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3화 〉 172­흥분 (173/179)

〈 173화 〉 172­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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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흥분.

" 만나야 할 사람이 누구죠? "

" 그 사람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를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아옹~

" 페이킨 입니다. "

페이킨? 그 윤을 잡았다는 전설의 사냥꾼! 준과 성우가 놀란다. 다해도, 창기도... 상희와 명치대인은 모른다는 눈빛. 라리가 창기의 윗주머니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 페이킨이요! 페이킨이 살아 있다는 거예요. 연금술사님? "

3월의 토끼가 모자 귀를 접었다 폈다.

" 누님. 페이킨이 누구람요? "

" 몰러. 이년아. "

행성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 두 사람. 공부를 많이 했던, 성우와 준은 당연히 기억하는 인물이었다. 제스의 피를 얻기 위해, 시오를 위해서 자행한 윤의 살육. 4000년을 넘게 살아온, 영생의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잡은 럼주호 대원 중, 한 명이었던 페이킨. 윤을 죽이고 나서 홀연히 사라졌던 그였다. 그런데, 그런 페이킨을 만난다고 하니 모두 놀랄 수밖에.

잠깐? 그런데 3월의 토끼는 페이킨이 상희의 아이와 아이리스가 함께 있는 걸 알고 찾아온 건가? 분명 모른다고 했는데...

그랬다. 3월의 토끼는 그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다만, 페이킨과 연이 있었을 뿐. 그녀가 행성 고위 술사로 수상의 밑에서 일할 때, 그녀는 연금술 관련으로 0구역 주변을 탐색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만났던 페이킨.

" 토끼님. 페이킨과 아는 사이였나요? "

" 알긴 알지. 예전 딱 한 번 만났었거든. 그때가 언제였더라... 아무튼 젊은 사람이 참 당당했었는데. "

" 젊다고요? 에이~ 토끼님도 참! 지금 살아 있으면 70도 넘으셨을 텐데. "

" 이보게 건남. 나보다 30년 젊으면 내 아들뻘이야. 한참 젊구먼. "

" 그... 그런가 봅니다. "

" 요하튼, 내가 0구역을 탐색했을 당시, 그를 이곳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 꽤 놀라웠어.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

" 이 근처에서 은둔생활 하시나 봐요. 찍찍. "

" 끌끌끌끌... 정확한 위치는 나도 잘 몰라. 이곳에 와서... '이것'을 이용해 연락하라는 것밖에는. "

3월의 토끼가 '이것'을 모자 안쪽에서 꺼내었다. 둥근 마패 같았다. 암행어사인가? 말 그림이 그려진 아주 오래된 청동재질의 물건이었다.

" 그것은 뭐다요? "

명치대인의 호기심이란.

" 이거. 이것을 받고 헤어진 뒤, 내 연구실에서 꽤 고생했었지. 끌끌끌끌... "

" 연금술사님. 말해 주시죠. 그 물건이 무엇인지? "

건남은 꽤 진지하다.

" 이 물건은 0구역의 액체로 만들어진 물건. 하나의 이동기라고나 할까? 우리가 이곳으로 이동한 그 이동기와는 다른 원리이지만, 그 용도가 비슷하니 말이야. "

이동기?

" 요하튼, 너희가 오고 나서 페이킨과의 대화를 기억하게 되었지, '연금술로 수상이 만들고자 하는 것에 동의합니까?' 난 이 소리가 그땐 무슨 말인지 몰랐었지. 그냥 내가 만드는 물건이 수상에게 쥐여주는 게 마음에 안 들었거니 했거든.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페이킨은 수상이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걸, 그 당시 알고 있었던 것 같아. "

" 왜죠? "

" 그것은 그때 당시 페이킨이 내게 이런 말도 했었거든, '언젠간 연금술사님이 제게 찾아올 날이 있을 겁니다. 그때는 아마, 제가 이렇게 숨어 지내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이렇게 말이야. "

그거랑 무슨 상관이냐옹~

" 그때 당시의 정황상. 그 이야기는 수상이 일을 마친 상태라 생각이 들어. 지금이 딱 그 시기이고. "

눈치 백 단, 3월의 토끼였다. 그녀의 말이 맞을 것이다. 수상은 슬슬 피니쉬라인을 끊기 위해 마무리 단계에 있었으니까.

현재, 제1 연금술사 빼아르가 그녀를 포섭하려는 의도에서 짐작한 것 같았다.

" 페이킨을 만나면, 건남. 네가 궁금해하던 것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마지막 이동기 위치를 이곳에 맞추어 놓았는데. 제스의 피를 너무 많이 집어넣었나? 아지트가 통째로 끌려올 줄은 예상 못했네. "

그럼 오작동으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진거야옹~

" 참! 그리고 용선 형 오면 이동하기로 했었는데 왜? 이렇게 일찍 이동한 겁니까? "

건남은 궁금했다. 어찌 되었든 용선의 부제는 전투력하고도 상관이 있었다. 히리의 부제 또한.

