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8화 〉 177­경외 (178/179)

〈 178화 〉 177­경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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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경외.

­ 5분 전. ­

재필이 꿈틀거리며 섬광을 뿜기 전, 명치대인과 성우, 준은 천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팔콘이 천장을 부수고 들어오면 사방에서 공격하려는 그들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도끼의 울림이 좀 지나고 위에선 깜깜무소식. 이것들아! 팔콘은 내려왔다옹~

그들이 그걸 알 턱이 있나? 어쩐 일로 아리도 조용하다.

" 이 자식 지쳤나 봅니다. "

" 설마. 그 힘빨 좋은 녀석이... "

" 기다려야 하나, 밖의 상황이 궁금한데. "

명치대인, 성우, 준의 순서로 말했다.

" 이거 저희가 먼저 위로 올라갑죠? "

명치대인이 급한가 보다.

" 뭘 어쩌려고? "

" 먼저 천장 뚫고 나가죠. 뭐니 뭐니 해도 싸울 땐 선빵이 최고예요. 최고! "

" 그러다 상희가 알면? "

" 성우 형님도 참! 저 녀석이 라구나 뚜껑을 부수나, 우리가 부수나 흠집 나는 건, 매 마찬가지잖아요? "

" 그런가? "

우째 논리적인 명치대인이었다.

" 그리고 상희 누나가 보험 들어 놓았겠죠. 뭐. "

" 그래? "

어째, 성우와 준이 수긍해 가는 그림이다.

" 그럼 형님들 준비하세요. 제가 선빵 날릴 테니. "

명치대인은 뭐가 그리 급한지, 왼손에 장착한 무쇠주먹에 힘을 실었다.

" 갑니다요! 으리얏! "

기합과 함께 천장을 향해 점프했다. 쭉 뻗어나가는 그의 주먹이 천장을 강타한다.

' 쾅. 콰직! '

쩍 갈라지는 라구나의 천장... 균열이 열십자로 생겨났다. 이내 구멍이 난 라구나 천장. 구멍 안으로 정박장의 천장이 보였다.

" 으아압! "

명치대인이 기합과 함께 뛰어올랐다. 구멍 난 천장을 관통하며 360도 회전베기를 시도했다. 주변에 있을 팔콘, 그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운 좋으면 한 방에 보낼 수도... 하지만, 천장 위로 올라온 명치대인은 어리둥절했다.

그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성우와 준이 차례로 구멍 위로 올라왔다. 두리번거리는 명치대인.

" 형님들. 이 자식 안 보이는데... 앗! 저기! "

그렇게 명치대인의 시선에 잡힌 건, 러빗과 탱크가 팔콘에게 일격을 당하는 장면이었다. 올라온 성우의 눈엔, 누군가를 흠뻑 두들겨 패는 상희의 등. 준은 다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 뭐지. 저 불길은? "

셋 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재필의 섬광이 아지트에 일렁였다.

" 파파파팍! 위이잉! "

이명 같은 소리가 귓가로 다가왔다. 태양 빛 보다 강력한 빛이 그들의 눈을 삼키고 있었다.

그들의 밑, 고함을 치며 분노한 마텔에게도.

그런 마텔을 향해 도끼를 내지르는 팔콘에게도.

그 싸움을 지켜보는 토미스와 팽에게도.

멀리 화이어의 도움을 받았던 다해와 화이어에게도.

" 윽! "

눈깔을 쪼갤 듯한 섬광에, 건남 또한 빛을 가리기 위해 손을 펴며 이마에 얹었다. 사방에 빛이 퍼지는 기괴한 소리로 가득했다. 너무나 큰 빛이었다. 어쩌면, 상희가 폭주했을 때보다도 그 빛의 쌔기는 더욱 강한 것 같았다.

아지트의 모든 이가 눈을 가렸다. 가릴 수밖에 없었다.

몇 초였을까? 눈을 뜨지 못한 건? 빛이 사라지며 하나둘, 섬광이 터진 곳으로 눈을 돌렸다.

저건!

