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후 인생 대박-26화 (26/120)

< 26 : 연못의 고래 >

리플이 아닌 이더리움에 투자한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만약 회귀했던 날 리플에 투자했더라면 정우는 단 한 푼도 못 벌었을 테니까.

아니, 위험하게 선물이라도 투자했다가는 청산당했을지도 모른다.

"… 봉수야 사랑한다."

잠시 원망할 뻔했던 점 미안하다. 다음에 만나면 크게 한턱 쏠게.

뭐 따지고 보면 얻어걸린 거긴 하지만 결과만 좋으면 어떠하리.

회귀라는 기적도 그렇고 어떤 운이 자신을 돕는 기분이다.

'리플 투자 비중을 늘려야겠어.'

리플의 가격이 완전히 바닥권인 걸 확인했으니 투자금액을 확 늘리는 게 합리적인 판단일 터.

"본격적으로 매집해보자고."

각 거래소로 자금을 분산한 정우는 지서현이 준 를 실행해 설정을 조작했다.

남은 현금 1억 5천만 달러 중에서 5천만 달러를 제외한 총 1억 달러를 이용해 여러 거래소의 리플들을 매집하도록 설정을 마쳤다.

─────────

[거래방법: 지정가 인터셉트 트레이딩]

[매수금액: 100,000,000USD]

[매수가: 미지정]

[매수대상: 리플XRP / 아인스타이늄EMC2]

[적용거래소: 모든 거래소]

─────────

설정을 마친 그는 작동 버튼을 눌렀다.

그 간단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채.

* * *

지서현이 만든 API의 위력은 강력했다. 각 거래소로 분산된 자금을 이용해서 리플과 아인스타이늄 코인을 순식간에 매집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동원된 자금은 무려 1억 달러, 한화로 1,000억 원이었는데, 이때 코인 초보였던 정우가 실수했던 점이 있었다.

바로 리플과 아인스타이늄의 시총이 낮다는 것이다.

이 당시 리플의 시총은 6,000억 원 상당이었는데 이마저도 총발행량에 대한 것이지 락업되어 묶인 66%의 물량을 제외하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즉 2,000억 원 정도만 소화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완전히 듣보잡, 듣도 보도 못한 잡코인이었던 아인스타이늄의 경우 시총이 20만 달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프로그램인 API는 주인의 명령에 충실했고, 시중에 풀린 모든 리플과 아인스타이늄 코인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매도주문이 나올 때마다 지정가 거래로 받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리플과 아인스타이늄의 차트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 가격이 안 내려가네?"

"뭐야 이거. 초장부터 세력질이야."

"매수세 뭔데!"

"고래 떴다!"

매도세가 나오는데도 코인의 가격이 내려가질 않는다. 누군가 매도 물량이 나오는 족족 받아먹고 있는 것.

이 심상치 않은 변화를 몇몇 코인 투자자들이 눈치채기 시작했고, 눈치 빠른 몇몇은 리플과 아인스타이늄을 급히 시장가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무지막지한 매수세에 마치 가뭄이라도 온 것처럼 리플과 아인스타이늄의 매도세가 사라졌다.

매도세가 사라지니 매도호가 역시 거의 사라진 상태.

그 쫙 뚫린 무주공산을 그래프가 뚫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Mark Price: 0.00600]

[Mark Price: 0.00789]

[Mark Price: 0.00856]

[Mark Price: 0.01002]

……

순식간에 리플은 40% 넘게 상승했다. 놀란 투자자들이 급히 급등한 리플을 매도하기 시작했지만 그 강력한 매도세마저도 순식간에 소화되며 올라갔다.

[Mark Price: 0.012]

[Mark Price: 0.025]

[Mark Price: 0.036]

[Mark Price: 0.061]

……

2배, 3배, 5배 그 끝을 모른 채 상승하던 리플.

마침내 리플은 0.06달러에 도달했다. 시작가가 0.006달러였으니 무려 10배나 상승한 것이다.

갑자기 널뛰기 시작한 리플에 코인 커뮤니티가 터져나갔다.

<ㅁㅊ 리플 레이저 머임>

<리플 흑인 장대양봉 무쳤다!>

<밥 먹고 온 사이에 10배 뭐야!>

<300% 먹었다 나이따~>

<리플 500% 인증^^>

<누가 우리 리플 보고 리또속이랬냐>

<엄마 나 돈 벌었어! 이제 효도할게 ㅜㅜ>

<내 딸 이름은 이제 김리플이다>

<잡거래소에서 아인스타이늄이란 애는 1,800% 상승 중임 ㄷㄷㄷ>

└그건 뭔 듣보잡이냐

……

하지만 그 환희도 잠시였다.

