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후 인생 대박-4화 (4/120)

< 4 : 선물거래 >

현물現物과 선물先物이라는 한자가 적힌 칠판.

그 앞에서 한 강사가 열정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자, 여러분! 선물거래란 무엇입니까?"

"모르겠어요."

"선물을 알려면 우선 현물을 알아야 합니다! 자 여기 칠판을 보세요. 뭐가 보이시죠?"

"한자요."

"맞습니다. 현물現物과 선물先物이라는 한자가 보이실 겁니다. 이 둘의 차이가 뭘까요?"

"앞 글자가 달라요."

"네, 그렇습니다! 현물의 '현'은 지금 현現 자를 쓰고 선물의 '선'은 먼저 선先 자를 씁니다! 즉, 말 그대로 현물은 '지금'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상품을 말하고, 선물은 '먼저' 계약을 체결하고 '나중에' 계약을 이행하는 상품을 말하죠! 이해가 되시나요?"

"선생님!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는 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2배 레버리지의 선물거래를 시작한다고 생각합시다. 증거금이 100만 원이라 쳤을 때 2배 레버리지면 '먼저' 100만 원을 빌려야겠지요? 그렇다면 2배 레버리지로 돈을 빌려 상품을 산 순간 선물거래에 대한 '계약이 체결'된 것입니다!"

"아! 그러면 샀던 상품을 팔아서 빌렸던 100만 원을 '나중에' 갚는 게 '계약 이행'이군요!"

"정답입니다!"

……

선물거래를 이해하기 위해 유튜브 강의를 보던 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라는 거야."

주식을 할 때도 느꼈지만 레버리지나 선물은 몇 번을 봐도 이해가 어려웠다. 정확히 이해가 안 된달까.

물론 핵심은 대략 이해한 상태였다.

"아무튼 선물거래를 한다면 몇 배씩 레버리지를 쓸 수 있다는 거지."

즉, 선물거래를 할 수 있는 코인선물거래소야말로 정우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었다.

정답을 찾은 그는 곧장 코인선물거래소에 가입했다.

시험 삼아 코인을 조금 송금하고는 매매를 직접 해보며 레버리지 사용 방법을 익혔다.

그러다 코인 선물거래에 대한 기가 막힌 사실을 알아냈다.

"… 미친, 레버리지를 100배까지 땡길 수 있다고?"

100배 레버리지라니. 100배라는 건 말 그대로 1%만 올라도 100%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반대로 1%만 내려가도 원금을 모두 잃게 되지.'

자신의 자금이 청산되어버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100배 레버리지를 사용한다는 건 그야말로 투기판이나 다를 바 없었다. 위아래 오르내리는 홀짝 도박이랄까.

따라서 제도권의 관리하에 각종 규제와 안전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는 주식시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나마 고배율의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CFD(Contract for Difference: 차액결제계약) 상품도 있긴 하지만 전문투자자 자격을 갖추어야 하기에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와프)같은 신용파생상품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나마 접근성이 좋다는 선물옵션도 사전교육이나 모의거래 이수 등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결국 아무런 제약 없이 쉽게 고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따로 규제나 법이 없는 코인시장에서만 가능했다. 한마디로 코인시장은 야생의 정글 같은 무법지대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정우에게는 기회가 생겼다.

'3천만 원에 레버리지 한 3배 정도 써서 1억 원으로 운용하려 했는데…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지.'

100배는 너무 위험하니 애매하지만 한 10배 정도만 레버리지를 쓴다면?

3천만 원으로 3억 원을 운용할 때와 똑같은 수익을 낼 수 있다.

즉,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정우는 냉정하게 최대 얼마까지 레버리지를 쓸 수 있는지 계산해보았다.

'이더리움이 현재 8달러지만 최저 7달러 정도까지 빠진다고 가정하고 청산가를 잡아본다면… 최대 10배 정도 땡길 수 있나.'

7달러를 마지노선으로 계산해보니 그가 운용할 수 있는 최대 레버리지는 10배였다. 그 이상은 청산가가 현재가격이랑 너무 가까워서 조금만 가격이 내려가도 청산될 위험이 컸다.

심지어 10배 레버리지도 청산가가 7.2달러 선이라 안전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8달러에서 10%만 하락해도 모든 원금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확실히 위험해.'

주식을 경험해본 정우였기에 그는 주가가 얼마나 요동치는지 잘 알았다. 100% 상승하는 종목이 있다고 해서 한번에 100% 오르고 변동이 없는 경우는 절대 없었다. 미세하게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면서 고점을 향해 나아가는 게 주식이니까.

하물며 변동성이 주식보다 훨씬 크다고 알려진 코인은 어떻게 될지 몰랐다.

8불짜리가 1년 후에 1,400불이 되었다고해서 그전에 1불까지 떨어졌다가 1,400불이 되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난 다르지."

가물가물하지만 확실히 그 숫자만큼은 기억이 났다.

2017년 1월 1일 최저점이었던 이더리움의 최저가를.

