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후 인생 대박-50화 (50/120)

< 50 : 내기 하나 하실래요? >

정우는 자신의 재산분할소송을 맡고 있는 심문철 변호사를 통해서 미국 현지 회계법무팀을 소개받았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터 리. 블랙 루드닉 로펌에서 회계법무팀을 맡고 있는 로버트 제임스 회계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정우입니다."

"법인 설립을 원하신다구요?"

"예. 델라웨어 지역에 세우고 싶습니다."

정우가 델라웨어 지역에 법인 설립을 하려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세금 감면을 위해서다. 보통 미국 법인세는 연방세와 지방세인 주법인세로 이원화되어 있는데, 델라웨어는 각종 감면 조치를 통해 주법인세 부담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때문에 테슬라, 아마존, 구글, 코카콜라, 버크셔 해서웨이, 월마트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실제 본사위치와는 무관하게 서류상 본사를 델라웨어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델라웨어 인구수가 100만 명인데 등록된 기업 수만 150만 개이니 말 다 했을 정도.

당연히 델라웨어를 언급하자마자 로버트 제임스는 정우의 의도를 눈치챘다.

"세금 감면 목적이겠군요."

"정확합니다."

"그러면 간단하겠네요. 델라웨어 법인 설립은 밥 먹듯이 해서 눈 감고도 합니다."

로버트 제임스는 실력 있는 회계사였다. 법인을 세우겠다는 말에 뚝딱뚝딱 법인 설립을 도와주었다.

덕분에 금세 네뷸라 투자법인을 세울 수 있었다.

'투자 준비는 완료되었고.'

정우는 해외선물거래소에 잔뜩 쌓여 있던 WooJung3 단타계정의 수익금 일부를 달러로 출금하였다.

그가 열심히 돌아다니느라 매매를 많이 하지 못했음에도 자동매매봇으로 쌓인 수익이 상당했다.

[391,972,989.21$]

액수가 무려 4억 달러. 한화로 5,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였는데, 금액이 너무 큰 나머지 선물거래소 출금 금액 제한 때문에 애먹을 정도였다.

거래소 본사에서 본인확인을 마친 후에야 겨우 출금을 받을 수 있었다.

'3억 달러는 단타용으로 남겨두자.'

심지어 4억 달러가 단타계정 수익금의 전부가 아니었다. 아직도 3억 달러라는 시드머니가 남아 있어서 단타를 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정우는 출금한 4억 달러 전부를 투자법인 계좌에 옮긴 후에 본격적으로 해외주식 매매를 시작했다.

그가 예전에 만들어두었던 미국의 대표적인 증권사인 TD아메리트레이드에 접속했다.

한국인인 그로서는 낯선 UI의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

"… 뭐가 이리 복잡해?"

영어를 할 줄 알지만 그렇다 쳐도 용어도 어렵고 사용법도 어려웠다.

자산 규모가 5,000억원이라 괜히 섣불리 건드렸다가 실수라도 한다면 큰일 날 터.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탁세훈이 물었다.

"뭐가 복잡해요?"

"아, 해외주식에 투자 좀 하려는데 어렵네요."

"테슬라요? 안 그래도 저도 테슬라 주식 좀 사뒀는데. 얼마나 사시려구요?"

"5000억이요."

"…… 예?"

5000억원이라는 말에 탁세훈이 입을 떡 벌렸다.

"5000원 아니죠?"

"억입니다."

"… 아니 5000억원을 HTS로 사는 사람이 어딨어요. 지점에 전화 한 통화만 하면 알아서 해줄 텐데."

"아 그래요?"

"네. 쓰시는 증권사가 어디예요? 거기로 전화해보세요."

"오, 꿀팁 감사합니다. 바로 해볼게요."

탁세훈이 제시한 해결 방법은 간단했다.

직접 매매하는 대신 전문가에게 부탁하면 된다.

정우는 TD아메리트레이드 지점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 * *

TD아메리트레이드 증권 거래 사무실.

그곳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 그 자체였다.

"장 시작한 지가 언젠데 굼벵이처럼 기고 있어! 전화 한 통이라도 더 돌리고 빨리빨리 움직이란 말이야! 그리고 톰! 너 저번에 스미스 씨한테 중국 쪽 완다그룹 주식 중개하지 않았어?"

"마, 맞습니다!"

"그거 어떻게 했어? 팔았어?"

"아, 아직…!"

"아니 하락 뉴스가 뜬지 언젠데 아직도 안 팔고 뭐 했어!"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말할 시간에 빨리 연락해서 팔아버리라고 멍청아!"

"… 알겠습니다!"

"구경 났어! 꾸물대지 말고 빨리빨리 대응해 병신들아!"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현장. 치프 매니저가 중개 직원들을 닦달하는 정신없는 이곳은 지옥 그 자체다.

