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6화 〉 175연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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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연막.
모든 대원이 장비를 챙겼다.
상희가 커다란 반쪽가위 같은 단도와 바리깡을 두 손에 잡았다.
" 재필. 이 자식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
건남은 실드를 가동하며 힙쌕에 손을 넣었다.
" 침착해. "
명치대인이 일본도를 오른손에, 무쇠 주먹을 왼손에 장착한다.
" 이것들 무슨 깡다구라요. 둘이서 우리를 감당이나 할 수 있으려나. 그냥 먼저 후려칩시다. 형님! "
다해가 몸집의 두 배 만한 바주카포를 둘러맸다.
" 제가 비상구로 나갈 까욧? 삼춘? "
건남이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유유히 술 창고로 사라지는 다해.
성우는 재킷을 풀며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뽑아 들었고, 준은 막대를 야구 방망이로 변형시켰다.
" 건남아! 명치대인 말대로 우리가 선수 칠까! 인원수로 절대 꿀리지 않잖아. "
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풀었다.
" 형. 그때... 열차 안에서 챈코도 있었어요. 히리 아니었으면 저희 몰살당할 뻔했잖아요. 챈코의 위치를 파악해야 해요. "
" 형. 그 녀석 찾기 전에 라구나가 먼저 조각날 것 같은데... "
현석은 자신의 매그넘 방아쇠에 손가락을 끼어 돌리며, 천장을 지시했다.
' 쾅. '
팔콘의 도끼질이 계속 이어졌다.
" 아놔 미쳐블! 라구나 수리비 왕창 나오겠다고. 이런 썅! "
" 창기 형! 아직이에요? "
창기는 모니터 화면으로 밖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지트 정박장을 구석구석 살피는 그가 타자기를 멈추며 소리쳤다.
" 찾았어! 그 챈코인가 슬로바키아인가 하는 놈. "
그의 화면에 보이는 챈코가 아지트 정박장이 아닌 복도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아마도 숨어서 자신의 능력을 쓰려 하겠지...
" 어디에요? "
" 복도 출입구에서 대기하는 것 같은데... "
" 알았어요. "
건남은 다해에게 교신한다.
" 다해야 밖이니? "
넵. 건남 삼춘.
" 복도 입구에 챈코가 있을 거야. 엄호해줘.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
넵. 3분 뒤 저격하겠습니다.
" 좋아. "
근데 어떻게 걸리지 않고 이동하냐 말이다아옹~
비상문은 라구나 후미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라구나는 정박장 중앙에 있었기에 걸리지 않고 자릴 잡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다해는, 이번 생일. 승규가 선물해 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주카포에 장착한 투명화 기능. 개인 고스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완전한 투명 인간이 되지는 않았지만, 움직임을 천천히 하면 걸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을 터.
승규 할부금이 걱정 된다옹~
아무튼, 다해는 기능을 활성화시켜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바꾸었다.
슬금슬금.
동작을 크게 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면 투명막의 잔상이 생기기에... 아무튼, 최대한 챈코가 위치한 곳에서 멀리 떨어지는 다해였다.
건남은 준비한다.
" 준형과 창기형, 명치대인이 여기서 팔콘을 맡아요. 상희와 저, 그리고 현석이 재필을 상대할게요. "
라리가 지휘석 테이블에서 건남에게 말했다.
" 저는요? "
" 너? 너의 술사 능력이 이들에게는 먹히지 않을 텐데. 어디 숨어있어. "
" 아~ 이 아저씨 큰일 날 소릴. 숨어 있다니요. 저도 도울게요. "
그렇게 말하고 창기를 불렀다.
" 창기 오빠! 나 좀 윗주머니에 넣어 줘! "
" 알았다. 알았어. "
창기는 컬컬한 목소리로 라리를 들어 자신의 재킷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 라리야.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도망쳐. 알았지. "
" 알겠어요. 찍찍. "
그러고 보니 3월 토끼가 안 보였다.
