지를 이용해 치유자에게 치유술을 행하는 것. 그렇기에 아깐 이 자식이 기절하지 않았던 것 같아. "
" 그러니까. 모든 사물의 숨겨진 힘을 모은다는 거죠. "
" 그래. 자신의 기를 쓰지 않고 남의 기를 빼다 쓰기 때문에 힘이 고갈 나지 않았나 봐. 거기다 상대의 기를 빼내어 사용하기에 시전 당한 상대는 힘이 빠지지... "
" 상대방이 약해진다는 거에요? 그럼! "
" 그래. 그러니 자르가 공격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나가떨어진 거라 보면 돼. "
" 오~ 어쩐지... 오빠가 너무 쉽게 제압하더라. "
" 없었어도 한주먹 거리야. "
혜란이 피식 웃었다.
" 여튼, 이제 슬슬 목적지로 움직여 볼까. "
위치 탐색기에 용선은 좌표를 입력하려 했다. 그러나 그런 그를 방해하는 것이 있었으니... 재규엉의 교신기가 알림음을 울렸다.
스쿠르지 뺨친놈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교신을 허락할까요.
" 허... 먼저 연락이 왔군. 이거 잡힐 위험성이 있는데... "
" 스쿠루지 뺨친 놈이 누구예요? "
" 어? 어... 건남이지 뭐. "
얼마나 용선에게 붙어먹었으면... 쯧쯧쯧. 그나저나 건남 기절해 있는데, 어떻게 연락한거냐옹~
약간의 긴장감이 흘렀다. 받아야 하나? 받지 말아야 하나?
" 에잇. 모르겠다. 걸려도 재규엉이면 튀면 되지. 연결해. "
' 위잉. '
지금 어딘가?
이 목소린. 건남이 아니었다.
" 아니. 또 프로그램. "
허허. 말이 짧군. 나 프로그램이라도 나이는 꽤 많다고. 꽤 많은 게 아니지. 근 1세기나 살았던 사람 아닌가.
" 아무튼 무슨 일이슈. 건남이네 무슨 일 터졌나요? "
지금 기절했네. 재규엉에 울리는 프로그램 명택의 음성, 혜란과 용선은 의문을 단다.
" 기절? "
" 기절이라뇨? "
감지 결과 생화학 무기로. 인간을 무력화시키는 성분이야.
"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
누군가 연금술사 아지트에 뿌린 것 같은데. 건남의 눈을 통해서 본 건. 시범이라는 성우의 후배가 온 뒤로군.
" 후배? "
교도관 복장을 하고 있었어.
" 그럼 지금 건남만 쓰러져 있는 건가요? "
아닌 거 같아. 이 정도의 규모면, 아지트에 있는 모두가 기절했을 거야.
" 용선 오빠. 이게 무슨 소리래요? "
" 누군가 우리가 가려 했던 곳에 침투한 것 같은데. "
이런. 교신 위치를 확인해 보니, 아직도 26구역이군.
"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빠르군요. "
큰일이군. 건남이 쓰러져서 눈을 감고 있으니 여기 상황을 녹화할 수가 없네. 빨리 움직여 주게.
" 아무리 빨라도 3일이라고요. "
허... 큰일이군. buzz도 0구역으로 향하고 있는데 말이야. 근처엔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 젠장! 어떻게 좀 해 보슈. "
지금 이렇게 교신한 것도 쉽지 않았는데. 어쩌지...
" 아~ 아무튼 냅다 날아갈 테니... 기다리세요. "
빨리 오게나.
' 윙~ '
교신이 끊겼다.
"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
" 낸들 아나. 여튼 겁나게 밟아야겠어. 무슨 일 없길 바랄 뿐이지. "
용선은 자동항법을 풀었다. 유유히 날던 제규엉의 로켓 노즐에 불꽃이 일었다. 급상승하며 빌딩 숲을 빠져나오는 재규엉.
공기를 가르며 질주한다.
흥. 무언가 내 힘을 이른 시일에 한 번 더 쓸 필이다. 귀찮게시리
" 이야옹~ "
방어시스템을 구축한 아지트 근처.
팔콘과 챈코가 유유히 아지트로 향하고 있을 때, 토미스는 이곳에 도착했다. 커다란 토끼 동상과 맥없이 폭파하는 호송정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굉음과 함께 사라진 호송정.
