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7화 〉 176주먹
* * *
103화. 주먹.
' 훅. 훅. 훅... '
묵직한 도끼가 다해에게로 날아온다.
" 끼약!! "
소름 돋는 비명을 내지르는 다해. 소리지를 시간에 째라옹~
그때였다. 불길이 도끼를 따라간 건. 불도깨비인가? 붉은 화염 덩어리가 도끼의 속도보다 빠르게 다해에게로 다가왔다. 그 불꽃이 다해의 앞에서 사람으로 변하며 몸을 날렸다.
판타스틱 넷의 화이어였다.
' 쾅! '
너덜거리는 철문을 뚫고 나간 팔콘의 도끼. 화이어는 다해와 뒹굴며 바닥에 누웠다.
" 아가씨 괜찮나? "
" 아저씨. 눈에 불꽃이... "
화이어는 몸을 인간으로 모두 변신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위급했었나 보다. 아무튼 둘은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팔콘의 뒤에 서 있는 마텔.
" 이런. 이런 곳에서 역대급 범죄자와 마주칠 줄이야... 호호호... "
마텔의 음성에 모두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해의 포탄을 슬로우 시키며 흘려보내고, 그녀를 바라보는 챈코. 포탄은 통제실로 날아가 폭파한다.
' 펑! 과쾅! '
현석의 총성으로 인해, 건남의 다트핀이 날아오는 걸 확인한 재필은 액체 실드를 가동했다. 그리곤 상희와 거리를 벌렸다. 총알이 액체 실드에 부딪힌다. 다트핀이 그 뒤를 이어 재필의 인중으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스르륵 녹아내리는 총알과 다트핀. 액체 실드의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런 재필이 상희를 경계하며, 마텔이 있는 곳을 힐끗거렸다. 상희도 마찬가지였다. 뒤로 물러난 재필을 경계하며, 마텔의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
암묵적 휴전.
합을 주고받던 상희와 재필이 잠시 멈춰 섰다. 팔콘은 스스럼없이 등을 돌려 마텔을 야렸고, 건남과 현석도 고개를 돌려 마텔을 확인했다.
얼마만의 고요인가? 들썩거렸던 아지트가 잠시 적막에 싸였다. 그 적막을 깨는 건, 팔콘이었다.
" 흠. 보안국에서 이곳엔 어연 일로 출두했나? "
" 생각보다 말투가 매력 있군요. 팔콘씨. "
오. 마텔의 저 차분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래도 팔콘의 명성에 기가 죽을만 한데, 쫄지 않았다.
" 그대도 투구가 목적인가? "
무표정의 팔콘이 묵직하게 물었다.
" 글쎄요. 우리의 목적은 어쩜 당신일 수도 있겠네요. 우선 현상범. 그리고 수상에게 반동하는 행위가 포착되었거든요. 순순히 법의 심판을 받으시죠. "
" 훗. 법? 흐흐흐흐. 난 그딴 거 몰라. 내겐 나 자신의 집념만 간직하고 있지... 자네들도 알겠지만, 투구를 원한다면. "
상희를 향해 턱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 저. 용맹한 아가씨나 데리고 가라고... 우선 날 쓰러뜨려야겠지만... "
' 촤아악. '
바바리 가죽 코트가 들썩거렸다. 들썩거린 그 코트에서, 허리춤에 감춰둔 도끼 두 개를 꺼내든 팔콘이었다. 머리통만 한 두 개의 도끼. 양손에 하나씩 움켜잡은 팔콘. 도끼의 날카로운 칼날이 반짝거렸다.
" 하. 이 아저씨가 우릴 동네 양아치로 생각하시나... 그깟 구닥다리 무기로 보안국의 나를 능멸할 생각인가? 호호호... 덩치에 안 맞게 귀여운걸. "
마텔의 존댓말은 사라졌다. 동네 꼬마를 보듯 팔콘을 쳐다보는 그녀였다. 이게 보안국 팀장의 담인가?
