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후 인생 대박-96화 (96/120)

96화 300%?

“……로건?”

강철준 팀장 역시 그를 알아본 모양인지 중얼거릴 때, 로건 조가 한달음에 그에게 다가가 격한 포옹을 나누었다.

그의 얼굴은 마치 오랜 친구를 보는 듯한 반가운 기색이 가득했고, 강 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건이 격한 리액션으로 강철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마이갓! 캡틴을 블루 하우스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거 꿈 아니죠?”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몇 년 만이지?”

“한 5년은 됐을 거예요. 근데 여긴 어쩐 일이에요? 아, VIP 경호 중인가요?”

“어. 지금 네뷸라 케미컬 대표 경호팀 맡고 있거든.”

“와우-! 요새 그 핫한 네뷸라요? 역시 캡틴 정도면 그 정도는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하하, 뭘. 근데 로건, 블루 하우스는 어쩐 일이야? SS(Secret Service: 비밀경호국)에 들어갔다고 듣긴 했는데.”

“왜겠어요. 저도 경호 때문이죠. 오늘 블루하우스에 누가 오는지 잊었어요?”

로건 조가 목에 웃으며 걸린 출입증을 흔들었다.

“……설마 PPD(Presidential Protective Division: 대통령 경호실) 소속이었어?”

“하하, 예. 지금은 제가 경호실장입니다.”

경호실장이란 말에 강철준 팀장이 감탄했다.

“이야- 로건 너 정말 성공했구나. 그 예맨에서 안전핀 안 뽑고 수류탄 던지던 어리바리 로건이 맞냐? 가슴이 웅장해지는구만.”

“하하하하! 캡틴, 팀원들도 보고 있는데 좀 봐주세요.”

“알았어, 알았어.”

“아 참, 이거 미스터 킴을 너무 소외시켰군요. 미스터 킴, 여기는 블랙호크 PMC 소속 캉-철준 캡틴입니다. 캡틴, 여기는 블루 하우스 경호처를 맡고 있는 미스터 킴이에요.”

로건 조는 강철준을 김상범 경호처장에게 소개했다.

김상범은 이름을 듣고 그가 한국인임을 짐작했다.

“오? 한국분이시네요. 반갑습니다. 김상범이라고 합니다.”

“강철준입니다. 반갑습니다.”

“하하하, 저도 미국에서 자랐지만, 핏줄은 한국인이니 모두 동향 사람이군요?”

“그렇네요? 하하하. 근데 용병 중에 강 팀장님과 같은 인재가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거 해외에서 국위선양 중이시니 괜히 가슴이 뿌듯해지는 기분이네요.”

“아닙니다. 여기 로건이야 말로 제일 출세했죠.”

겸손하게 로건에게 공을 돌리는 강철준을 보며 로건 조가 나섰다.

“저는 캡틴에 비하면 발톱에 때만도 못합니다. 하하하, 캡틴이 가장 유명하죠.”

“그렇습니까?”

“아, 이럴 게 아니라 모두한테 소개하는 게 낫겠네요. 자, 너희 여기 이분이 누군지 알겠어?”

신나서 대통령경호실PPD 요원들을 부른 로건이 강철준에 대해 묻자 당연하게도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치프Chief가 치켜세우는 걸 보니 대단한 사람 같습니다만?”

“놀라지 마. 이 사람이 바로 쿨루드Khulud야.”

“쿨루드요?”

“그 전설의 쿨루드?”

“Holy Shit……!”

도대체 쿨루드가 뭐길래 저렇게 놀랄까 싶을 때 한 요원의 입에서 그의 일화가 풀려나왔다.

“2016년 예맨 내전에서 혼자서 알카에다 50명을 쓸어버리고 임무를 완수했다는 그 전설의 요원 아닙니까?”

“맞아. 그분이 바로 이분이야.”

“와…… 코리안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클루드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클루드, 영광입니다!”

“클루드, 사진 한 번만 찍어도 되겠습니까?”

거구의 경호실 요원들이 눈빛을 빛내며 강철준 팀장을 에워쌌다.

강 팀장은 당황스러운 얼굴이었다.

“아니, 뭔가 와전된 것 같은데, 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에요.”

“그럼, 알카에다 50명 쓸어버린 건 거짓말입니까?”