'… 7.48달러.'

기억 속 봉수가 보여준 차트에서는 음봉의 꼬리에 정확히 7.48이라는 숫자가 달려 있었다.

즉, 최저가는 7.48달러가 맞을 것이다.

'내가 회귀한 게 맞다면 말이지.'

평행우주니 뭐니 해서 미래가 꼭 자신이 겪었던 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정우의 본능이 외쳤다. 반드시 가격 흐름은 자신의 기억대로 흘러갈 거라고.

'행여나 그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상관없어.'

코인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아직 자신의 머릿속에는 무궁무진한 가치의 정보들이 잠재해 있다.

이 정보들을 활용한다면 이전 삶과는 다른 인생을 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터.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우는 과감하게 투자를 진행했다.

먼저 국내코인거래소에 있던 코인을 모두 해외코인선물거래소로 옮겼다. 여러 해외선물거래소 중 가장 거래량이 많고 신뢰도가 높은 거래소였다. 해외거래소로 옮기자 3천만 원이었던 잔고는 28,000불로 표시되고 있었다. 정우는 그 모든 시드를 이더리움Ethereum 구매에 투입했다. 8달러 가격 선에서 조심스럽게 2배 레버리지로 이더리움 계약을 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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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2x)]

[Quantity: 7,000ETH]

[Entry Price: 8.00]

[Mark Price: 8.09]

[Liq. Price: 4.00]

[Value: 28,559USD(+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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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의 포지션은 위와 같았다.

진입가(Entry Price) 8달러에 7,000개(Quantity)의 이더리움을 매수했으며 현재 시장가(Market Price)는 8.09달러로 1%가 상승한 상태였다. 겨우 1% 수익이지만 2배 레버리지를 사용했기에 현재 수익률은 2%. 시드는 몇 초만에 500불 넘게 늘어났다.

청산가(liquidation Price)는 4달러였다. 이더리움의 가격이 4달러까지 떨어지면 원금이 사라져 버리는 것.

하지만 미래를 알기에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 그의 투자는 미래를 아는 것에 비해 매우 소극적이고 안정적인 편이다. 그는 자신이 아는 미래라는 무기를 조심히 다루는 중이다.

'7.48달러까지 빠지지 않고 언제 날아갈지 모르니까, 내려올 때마다 분할 매수한다.'

만약 그가 아는 최저가까지 내려오지 않고 저항선을 뚫고 날아가버린다면 모든 재산을 추격매수할 계획이다.

전략적으로 매수를 걸어놓고 나니 정우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

하지만 막상 마음 편히 기다리려니 시장이 도와주지 않았다.

정우의 매수가 신호탄이 된 걸까.

이더리움의 가격은 그때부터 미친 듯이 빠지기 시작했다.

[Mark Price: 8.08]

[Mark Price: 8.05]

[Mark Price: 8.00]

[Mark Price: 7.99]

[Mark Price: 7.90]

……

갑자기 차트가 요동치더니 이더리움의 가격은 쭉쭉 내려갔다.

순식간에 2%, 아니 2배 레버리지로 따지자면 4% 넘게 빠진 가격.

그러나 하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Mark Price: 7.90]

[Mark Price: 7.85]

[Mark Price: 7.75]

[Mark Price: 7.60]

[Mark Price: 7.65]

……

마치 무슨 악재라도 터진 것처럼 차트가 수직낙하하며 아래로 레이저빔을 그렸다. 빨간색 장대음봉이 검은색 차트를 수놓으며 아래에 걸어놓은 매수 주문이 체결되었다. 급락하는 모양새에 정우는 서둘러 포지션을 재확인했다.

──────────

[ETHUSDT-Long(Cross 10.1x)]

[Quantity: 35,897.4ETH]

[Entry Price: 7.80]

[Mark Price: 7.65]

[Liq. Price: 7.20]

[Value: 22,616.5USD(-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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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 7.7, 7.6달러에 각각 2배 레버리지로 걸어두었던 매수 주문들이 체결되며 평균 구매가는 7.8달러로 변경되어 있었고, 레버리지 역시 10배로 상승한 상태였다.

하지만 레버리지가 상승한 탓에 손실율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시장가격이 겨우 1.9%밖에 빠지지 않았음에도 10배 레버리지를 사용 중인 정우의 포지션 손해는 –19%에 달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7.55달러부터 7.49달러까지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레버리지를 사용하여 매수 주문을 넣었다.

만약 그가 아는 미래대로 7.48달러까지 하락한다면 모든 매수 주문이 체결되어 100배 레버리지 포지션이 될 터.

만약 그 밑으로 0.01%라도 더 하락한다면 청산되겠지만, 반대로 최저점이 맞다면 정우는 무지막지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터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끝났어.'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

자꾸 차트를 보고 있으면 불안해져서 정우는 거래소 사이트를 닫아버렸다. 아니 닫으려던 그때였다.

삑삑삑-

도어락 버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오빠, 나 왔… 어?"