급격히 올라가던 리플의 가격이 멈칫하더니 이내 아래로 내리꽂혔던 것.

기쁨은 이내 절망으로 물들어갔다.

<으악! 떨어진다!>

<꽉 잡아라!>

<리플 상승 이제 시작인데 탈출하는 흑우 업재?>

<여기 사람 있어요 ㅜㅜ>

<사자마자 –40% 시발!>

……

급상승하던 리플이 급락한 이유.

그건 간단했다. 바로 정우가 뒤늦게 리플의 급상승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폭락하기 1분 전.

API를 실행시키고 지켜보던 그는 자신의 잔고가 요동치는 것을 발견했다.

─────────

[내 보유자산]

-총보유자산: 157,507,805.22USD

-평가손익: +57,507,805.22

-수익률: +57.51%

─────────

"… 엥?"

그저 매집만 했을 뿐인데 잔고가 57%나 증가한 상태였다.

이럴 리가 없는데.

뭔가 이상함을 느낀 정우는 그제야 매집 중인 현황을 살펴보았다.

─────────

[코인명: 리플XRP]

[매수평균가: 0.0298]

[매수금액: 56,249,627.37USD]

[평가금액: 113,254,283.29USD]

[수익률: 101%]

[코인명: 아인스타이늄EMC2]

[매수평균가: 0.00199]

[매수금액: 119,227.33USD]

[평가금액: 1,258,177.85USD]

[수익률: 955%]

─────────

처음엔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리플의 매수평균가를 본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놀랍게도 리플의 매수평균가가 0.0298달러였던 것이다.

분명 0.006달러에서 매입 지시를 했는데 거의 5배 이상 높은 가격이었던 것.

"어 뭐야!"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화들짝 놀란 정우는 급히 매도주문을 넣었다.

당황해서 전량 매도 버튼을 눌렀는데 그러자 API가 정우의 명령을 실행하여 보유한 리플과 아인스타이늄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끝도 모를 것처럼 오르기만 하던 리플과 아인스타이늄의 기세가 주춤 꺾였다.

포물선 운동의 고점에 도달하여 운동에너지와 중력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것처럼 매수세와 매도세의 팽팽한 힘겨루기에 차트가 일순간 정지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는 찰나.

그래프는 이내 방향을 바꾸어 아래로 꽂히기 시작했다.

"어, 안돼!"

아직 다 안 팔렸는데!

지정가로만 매도하면 다 팔기도 전에 폭락하게 생겼다. 정우는 급히 시장가로 모든 물량을 던지듯이 매도해버렸다.

그리고 그 여파는 무지막지했다.

[Mark Price: 0.06]

[Mark Price: 0.053]

[Mark Price: 0.047]

[Mark Price: 0.036]

……

차트에 빨간 음봉이 레이저처럼 내리꽂혔다.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듯한 차트는 바닥을 모르는 것처럼 추락하더니 순식간에 절반 가격으로 폭락해버린 것이다.

매도를 마친 정우는 허겁지겁 포지션을 재확인했다.

─────────

[내 보유자산]

-총보유자산: 132,194,887.61USD

-평가손익: +32,194,887.61

-수익률: +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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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32%.

다행히 손해는 보지 않고 매매를 마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3,2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이다.

"후… 살았다."

놀라서 미친 듯이 두근거렸던 심장이 조금은 진정되며, 뒤늦게 이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왜 매집만 했는데 코인 가격이 요동친 걸까.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 시총이 너무 작아서였어."

리플의 시중 시총은 2억 달러 수준이고 아인스타이늄은 20만 달러 수준이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1억 달러라는 거액을 한 번에 풀어서 매집을 했으니 시장이 요동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

"… 내가 고래인 줄도 모르고 금붕어처럼 연못에서 놀려고 했으니…."

이번 큰 실수를 통해 정우는 크게 두 가지를 깨달았다.

자신의 자산 규모가 이미 세력급이라는 것을.

이제 그는 상상 속의 존재로만 여겨졌던 큰손이자 고래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 괜히 리또속이 아니었네."

두 번 다시 저딴 잡코인은 함부로 투자하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이었다.

자고로 큰 물고기는 큰물에서 놀아야 하는 법.

"역시 내 사랑 이더리움으로 돌아가야겠다."

기다려요 이더리움.

지금 사러 갑니다.