" 그게. 내가 저 이동기 이용을 처음 해 봐서... 나도 모르게 그만. 끌끌끌끌... "

창기가 토끼를 따라 웃었다.

" 하하하하. 그래도 토끼님의 실수 아니었으면. 모두 죽을 수도 있었는데... 잘하셨어요. 하하하하. "

뒷걸음쳐 쥐뿐만 아니라 바퀴벌레, 꼽등이도 잡아버린 3월의 토끼였다. 이런 운빨 하고는.

" 그리고 건남. 잠깐 나 좀 볼까? "

그러고 보니, 3월의 토끼는 두 가지를 말하지 않았다. 하나는 투구에 대한, 또 하나는 상희의 폭주에 관해. 그녀는 건남과의 상의가 절실했다.

" 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

" 우선 따라오게. "

쪼르륵 창고로 향하는 3월의 토끼, 그 뒤를 건남이 따라갔다. 건남이 창고에 들어서자, 3월의 토끼가 문을 닫았다.

' 쾅. '

다짜고짜 말하는 토끼.

" 자네. 투구가 내게 있다는 거 이젠 말해야 하지 않나? "

" 슬슬 말하려 했습니다. "

" 그리고 그 투구. 너는 알고 있었지? "

" 알고 있다뇨? "

" 정말로 어디에 쓰이는지, 그러니까. 지금 수상과 발쿰이 왜 그것을 사용하는지 말이야. "

"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절대 몰랐습니다. 알고 있었으면, 연금술사님을 찾아올 리 없잖습니까. "

" 흠... 그럼 자네. 왜 필무가 자네의 형이란 걸 말하지 않았나? "

" 네? 그... 그걸 어떻게? "

" 숨길 걸 숨겨야지! "

건남은 아리송했다. 필무가 왜? 자신의 형이란 것이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 필무형을 아십니까? "

" 허~ 참나. 정말 모르는 건가? "

" 아무튼, 고의로 말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이 사건과는 연관도 없을뿐더러... 오래전에 죽은 사람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었... "

" 아니야! 이 사람아! 그 필무라는 사람. 그래 너의 형. 그가 하려고 했던 게 뭔지 아나? "

" 네? "

" 그건 말이지... 휴~ "

3월의 토끼의 진지한 눈.

그녀가 이렇게 흥분해 있는 건 처음 본다아옹~

들숨을 마시는 3월의 토끼. 진정제인 당근이 들려있었다. 언제 챙긴거냐옹~

" 아작. 필무가 자네의 형이었는데, 어찌 모르고 있을꼬...쯧쯧쯧. 아작. "

오물오물.

" 자네의 형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나? "

" 네? "

뒷덜미를 긁적이는 건남이었다.

" 형은 어려서부터 정부와 일했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말이죠. "

" 그러니까 그 조직이 어딘지 모르고 있었단 이야기냐고? "

" 정보부라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

" 허허... 이 사람. 정말 모르고 있네. "

" 아닙니까? "

" 엉. 아니야. 그 필무는 비밀 프로젝트 전담반이었지. "

" 네? 그건 또 어떻게 아십니까? "

"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떠한 프로젝트 관련 사항을 진행하는 정부조직이 있었지. 중요한 건 그 안에 필무라는 사람이 속해 있었고. "

" 위험한 프로젝트였나요? "

" 몰라. 다만, 그 일 때문에 약간 도운 적이 있어. 그때가 아마도. 이곳 0구역에 온 이유이기도 했고. 그래서 페이킨을 만나게 되었지. 요하튼, 그건 새로운 생명체에 관한 확인이었는데..."

" 새로운 생명체? "

" 그래, 윤의 자손이라 말하는 그 인물. "

" 상희요? "

" 그럴 거야. 내 추측으로는... 그때의 상희는 사실... 윤의 자손이 아니었어. "

" 네!! "

뜨헉. 건남이 놀랄 만도 하지, 여태껏 행성의 하나뿐인 윤의 자손이라 알고 있었다. 근데, 아니라고! 이 무슨 개떡 같은 소리냐아옹~

" 엄연히 말해서 새로운 생명체였어. 내가 보고 받은 것으론. "

" 그...그게 가능하다는 것입니까? 그럼 외계인이라는..! "

"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게 아니야. "

" 그럼요? "

" 음. 그때는 내 일에만 집중하느라 별생각이 없었거든. 어찌 보면 윤의 자손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지만, 엄연히 달랐지. "

" 아! 뭐에요. 도대체? "

" 그 비밀 정부 조직은 윤의 시체를 보관하는 조직이었거든... "

" 네? 이게 무슨 말입니까? 윤의 시체요? 그걸 보관하고 있다고요? "

건남이가 많이 놀랄만 하지...

그럼. 그럼. 윤의 시체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인데.

