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4화 〉 173­상형 (174/179)

〈 174화 〉 173­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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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상형.

두 사람이 만났다. 아지트 입구에서... 삐거덕거리는 철제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다. 재필과 팔콘, 둘 다 서로를 확인한다.

" 너는? "

재필이 놀라고,

" 아까 폭파당한 그 호송선의 주인인가? "

팔콘도 놀랐지만, 애써 담담함을 유지했다.

" 용케도 살아있군. 크크큭. "

재필은 팔콘을 알아보지만, 팔콘은 재필을 알아보지 못했다. 시범으로 둔갑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다란 양날 도끼를 꽉 쥐는 팔콘, 그에겐 의심스러운 한 명의 교도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애써 살아있었는데 이걸 어쩌나? "

팔콘은 재필을 적으로 간주했다.

" 팔콘! 네... 녀석이 왜? 이곳에 있지? "

" 말해야 하나? 정부 나부랭이에게? "

재필은 경계하지 않은 채, 얼굴에 힘을 주었다. 그의 홀로그램 가면이 노이즈 되었다. ' 지지직. 지직. ' 시범의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로 되돌아온 재필, 팔콘의 얼굴이 굳어졌다.

" 너. 너는? 재필? "

" 그래. 알아보는군. "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일면식도 없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현상금 랭킹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두 현상범. 서로를 모를 수가 없었다.

" 탈출 한 건가? "

" 탈출? 크크크큭. 뭐. 그렇게 생각해도 되겠군? 감방 안에서 자네 이야기 많이 들었네. "

" 내 이야기라니? "

" 자네도 발쿰소속 아니었나? 교도소장을 통해 소식을 듣고 있었지. 흐흐흐흐... "

팔콘의 생각이 비상하게 회전했다. 빠르게 머릴 굴려보는 그였다. ' 이 자식. 그럼 발쿰과 한배를 탔다는 건가? 소장이 내 이야기를 할 정도면. '

" 상희가 이곳에 있네. "

생각의 틈을 주지 않는 재필.

" 그거야 나도 알고 있지. 내 제물이거든. 크크큭. "

" 제물? "

" 그래. 난 그년의 머리가 필요해. "

" 투구를 찾으러 온 건 아니고? "

" 물론 그것도. 크크큭. "

" 허. 이것 참. 나와 네게 지령을 동시에 내린 건가? 그 NG라는 사람이. "

" 아마도 그럴 거야... "

팔콘의 말처럼 정말 그랬다. 둘 모두에게 지령을 내린 건 NG였다. 23구역의 구역장. 구역장은 팔콘이 배신할 거란 걸 이전부터 느끼고 있었기에, 재필에게도 지령을 보냈다.

발쿰 소속으로 내려진 처음 내려받은 명령이었다.

" 그럼 우리 여기서 손을 잡아야 하나? "

다만 재필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팔콘이 상희와 투구를 발쿰에게 넘기지 않고 자신이 날름하려는 사실을...

" 그래야겠지... 이놈들 실력이 의외로 강하거든. 거기다. 보안국 녀석들까지 우르르 몰려왔어. 크크크. "

" 그래! 232 사냥꾼이 우리가 오는 걸 알았다는 건가? 보안국이 끼어든 걸 보면. "

" 그게. 좀 복잡하더군. 자네가 처박혀 있을 때, 수비대가 이곳을 공격한 걸 보면. 그들도 우리와 목적이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 "

" 뭐? 크크큭. 정부도 투구가 필요하다는 건가? "

" 그럴 거야! 아마도. 두 권력 집단이 필요로 하는 건 투구니까. "

" 크크크큭. 아무튼 장비를 철저히 챙겨오길 잘했어. 이놈들 기절해 있을 때 쉽게 일을 처리하려 했더만, 변수가 있을 줄이야. "

" 흠~ 아무튼, 이곳을 아작내러 가야 같군. 자네가 도와주면 좀 더 수월하겠지. "

" 어차피 너와 난 한배를 탄 것 같은데 그래야 하지 않겠나. "

이런, 두 사람이 의외로 말이 잘 통한다. 현상범끼리 느끼는 끈끈한 정인가? 하지만, 두 사람의 속내는 동상이몽이었다.

' 재필. 잘됐군. 혼자 상대하기 버거웠는데. 투구와 상희를 얻으면 그때 처리하면 되겠지. 크크크. ' 팔콘의 속마음이었다.

' 이놈들을 혼자 어떻게 처리하나 고민이었는데. 팔콘을 이용하면 되겠군. 상희와 투구는 내가 차지하고 말이지. 여차하면 내가 먼저 뒤통수치고 말이야. 크크크큭.'

재필의 생각이었다. 두 놈팡이는 잠정적 아군과 동시에 적군의 사이.

에라이~ 교활한 것들...

" 그럼 쓸러 가 볼까? "

" 오랜만에 몸 좀 풀겠군. "

두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는 챈코는 기가 막혔다. 분명 그는, 팔콘과 재필의 속마음을 읽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세 사람은 이제 공동체. 묵직한 발걸음이 철문 안으로 향했다.

