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 쏠리는 관심 >
코인선물시장의 특이한 점 중 하나가 아직 이익실현이 안 된 수익금도 레버리지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원래는 28,000불로 100배 레버리지에 들어가 있던 정우의 포지션은 현재 95만불에 3.9배 레버리지 포지션으로 변경된 상태였다. 즉, 추가로 25배까지 레버리지를 늘려서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95만 불을 100배 레버리지까지 채우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지만.
거의 1억 불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물량이 거래소에서 소화도 안 될 테지만… 어우, 이제는 매집하기도 쉽지가 않네.'
아직 코인 시장이 그리 커지지 않았던 때라서 거래량이 많지 않았기에 이더리움을 매집하는 것도 일이었다. 매집 기간만 며칠이나 소요될 정도.
한참이 걸린 후에야 정우는 겨우겨우 매매를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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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USDT-Long(Cross 29.7x)]
[Quantity: 4,180,936.9ETH]
[Entry Price: 10.1]
[Mark Price: 10.20]
[Liq. Price: 9.63]
[Value: 1,421,800.1USD(+2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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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자본금이 투입되자 포지션의 수익률은 초기화되었다. 1차 투입금 2.8만 불과 2차 투입금인 46.7만 불을 합친 총투입자금인 49.5만 불에 대하여 수익률이 계산된 것. 따라서 기존 3,300%의 수익이 280%대로 쪼그라든 점은 좀 아쉬웠지만 그저 표기되는 숫자일 뿐이라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중요한 점은 바로 잔고와 보유 수량이다. 기존 잔고 95만 달러에서 46만 7천 달러가 추가되어 총자본금은 141만 달러가 되었는데, 141만 달러로 레버리지를 꽉꽉 채워서 최대한 매집한 결과 약 30배 레버리지의 포지션이 되었다. 그 덕에 원래 37만 개였던 이더리움 보유 수량이 418만 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시점의 이더리움의 총유통량이 약 8천만 개 가량이었으니 거의 전체 유통량의 5%에 달하는 물량을 들고 있는 셈이었다.
개인이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수량. 오죽하면 정우가 매집을 할 때마다 이더리움 시장가격이 요동칠 정도였다. 물론 미래의 가치를 가지고 베팅하는 선물시장이었기에 실제로 418만 개의 이더리움을 현물로 보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고래가 된 듯한 기분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대신 리스크도 그만큼 커졌네.'
레버리지를 늘린 탓에 진입가와 청산가도 대폭 높아져서 만약 10달러 선이 붕괴된다면 매우 위험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우는 확신이 있었다.
"10달러는 이제 다시는 무너지지 않아."
이제 차트와 시장의 흐름이 조금 보인달까.
이미 9.5달러 부근에서 반등한 이더리움이다. 만약 세력이 10달러 부근부터 9.5달러까지 내려올 때마다 매집했다고 한다면 세력이 들고 있는 이더리움의 가격은 평균 9.75달러 부근일 터. 그렇다는 건 적어도 자신들이 진입한 가격인 9.75달러 밑으로 빠지진 않을 거다. 세력들은 손해를 보려 하지 않을 테니.
무엇보다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상징성이 있기에 10달러를 지킬 거란 계산이 섰다. 지난 며칠 동안 시간을 들여 매집했음에도 강력한 지지라인인 10달러 선은 절대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 그에게 확신을 주었던 것. 오히려 10달러 근처로 떨어지기는커녕 가격이 조금씩 꿈틀거리며 언제든 상승하려는 듯한 기미를 보이는 중이었다.
'과연 내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추가로 트리거 주문(Trigger Order: 특정 조건에서 발동하는 주문) 기능을 활용하여 현재 강력한 삼각수렴라인 상단 저항선인 10.5달러 부근 돌파시 시장가로 81만 개의 이더리움을 추격 매수가 되게끔 지정해놓았다. 깔끔하게 이더리움 500만 개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만약 저항선을 뚫게 되면 그의 포지션 레버리지는 35배 정도가 될 터.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이로써 그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남은 건 시장에 맡길 뿐.
정우는 차트에서 신경을 끄기로 하고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내일 가정법원에 방문하려면 일찍 자야 했다.