“흠…… 그건 맞긴 한데. 알다시피 알카에다 놈들이 총만 쥔 어중이떠중이들이 많다 보니까 포위망 뚫고 나가서 각개격파로 잡은 거라 운이 좋았습니다. 만약 진짜 훈련받은 정예요원들 50명이었으면 저도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거예요.”

“그래도 테러리스트 50명을 한자리에서 잡고 살아남았다는 게 대단한데요?”

미국 대통령경호실 요원이 감탄할 때, 옆에서 듣고 있던 피터가 신나서 끼어들었다.

“말도 마요. 말이 정규훈련이지, 50명이 에워싸서 총알 세례를 퍼붓는데, 그걸 어떻게 빠져나갑니까? 캡틴 정도니까 그걸 빠져나왔죠.”

“맞아. 그때 캡틴이 영화 한 편 찍었지. 혼자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갈 때는 자살하려는 줄 알았다니까?”

릭슨도 맞장구쳤다.

피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캡틴도 몸에 바람구멍 엄청났잖아요. 한 10개는 꿰뚫리지 않았나?”

“그 정도는 아니야. 빗겨서 5발 맞았지.”

졌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맞장구치는 강철준의 반응에 피터가 신나서 떠들었다.

“그래서 그때 캡틴이 거의 죽다 살아났는데, 아마 그 이후로 별명 생겼을걸요? 시아파 반군이랑 알카에다 놈들이 우리 블랙호크 1팀에 죽지 않는 괴물이 있다고, 클루드(Khulud: 불사신)도 그래서 붙은 별명이잖아요.”

“누가 별명을 바라고 싸웠나? 잘못하면 다 죽게 생겼으니까, 클라이언트랑 팀원들 지켜야 하니까 죽기 살기로 싸운 거지.”

“……미쳤네요. 근데 클루드, 저희 치프Chief와는 어떻게 아는 사이입니까?”

“로건이요? 쟤 배신자예요. 원래 블랙호크에 있다가 나간 지 꽤 됐는데…… 로건, 안색이 좋다? 혼자 좋은 거 먹나 봐?”

미국대통령경호실 요원 한 명이 묻자 강철준 대신 피터가 나서서 이죽였다.

다만, 배신자라는 말과 달리 그의 얼굴은 싱글벙글하였다.

경호실장 로건 조 역시 오랜만에 만난 동료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하하, 피터. 니 녀석은 여전히 촐싹대냐? 하나도 안 변했네.”

“뭐, 이 자식아? 백악관 취직하더니 간덩이가 부었어?”

“붓기는. 너 몰디브 휴가 갔을 때 펍에서 취해가지고 나한테 맞고 울던 거 기억 안 나냐? 또 그렇게 해 줘?”

“……야! 내가 언제 그랬다고 약을 팔아?”

“그래? 나 아직도 그때 찍어 놓은 동영상 있을 텐데.”

“야야야, 잠깐! 우리 말로 하자!”

당황하는 피터를 보며 네뷸라 경호팀과 PPD 경호요원들 모두가 빵 터졌다.

깔깔 웃으며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이들.

어느새 조금 전까지 네뷸라 경호팀과 청와대 경호처 간의 긴장감 넘치는 갈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

겨우 수습되는 분위기에 김상범 경호처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슬쩍 뒤로 빠졌다.

그리고는 황정태 경호원을 따로 대기실 밖으로 불러냈다.

“……정태 씨, 잠깐 나 좀 봅시다.”

“예? 옙.”

경호처장의 부름에 밖으로 따라나선 황정태.

이내 그의 정강이로 통렬한 고통이 찾아들었다.

김상범 경호처장이 조인트를 까 버린 것이다.

“악!”

“자세 똑바로 안 해!”

“죄, 죄송합니다!”

아픈 정강이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워하던 황정태가 겨우 자세를 바로 하자 김상범 경호처장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야, 황정태. 너 이 새끼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너 지금 청와대에 누가 와 있는 줄 알아 몰라?”

“아, 압니다!”

“아는 놈이 최대한 사건 사고 없이 지나가도 모자랄 판에, 뭐? 적의? 수상해? 체포? 에라이 이 새끼야! 너 진짜 누구 하나 옷 벗기려고 작정했냐!”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딱 봐도 아까 네뷸라 경호팀장 그 사람 대단한 사람 같더만, 그런 사람 상대로 기 싸움은 씨… 너 때문에 백악관 경호실 앞에서 이게 뭔 망신이야!”