데이트(?)를 마치고 거실로 들어오던 안예슬. 사실 그녀가 아파트에 도착한 건 30분 전이었다. 하지만 호텔에 갔다 온 것을 들킬까 불안해서 샴푸향을 날린다고 괜히 추위 속에서 30분 넘게 공원을 돌다가 이제 막 들어온 것.

하지만 포근한 보금자리여야 할 신혼집에 입성한 그녀는 난데없는 광경에 두 눈이 커지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거실은 어떤 가구도 없이 휑했기 때문이다.

"오, 오빠,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글쎄."

"티비랑 소파가 어디 간 거야? 에어컨은? 식탁은!"

"팔았어."

"… 뭐?"

"팔았다고."

팔았다는 얘기를 순간 이해하지 못한 건지 안예슬은 벙찐 얼굴이었다.

"아니 멀쩡히 잘 있던 가구를 왜 팔아! 오빠 진짜 미쳤어?!"

"돈이 필요했거든."

"돈? 무슨 돈!"

"아까 너 나가기 전에 얘기했잖아. 돈 필요하다고."

"… 설마 내가 통장 안 줬다고 삐져서 판 거야?"

"삐졌다고 살림살이를 몽땅 파는 미친놈은 아니야."

"그럼 지금 이 상황은 뭔데!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 지랄을 한 거냐고!"

고래고래 고성을 지르는 안예슬을 보며 정우는 차분히 대답했다.

"코인 사려고."

"… 코인? 그게 뭔데!"

"비트코인이라고, 일종의 가상화폐야."

"가, 가상화폐?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오빠 무슨 이상한 도박 같은 거 하는 거야?"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선 도박일 수도 있겠네."

"그게 무슨… 오빠 아직 돈 거기다 쓴 건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왜 아니겠어. 방금 막 몽땅 투자했지."

정우는 노트북을 돌려 자신이 투자한 선물거래소 사이트 화면을 안예슬에게 보여줬다.

"… 이게 뭐야?"

"내가 투자한 코인 차트야."

"아니 이게 뭘 의미하냐고… 아, 됐어. 내가 볼게."

안예슬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듯한 어벙한 얼굴로 노트북을 쳐다봤다.

생전 차트라는 걸 처음 보는 듯 저 빨갛고 초록색의 막대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숫자들이 뭘 말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녀도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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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100x)]

[Quantity: 370,860.9ETH]

[Entry Price: 7.55]

[Mark Price: 7.50]

[Liq. Price: 7.49]

[Value: 512USD(-9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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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하단에 표시되고 있던 정우의 포지션.

거기에 붉은 글씨로 표시되고 있는 'Value'와 '-98%'라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리라.

"… 설마 마이너스 98퍼센트가…?"

"아마도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야. 이야, 그 잠깐 사이에 내려왔네. 근데 신기하다. 나도 마이너스 98퍼센트는 처음 보는데."

"… 야 이 미친 새끼야아아아아!!!!!!!!!!!"

동네 떠나가라 괴성을 지른 안예슬. 그녀의 두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너 진짜 미친 거야! 어! 코인인지 동전쪼가리인지 지금 여기다가 얼마 투자한 건데! 얼마 투자했냐고!"

"3천만 원."

"이 병신 새끼야! 그럼 지금 3천만 원이 겨우 500불 남았다는 거 아니야! 너 진짜 병신이냐? 어! 어떻게 나랑 상의도 없이 이럴 수 있어! 어!"

"그래도 지금은 반등해서 1,000불이네."

"그게 말이냐고!!!"

"진정하고 기다려봐.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으니까."

"등신 새끼야! 내가 아무리 재테크에 대해서 잘 몰라도 그건 알아! 마이너스 98퍼센트가 잘도 올라가겠다! 지금 누굴 놀려! 어!"

"진짜라니까. 어디 속고만 살았나. 내일만 되어도 수익률이 어마어마할…."

"닥쳐! 이 병신 새끼가 어따 대고 말대꾸야! 하… 내가 진짜 미친년이지…. 이런 새끼인 줄도 모르고 성실한 점 하나만 믿고 결혼해줬더니, 뭐, 이제 와서 코인? 이 미친 새끼야! 그동안 본심 숨기느라 힘들었겠다?"

"힘들진 않았어. 그저 깨달음이 왔을 뿐이지."

"뭐?"

"코인은 반드시 떡상한다는 거다! 자, 가즈아아!!!"

"… 진짜 정신 나갔네. 정신 나갔어. 어떻게 하루아침에… 하, 말하기도 입 아파. 아무튼 나 이렇게는 너랑 못 살아."

"자기야, 코인으로 내가 부자 만들어준다니까. 평생 떵떵거리고 살게 해준다고."

"그 개소리도 더 이상 못 들어주겠어. 야, 우리 이혼해."

기어코 나온 그 단어.

와이프의 이혼하자는 말에 정우는 표정관리를 하려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겨우 참아야 했으니까.

대신 애써 시무룩한 얼굴을 연기했다.

"… 그 말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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