누군가 3m 이상 공중에 떠 있었다. 거구의 사람? 아니다. 사람 같아 보이질 않았다. 앗! 생각났다. 건남이 보여준 그 'F­6'.

그래.

저 거구의 존재는 F­6이었다. 자료에서 보았던 거랑은 차원이 달랐다. 사람의 크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3배는 커 보였다. 검은 날개가 커다란 박쥐를 연상케 했다.

제스의 얼굴.

왼팔은 제스처럼 날카로운 낫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른팔은 사람의 팔과 흡사했다. 그렇다고 사람의 팔은 아니었다. 껍질이 벗겨진 근육 조직이 그대로 드러났다고나 할까? 고목의 두꺼운 가지와도 비슷했다.

하체로 내려갈수록, 붉은 피부의 짙음이 커졌다. 도대체 뭐냐옹? 저 괴물이 재필이냐아옹!

그랬다. 섬광이 터지며 재필은 날개를 가진 제스로 변해 있었다. 그 모습에 다들 놀라고 있었다.

" 저건. 그 고대 문서에 기록된... "

건남이 읊조렸다.

" 워떠 뻑! "

상희가 그런 재필을 올려보며 욕지거리를 날렸다.

그리고 팔콘. 그가 놀라워하는 것은 다른 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재필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챈코 또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그가 입을 조용히 뗀다.

" 이... 이건... 완전한 인간... "

뭐? '완전한 인간'이라니. 이게 어딜 봐서 사람이냐옹~

아마도 챈코가 말한 완전한 인간은, 팔콘이 만들고자 했던 '완벽한 인간'을 말하고 있는 것.

팔콘의 놀라움이 경이롭게 보이는 것이 그 이유였을 터.

그럼, 팔콘이 만들고자 했던 것이 저것이었다는 것인가? 고문서에 기록된 'F­6'. 허... 아무튼, 거대한 'F­6'. 날개를 펄럭거렸다. 튀어나온 눈에서 눈깔을 굴리며 모든 이를 살피기 시작했다.

"Ωκiㄷ막.*κæm"

알아들을 수 없는 재필의 음성.

몸집만 한 날개가 펄럭인다.

그의 날갯짓에 좀 더 위로 올라가는 재필.

그가 바라보는 시각은 인간과는 달랐다. 모든 색채가 엷은 핏빛. 세상이 붉게 보였다. 인간의 머리처럼 생각할 수나 있을지. 아무튼 재필은 알 수 없는 언어를 계속 중얼거렸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팔콘은 뭔가 달라졌다. 교만했던 웃음도, 당찼던 기세도 한풀 꺾였다.

" 이... 이걸... 어떻게 완성했지? 도대체. 어떻게... "

그 순간, 언제 나타났는지. 3월의 토끼가 너덜해진 철문에 서 있었다. 숨으라 했건만, 싸우는 틈을 타 귀신같이 저곳까지. 암습도 익혔나 보다. 아무튼 시끄러웠던 경황을 틈타, 문에 서 있는 3월의 토끼가 중후하게 말했다.

" 이봐요들. 살고 싶으면. 이곳에서 도망치세요. 아작! "

홍당무는 금쪽같이 챙긴 그녀였다.

그녀를 주목한 사람들. 비상하고 있는 재필만, 그녀를 쌩까고 중얼 거릴뿐.

" 다들 안 도망칠 거에요? 그럼 전 이만. 아작! "

3월의 토끼는 뒤돌았다. 토끼 모자를 한 번 까닥거리더니 짧은 다리가 무색하게 도망치기 시작한다. 무언가 위험함을 느낀 것일까? 가장 가까이 있었던 다해도 철문을 빠져나갔다.

" 연금 술사니이님! 같이 가욧... "

빛보다 빠른 쨉.

도망치는 3월의 토끼와 다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지트 안의 사람들... 화이어가 무시한 채, 몸을 불덩이로 만들었다.

화이어가 불덩이로 변할 때, 프로그램 명택이 건남과 연결되었다.

" 영감! 왜 이렇게 느려. "

지금 그게 중요한가? 아무튼 넉살스레 말하는 프로그램 명택.

­ 마! 이 정도면 빠른 거라고. 오랜만에 부르니 조금 늦어지는 것뿐이야.