주식매매중개인으로 일하고 있는 제이콥 브랜든 역시 정신없이 관리하고 있는 고객들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대응하기 바빴다.

"… 옙, 지시하신 대로 대응하겠습니다!"

겨우 하나 처리하고 한숨 돌리려는 그때 치프 매니저가 그를 불렀다.

"브랜든! 브랜든!"

"예! 매니저님!"

"지금 스탁 트레이딩 문의 하나 왔으니까 니가 대응해."

"예?"

"할 일 없는 니가 대응하라고! 다들 바쁜 거 안 보여?"

나도 할 일이 산더미 같다고! 개 같은 자식아!

치프 매니저의 떠넘기기에 욕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브랜든은 결국 부하직원일 뿐, 상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 알겠습니다."

빨리 처리하고 장 상황에 대응해야 했기에 부랴부랴 들어온 문의를 받았다.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애널리스트 겸 스탁매니저 제이콥 브랜든입니다. 실례지만 고객님 성함 좀 알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이정우입니다.

"미스터 리시군요. 미스터 리, 저희 지점을 찾아주신 걸 감사드리며, 주식 위탁매매를 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만큼의 자산 규모로 운용하실 건지 알 수 있을까요?"

-4억 달러입니다.

"4… 4억 달러요?"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분명히 상대방은 4억 달러라고 언급했다.

브랜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말 4억 달러로 운용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제 고객정보 조회하시면 확인 가능하실 겁니다.

동의하에 이정우라는 남자의 개인정보를 조회하자 정말로 계좌에 4억 달러라는 거액이 잠들어 있었다.

처음 보는 압도적인 자릿수의 잔고.

그가 관리 중인 고객들의 자산을 다 합쳐도 이정우라는 남자의 자산에 못 미칠 정도다.

상사의 짬질 덕분에 대박 고객을 거머쥐는 뜻밖의 행운을 얻은 것이다.

"오마이갓… 방금 확인했습니다. 정말이시군요. 이 자금을 전부 주식 매입에 사용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테슬라를 매집할 생각입니다.

"테슬라요?"

테슬라를 산다는 말에 브랜든은 당황했다.

"테슬라라면 일론 머스크가 CEO로 있는 전기차 회사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흠… 미스터 리. 개인적으로 테슬라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부채도 많고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요. 언제 파산할지 모릅니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려되어 조언했다.

이정우라는 고객이 테슬라로 인해 파산하게 되면 자신의 경력에 엄청난 흠집이 갈 수도 있으니까. 무려 4억 달러 자산가를 파산시킨 끔찍한 매니저로 말이다.

하지만 이정우라는 고객의 결심은 단단했다.

-괜찮습니다. 테슬라 매집 진행해주세요.

"…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매집 진행하면 될까요?"

-전부요.

"4억 달러 전부를요?"

-예. 시장가격에 최대한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전부 매입해주십쇼.

"… 알겠습니다."

고객이 바라는 사항이니 주식중개인인 브랜든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

어차피 거래 중개 수수료를 먹고 사는 몸이기도 하고.

결국 그는 이정우 고객이 원하는 대로 테슬라 매집을 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수료 덩어리인 대박 건수를 물었지만 브랜든의 안색은 어두웠다.

"하… 이걸 진짜 해야 한다고?"

정말로 4억 달러를 쓰레기 주식인 테슬라 매입에 써야 한다고?

주식 매입을 시작해야 하는데 차마 마우스 클릭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내 그의 마우스 커서가 'Buy(매수)' 버튼을 클릭하였다.

딸깍-

테슬라 주식 매입이 시작되었다.

* * *

르노닛산의 회장 카를로스 곤.

레바논계 브라질 출신이자 프랑스 국적의 기업인인 그는 탁월한 사업 안목으로 르노 회장을 역임, 추후 르노가 일본 닛산과 합병되었을 때 일본 닛산의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닛산을 되살린 인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3백여 개가 넘는 대리점을 폐점하고 닛산 전체 근로자의 15%에 해당하는 무려 2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해고하여, 일본 노동계에서는 프랑스에서 온 악마로 표현되곤 하는 극과 극의 평가를 달리는 인물이기도 했다.

기업의 성과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카를로스 회장.

그런데 최근 그의 눈 밖에 난 곳이 있었으니 바로 닛산의 자회사인 AESC다.

주로 닛산 자동차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AESC는 그 규모에 비해 매출이 나오지 않아 돈만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닛산 자동차의 매출 자체가 떨어져서 배터리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돌파하려면 쌓이는 배터리재고를 다른 기업에 납품하여 처리하면 되지만, 문제는 닛산이 완성차 회사라는 점이었다.

