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 : 이게 무슨 돈이냐? >
테슬라를 산다고 하자 지서현도 아는 눈치였다.
"테슬라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기업 아닙니까?"
"알아?"
"예. 테슬라의 행보가 재밌었거든요. 전기차 및 솔라루프, 스페이스X 같이 비전 있는 사업들을 적자를 감수해가면서도 뚝심 있게 추진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그래. 아마 지금은 적자지만 곧 엄청난 변혁을 끌고 올 거야. 주식은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거니까."
"… 저도 투자를 고민해봐야겠습니다."
* * *
이후 즐거운 저녁을 마치고 정우는 호텔로 돌아왔다.
쉴 법도 하지만 그는 새로 산 400만원짜리 노트북을 켰다.
오늘부터 그는 테슬라 주식을 조금씩 매집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위해 해외증권거래소 계정도 만들어둔 상태였다.
"말 나온 김에 슬슬 해보자고."
그가 지금부터 테슬라를 사려는 이유는 간단했다.
회귀하기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나온 해외주식 2종목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주식은 코인보다 수익률도 안 나오잖아.'
'안 나오기는. 너 게임스탑이나 테슬라도 모르냐.'
' … 테슬라는 킹정이지.'
그때 나온 테슬라나 게임스탑은 정우가 모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코인은 안 해봤어도 해외주식은 직접 투자를 해봤기 때문이다.
특히 테슬라는 2019년부터 실제로 투자해서 그 상승을 모두 지켜보고 중간에는 직접 매매에 참여하여 수익도 꽤 거둬 봤었기에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때 테슬라 주식 차트는 하도 많이 봐서 지금도 어느 정도 기억이 날 정도였다.
'1,200불까지 가던가.'
세기의 천재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실제로 2021년까지 1,200불까지 떡상한다.
2020년에 5분의 1 액면분할을 진행했었기에 실질적으로 6,000불까지 오르는 셈.
현재 테슬라 주식 가격이 300불 선이었으니 거의 2,000% 가까이 떡상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테슬라 투자를 결심한 지금, 오히려 코인 투자를 할 때보다 마음이 편했다.
'3LTS를 사면 3배 레버리지를 쓸 수 있지만, 아직은 일러.'
영국 증시에 있는 그래나이트셰어즈GraniteShares에서 발행한 3x Long Tesla Daily ETP, 일명 3LTS를 사면 테슬라를 3배 레버리지로 운용할 수 있지만, 현재는 해당 상품이 상장되지 않은 상태다. 2020년에 해당 상품이 상장되기 때문이다.
결국 레버리지를 쓰려면 콜옵션이나 공매수가 가능한 CFD(Contract for Difference: 차액결제계약) 상품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정우의 기억에서 2017년에 테슬라가 오르는 일은 없었으니 레버리지 상품을 활용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테슬라는 급상승 직전까지 하락추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괜히 급하게 레버리지를 썼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었기에 신중해야 했다.
'2018년 이후에 비트코인 매각하고 그때부터 레버리지를 모아가도 충분해.'
지금은 테슬라 현물 주식만 매집해도 충분할 터.
정우는 선물거래소 단타계정에서 4천만 불을 출금하여 해외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가 고른 거래소는 미국의 대표적인 증권사인 아메리카 대표은행 토론토 도미니언(TD)의 TD아메리트레이드(Ameritrade)였다. 원래는 아메리트레이드라는 증권사가 있었는데, TD에서 이 회사를 인수하여 TD아메리트레이드로 거듭난 회사로써 현재 미국 2위 주식거래소였다.
이 TD아메리트레이드의 특이한 점은 증권사 계좌를 온라인으로 만들 때 사회보장번호SSN, 심지어 개인납세자식별번호ITIN도 요구하지 않고 거주자가 아니어도 된다는 점이다.
보통 미국에서는 은행계좌나 증권사 계좌를 온라인으로 만들려면 반드시 미국인이나 영주권자, 최소 미국거주자여야 하고 우리나라의 주민번호 격인 사회보장번호SSN나 적어도 개인세금번호ITIN가 있어야 하는 것과 달랐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 외환거래법 위반?'