* * *

주식시장에서 항상 큰 흐름이 나오고 나면 항상 뒤늦게 이유를 찾는다.

당연하게도 이번 리플의 상승 역시 나름의 이유가 발견되었다.

<일본, 비트코인도 공식화폐로 인정>

<日 금융당국 "XRP는 암호화폐">

<리플(XRP)는 증권 아냐... 암호화폐로 분류>

<리플 하룻밤 사이에 1,000% 급등>

바로 일본에서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는 기사였다.

그 소식을 뒤늦게 접한 코린이들, 일명 개미투자자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무슨 저딴 게 호재냐 ㅋ 호재 같지도 않네 ㅋㅋ

└ㄹㅇㅋㅋ

-세력 새끼들 저 정보 선점해서 리플 미리 사뒀었겠지?

└ㅇㅈ ㅈㄴ 배 아프다

-리플로 먹은 애들 겁나 부럽다

-이번에 급등 때문에 리플 대표 자산 겁나 껑충 뛰었더라

모두가 리플에 대해 떠들 때였다.

커뮤니티에 하나의 게시글이 떠올랐다.

<우정2 하루만에 비트 32,000개 벌어들임 ㄷㄷ>

누군가 커뮤니티에 폭탄을 떨궜다.

-우정2 이번에도 존나 먹음 ㄷㄷㄷ

└ㄹㅇ?

└ㅇㅇ 리더보드 갱신된 순위 명단에 있음

└없는데?

└수익률 순위 말고 액면가 순위에 있음

└ㅇㅋ

└ㅁㅊ 1위네?

└비트 3만 개? 실화냐 ㄷㄷㄷ

└└비트 지금 1,000달러니까 하루만에 3천만 달러네 대박

└2위랑 격차 봐라 ㄷㄷ 미쳤네

-우정2는 세력인 듯 ㅇㅈ?

└리플 급상승하자마자 리더보드 뜨는 거 보소 ㅋ

└ㅇㅈ 지난번 이더리움 급등때도 먹더니 리플도 ㅈㄴ 먹었네

└3천만 달러 개부럽 ㅜ

-우정아 나 1비트만 ㅜㅜ 지갑 주소 남겨놓을게

└37SHthh5Euo491cVsVMsKah2qhHjKtiKjm

└나도 ㅜㅜ

└나는 0.1비트만 ㅜㅜㅜ

└저도요 ㅜㅜ

……

커뮤니티에서 리플과 함께 우정2라는 이름이 회자 되고 있었다.

새롭게 갱신된 선물거래소 리더보드. 거기에 정우의 아이디 우정2의 이름이 떡하니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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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 Name / Profit

1.WooJung2 (+32,194.88XBT)

2. Ash-Cyan-Raven (+1028.47XBT)

3. Wheat-Quark-Fish (+894.05XBT)

……

─────────

1위인 WooJung2의 하루 수익은 무려 비트코인 32,000개였다.

물론 진짜로 비트코인 32,000개를 벌어들인 게 아니라 그의 수익을 비트코인의 현재단가로 치환해서 표현해주는 거였는데, 현재 비트코인의 시세가 1천 달러였으니 3,200만 달러를 비트코인으로 환산하면 무려 32,000개에 달했다.

2위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익이었다.

누군가는 우정2의 수익을 부러워하고.

누군가는 우정2가 어떻게 벌었는지 궁금해했으며.

누군가는 우정2를 욕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 중에 김봉수가 있었다.

"씨발 우정이 개새끼!"

화가 난 듯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소위 말하는 샷건을 갈기자 모니터가 부서질 듯 흔들렸다.

평소라면 망가질까 봐 노심초사했겠지만 지금은 신경은커녕 흥분이 진정되질 않았다.

바로 코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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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명: 리플XRP]

[매수금액: 9,999,987.3KRW]

[매수평균가: 31.3]

[현재시장가: 26.7]

[평가금액: 8,549,242.2KRW]

[평가손익: -1,450,745.1KRW]

[수익률: -14.8%]

─────────

수익률 -14.8%.

그렇다. 김봉수는 코인, 그것도 리플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한 달 월급의 절반 이상이 손실 상태라니.

"… 병신 새끼… 왜 사가지고… 아오 씨발!"

사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김봉수는 굉장한 수익을 기록 중이었다.

그의 리플 매수평균가는 무려 6원. 친구인 정우가 말한 대로 리플과 이더리움을 100만원어치씩 샀던 것이다.