그리고 그가 눈을 감은 직후, 이더리움의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 * *
국내 최대의 코인 커뮤니티 코인판.
그곳에 어떤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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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대체할 것입니다>
작성자: 비탈릭포에버
내용: 안녕하세요 이더무새 비탈릭포에버 비포입니다
이 글은 앞으로 성지가 될 예정이니 꼭 정독해주세요.
이더리움은 최근 들어 폭등 후 바닥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홀더 분들은 편안하게 홀딩하시고, 고점에서 타신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고 멘탈 단단히 잡으세요. 지금의 파란불이 눈부신 빨간불로 보답해줄 것입니다
제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이제 비트코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여러분, 비트코인을 이용해 거래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다른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보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런 분들은 비트코인이 왜 쓰레기인지 잘 아실 겁니다.
전송에만 최소 3일은 걸리는 너무나도 느린 거래 속도. 트래픽이 높을 때는 일주일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 미친 단점 때문에 비트코인을 100만 원 어치 사서 보내면 그동안의 가격 변동으로 상대방은 80만 원으로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죠.
화폐는 화폐로서의 가치가 있을 때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비트코인을 가지고 제대로 거래를 할 수 없는데 어찌 화폐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단 말입니까.
무엇보다 채굴시 너무나도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소비되는 점은 비트코인에 채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환경파괴에 앞장서게 되는 불편한 이면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이더리움은 어떤가요.
비트코인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전송속도와 더불어 추후 나올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능을 활용하면 금융 거래뿐만 아니라 민간 분야의 모든 계약을 이더리움을 통해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제3의 보증기관 없이도 개인간(P2P)에 원하는 계약을 공정하게 체결할 수 있는 세상을요.
스마트 컨트랙트가 도입된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의 차세대 암호화폐는 코인생태계의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현재 이더리움은 4가지 업데이트 플랜에 따라 운영 중입니다. 각각 프론티어, 홈스테드, 메트로폴리스, 세레니티 단계지요. 현재는 홈스테드 단계로 이더리움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인데 80% 정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즉, 향후 2~3년 이내에 메트로폴리스 단계를 앞두고 있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더리움의 대중화라 불리는 메트로폴리스 단계에 접어들면 이더리움의 제공방식이 POW(채굴) 방식에서 POS(가진 코인 수에 따라 배분)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이더리움은 더욱 희소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POS방식으로 전환되면 이더리움을 많이 가진 홀더가 유리하기에 여러 세력들이 앞다투어 이더리움을 매집 중입니다. 차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래량이 터지고 있는데 가격은 횡보 중이죠. 이는 세력이 매집하고 있다는 전형적인 패턴으로……
……
여러분, 비트코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저 역시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위상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실질적인 코인 생태계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현명한 분이시라면 지금 당장 이더리움을 사십시오.
절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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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하네 ㅋㅋㅋㅋㅋ
└사토시 관짝 열고 일어날 개소리 ㅇㅈ?
└님 말 믿고 지금 이더리움 풀매수 드감 ㅅㄱ
└└이 새낀 더 ㅂㅅ이네ㅋㅋㅋ 그딴 씹스캠을 왜 삼? 이미 ㅈㄴ 올랐는데
└비포님 이더리움 목표가 얼마 정도로 잡으셨나요? ㅜㅜ
└└(글쓴이): 몇 년 안에 최소 1만 불까지는 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1만 불? ㅁㅊ놈이네 이거 ㅋㅋㅋㅋㅋㅋ
└└└비탈릭 애인인 듯 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쓰니 책상 아래에 비탈릭 있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
모두가 글 작성자를 욕하고 놀려댔다. 그 정도로 현재 10달러짜리 이더리움이 1만 불이 된다는 얘기는 비현실적이었으니까.
하지만 몇몇 이들은 게시글을 보고 이더리움에 흥미가 생겨서 직접 투자하기 시작했다.
"맞아. 비트코인은 무거워서 전송도 느리고 써먹기도 애매하잖아. 진짜 이러다 대체 코인 나오는 거 아니야?"
"비트코인이 상징성만 있지 솔직히 기술력이 좋은 코인은 아니긴 해. 그에 반해 이더리움은 기술력이 좋고."