바로 외환거래법에서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적의 대한민국 거주자는 해외주식 거래시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통한 거래만 가능하고 이를 위반할 시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
수수료 몇 푼 아끼려다가 처벌을 받을 수는 없었기에 정우는 해외거래 시도를 잠시 중단했다.
'돌파구를 찾아야겠는데.'
아무래도 법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에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좋을 듯 싶었다.
정우는 밤이 늦었기에 내일 오전 일찍 심문철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려 했던 계획이 붕 뜨면서 시간이 자금이 남았다.
남는 시간 뭘 할까 고민하다가 내친김에 정우는 단타계정 수익금 일부를 출금하여 그동안 미뤄두었던 신용대출금을 모두 갚아버렸다. 코인 투자를 위해 2월에 빌렸던 2억원 가량의 대출금이었는데 갚고 나자 속이 후련했다. 이제 빚은 없는 자유인의 몸이 된 것이다.
동시에 아버지가 빌려주신 전세금 1억 5천만 원도 돌려드렸다. 투자를 위해 전세를 뺏음에도 돈을 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는데 드디어 그 짐을 덜어낼 수 있었다.
다만 꽤 거액이어서였을까. 송금하자마자 곧장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우냐.
"네, 아버지."
-갑자기 큰돈이 들어왔더라. 이게 무슨 돈이냐?
"그게… 아버지가 빌려주셨던 신혼집 전세금입니다."
-니네 신혼집? 설마 집을 내놓은 거냐?
역시 이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나.
정우는 올 게 왔음을 깨달으며 입을 열었다.
"… 저희 이혼했어요."
-… 뭐라고? 이혼?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
이혼했다는 말에 아버지로부터 말이 없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수화기 너머로 담담한 음성이 들려왔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아버지는 이유를 묻지 않으셨다. 그저 위로의 한 마디를 전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먹먹하게 다가오는 걸까.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알았던 때의 충격, 홀로 이혼소송을 진행했던 외로움, 그럼에도 원망스러운 아내를 마지막까지 이해해보려 했던 자신의 한심함,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까지.
잊고 지냈던, 아니 애써 억눌러왔던 온갖 감정이 떠오르며 갑자기 울컥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 아니에요. 지금은 괜찮아요."
-… 나중에 본가에 한번 와라.
"알겠어요. 조만간 갈게요. 아버지."
-알겠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뚝뚝한 아버지의 전화는 먼저 끊겼다.
한참을 끊긴 전화기를 붙잡고 정우는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 멍청한 놈."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
일의 우선순위를 잘못 판단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가까이 있음을 잊었다.
바로 가족이라는 존재를.
"… 집부터 사드려야겠다."
정우는 제대로 플렉스를 하기로 결심했다.
집이든 차든 뭐든 다 바꿔드려야지.
* * *
다음날 아침, 심문철 변호사와 통화했다.
합법의 테두리에서 해외주식거래소를 이용할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문의드릴 게 있는데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아 대표님, 안 그래도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용케 전화 주셨네요.
"전화주시려고 했다구요?"
"예. 재산분할 민사청구 소송 관련해서 첫 재판일이 잡혀서 알려드리려 했거든요. 두 달 뒤에 첫 민사재판이 있을 예정입니다.
"드디어…!"
안 그래도 안예슬이 신청한 민사청구 소장이 날아와서 변호사에게 전달한 상태였는데, 드디어 그 재판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특이사항 말씀드리자면 이번 민사재판 청구 금액이 200억원입니다.
"200억이요? 원래 100억 아니었나요?"
-이번에 보니 올렸더라구요. 아마 그쪽에 심경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0억원이면 소송비용만 무려 7천만원이다. 명품이다 뭐다 사치스러웠던 안예슬이 돈이 어디서 나서 소송비용을 마련했을까?
심지어 얼마 전 몰카유출사태로 인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상태인데 말이다.
뭐, 깊은 사정은 정우가 알 바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무리해주니 고마울 뿐이네요."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인데 본인만 모르고 있죠. 전 솔직히 그쪽 변호사가 제일 문제라고 봅니다. 재산분할권 포기각서를 쓴 걸 알면 소송을 반대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러게요."