" 술사라고 기고만장하는군. 크크크큭. 멱 딸 기분이 들어... 크하하하하... 받아랏! "
도끼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며 마텔에게로 뛰어드는 팔콘이었다. 그가 버튼을 누르자. 양손에 든 도끼에서 빛이 일렁거렸다. 마치 붉은 빛이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움직이는 재필.
챈코 또한 팔콘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물론, 마텔도 달려드는 팔콘을 향해 손을 뻗는다. 마텔의 오른쪽에 있던 러빗과 탱크 또한.
토미스와 팽은 엔진룸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채, 관망 모드.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러빗의 늘어난 팔이 팔콘에게로 뻗어 나간다. 탱크의 돌덩이 몸도 팔콘에게로 달려든다. 마텔의 두 손, 러빗과 탱크에게로 기를 발현한다.
러빗의 팔과 탱크의 몸에 자리 잡는 투명막.
재필은 그 사이 희번덕 웃고는 인체 인식무기를 원상태로 돌렸다. 그리고 정복 주머니 양쪽에서 네 모난 박스를 꺼내어 땅에 뿌렸다. 큐브 같은 모양새였다. 은색 철로 이루어진 빛깔이었다. 상희가 뒤로 주춤한다.
" 뭔 짓이여? "
" 구경하라고. 곧 싹 쓸어버릴 테니. "
" 됐구요. 이거나 받아! "
상희가 단도를 재필에게로 날렸다. 아무런 효능도 없을 텐데, 왜 던지노. 재필의 액체 실드가 분명 녹여버릴 것이다.
" 멍청한 년. "
재필은 날아오는 단도를 피하지 않았다.
" 아놔! 이 새끼가 말끝마다 년. 년 거리는 데... 야! 나! 2.3.2야! "
던진 단도와 함께 몸을 날리는 상희였다. 빨랐다. 그녀의 동작은. 어찌나 빨랐던가? 던진 단도가 뒤에 있었다. 순간이동이라도 한 스피드였다. 눈속임. 단도는 그냥, 하나의 시선을 끌기 위한 속임수였다.
' 팍! 우직! '
전광석화같은 방패 가격.
상희의 방패가 재필의 턱주가리를 정확히 가격했다.
고개가 심하게 돌아가며 노이즈 현상이 일어나는 재필의 얼굴, 시범이 찡그린다. 재필이 찡그린다. 두 개의 찡그린 얼굴이 몇 번 교차하며 뒤로 넘어가는 재필이었다.
" 넌. "
가격과 동시에 솟아오른 상희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주먹을 쥐었다.
" 더 맞아야 해! "
중력을 이용한 가속으로 넘어지고 있는 재필의 인중을 향해...
' 퍽. '
정확한 스트레이트.
천천히 넘어가던 재필, 4배속으로 등과 바닥이 마주쳤다.
' 쿵! '
그 위를 올라타는 상희.
마운트.
굵직한 재필의 팔을 양 정강이로 무릎 꿇으며 짓눌렀다. 빠져나갈 수도, 반격할 수도 없는 자세.
재필. 또 당할 각이다. 살살 해라 상희야아옹.
' 퍽퍽퍽퍽. '
상희의 양 주먹이 순번을 바꾸며 재필의 얼굴에 꽂히기 시작한다.
미친 듯이 내려찍는 그녀의 주먹.
얼굴이 남아나지 않을 각이다. 아직도 재필의 원한이 풀리지 않았나 보다. 감정이 분노가 되어, 그 힘은 더욱 거세게 보였다.
' 퍽. 퍽... '
그만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지칠 줄 모르는 그녀의 카운터 펀치가 벌써 몇 번이나 들어갔다. 재필은 안녕 각이다. 근데, 이 자식. 어째 표정이... 고통스럽지가 않아 보였다. 뭐지? 저 표정은? 미소인 건가? 아니면 가소롭다는...