­ 라구나 함정 안 ­

각자 자리에 위치한 대원들에게 건남이 말했다.

" 형님들! 얘들아! 주목! "

무언가 산만했던 그들이 건남을 주시했다.

" 이제 말할 때가 된 것 같아서. "

수군수군.

" 있잖아! 투구. "

웅성웅성.

" 그 투구 우리가 가지고 있어? "

상희가 째리고, 다해가 '빽' 소리치고, 현석이 고개를 흔들고, 창기가 맥주를 먹다 흘리고, 라리가 찍찍거린다.

명치대인만 쿨하다. 아니, 춤추고 있다. 심각함을 알 턱이 있나?

" 삼춘! 그걸 왜 이제 말해! 그럼 그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는 거잖아욧! "

" 대해야. 그건 아니야. 투구를 훔쳤다는 건, 그들이 몰라야 해. 열차에 옮겨 싣지도 않았거든. 처음부터 연금술사 아지트에 있었어. "

" 뭐시라? "

" 난감하네! "

" 건남아 왜 그런 거니? "

" 우선은 말하지 않은 건, 정말 죄송해요. 다만, 그 덕에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 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게 확실해졌으니까요. "

" 그럼 일부러 빼돌린 거야? 이 옵 안 되겠네. 그런 위험한 짓을 왜 하고 그러는 거야! 차차 현상금도 못 받고, 괜스레 누명만 쓰고! 꼭 그래야 했어? 그래야 했냐고!! "

" 미안하다 상희야... "

" 옵은 맨날 저지르고 미안이래! 으구. 이 화상아!! "

" 다. 너를 위해서야. "

" 뭐가 또 난데! "

" 정부에서 널 노리고 있었어. 널 잡으려 했다고! 그 함길이란 검사가 그래서 다가왔던 거고, 차차를 미끼로... 차차를 잡아 그에게 넘기고 나서부터 그가 움직이려 했다고. 아마도 내가 투구를 훔치지 않았어도. 그가 네게 누명을 씌웠을 거야. "

" 무슨 근거로? "

" 화면을 봐죠. "

건남은 그렇게 말하고 홈시어터를 가동했다. 훔쳐 온 물건 잘 써먹는다아옹~

어두워진 함정 안. 모든 벽면이 스크린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화면 안에, 기록지 하나가 덩그러니 공중에 떠 있었다.

" 이건 정부의 기밀 파일이야. 여기 상희 너에 대한 관련 사항이 쓰여 있어. "

창기가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 오~ 이것 봐라. 건남아. 너 대단한데. 이건 어디서 구해왔냐... "

" 이런. 이 상형문자는 고대어. 찍찍. "

" 라리가 말한 것처럼. 이 고대문서에 의미를 파악하면, 정부는 상희를 잡아야 할 것입니다. "

" 형님. 이거 무슨 말인지 해석이 가능해요? "

현석이 물었다. 건남은 그 물음에 검지로 관자놀이를 툭 친다.

" 어. 난 해석할 수 있어. 명택 스승이 머릿속에 있는 한. "

당최 뭐라 쓰여 있길래 이 야단법석이냐옹~

화면속 기록지에 이상한 상형문자. 한자의 예서체인가? 전서인가? 아무튼 비슷해 보였다. 기록지 안의 글씨는 매우 빼곡하다. 이런 글을 건남이 해석한다고? 정확하게는 프로그램 명택이 할 것이지만, 그래도 신기해 보인다. 관자놀이를 누른 건남. 그가 입을 열었다.

" 이 언어는 기원전 언어야. 행성이 국가로 나누어져 있을 때 쓰인 언어인데. 황색민족이 사용했던. 그보다 중요한 건, 기록한 시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던 것 같아. 불과 10년 안짝. "

그럼 누군가 암호로 사용했다는 것인가? 이 파일은 buzz의 우현이가 보내온 파일이었다. 콜라택에게 뻥쳐서 얻었던 그 문서.

" 상희의 이름은 'F­5'로 표기되어 있어. "

" 넵? 그게 무슨 소리에욧? "

" 여기에 'F­1'서부터 'F­7'까지에 대한 기록이 있거든, 다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나누었는지는 몰라. 이게 'F­1'이야. "

건남이 페이지를 넘기자, 'F­1'의 사진이 나타났다. 제스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 'F­2'의 이미지가 화면에 자리 잡았다. 제스의 형상이 비율적으로 더 많은 외형. 다만 얼굴 부위는 사람 같았다. 그렇게 화면은 'F­3'의 이미지로 변했다.

반인 반제스.

팔과 다리는 제스의 것이었다. 그러나 몸은 사람이었다. 가슴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성인 것 같았다. 얼굴의 외형도, 완성이 덜 된 것 같지만, 여성의 형상이었다.

" 이... 이게 뭐지? "

성우가 더듬으며 말했다.

" 이건, 제스가 인간으로 변하는 순서 같아요. 찍찍. "

" 제스가 인간으로 변하다니? "

궁금할 수 밖에. '이런 일이 가능키나 한 걸까?' 하는 표정의 성우였다. 그 옆의 준도, 창기도... 모든 대원이 성우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 여기서부터가 중요해요. 집중해 주세요. "

건남아! 네가 집중하지 말라 해도, 다들 화면으로 들어갈 필이다아옹~

네 번째 이미지, 'F­4'가 등장했다.