“죄송합니다!”

“할 줄 아는 게 죄송합니다밖에 없냐? 으이그 진짜…… 잘 좀 하자 제발! 새끼가 똘똘해서 데려왔더니만, 자꾸 실망이야?”

“잘하겠습니다!”

“너 내가 지켜본다. 뻘짓 하지 말고 저어기 어디 처박혀 있어. 대기실 어슬렁거리지 말고. 코빼기도 보이지 말란 말이야!”

“옙!”

부리나케 대기실로부터 멀어지는 황정태 경호원.

그의 얼굴은 상관의 갈굼에 붉으락푸르락했다.

“하…… X같다.”

오랜만에 만난 재수 없는 과거의 인연에게 청와대 경호처 공무원이 된 자신의 모습을 뽐내며 한 방 먹이려 했거늘…….

그런데 놈은 더욱 잘나가고 있었고, 혼이 난 건 오히려 본인이었다.

오늘 왜 이리 일진이 사나운지, 황정태는 하늘이 야속할 뿐이었다.

* * *

그룹총수들을 건너뛰고 네뷸라 대표인 정우와 제일 먼저 악수를 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은 의외로 다음 만찬은 무난하게 이어 갔다.

카메라를 의식한 듯 한국의 구병완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식사를 진행했던 것.

이후 이어진 티타임에서 통역을 대동한 채 본격적인 대화가 오갔다.

한 손에 샴페인을 든 두 대통령이 마주했다.

“프레지던트 구, 첫 만남부터 그룹총수들을 대동한 점은 신선하군요.”

대통령간의 첫 만남에 그룹총수들과 경제인 회담을 준비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접하지 못한 경험이었던 것.

구병완 대통령이 웃었다.

“경제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부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인들을 초청하였습니다. 별로입니까?”

“덕분에 네뷸라의 미스터 리를 보게 되어 나쁘지 않군요.”

“미스터 리라면 이정우 대표를 말하는 겁니까?”

“예. 그 친구가 지금 가장 센세이셔널 하잖아요. 미국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저는 그런 감각적이고 뛰어난 인재가 좋습니다.”

“그렇습니까?”

“20억 달러가 있는 제 촉에 의하면 저런 친구는 앞으로 더 잘될 겁니다. 프레지던트 구도 저 친구와 친하게 지내 보세요.”

“하하, 염두에 둬야겠군요.”

그렇게 두 대통령의 대화가 오고 갈 때.

한 공간에 있던 그룹총수들과 정우를 비롯한 경제인들은 한쪽에 어색하게 서 있었다.

유종범 회장이 투덜거렸다.

“항상 느끼지만, 이럴 거면 왜 불렀는지 모르겠구만. 허리 아파 죽겠네.”

그가 슬쩍 중얼거리자 옆에 서 있던 정우가 웃었다.

“하하, 유 회장님. 지금 말하는 거 영상으로 잡힐 수도 있는데요?”

“괜찮아요. 내 성격 이런 거 전 국민이 다 아는데 뭐 어떻습니까. 그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감 때문에 우리는 들러리가 되어 버렸네요. 참, 대단한 양반이야.”

유종범 회장의 말에 정우도 동의했다.

경제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청와대에서 직접 이번 그룹총수 회담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아마도 정치권에서는 내일 신문 1면을 장식할 그럴듯한 그림을 원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두 대통령과의 대담, 특히 마치 이 현장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모든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감 때문에 나머지 회장들과 경제인들은 다들 들러리로 전락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저 이 자리에 참석한 총수들과 경제인들은 두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치 보며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샴페인을 홀짝이며 대화하는 게 전부였다.

물론 그 대화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의 흐름을 주도하는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들이라는 건 분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감에 빛이 바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정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전 좋네요.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대한그룹 한광표 회장님도 뵙고, 여기 진성그룹 진용재 부회장님도 알게 되었잖아요. 다른 대단한 분들도 많이 오셨구요.”

“하하, 긍정적이시네요. 그렇죠. 흔치 않은 기회이긴 합니다.”

“흔치 않을뿐더러, 억만금을 주고도 못살 기회 같은데요?”