두 사람은 안예슬이 변호사 상담 과정에서 실수로 재산분할권 포기각서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들이 의도한 대로 나와주니 대환영.
이제 남은 건 철저한 응징뿐이다.
"변호사님, 마무리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나저나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구요?
"아, 다름이 아니라 제가 해외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려는데 수수료 때문에 미국증권사를 이용하려 했더니 외환거래법에 저촉이 되더라구요. 이것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데, 혹시 외환거래법에 안 걸리고 현지 거래소를 통해 해외주식 매매를 할 방법이 없을까요?"
-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말씀이시죠? 혹시 투자 자본 출처가 가상화폐일까요?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현지 계좌에 달러를 인출하여 거래를 하시면 문제 없으실 겁니다. 외환거래법이라는 게 달러 같은 외환 유출을 막고자 세워진 거라서요. 특히 가상화폐는 아직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에 현지에서 달러로 현금화한다고 법에 저촉되지는 않으세요.
심문철 변호사의 말을 들으니 막혔던 게 뚫리는 기분이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주식 투자 자금이 크시다면 현지 법인을 세우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델라웨어가 면세지역이라 그쪽에 법인을 세우시면 될 듯하네요. 아, 혹시 그쪽 현지에 법인 세우실 거면 제가 아는 국제변호사분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하하, 뭘요. 그럼 소송 관련해서 특이사항 있으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현지 변호사 연락처는 문자로 알려드릴게요.
"예!"
변호사 연락처를 받기로 하고 통화를 끝냈다.
"현지 법인이라…."
이거 주식투자 스케일이 점점 커지는데?
아무래도 미국으로 날아가야 할 듯하다.
* * *
한편 그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테슬라 본사 대표실에서 한 백인 남성이 보고를 받고 있었다.
멀끔한 외모에 살짝 풀린 듯한 눈매.
그는 바로 천재와 사기꾼이라는 극과 극 평가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의 악동 일론 머스크였다.
"대표님, 미스터 쿡이 인수 제안을 고민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반응은 어떻던가요?"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앞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로 전환될 텐데, 미스터 쿡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부할 수 없을 테죠."
"그렇죠. 언제까지 화석연료에 의지할 수는 없으니 내연기관은 결국 도태될 거고, 그런 점에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기차 개발에 힘써온 저희 테슬라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으니. 문제는 자금인데… 솔직히 내가 돈만 있었으면 매각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안타깝지만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님."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아서."
"… 곧 긍정적인 대답이 올 겁니다."
"그러길 바래야죠."
씁쓸히 웃는 일론 머스크.
사실 현재 테슬라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태였다.
전기차인 모델3의 판매를 올해 시작하겠노라고 투자자들에게 발표한 상태였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생산에 돌입하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달에 돌아올 어음을 막지 못하면 파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테슬라를 매각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하여 애플과 접촉했던 것.
현재 애플의 CEO 팀 쿡은 그런 그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이 왔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협상이란 게 언제나 어그러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일단 그 건은 알았으니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죠."
"할 일이라면…?"
"애플에 인수되지 못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해야 합니다. 최악의 수를 대비해야 하는 거죠."
"하지만 대표님, 더 이상 돈이 나올 구석은 없습니다."
"그건 모르는 거죠. 그 부분은 제가 발로 뛰어서라도 알아볼 테니 가서 일 보세요."
보고를 마친 직원이 나가고.
머스크는 심란한 표정으로 습관적으로 테슬라 주가를 살폈다.
최근 모델3 발매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일 상승하던 테슬라의 주가는 장이 시작하자마자 20불 넘게 하락한 상태였다. 또 무슨 악재라도 터진 걸까.
뉴스를 확인하자 곧 원인이 드러났다.
<도요타, 테슬라 지분 전량 매각>
<도요타, "차후 테슬라와 협력 계획 없다">
<도요타 이번 테슬라 지분 매각으로 5억 달러 시세차익 거둬>
바로 2016년이었던 작년에 지분을 정리한 도요타에 관한 기사가 이제야 발표된 것이다.