경쟁사의 배터리를 구매해 줄 회사는 없었다.

그런 이유로 AESC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었는데 긍정적으로 얘기가 오가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의 사모펀드인 GSR이었다.

그들이 제안한 AESC 인수대금은 무려 800억 엔. 한화로 8,000억원 규모로써 카를로스 회장은 이 매각대금에 만족하여 AESC를 넘기기로 합의 직전까지 갔다.

한 통의 인수의향서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AESC를 인수하고 싶다고?"

"예. 네뷸라 케미컬이라는 회사인데 신흥 회사입니다."

"투자 규모는 얼마 정도 예상한다고 하고 있지?"

"제안한 대금은 9억 달러 규모입니다."

"음…."

카를로스 회장은 생각에 잠겼다. 9억 달러면 거의 1,000억 엔 규모였으니까.

"상황이 더 좋아졌군. 알겠어. 일단 GSR과 진행하던 거 잠시 보류시켜."

"알겠습니다."

"그리고 언론에 살짝 흘려. AESC 매각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걸 GSR이 알아볼 수 있게 하라고."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네뷸라측과 미팅 날짜는 조율해보고.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봤으면 좋겠군. 그리고 네뷸라 협상 건은 히로토 대표가 직접 맡도록 전달해."

"확인해보겠습니다."

보고한 직원이 나가고 카를로스 회장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렸다.

새로운 경쟁자의 참가는 언제든 환영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더 비싼 값에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

"… 더 뽑아먹을 수 있겠어."

상황이 만족스러운지 그가 아끼던 시가를 꺼내 들었다.

곧 사무실에 자욱한 연기가 흩어져갔다.

* * *

순조롭게 테슬라 주식 매집이 진행되는 사이, 정우는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탁세훈 본부장이 그에게 보고했다.

"대표님, 이 기사 보셨습니까?"

"어떤 기사인가요?"

"AESC 인수에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부 지원금이요?"

정우는 탁세훈이 보고한 기사를 읽어보았다.

미국 에너지부DOE에서 배터리 사업에 3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30억 달러나 되네요?"

"예. 트럼프 정부에 들어서서 에너지부가 찬밥신세던데, 그래도 배터리 쪽에는 계속 투자가 진행되는 모양이네요."

"차세대 배터리 사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어쨌든 기회가 생겼네요."

원래 정우는 AESC 인수에 자신의 자본금만 사용하여 인수하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지원금을 받게 되면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지원사업 선정 자격이다.

"어떤 식으로 지원금을 준다는 거죠?"

"공개적으로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테스트 심사에서 일정 요건을 만족하면 업체를 선정해서 지원금을 나눠주는 방식인 것 같더라구요."

"테스트 심사 방식이라… 그럼 문제 없겠네요."

네뷸라의 전고체배터리 솔리드스타의 성능은 압도적이니까.

"그렇죠? 아무래도 솔리드스타는 현존 최강이니까요. 지원금 따내는 건 일도 아닐 겁니다. 문제는 얼마나 먹을 수 있느냐죠."

"최대한 먹어봅시다. 투자계획서 바로 준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탁세훈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그의 얼굴에 장난기가 서렸다.

"근데 대표님, 그냥 하면 재미없을 것 같은데, 우리 내기 하나 하실래요?"

"내기요? 좋죠. 무슨 내기로 할까요?"

"지원금 규모로 내기하시죠. 최대한 가깝게 맞추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내기 대가는요?"

"대가는… 아, 인센티브 어떻습니까."

"인센티브요?"

"예. 소소한 내기는 재미 없잖아요. 제가 이기면 인센티브 좀 두둑하게 챙겨주십쇼. 대신 대표님이 이기시면 올해 인센티브 안 받겠습니다."

인센티브를 안 받겠다는 탁세훈의 말에 정우가 당황했다.

"진짜요? 인센티브는 너무 큰데."

"에이, 남자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내기할 맛이 나지 않겠습니까?"

"음… 좋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

"저어어얼대- 후회 안 합니다. 전 오히려 대표님이 후회하실 것 같은데."

어허! 탁세훈 씨, 감히 나를 도발해?

정우가 피식 웃었다.

"전 빼는 남자 아닙니다. 가시죠."

"역시 상남자셔. 그럼 금액 정할까요?"

"좋아요. 탁 본부장님 먼저 말씀해보세요."

"전 10억 달러로 하겠습니다."

"아! 저도 10억 달러로 하려고 했는데."

"제가 먼저 찜했습니다. 하하하. 자, 이제 대표님 차례입니다. 얼마로 하실 건가요?"

묻는 탁세훈을 보며 정우는 망설임 없이 정했다.

"음… 그럼 저는 전부로 하죠."

"… 전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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