정우의 말을 들은 진용재 부회장이 웃었고, 옆에서 조용히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던 한광표 회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이참에 저기 JK그룹 최종섭 회장님도 계시는데 소개해 드릴까요, 이 대표?”

“정말요?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하하, 따라오시죠.”

진용재 부회장을 따라 최종섭 회장에게 향하려던 그때였다.

구병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던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곧장 다가왔다.

그의 움직임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마침내 트럼프 대통령이 정우 앞에 섰다.

“미스터 리.”

“예, 프레지던트 트럼프.”

“아까 못한 이야기가 남아서 왔어요. 어때, 사업은 잘되어 가요?”

“하하, 덕분에 잘되고 있습니다.”

“잘되어야지. 내가 미스터 리 때문에 욕을 얼마나 먹었는데. 하하하.”

테네시주 건과 관련하여 지원금을 몰아 준 일을 말하는 듯 트럼프 대통령이 껄껄 웃었다.

“내 네뷸라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 더 분발해 주시고, 우리 미국에도 더 좋은 사업 부탁합니다.”

“예. 안 그래도 조만간 큰 거 하나 터트릴 예정입니다.”

“큰 거라고요? 어떤 거 말입니까?”

“여기서 얘기하기는 좀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옆에 있는 유종범 회장은 뭔지 짐작한 눈치지만, 한광표 회장이나 진용재 부회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그런 이들도 결국 경쟁기업의 총수들이었기에 두 사람 앞에서 ‘큰 거’가 뭔지 얘기하기가 좀 꺼려져서 한 발 빼자, 트럼프 대통령이 눈살을 찌푸렸다.

“나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냥 나한테만 아주 조용히 얘기해요. 내가 뭐 잡아먹을 것도 아니고.”

거리낌 없이 귀를 갖다 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정우는 살짝 당황했지만, 졌다는 듯 그를 향해 몸을 숙이곤 조용히, 그리고 나직이 속삭였다.

“솔리드스타의 충전속도가 더 빨라질 겁니다.”

“빨라진다고? 얼마나요?”

“한 3배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트럼프 대통령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300%? Holy Shit……!”

그리고 그 모습은 옆에 있던 카메라들을 통해 잡혔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터지는 플래시에 정우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이 양반이 진짜.

* * *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그룹총수와의 회담에서 총수들과 함께 앞으로의 경제 행보 및 세계 경제의 흐름과 한미 양국 간의 대응 및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세 부담을 줄여 수출입을 증대시키고, 한미 양국 간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도록 약속하지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혜택 약속과 함께 그룹총수 회담은 끝이 났다.

회담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이 전부 머물렀다는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로 돌아가고.

그룹총수들과 경제인들 역시 청와대를 나섰다.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한광표 회장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집안에 혼기에 찬 여자가 있던가?”

그가 이렇게 비서에게 물은 이유는 다름 아닌 정우 때문이었다.

진성그룹 진용재 부회장이 대놓고 자기 딸을 소개해 준다고 하자, 네뷸라라는 먹음직한 먹이를 놓칠까 봐 안달이 났던 것이다.

하지만 한 회장의 물음에 비서의 대답은 시원찮았다.

-혼기에 찬 여자분이라면…… 회장님 동생분 따님이 혼기에 차지 않았습니까?

“영서? 걔는 유학이다 뭐다 어영부영하더니 지금 나이가 40이잖아. 그런 노처녀 말고 젊은 애는 없던가? 20대 정도면 좋겠는데.”

-……음, 없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대한그룹 한씨일가는 예로부터 딸이 귀한 집안이었기에 한씨 성의 여성이 드물었다.

한광표 회장은 괜히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분이었다.

“음…… 정말로 한 명도 없나?”

-한번 자세히 알아볼까요?

“……알아봐. 사돈에 팔촌까지 호적 뒤져서라도 싹 다 뒤져 봐.”

-알겠습니다…… 아! 회장님, 한 명 있습니다.

비서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 보고하자 한광표 회장이 반색했다.

“있다고? 그게 누군데?”

-그…… 지서현이라고 한성준 사장 따님…… 있지 않습니까?

“……음.”

한성준 사장의 딸이라는 말에 한광표 회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도 자신의 자식이 낳은 혼외자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빛이 변했다.