" 저건! "

입을 벌리는 성우.

일어서는 준.

벌린 입을 막는 다해였다.

그제야 춤을 멈춘 명치대인이 상희와 화면을 번갈아 봤다.

" 누님이 왜 저기 있대? "

그랬다. 상희의 얼굴을 한 제스였다. 완전한 인간의 형상이었지만, 팔과 다리의 피부는 제스의 것이었다.

" 오우~ 염병! 옵! 이게 도대체 뭐야! "

황당하겠지, 자신의 모습이 괴물로 보이니 말이다.

" 상희야 마지막까지 확인하고 말할께... "

건남은 'F­5' 화면을 띄운다. 상희의 모습이었다. 아직 덜 자란 상희의 어릴 적 모습.

건남은 'F­6'과 'F­7'의 모습을 화면에 이동시겼다. 그 둘은 상희가 아니었다. 날개가 달린 두 개의 이미지. 차이가 있다면...

하나는 제스, 하나는 사람이었다.

" 아놔! 짜증 나네? 이것이 뭔디? 내가 정부에게 끌려가야 하는 거냐고? 그들이 날 왜 찾냐고? "

헛기침을 하는 건남. 그리곤 말했다.

" 'F­5'가 사라졌다고 쓰여있어. 이 문서엔. 그리고 '천상의 대지'에 필요한 힘을 얻기 위해선 'F­5' 혈액이 필요하다고 쓰여 있고. 그것이 없다면, 대체할 수 있는 제스의 양이 터무니없이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

눈에 지진이 난 것 같았다. 상희의 눈이 말이다.

" 뭐? 날? 내가 뭐라고? "

상희는 자신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이제껏 잘 모르고 살았다. 그냥, 윤의 자손 정도로 인식했었다. 그게 문제였다. 윤이라는 존재가 그냥 뜨뜻미지근한 인물로밖에 생각 안 했으니...

아무튼, 빡치고 있는 상희였다.

" 이것들이 뭔데, 지들 맘대로 사람의 피가 필요하다니, 어쨌다니 지껄이고 있어! "

" 아마도 상희야. 그 함길 검사는 네가 필요했을 거야. 투구도 물론 지켜야 했겠지. "

" 허어! 상희 누님 제스임? "

땡글 해진 눈. 명치대인이 놀라며 물었다.

" 상희가 제스라고? "

소란스러운 라구나. 그럼 상희가 제스라는 것에 놀라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지.

" 아니야. 제스가. 상희는 정부에서 연구한 시험체인 것 같아. "

힘이 풀리는 라구나 대원들. '어찌 이런 일이'하는 표정으로 넋을 놓고 있었다.

" 상희가 제스이건, 사람이건 상관없이 중요한 사항은 정부에서 냄새나는 일을 준비한다는 거에요. 그렇죠? "

3월의 토끼를 바라보았다.

" 어. 자세한 설명이 없는 문서라 생각해 보는데. '천상의 대지'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투구를 놓고 발쿰과 정부는 싸우고 있는 것 같군. 흠. 그리고 그 함길이라는 자는, 상희가 살아 있는 걸 확인하고 상희를 잡으려 했던 것. 아마도 수상의 비밀요원 정도 되는 것 같아. "

내 참. 차차를 잡아서 현상금 타 먹으려 했다가 이상한 데서 꼬이다니. 이런 어처구니가... 상희도 분명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 시부럴... 그럼. 우린 어찌해야 되남요? 그 수상과 발쿰이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민다는 건감요? 아놔~ 미쳐블. "

특별히 상희의 푸념에 답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상희와 같은 생각일 테니 말이다.

" 상희! "

3월의 토끼가 급작스럽게 웃으며 상희를 불렀다.

" 왜요? 토끼님. "

" 이건. 기억하고 있어. 당신은 이 행성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이 행성을 살리는 열쇠라고나 할까? 난, 사실 상희, 너의 비밀을 조금 알고 있지. 곧 그 비밀이 풀릴 거야. 페이킨을 만나면... 그땐, 나도 자네에게 이 비밀을 풀지. 속 시원하게... "

상희가 생각에 잠긴다. 대체, 자신의 존재가 이리 무게감 있는 것이었던가? 난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범인이나 잡고, 술이나 파는 그런... 그 생각의 범주가 자꾸 퍼져나갈 때였다.

라구나 안에 비상등이 켜진 건. 녹색 빛이 점멸한다. 그리고 비상음이 들렸다. 아리의 음성.

­ 라구...

' 펑! 콰광!! ' ' 위잉, 위잉, '

­ 이런 미처 말하기도 전에 공격당했네요. 누군가 포탄을 사용하였습니다. 자동 실드로 막았네요. 세 사람이 잡히는군요. 영상 확인하세요.

' 펑! 콰광!! '

또다시 들리는 폭음. 라구나가 흔들렸다.

" 뭐지? "

건남은 지휘석 모니터로 밖을 확인했다.

" 이런! 이 사람이 왜?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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