" 됐고요. 지금 보이는 상황들 도통 뭐가 뭔지? 팔콘이 이상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나... 갑작스레 시범이 재필로 변하지 않나. "

그리곤 변신한 재필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 지금 보이는 녀석이 재필에서 괴물로 변했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어? "

­ 뭐야 뜬금없이. 엇. 근데 저 제스는...

프로그램 명택은 F­6으로 변한 재필을 스캔한다. 그와 동시에 건남의 교신기에 불이 들어왔다.

3월의 토끼였다.

" 연금술사님?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

­ 건남. 지금 거기 있을 때가 아니야! 일행들 챙겨서 모두 피해. 얼른 도망치라고. 어휴~ 내 아지트에 중요 한 거 많은데... 쨌든, 그 시범이라는, 아니지 그 재필! 조금 있으면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거야. 사람이든, 짐승이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그러니. 최대한 멀리 이동해. 참고로 내가 준 비행정은 내가 쓸 테니, 알아서 하고. 이상.

자신의 할 말만 하고는 교신을 끊었다. 얼떨떨한 건남이었다.

­ 연금쟁이말 빨리 들어야 할 것 같은데... 저 괴물. 데이터 등록에 없어. 추정으로만 보았을 때, '윤'의 영생에 관한 연금술을 이용한 괴물인 것 같아. 아무튼, 여기서 이동해! 어서!

프로그램 명택이 모르는 것도 있다니. 어째, 두 노인네가 말하는 것으로는 이들이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인 건 확실했다. 그때, 라구나의 정박장 문이 열렸다.

' 지이잉... '

그 안에 있는 건남의 비행정에 시동이 켜진다. 뛰고 있던, 3월의 토끼에 들려있는 원격 조종기. 유유히 자동차가 움직이듯 정박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곤 아지트의 정박장을 가로질러 3월의 토끼에게로 질주한다.

' 쾅! ' 아지트 철문을 뜯어내며 쏜살같이 달리는 비행정. 토끼가 토끼는건가? 건남은 급하게 모든 대원에게 교신했다. 전체 모드로 변형시키는 그의 동공이 빠르게 움직였다.

" 모두. 내 말 들리지! "

어리둥절한 라구나 천장위의 대원들.

­ 들립니다. 형. 지금 무슨 일인겨?

­ 건남아. 저 날고 있는 제스는 어떻게 된 거야?

" 형님들. 그리고 명치대인. 긴말할 시간 없어. 어서 라구나! 이륙 준비시켜! "

­ 엥? 갑자기?

" 빨리! 상희야! 내 말 들려? 대답해. "

F­6으로 변신한 재필을 올려보며, 미쳐블을 연신 외치던 그녀였다.

­ 왜? 갑자기! 이 자식 때려잡아야 하는 거 아냐! 아놔. 미쳐블.

" 느낌이 쏴 하다. 급하니까 복귀해. 라구나로... 어서!! "

­ 젠장! 알았다요.

그리곤 재필에게 고함치는 상희였다.

­ 너 새꺄 건남 옵 아니었음. 확 그냥. 막 그냥. 어휴.

상희야. 너가 그런다고 지금 제스로 변한 재필이 알아들을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어서 건남 말 듣고 째라옹~

긴박하게 움직이는 대원들.

상희가 뒤돌아 뛸 때, 불덩이로 변한 화이어는 재필에게로 날아들고 있었다. 동료들에 대한 복수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감히 우리 팀원을! 불태워 버리겠어! 이야얍! "

' 후후훅. '

뜨거운 열기가 아지트에 감돌았다. 용광로의 그런 느낌이었다. 붉은 인영이 재필에게로 긴 화염을 토해내며 질주하고 있다.

그 모습에 팔을 뻗는 마텔. 그녀는 화이어의 몸에 기를 붙어 넣었다. 화염의 능력을 2배 이상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화이어의 몸체가 부풀어 올랐다. 화염의 휘날림이 더욱더 거세게 흔들거린다. 과연 재필을 잠재 울 수 있을까?