“걔가 지금 몇 살이지?”

-지금쯤 20대 중반 정도 되었을 겁니다.

“……나이는 딱 적당하군. 좋아. 그 친구한테 나 한번 보자고 얘기해 봐.”

-회장님을요?

“왜. 내가 내 ‘손녀’ 보겠다는데.”

20년 넘게 단 한 번도 지서현을 인정하지 않았던 한광표 회장의 입에서 손녀라는 말이 나왔다.

비서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 지금 뭐 하는지, 사는 곳이나, 재산, 친구 관계 이런 거 싹 다…… 쿨럭쿨럭!”

말하다 말고 한 회장이 거칠게 기침했다.

수화기 너머로 비서실장이 깜짝 놀라 물었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쿨럭…… 괜찮아 괜찮아. 요새 왜 이리 가래가 끼는지 원…… 아무튼 어디까지 얘기했지?”

-그 조사하라고 하셨습니다.

“맞아 그랬지. 먼지 한 톨까지 탈탈 털어서 조사해 봐. 문제 될 거 있으면 미리 싹을 잘라야지.”

-예. 확인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래. 수고하게.”

전화를 마친 한광표 회장.

이내 차 시트에 몸을 묻고 피곤하다는 듯 눈을 감았다.

대한그룹의 작은 거인은 오늘따라 유난히 작아 보였다.

* * *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및 그룹총수 회담 소식은 이내 포털을 잠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걷는 구병완 대통령>

<미국 대통령과 경제에 대해 대화 중인 구병완 경제대통령>

<구병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는 그룹총수들>

주로 구병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찬사 일색의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그 기사들보다 인기가 많은 기사는 따로 있었다.

<재팬 패싱에 이어 한국 대기업 총수 패싱.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행보>

<트럼프 대통령, 구병완 대통령보다 이정우 대표와 오래 대화 나눠>

<미 대통령도 관심을 가지는 네뷸라의 위상>

<이정우 대표와 대화하다 놀라는 트럼프 대통령, “300%”는 무슨 의미?>

바로 네뷸라 이정우 대표와 관련된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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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진성이랑 대한을 패싱하고 네뷸라를 먼저 가네

└트럼프도 아는 거지 ㅋㅋ 누가 실세인지를 ㅋㅋㅋㅋ

-트럼프 개웃기네 ㅋㅋㅋㅋㅋ 대통령보다 기업 대표랑 얘기를 더 많이 하누

-근데 300%는 뭐냐? 트럼프 뭘 듣고 저렇게 소리친 거?

└모름

└네뷸라에서 뭔가 개발했다고 말해준 듯?

└네뷸라 인센티브 300%?

└└너 네뷸라 직원이지?

……

─────────

그리고 그 기사 중에서 가장 회자되는 것은 정우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대화에서 나온 ‘300%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였다.

해외에서도 해당 발언에 대해 뉴스가 올라올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던 가운데.

평소 SNS를 즐겨 하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당연하게도 해당 기사를 접했다.

호텔 사우나에서 여유롭게 사우나를 즐기던 트럼프 대통령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건 내 실수구만. 놀라서 너무 입을 함부로 놀렸어.”

“그래도 아직은 무엇 때문인지 여론은 짐작도 못 한 눈치입니다.”

옆에서 찜통 속인 데도 정장 차림으로 대기 중인 비서실장이 공손히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다행이군. 비서실장, 내가 시킨 건 어떻게 됐어?”

“프레지던트, 말씀하신 대로 상무부와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내연기관차 시장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고 전했으니 대응을 시작할 겁니다.”

“잘했어. 그런데 왜 이렇게 느낌이 세하지.”

트럼프 대통령이 초조하게 다리를 흔들었다.

“뭔가 부족한 것 같단 말이지, 뭔가가…….”

아무런 대책도 없는 무방비 상태에서 맞았던 솔리드스타 발표.

그때 내연기관차 주식시장이 박살이 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훤할 정도로 당시의 충격은 엄청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리 조치를 취했음에도 긴장감이 가라앉지 않았다.

과연 솔리드스타RC의 발표 이후에 주식시장은 멀쩡할 것인가?

한 사업가로서 정점에 이르렀던 트럼프 대통령의 촉이 경고했다.

곧 주식시장에 어마어마한 쓰나미가 들이닥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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