그런데 운이 좋은 건지 그가 사자마자 잠깐 사이에 리플 가격이 요동치더니 단번에 60원 가까이 치솟았던 것.

무려 10배에 달하는 상승이었다. 리플에 딱 100만원을 투입해놓았기에 1시간도 안 되어 900만원의 수익을 챙기게 되었다.

수익률 900%라는 숫자가 주는 마력이란.

그 순간 김봉수의 눈이 뒤집혔다.

'100만원이 아닌 1,000만원을 투입했더라면 1억인데.'

왜 겨우 100만원밖에 안 샀을까.

당장 벌었다는 사실보다는, 겨우 900만원밖에 못 벌었다는 아깝고 답답한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게다가 현재도 리플은 올라가려는 듯 꿈틀꿈틀거리고 있었다.

60원을 뚫더니 61원을 가는 리플을 보며 김봉수는 마음이 급해졌다.

'더 사야 돼!'

무언가에 홀린 듯 김봉수는 리플에 비해 오히려 조금씩 빠져서 –2만원인 이더리움을 그 즉시 손절하고 리플을 현재시장가로 구매했다.

하지만 그것도 모자랐다. 그는 은행계좌에 남아있던 현금 800만원을 몽땅 거래소로 입금했다. 입금되는 그 잠깐의 딜레이도 매우 초조하다.

몇 분 만에 간신히 입금된 800만원. 그 모든 전재산을 리플에 박았다.

다행히 61원인 리플은 60원까지 떨어진 상태.

매도호가는 텅 비어 있었고, 매수호가에는 얼마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의 매수벽이 쳐져 있었다.

그 단단한 매수벽 지지를 보고 있자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것처럼 든든했다. 김봉수는 리플이 60원을 뚫고 100원까지 갈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한순간에 매수벽이 사라지더니, 파란 매도벽이 색칠하듯 호가를 가득 채웠다.

그 직후 차트가 파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래로 한순간에 내리꽂히는 리플의 차트와 가격.

비현실적이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도 모른 채 김봉수는 어버버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900만원이었던 평가 손익은 –1만원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아니 손실은 끝이 아니었다.

-1만원, –10만원, –50만원, -100만원.

대응도 못하고 그저 떨어지는 가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900만원일 때 익절할걸.

+450만원일 때라도 팔걸.

+100만원일 때라도 건졌으면 카메라라도 사는데.

+0원일 때라도 나왔으면 손해는 안 보는데.

-10만원일 때 손절했으면 이렇게 손실이 커지진 않았을 텐데.

-140만원… 이건 손절을 할 수가 없잖아….

어쩌지? 어쩌지?

숨이 턱 막히는 심정으로 해결책을 찾아 부랴부랴 인터넷을 뒤졌다.

자신처럼 물린 코인러들이 많은지 코인 커뮤니티에서는 한창 리플에 대해 갑론을박 중이었다.

그때 누군가 게시글을 남겼다.

-우정2 그 개새끼가 리플 팔아서 그럼

-우정2 새끼 비트 32000개 번 거 알지? 그거 리플 팔아서 번 거다

-내 돈 우정2가 냠냠쩝쩝했네

-우정2 개좆같네 하…

-사실 우정2가 리플 세력이 아니었을까?

└ㄹㅇ ㅋㅋㅋㅋㅋ

……

우정2라는 네임드 트레이더가 이번 리플 폭락사태의 원흉일지도 모른다는 선동글이었다.

그저 어그로를 위한 장난 같은 글이지만, 김봉수는 정말로 우정2라는 놈이 리플 폭락 사태의 원흉일 거라 여겼다.

아니,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자신의 어처구니 없는 판단미스를 견딜 수 없었다.

10배나 급등한 코인에 추가로 돈을 박다니.

코인이나 주식은 처음 해보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었다.

"하… 이제 어쩌냐."

-200만원을 향해 가는 평가손익을 보며 김봉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

[봉수]: 하… 나 ㅈ됐다

[봉수]: (사진)

[봉수]: -150임 ㅜㅜ

[봉수]: 살려줏메

─────────

숫자가 사라지며 친구들이 메시지를 읽었다.

처음엔 별로 반응이 없다가 이내 답장들이 올라왔다.

─────────

[KKD]: -150?

[KKD]: 실화냐

[KKD]: 뭐에 투자한 거?