" 연금술사님은 그새 어디를? "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그녀. 성우가 주위를 둘러봤다. 말이라도 하고 사라지지. 여기 숨을 때가 어디 있다고.
" 토끼님은 내가 숨어 계시라고 했어. "
헉! 숨을 때가 있나 보다. 어디다 숨겼냐아옹~
" 귀중한 분이니 몸 사리셔야지. 아무튼 상희야. 가자! 어? "
건남의 눈에 상희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현석이 어깨를 툭 치며,
" 상희씨 이미 나갔습니다. 아주 빠르던데요. "
그렇게 말하곤 자신도 밖으로 향한다. 유리문을 열고 나가는 현석, 그 뒤를 건남이 허겁지겁 따라갔다.
" 아이참. 급하긴. "
유리문을 열고 나간 건남이 나선형 계단을 뛰어내려가려는 찰나, 멈춰 선 상희와 현석이 보였다.
" 뭐해? 가자! 엇? "
건남의 눈엔 탈출한 판타스틱 넷과 토미스, 팽이 들어왔다.
" 아놔! 이봐요들. 어떻게 여길 빠져나왔음요? "
상희가 탈출한 그들과 대화 중이었다.
" 당신이 상희인가요? "
마텔이 물었다.
" 그렇슴요. 댁들 보안국에서 나왔다고 들었는데... 지금 상황이 당신들과 이러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 길 좀 터주시죠. "
" 지금. 무슨 상황인지는 관심 없어요. 호호. 보안국에서 나왔다는 걸 알고 있으면. 순순히 저희를 따르시죠. 상희씨. 투구 어디있죠? "
" 아놔! 미쳐블. 지금 투구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요! 밖에 재필하고 팔콘이... "
' 퍼벙. 펑! '
상희가 상기된 얼굴로 말할 때, 3분이 지났나 보다. 다해가 바주카포를 날렸다.
" 이런! 늦었어! "
건남은 계단을 빠르게 내려왔다. 그 뒤를 이어 상희와 현석도...
" 미안하지만, 비켜 주셔야겠어요! "
폭음에 당황한 판타스틱 넷과 토미스, 팽. 그런 그들의 머리위에 다트핀을 던지는 건남이었다.
" 얘들아 뛰어! "
순간, ' 팡! ' 다트핀이 터지며, 연막이 분사했다.
" 이런... "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 건남과 상희, 현석은 라구나를 빠져나왔다. 연막에 섞인 최루 성분의 물질. 연신 기침을 토해내는 토미스 일행이었다.
" 콜록, 콜록. 이게 뭐예요. "
" 에취! 마텔님. 우선 232사냥꾼의 말처럼 여기 재필이 있는 건 확실해요. 우선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
" 컬럭. 컬럭. 토미스! 우리 상희 잡으러 온 거잖아. 근데 뭘 도와. 잡아야지. "
정수리의 복수를 하고 싶은 건가? 비협조적인 팽이였다.
" 팽. 그리고 마텔님. 우선, 제가 아는 저 건남이라는 인물을 도와주십시오. 팔콘과 재필이 있다면 그 녀석들 먼저 제압하고 건남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
" 왜죠? "
" 어차피 재필이나 팔콘이 저희를 보면 가만있겠습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저들을 도와 신임을 얻는 게 타협하기에도 쉬울 것입니다. "
" 콜록. 콜록. 음... 어차피 타협이란 건 없을 거예요. 힘으로 제압하면 되니까요. 그래도... 토미스님의 의견을 따르는 게 현명해 보이네요. "
마텔이 점점 사그라지는 연막을 손으로 휘저었다. 팽은 기침하다가 토미스를 보며 멍하게 말했다.
" 그... 그럼. 내가 팔콘과 한판 붙는 거요. "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토마스였다.
그들이 그러고 있을때,
다해는 바주카포의 방아쇠를 당겼다. 무릎쏴 자세였다.