상희가 분노의 주먹을 퍼부을 때, 팔콘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탱크와 러빗의 주먹을 피하며 쌍 도끼를 휘둘렀다. 버튼을 누른 후의 도끼는 녹색의 빛을 뿜고 있었다. 젤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끼가 출렁이는 모습이... 저 무뎌 보이는 도끼로 뭘 어쩌자는 건가? 차라리 그냥 원상태의 도끼가 더 강해 보였다.
저 쌍 도끼는 그냥 화려한 빛만 발현하는 것 같았다. 러빗의 주먹이 꺾인다. 고무처럼 늘어나는 팔로, 팔콘을 휘감으려 할 속셈이었다. 팔콘을 묶으면 탱크가 몸통 박치기로 들이밀겠지.
팔콘이 도끼를 휘둘러 그들을 베려 해도, 그들을 조각내려 해도 마텔의 방어막에 막힐 것이다. 판타스틱 넷의 실전은 이런 형태의 공격이 많았었던 것 같았다. 그럼 팔콘은 저 뒤로 나가떨어질 것이다. 묵직한 탱크의 괴력에 벽으로 밀려나면, 화이어가 불꽃으로 변해 몸을 태우면 끝.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뒤에 서 있는 건남과 현석도, 그 뒤에 숨어서 지켜보는 토미스와 팽도... 팔콘의 저 쌍 도끼가 무엇인지.
젤리처럼 흐물거리는 도끼가 팔콘을 휘감으려 하자, 팔콘은 방어막을 무시한 채 사선으로 오른쪽 팔을 휘둘렀다. 러빗의 늘어난 팔을 향해서.
' 스스슥! 샥! '
응어리진 녹색의 도끼가 고무처럼 늘어나며 잔상을 남겼다. 그리고 러빗의 팔을 그었다. 방어막이 무색했다.
" 으악! "
러빗이 고통스레 소리쳤다. 팔꿈치가 잘리며 치솟는 선혈. 팽창했던 러빗의 팔이 수축하며, 빠르게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절단된 팔.
러빗은 자신의 팔을 남은 손으로 부여잡았다.
" 러빗!! "
마텔이 고함쳤다. 더욱더 힘을 주며 손을 뻗었다. 탱크의 방어막이 번쩍였다.
그대로 돌진하는 탱크.
왼손에 들고 있는 도끼를 탱크에게 수평으로 휘두르는 팔콘. 몸통을 노렸다.
" 이야얍! "
" 죽어랏! "
두 떡대의 기합이 아지트에 울렸다.
' 스스슥. 댕강! '
" 끄아악! "
몸통 박치기를 왼쪽으로 비스듬히 피하며 날린, 팔콘의 일격.
정확하게 훑고 지나갔다.
탱크의 몸통을...
방어막과 단단했던 탱크의 몸이 두 동강 난다. 분수처럼 뿜어져 흐르는 선혈. 탱크의 두 쪽 난 몸이 철퍼덕 바닥으로 떨어졌다.
" 탱크!! "
마텔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와! 술사 두 명을 이리 간단하게 쓰러뜨린 팔콘. 당최 저 쌍 도끼는 뭔가? 마텔의 방어막은 그리 쉽게 깨지는 방패가 아니었다. 최첨단으로 만든 실드 보다, 내구도와 방어도가 뛰어났으면 뛰어났지. 그러니 러빗과 탱크가 안심하고 돌격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화근이었다. 믿었던 방어막이 헌신짝 벗겨지듯 뚫릴 줄이야.
" 말도 안 돼! "
건남은 마텔의 능력을 알고 있기에, 다른 이보다도 더욱 놀랐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겠지.
'그럼 저 도끼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두 번의 도끼질에 러빗의 팔을 자르고, 탱크의 몸을 조각낸 팔콘이 입꼬리를 올리며 마텔을 쳐다봤다. 얼굴에 난 흉터가 유난히 깊게 폐인 것 같았다.
" 이런 약해 빠진 능력으로 날 잡겠다고... 너희들의 몸을 조합해서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볼까. 흐흐흐... "
" 팔콘! 이 새끼가 내 부하를! "
분노 게이지가 맥시멈을 찍고 있는 마텔.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에 바람이 일었다. 청순했던 저 커다란 눈망울이 살기로 바뀌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건남은 프로그램 명택을 불렀다.