구멍 난 천장으로 쏙 들어가는 명치대인과 성우, 준.

열려 있는 라구나로 향하는 건남과 현석.

화이어의 화염을 증가시키는 마텔.

어느덧 팔콘의 옆에 자리 잡은 챈코.

F­6으로 변한 재필을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팔콘.

라구나로 뛰고 있는 상희. 그녀의 등 뒤로, 한 마리의 피닉스가 되어 날아가는 화이어.

그가. 재필과 충돌했다.

' 화르르륵! '

불길의 샘이 터졌다. 큰 화염이 재필을 휘감았다. 그 불기둥은 둥글게 죄여가는 것 같았다. 재필이 한 줌의 재로 사라질 것인가? 재필, 그가 사용했던 방어막이 자리 잡았던 것처럼 불길이 자리 잡았다. 화염의 실드 같았다.

" 꾸어어억!! "

안 그래도 찌그러진 제스의 얼굴이 더욱 심하게 뒤틀렸다. 짐승의 울음보다도 더한 격함이 밀려왔다. 순간, 마텔이 뻗었던 손을 놓으며, 양쪽 관자놀이를 손바닥으로 감싼다.

" 끄아아악! "

화이어의 비명이 공명처럼 울려 퍼졌다. 화염에 둘러싸인 재필이 어깨를 펴며, 입을 크게 벌렸다. 원형의 불길이 점점 빠르게 돌아간다. 그럴수록 화이어의 비명은 더욱더 커졌다. 온몸을 쭉 펴며 괴성을 지르는 재필.

" 꾸어억! 우오옥! "

툭 튀어나온 눈자락에 녹색의 빛이 실처럼 흩어지고 있다.

그리고.

번쩍.

그 녹색 빛이 환하게 점멸했다. 그럴수록 화염은, 괴성을 지르는 재필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흡수하는 것 같았다. 소용돌이치며 입안으로 스며드는 화이어의 불길. 점차 불길이 사라진다.

모든 것이 사라질 때, 관자놀이를 감쌌던 마텔이 무릎을 꿇으며 털썩 주저앉았다.

" 화... 화이어... "

그녀가 고개를 떨군다. 주르륵 흐르는 눈물.

그랬다. 지금 재필은 화이어의 불길을 몸속으로 흡수했다. 그와 동시에 화이어는 사라진 것이다.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재필은 화이어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 그런 그의 얼굴이 펴졌다. 온전한 제스의 얼굴. 또다시 펄럭이는 흑색 날개. 광풍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 끄아악. 우아악. 우오옥! "

이 괴성은 만족했다는 의미처럼 느껴진다. 저 제스의 안면에 움직임이 없지만, 그래 보인다. 그리곤 알 수 없는 언어를 토해냈다. 무언가 자신이 하려 했던 일을 계속 진행하려는 것 같았다. 재필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진다. 그럴수록, 아지트의 내부가 점점 흔들렸다. 한층 더 커진 재필의 주문?

그래. 이것은 주문인 것 같았다. 제스어를 구사하는 것인가? 땅이 흔들린다. 아지트가 이젠, 좌우로 요동친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석면가루, 그 가루가 돌멩이로, 돌멩이가 콘크리트 덩어리로 차츰 변하고 있었다.

라구나는 움직였다. 엔진실의 펌프가 거세게 뜀박질했다. 로켓의 분사구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 쿠쿠쿠쿵! '

흔들리는 아지트, 대지가 갈라진다.

' 빠캉! 펑! 슈우웅! '

로켓이 터지며 수직 이륙했던 라구나가 질주한다. 비스듬히 열린 철문을 향해. 그와 동시에 처절한 울부짐을 토해낸 재필은 팔을 벌려 천장을 바라봤다.

그가 눈을 감는다.

정적.

그리고, 회오리.

거구의 재필이 공중에서 회전했다.

가속이 붙는다.

아지트에 불어온 태풍.

재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회오리쳤다. 그 회오리가 점점 커진다.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팔콘. 그리고 마텔, 챈코.

회오리가 그들을 삼켰다. 계속해서 커지는 그 시커먼 바람은 점점 아지트도 삼키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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