" 읔. "
" 너무 밝아! "
광자포의 분사한 빛으로 그들의 눈은 감기고 있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그들은 3월의 토끼 아지트를 바라보았다.
" 저 거대한 빌딩이 연금술사의 아지트. 이미 누군가 찾아왔었나 보군. "
" 토미스. 어떻게 저곳으로 향할 건가? 위험하지 않겠어. "
" 그래 보여. 방어 시스템을 구축한 것 같은데. 음. "
그렇게 말한 토미스는 교신기를 켰다.
" 지원하러 오고 있습니까? "
보안국 요원과의 연락, 상대방이 교신했다.
당신이 토미스 인가요?
" 넵. 국장님이 95구역에 도착하면 당신에게 연락하고 했습니다. "
토미스는 상대방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약간은 당황했다. 보안국 요원이라 해서 허스키 보이스의 남자 요원일 거란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여자. 요원은 마텔이었다.
지금 어디에 있죠?
" 아지트와의 거리 2km 내외입니다. 잠깐 이곳의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
토미스가 토끼 동상으로 변한 아지트와 호송정 한 기가 파괴되었다는 것을 전했다. 물론, 변한 철갑 토끼에 방어 시스템이 구축되었다는 이야기도.
진입할 수 없다는 이야기군요?
" 네. 저 방어시스템을 뚫고 가려면. 걸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안전할지 모르겠지만. "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그녀의 말과 동시에 들리는 비행정 소리.
토미스와 팽의 뒤에서 들려왔다. 요원들의 비행정은 우주선 같았다. 중형급보다는 작았고 소형급보다는 3배 이상 커 보이는 비행정. 분명, 특수 비행정일 것이다. 원형에 가까운 비행접시라 해야 하나? 하지만 일정치 않은 원형, 약간 타원형에 가까웠다. 그리고 볼록 튀어나온 캐노피. 그 안으로 마텔이 보인다. 그리고 세 명의 남자 요원도. 선글라스를 낀 그들이었다. 신축성 강한 슈트를 입고 있었다. 스킨스쿠버가 입는 그런 옷이라 해야 하나? 마텔을 포함한 4인의 술사가 비행정과 함께, 토미스의 소형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들. 보안국 멤버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다. 내 머릿속을 더듬어 보자면, 그때가... 그래, 다해가 영화를 보고 있었다. 영화 제목이 '판타스틱 넷'. 행성을 구하는, 4명의 술사가 펼치는 영웅담이었던 그 영화. 그 영화 속의 주인공과 매우 닮은 것 같다. 아니 완전히 판박이다. 판타스틱 넷을 오마주한 필이 들었다. 코스프레인가? 아무튼 매우 흡사했다.
가슴팍에 달린 마크, '四' 이런 문양이 박혀 있다. 설마 능력까지? 그러고 보니 마텔의 생김새가... 꼭 제시카 아르바이트랑 흡사하게 생긴 것 같다. 얼굴색이 매우 흰 것만 빼고, 말이다. 아무튼 그녀가 교신기를 통해 토미스에게 말했다.
저희가 방어 시스템을 뚫을 테니, 저희의 뒤를 바짝 쫓아오세요. 그럼 아무 일 없이 안으로 진입할 수 있을 거예요.
" 여길 뚫고 간다고요? "
아무리 판타스틱 넷의 오마주라 하지만, 과연 어떤 능력이길래 이곳을 뚫겠다는 말인가? 유유히 날아온 그녀의 비행정이 토미스의 소형정을 스치듯 지나간다.
그럼 준비하세요.
" 네? 네... "
대답은 했지만, 토미스는 어리둥절. 옆에서 교신을 듣고 있던 팽 또한 둥절이었다.
마텔이 교신을 끊자 그녀의 비행정의 캐노피가 열렸다. 저속 비행이라 하지만, 저 눈보라에 눈은 떠지려나? 내 걱정은 걱정으로만 남았다. 남자 요원 한 명이 눈보라를 뚫고 밖으로 나왔다. 그가 비행정 위에 발을 딛자, 마텔은 인상을 쓰며 두 손바닥을 남자 요원에게로 뻗었다.
캐노피가 닫힌다. 남자 요원의 몸이 '팍' 소리를 내며 불길로 휩싸였다. 오잉? 능력까지 오마주 인가? 그 남자 요원은 비행정에서 불길에 휩싸인 체 뛰어내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