그들이 지분을 매각하고 떠난 건 한참 전이지만, 뒤늦게 해당 악재에 대한 보도가 발표되면서 테슬라 주가에 영향이 미쳤던 것.
"… 이거 죽어라 죽어라 하는군."
심지어 전기차만 죽을 쑤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야심 차게 인수한 태양광 패널 산업인 솔라시티 역시 적자만 기록 중이었기 때문이다. 솔라시티는 일론 머스크의 사촌들이 설립한 태양광산업이 주력종목인 기업으로써, 일론이 대주주로 있었던 기업이었다.
이 기업을 테슬라는 최근에 인수하였는데, CEO였던 일론 머스크는 작금의 테슬라의 부진의 돌파구로 모든 부품의 생산부터 조립까지 하나의 공장에서 끝내는 기가팩토리를 염두에 두고 솔라시티가 가진 태양전지 공장을 활용하려는 큰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솔라시티는 거의 파산 직전이었고, 부진으로 인한 타격은 생각보다 컸다. 예상보다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었던 것.
설상가상 머스크가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던 솔라시티를 인수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던 미국 네바다주 태양광 대여상품 판매계획마저 무산되었다. 미국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에너지생산기업은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만 한다. 머스크는 이것을 노리고 미국 네바다주에 솔라시티의 태양광 대여상품을 판매하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워렌 버핏이 훼방을 가한 것이다.
워렌 버핏이 솔라시티에 제동을 가한 방법은 바로 로비였다. 자신이 투자한 NV에너지를 위해서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양을 3%로 제한하도록 네바다 주정부에 로비를 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구매의무량이 제한되면 그만큼 NV에너지는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할 자금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일반 가정이 지붕형 태양광보다 전력회사에 전력을 구입하는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솔라시티 입장에서는 타격이 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결국 의도했던 네바다주 태양광 대여상품 판매계획이 무산되면서 기껏 생산한 태양광 패널은 재고만 늘어나며 먼지만 쌓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무려 3천억원을 들여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태양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던 테슬라의 협력사 파나소닉에서는 악성 재고가 계속 쌓이자 현재는 공장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이 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테슬라 입장에서는 파나소닉이 고효율 PV셀을 표방하면서 비싼 단가로 태양전지 셀을 납품하고 있지만 사실 태양전지셀 자체의 결함 문제도 있었고 무엇보다 비싼 단가 때문에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 수요와 매출이 줄어드는 중이라고 판단하여, 새로운 배터리 납품업체를 찾아 대한화학과 접촉 중이었다.
결국 이런저런 갈등이 모여 파나소닉과의 협력마저도 삐그덕 대고 있었으며, 심지어 야심 차게 준비한 솔라시티 인수가 수포로 돌아갔는데 파산 직전이라는 사실도 알려져 테슬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론 머스크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게다가 우주항공산업인 스페이스X는 열심히 돈만 잡아먹는 중이었으니.
그야말로 현재의 테슬라의 상황은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다.
"…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주주총회라…."
코앞으로 다가온 테슬라 주주총회가 얼마 안 남았다.
침몰해가는 난파선에서 주주들이 저마다 아우성을 할 터.
그들 앞에서 이 험난한 항해를 지속할 수 있을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방법을 찾기 위해 깊은 사색에 잠긴 그의 눈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가득했다.
* * *
네뷸라 식구들에게 현지법인을 세우기 위해 미국으로 갈 계획임을 알렸다.
"미국으로 갈 겁니다."
"미국이요?"
"예. 현지에 투자법인을 세우려고요."
"투자법인이라 하시면, 기업 인수를 염두에 두신 겁니까?"
"아,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구요. 개인적으로 해외주식 좀 매집하려고요."
"아하. 하도 돈이 많으셔서 회사라도 하나 쇼핑하러 가시는 줄 알았네요."
"당분간 탁 본부장님이 네뷸라 케미컬 운영을 맡아주세요. 뭐, 어차피 저 없이도 잘 돌아가긴 했지만요."
"맡겨만 주세요."
역시 믿음직하다.
탁세훈 본부장이 있으니 국내 업무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지서현이 벌떡 일어났다.
"저, 대표님."
"응?"
"저도 미국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미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