" 그래. 그것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야. 아작! "

" 시체는 폴턴 정부 이전에 화장시키지 않았나요. 전 수상 라시노랭이 군중들 앞에서 직접 윤의 시체를 태웠다고 학교에서도 배운다고요. "

" 쯧쯧쯧. 역시 왜곡된 역사 공부의 피해는 이리 무섭다니까. "

" 왜곡이라니요. 그럼 정부가 다 거짓으로... "

" 맞아. 거짓으로. 아작! 우린 잘못된 교육을 받았고. 그걸 믿고 살았지.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지금의 거짓 역사가 진실로 변하게 되어있어. 요하튼, 라시노랭이 화장시킨 윤은 가짜였어. "

" 허~ 이거이거 어디까지가 사실인 건지? "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다듬지 못하는 건남이었다. 창고 한쪽에 놓인 탁자에 주저앉았다.

" 그렇다면. 상희의 존재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제스의 피가 흐른다는 것. 윤의 자손이 아니라는 것. 그냥 땅에서 배양되어 나온 인간이라는 것입니까? "

" 그래서 페이킨에게 온 거 아닌가?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

" 그분이 알고 있다는 것입니까? "

" 엉! 분명 알고 있을 거야. 윤을 죽이고 나서 마지막까지 그 윤을 챙겼던 사람이었으니까. 아작! "

" 꼭. 만나야겠군요. "

" 그래. 그리고 필무가 행했던 일이 이 사건과 분명 연관이 있을 거라고. 그런 일을 맡아 하던 부서에 있었던 필무였으니 말이야. 난 그래서 자네가 알고 있는지 알았다고. 아작. "

" 염려마세요. 처음듣는 이야기입니다. "

" 끌끌끌끌... 그리고 또 하나. 상희가 있어서 말은 못 했는데. 상희가 폭주했었어. "

" 네? 폭주! 그때 토끼님이 말씀하신? "

" 그렇다네. 우리 깡그리 죽을 뻔. 이동기 아니었음. 이렇게 대화하는 것도 힘들었겠군. 아무래도 그 성우의 후배가 뿌린 약품 때문인 것 같거든. 분명 상희의 폭주에 도화선이 되었던 것 같던데... 제스의 피로 만든 약품인가? 그래도 그 추측이 제일 들어맞으니. "

고심하는 눈빛에 3월의 토끼였다.

" 상희의 폭주가 그리 위험했습니까? "

" 뭐... 거의... 옛 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그러니 윤의 자손이라는 루머가 아무렇지 않게 퍼져나갔겠지. 그것도 고위층 일부만 아는 사실을..."

" 아~ "

건남은 3월의 토끼가 전해준 목걸이와 팔찌를 힙쌕에서 꺼내었다.

" 이 물건이 상희를 억제시킬 수 있다 하셨죠. "

" 그래. 이젠 그것을 착용하고 다니게. 꼭! 언제 어디서 상희가 변할지 모르니 말이야. 근데... 이걸 상희에게 말해야 하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게 더 편할까? "

건남은 질색한다.

" 아니요. 절대 말하지 마세요. 투구 이야기만, 제가 전할게요. 괜스레 이야기했다가 폭주하기 전에 눈 뒤집힐 놈입니다. "

" 그런가? 그래도 알고 있는 게. "

" 아니요. 모르는 게 약이에요. 절 믿으세요. "

아닐 텐데... 3월의 토끼! 그냥 소신껏 가라냐아옹~ 그놈 말 들어서 좋을 거 하나 없다아옹~

" 알았어. 내 말 하지 않겠네. 다만, 그 목걸이와 팔찌가 빛이 날 경우 꼭! 그것으로 상희를 가두게나. "

" 네. "

건남은 끄덕였다.

" 아차. 그럼, 연금술사님도 상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모른다는 말씀이죠? "

" 그래. 하지만 이거 하나는 장담하지. 윤의 몸속에서 태어난 생명은 아니라는 것! "

" 하~ "

' 똑. 똑. 똑. '

건남이 길게 한숨을 쉴 때, 노크가 들렸다.

" 건남 옵. 연금술사님 더 할 이야기가 남았나요? "

" 아니. 지금 나갈 거야. "

건남이 문을 열며 나가려 했다.

" 뭔 비밀이야기를 그렇게 둘이서 하신데... "

외면하며 건남은 상황석으로 향한다. 갸우뚱거리는 상희.

" 상희야 우선 다시 제자리로 가지. "

3월의 토끼가 그런 상희의 어깨를 다독이며 밖으로 나갔다.

한편, 아지트의 밖에선 재필과 팔콘, 챈코가 서서히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누워있던 재필이 일어섰다. 커다란 콘크리트 홍당무를 등받이 삼아 쉬고 있던 팔콘과 챈코도...

아직 낌새도 느끼지 못한 라구나 식구들. 내 심히 걱정이라옹~

재필이 모래를 밟으며 움직인다. 팔콘과 챈코도 사막에 발자국을 남긴다. 셋다 향하는 곳은 너덜너덜한 아지트의 철문이었다. 재필의 손이 변신하고 있었다.

제복의 양쪽 소매가 너풀거리며 찢겨져나갔다. 팔콘은 등에 메단 커다란 양날 도끼를 두 손에 쥐었다.

터벅터벅.

음산한 발소리가 철갑의 토끼 발, 양쪽에서 들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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