[봉수]: 코인

[봉수]: 리플 샀다가 ㅈ됐다

[봉수]: 나 어카냐 ㅜㅜ

[KKD]: ㅂㅅㅋㅋㅋㅋㅋ

[KKD]: 코인 왜 삼 ㅋㅋㅋㅋㅋㅋㅋ

[봉수]: 이정우 개새끼가 사라고 했자늠

[KKD]: 전문가인 펀드매니저 옆에 두고 정우 말을 왜 듣냐

[KKD]: 내 말을 들어야지 븅딱아 ㅋ

[봉수]: 아 원래 +900만원이었다고

[봉수]: 수익 중이었는데

[봉수]: 병신 같이 불타기 하다가 뒤지네

[봉수]: 아 개빡치네!

[KKD]: 인증 없으면 뭐다?

[KKD]: 응~ 구라 꺼져~

[동현]: 뭔 일임

[동현]: -150?

[동현]: 풉!

[동현]: (비웃는 이모티콘)

─────────

아오 개새끼들.

친구들은 위로는커녕 놀리기 바빴다.

정작 코인으로 끌어들인 당사자이자 이럴 때 그나마 좋은 얘기를 해주던 정우 녀석은 단톡방을 보지 않았다.

'꼭 필요할 때 도대체 어디 간 거야.'

김봉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니 위로라도 받고 싶은 마음에 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신호가 가더니 친구 녀석이 받았다.

-아 바쁜데 왜.

"하… 나 어카냐 정우야."

-뭐가. 뭔 일 있냐?

"단톡 안 봤냐? 나 리플 샀다가 좆됐다."

-뭐? 얼마에 들어갔는데.

"처음에 6원인가 할 때 100만원 넣었는데 갑자기 10배 올라가서 순간 눈 돌아가서… 딱 1,000만원 박았는데 지금 –200이다. 어쩌지? 나 이제 어쩌냐… 하."

땅이 꺼질 것 같은 김봉수의 한숨 소리에 수화기 너머로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어휴… 6원에 들어갔으면 그냥 들고 있지 거기서 욕심을 왜 부렸냐. 난 이미 익절하고 팔았는데.

"뭐? 팔았다고? 얼마 벌었는데?"

-… 적당히 먹고 나왔어. 지금은 다시 재진입했다. 근데 너한테서 곡소리 나오는 거 보니까 들어가길 잘한 것 같네.

"뭐 이 씨발? 뒤지고 잡냐."

-하하하, 장난이야.

"안 그래도 빡쳐 죽겠는데 장난은 무슨. 그나저나 너 코인하면 원금 보장해준다는 약속 유효하냐?"

-그걸 믿었냐.

"그러면 그렇지. 너를 믿은 내가 병신이다. 됐다. 내가 알아서 할게."

답답한 마음에 괜히 친구를 탓하며 전화를 끊으려던 그때 정우가 덧붙였다.

-농담이고, 원금은 걱정 마라. 내가 진짜 보장해준다.

"진짜로?"

-어. 그니까 너무 낙담하지 말라고. 진짜 보장해줄 테니까.

정우의 진지한 말에 오히려 김봉수가 당황했다.

"야, 그냥 농담이었는데 진지하게 뭔 원금 보장이야. 됐다 인마."

-싫으면 말고.

"어, 안 받아. 니 말도 계기가 되긴 했지만 투자를 한 건 전적으로 내가 판단한 결과고 책임이니까. 그러니 원금 갚아주니 마니 그런 얘기는 안 해도 돼."

-… 알았다. 나중에라도 마음 바뀌면 얘기해. 도와줄 테니까.

"마음만 받을게 짜샤."

정우가 도와준다는 훈훈한 얘기에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었지만 김봉수는 왠지 속이 후련했다.

'그래, 이것도 다 경험이다.'

코인인지 뭔지 공부도 안 하고 전재산을 투자한 자기 잘못이다.

그 결과 수백만원을 잃게 되었지만 긴 인생 관점에서 보자면 지금의 실패가 나중엔 약이 될지도 모른다.

수백만원이 아닌 수천만원, 수억 원을 잃을 상황을 액땜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중에 술이라도 한잔 사라. 돈 꼴았더니 술 땡기네 아오."

-원할 때 얘기해. 비싼 걸로 대접할게.

"진짜 비싼 거 먹어야지. 아무튼 나 끊는… 응?"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자, 잠깐만 나중에 통화하자!"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며 김봉수는 눈을 부릅떴다.

왜냐.

[리플XRP: 24.9]

[리플XRP: 25.0]

[리플XRP: 25.2]

[리플XRP: 25.5]

[리플XRP: 25.9]

[리플XRP: 26.1]

……

리플 가격이 급격히 반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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