"스마트 컨트랙트? 이게 뭐지."
"이더리움 이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호재 덩어리네. 조금만 사볼까."
처음엔 한 명이다. 하지만 그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네 명이 되는 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매수세는 결국 어느 순간 이더리움의 차트에 직접적인 변화를 줄 정도로 강해졌다.
갑자기 늘어난 매수세에 질질 흐르던 이더리움의 가격이 주춤하더니, 이내 방향을 틀어 위로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Mark Price: 10.30]
[Mark Price: 10.45]
[Mark Price: 10.63]
[Mark Price: 10.82]
[Mark Price: 11.07]
……
매집이 끝난 이더리움의 폭발력은 엄청났다. 단숨에 저항선이던 10.5달러를 돌파한 이더리움은 무주공산을 질주하듯이 11달러 선도 뚫어버렸다.
불과 단 몇 분 만에 일어난 대응하기도 어려운 급진적인 상승이었다.
차트에 대형 양봉이 뜨며 상승추세로 전환되자 여론은 급변화하기 시작했다.
-와 방금 이더 레이저빔 뭐냐 ㄷㄷ
-형이 뭐랬냐 이더 간다 했재?
-이더 떡상 중인데 아직도 안 탄 흑우 없재?
-이더에 전재산 안 박은 흑두루미덜 없재?
-칙칙 폭폭 이더리움 열차 출발합니다~
└이더리움의 다음 승강장은 1만 불, 1만 불입니다~
└승객께서는 벨트 꽉 메시고 중간에 떨어지는 불상사에 주의 바랍니다~
└└이더 오빠~ 달료오오옷~
-이더 오르는 거 보고 배 아파서 이클 타서 10% 먹음 ㅋㅋㅋㅋ 달다 달아~
└꺼억~ 이클 잘 먹고 갑니다~
└하 ㅅㅂ 팔자마자 더 오르네 ㅡㅡ 개빡치네
└ㅂㅅ임? 이더 형제 이클이라도 샀으면 홀딩해야지 왜 팜 ㅋㅋㅋㅋㅋㅋ
└└개ㅂㅅ이쥬?
└└이모~ 여기 흑우 한 마리 추가요~
잠깐 단타를 치고 빠진 단타 트레이더들이 배 아파할 정도로 이더리움은 거침없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Mark Price: 11.13]
[Mark Price: 11.68]
[Mark Price: 12.09]
[Mark Price: 12.20]
[Mark Price: 12.59]
……
그날 이더리움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 * *
<이더리움 50% 급등, 시총 2위 자리 굳건히>
<비트코인, 암호화폐의 수장 자리 넘겨주나>
<코인 시장의 차세대 기축통화로 이더리움 이목 집중>
연일 이더리움의 급등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졌다.
아직 코인 열풍이 시작되기도 전인데도 관심이 생각보다 뜨겁다. 조금만 구글링하다 보면 연관 게시물로 뜰 정도다.
-비트코인 시총이 얼만데 이더리움이 기축통화는 무슨 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더 벌써 작년 대비 3배 가까이 상승함 ㄷㄷ 어케 될지 모름
-이더는 겁나 오르는데 리또속은 맨날 그 자리네 ㅅㅂ 이더 살걸
└넌 본전이라도 챙겼지, 내 모네로는 마이너스임 ㅜ 개빡친다
└└ㅂㅅ ㅋㅋㅋㅋㅋ 불장에서 혼자 파란 불이네
-어제 하루만 수익 140% 인증 ㅋ (사진有)
└와 어케 먹음?
└(글쓴이): 코인 바꿔 가며 단타 오지게 침
└개쩐다 ㄷㄷ
└단타 비법 좀요 ㅠㅠ
코인유저들의 반응은 대부분 환희 일색이었다. 일부 유저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익을 챙기는 호황장이다.
당연하게도 코인 커뮤니티 코인판에는 수익을 인증하는 자랑글들이 수두룩 올라오기 시작했다. 100% 수익 인증은 흔할 정도로 대부분이 수익을 만끽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 게시글들을 보는 정우는 코웃음이 나왔다.
"… 내꺼 인증하면 난리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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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 27,345,396.01USD(+54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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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 그의 수익률은 이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