팔콘의 도끼가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알아야 했다. 그래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빠르게 회전하는 그의 생각. 그러나, 프로그램 명택의 로딩은 그의 절박한 심정을 더욱 애타게 했다.
한편, 난타를 재필의 얼굴에 치고 있는 상희는 무언가 느낀다.
' 이 새끼 뭐야? '
무언가 무생물을 가격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샌드백에 분노를 풀고 있는 그런 필이었다. 그녀가 주춤거린다. 그리고 재필의 얼굴을 본다. 그가 말한다.
" 끝났나? "
피 한 방울, 멍하나 없이 웃고 있는 재필이었다. 그 웃음 진 얼굴로 태연하게 말하는 그였다.
" 이런 마사지는 처음인걸. "
농락하는 말 품새. 상희가 당황하는 틈을 타,
" 약으로 조용히 끝내려 했는데... 골치 아프게 일만 커졌군. 어쨌든... 씨바! 다 죽었어!! "
그가 고함을 쳤다. 고함과 함께 온몸이 꿈틀거렸다. 몸속에 뱀이 기어가는 것 같았다. 점점 그 꿈틀거리는 것이 커졌다. 피부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더욱더 세차게 물결치는 재필의 몸이었다.
당황한 상희가 마운트 자세를 풀며 일어섰다. 경계하며 뒤로 세 보 후퇴한다.
' 뭐지! '
의아한 상희의 표정을 보며, 울퉁불퉁하게 몸이 변하는 재필도 서서히 일어섰다.
" 크흐흑... 네 년이... 제스의 피가 흐른다는 걸... 간과했군. "
" ...? "
목소리가 바뀐 재필이었다. 재필의 원래 목소리와 두꺼운 음색이 함께 들리는 느낌이었다.
" 내 액체... 방어막을 뚫고 들어오다니... 크흐흐흐... "
그러고 보니, 무엇이든 흡수해 버린 그의 방어막에 상희의 주먹은 멀쩡했다.
" 그 교도소 안에서 만든 비장의 무기였거늘... 네 년의 몸속에 있는 피의 흐름이 이것을 관통할 줄이야... 설마 했는데 말이지... 그래도 괜찮아 이쯤이야, 다른 것이 있으니... "
그랬다. 이 액체 방어막은 재필이 교도소에서 휴양하며 만들어 낸 무기였다. 제스의 피로 만든 첨단 방어막. 끈적한 액체에 빨려 들어가면, 모든 것을 흡수했다. 사람이든, 기계든... 모래처럼 으스러지며, 그 으스러진 가루를 흡입했다.
문제는... 그렇게 흡입한 모든 것이 재필의 몸에 에너지로 작용했다. 그에게 현대 무기로 공격하면 그것으로 힘을 축적하는 형태. 건남의 다트 핀과 현석의 총알도 재필에겐 재생 에너지인 셈이었다. 이 자식 죄를 뉘우치라 교도소에 보냈더니, 발명왕이 되서 돌아오다니. 대.단.한.놈.
" 우짜라고! "
상희가 앙칼진 눈으로 턱을 내밀었다.
" 어쩔 것까진... 으아악! "
그의 괴성과 함께 더욱더 꿈틀거리는 재필의 몸. 그의 몸 안에는 보아뱀이라도 들어 있는 건가? 살갗을 터뜨리고 나올 것 같았다.
순간, 재필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뻗었다. 만세라도 하는 것인가? 그리곤 괴성을 지른다.
" 끄아아악!!! "
이젠 목소리가 완전 다르게 변했다. 짐승의 포효와 같았다. 그 포효와 함께... 아지트에 퍼지는 광채. 상희가 폭주할 때의 그 섬광이었다. 모든 공간에 뿌려진 빛, 상희가 손등을 펴며 눈을 가린다.
" 윽!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