' 피융. 펑! '
포신에 피어나는 연기구름. 스코프에 왼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집중하며 챈코에게 한 발. 그녀는 반동에 의해 몸이 움직였다. 투명막이 요동치며 잔상을 남긴다.
" 잘 가라고 친구. "
챈코에게 날아가는 포탄.
도끼로 라구나를 패던 팔콘, 포탄의 궤적에 따라 시선이 따라간다. 라구나를 조준하고 있던 재필도 고개를 챈코가 있는 곳으로 돌렸다. 챈코는 포의 추진 음을 들으며,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무기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 뭐야! 이건? 어디서... "
자신이 저격당한 걸 눈치챈 건가? 긴박한 순간, 코앞까지 빨려든 포탄을 향해 손을 뻗었다.
" 으압! "
인상을 찡그리며 기를 발현한다. 챈코의 슬로우가 포탄에 닿았다. 엄청나게 빨랐던 포탄은 동상이 된 듯, 챈코의 앞에서 멈춰 섰다. 정확하게는 매우 느리게 날아가는 것이었다. 누구라도 피할 수 있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포탄의 속도를 슬로우로 잠재우며 챈코는 그것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 누구냐! "
하지만, 발사된 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다해의 투명화.
발사 예측 지점을 눈으로 확인하는 챈코, 그러나 그의 눈에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 어디서 쏜 거지... "
혼잣말을 하며 포탄을 피했다. 그리고 슬로우를 풀었다. 포탄은 슬로우가 풀림과 동시에 복도를 타고 끝까지 날아간다. 저곳은? 행성 보물인 이동기가 있는 곳인데... 아까워서 어쩌나?
' 콰광쾅. 펑! '
포탄이 터지며 후폭풍이 복도를 타고 몰아쳤다. 그 폭풍에 챈코의 단발머리가 휘날린다. 꽤 거리가 있었는데... 저거 맞았음 뼈도 못 추스릴 각이다.
하기야, 다해의 바주카포 위력은 중형함정을 산산이 부서뜨리는 정도였다. 3월의 토끼 작업장이 뻥 뚫렸다. 부서진 벽으로 사막이 보인다. 이동기는 보이지도 않았다. 잠깐! 저기에 제스의 피도 있지 않았던가? 얼마가 사라진 건가? 연금술사 3월의 토끼가 보험은 들어 놓았으려나? 아무튼, 아지트가 흔들렸다. 건물 기둥이 하나 사라졌기에...
챈코는 계속 두리번거렸다. 자신에게 저격포를 선사한 다해를 찾고 있었다. 물론, 재필과 팔콘도 발사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발사되며 흘러나온 연기도 사라진 시점이었다. 투명화된 다해는 그들의 행동을 예측이라도 한 듯, 매우 천천히 자리를 이동했다.
사뿐사뿐, 어그적 어그적, 슬금슬금.
" 아이참. 건남 삼춘은 왜 나타나지도 않아. "
매우 조용히 읊조리며 거북이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그녀였다. 그때, 라구나의 엔진룸이 열렸다. 바리깡과 단도를 든 상희가 고함쳤다.
" 야! 재필! 너 디졌어! 어디서 내 라구나에 흠집을... 이야얍! "
저격 위치를 살피던 재필이 상희에게 고개를 돌렸다. 자신에게로 기합을 넣으며 뛰어오는 상희가 동공에 비친다.
" 크... 오랜만이군... 어디 즐겨볼까. 죽어라! "
' 펑! '
기마자세로 재빨리 돌아온 재필은 인체 인식 무기를 한 발 날린다.
' 피유웅~ '
상희는 눈을 똑바로 뜨며 바리깡을 앞으로 뻗었다. 스위치 전원을 올린다.
' 윙. '
방패로 변하는 바리깡. 관처럼 생긴 육각형의 방패였다. 그 방패를 들고 사정없이 뛰어드는 상희.
' 퍼벙! 쾅! '
인체 인식 무기는 방패에 정확히 꽂혔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화염, 화염 뒤 발생한 자욱한 연기가 정박장에 뿌려졌다. 이 무기를 방패로 막으려는 상희. 넌 정말 미친 거다. 실드를 뽀개버리는, 중형함정을 날려버리는 그런 화기였다. 아마도 충격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갔을 텐데... 용가리 통뼈도 아니고... 잘 가라 상희. 흑흑흑.
그러나, 연기가 거치고 상희의 인영이 뿌옇게 재필의 눈으로 들어왔다.
" 허. 살았나... "
재필의 앞으로 더욱 가까워진 상희였다. 재필은 다시 한번 상희를 겨냥한다.
' 퍼벙! 쾅 '
폭탄 바람이 휘몰아친다. 자신의 포탄이 파편이 되어 돌아온다. 그 바람과 파편, 그리고 화염에 의해 재필의 머리카락이 날린다. 찢어진 교도관 정복이 파편의 흩날림에 더욱 흠집이 난다.
이 정도 거리면, 아무리 상희가 방패를 들었다 한들 최소 기절 각이다. 뿌연 연기가 또다시 아지트에 뿜어졌다. 안개가 사라지듯 연기가 흩어진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상희.
재필의 정면이다. 재필의 코 앞이다. 정확하게, 1m 앞까지 도착한 그녀.
" 이 자슥!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이야압! "
단도를, 재필의 멱을 향해 휘두른다. 사선으로...
기마자세를 푼 재필이 뒤로 일 보 후퇴하며 그 공격을 피했다.
" 앙칼진 년! 내가 이날을 얼마나 고대했다고. "
" 엿이나 드셔! "
상희는 왼손에 들려있는 방패. 그 방패를 변형시키기 위해 버튼을 누른다. 사람 크기의 관 모양. 그 방패가 둥글게 변했다. 그리고 축소되었다. 몸통만큼. 그것으로 재필의 턱을 노리며 올려 친다.
" 느려 터진 년. "
허리를 뒤로 빼며 피하는 재필. 올려 친 방패의 회전력을 이용하여 오른발 돌려차기를 시도하는 상희. 그러나, 먹히지 않았다. 재필, 이 자식 다람쥐 고기라도 쳐묵었나? 날렵하게 피하는 그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은 매우 많았다. 우선, 뒤따라 나온 건남과 현석.
건남은 다트 날개를 쥐었고, 현석은 매그넘을 꺼내 들었다. 둘 다 재필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리고 챈코. 두 발의 포성으로 인해 재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상희에게로 손을 뻗으려 했다. 슬로우를 걸려는 의도겠지.
그리고 양날 도끼를 들고 있는 팔콘. 즐거운 표정이었다. 마치 먹있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그는 양날 도끼의 손잡이를 더욱더 거세게 움켜잡았다.
챈코가 손을 뻗는다.
건남이 교신을 하며,
" 다해야! 챈코!! 상희를 엄호해! "
다트핀을 있는 힘껏 재필에게로 던진다.
' 탕. 탕. 탕. '
현석의 3연속 연사. 총구에서 작은 연기가 휘날린다. 다트핀과 총알이 재필에게로 향했다.
팔콘이 도끼질을 멈추고 라구나 천장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거북이걸음으로 이동한 다해가 삐거덕거리는 철문에서 은신 사격을 감행했다.
조준.
스코프 안으로 손을 뻗은 챈코가 자리 잡았다.
발사.
' 펑! '
포격음.
팔콘이 그 소릴, 이번엔 놓치지 않았다. 뛰어내리며 발사 지점을 본능적으로 확인했다. 고스트로 투명한 다해의 잔영이 그의 눈에 잡혔다.
' 쿵! '
그가 바닥에 발을 디딘다. 그리고 허리 반동을 이용해, 거대한 양날 도끼를 잔영이 흔들리는 곳으로 힘껏 던졌다.
다해에게로 회전하며 날아가는 양날 도끼. 무게로 인해 가속도가 붙어가는 느낌이었다.
다해! 얼른. 어... 언능 피하라아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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