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후 인생 대박-102화 (102/120)

102화 ElectrOne-Q2

모터쇼에서도 이번 행사의 메인이 유일자동차인 것을 알았던 걸까.

유일자동차 부스는 다른 어떤 곳보다 크고 화려했고, 당연하게도 그곳에 장식된 한 대의 차량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다.

<2018 U-IL ElectrOne-Q2>

일렉트론-Q2.

그것은 일전에 대한화학의 NMC배터리를 달고 나왔던 일렉트론-Q1시리즈의 후속 모델이었다.

전기차 라인업인 일렉트론 시리즈에서 퍼포먼스 모델을 맡고 있는 Q시리즈의 신형 버전이었는데, 국내 굴지의 오랜 자동차회사의 경력답게 디자인은 그야말로 끝내줬다.

마침내 유일자동차의 신차 샘플을 구경하게 된 관중들이 입을 떡 벌렸다.

“와…… 차 겁나 이쁘다.”

“라인 뒤지는데? 오히려 테슬라보다 이쁜 듯?”

“야, 외관만 봐서는 테슬라 모델S-SP는 상대도 안 되는데? 개쩐다.”

일단 외관만 봐서는 합격점.

관객들이 미래지향적인 SF영화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화려한 외관에 감탄하던 그때, 공개행사의 사회를 맡은 유영진 전무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유일자동차의 대외협력본부장 유영진 전무입니다. 이번 저희 유일자동차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일렉트론-Q2의 공개를 맡게 되어 기쁩니다.

-보시다시피 차량 디자인이 정말 예쁘게 뽑혔는데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일렉트론-Q2의 매력에 감탄하시겠지만, 아직 일렉트론-Q2의 모든 매력이 공개된 건 아닙니다. 진짜는 지금부터니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초빙한 게스트를 통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자, 특별 초빙 게스트, 유튜버 ‘정우아빠’이십니다!

유영진 전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쪽에서 대기 중이던 정우 아버지가 웃는 얼굴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렇다. 특별 초빙 게스트 유튜버 ‘정우아빠’는 다름 아닌 정우의 아버지 이태곤이었던 것이다.

사실 정우 아버지의 유튜브는 꽤 잘되고 있었다.

주로 트럭에 대해 리뷰하고, 자신의 애마를 타고 다니며 맛집 탐방과 같은 브이로그를 올리곤 했던, 그저 취미인 줄만 알았던 정우 아버지의 유튜브 활동은 이제 취미를 넘어서 조금씩 수익을 내는 단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아니, 아들인 정우의 유명세에 힘입어 이미 거의 50만에 가까워진 구독자 숫자는 유명 인플루언서로 봐도 무방했다.

“정우아빠? 누구야 저 사람?”

“저 아재 트럭 리뷰하는 유튜버잖아. 네뷸라 대표 아버지라고 좀 유명하던데.”

“첨 들어 봄.”

“근데 유일자동차 부스에 저 사람은 게스트로 왜 데려온 거냐. 걍 쭉쭉빵빵한 레이싱 모델들이나 세워 놓지.”

“그러게 말이야.”

“다 된 일렉트론에 마케팅으로 코를 빠트리네. 거참.”

“난 정우아빠 좋던데. 보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힐링 오져.”

“맞아. 시골 맛집 기행하는 감성 개좋아.”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인지도는 확실히 젊은 층에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주로 트럭을 리뷰하는 그가 일렉트론 공개행사에 참여한 것에 대해 의문을 느끼는 반응이 주를 이루던 그때.

호탕한 성격의 정우 아버지는 그런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문을 열었다.

“으하하하! 안녕하십니까! 유튜버 정우아빠입니다! 이런 뜻깊은 행사 자리에 저를 초대해 주신 유일자동차 관계자분들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제가 워낙 성격이 급한지라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일렉트론-Q2! 나이 든 저도 외우기 쉬울 정도로 이름이 참 멋진 요놈의 최대 매력은 딱 하나입니다. 바로 우리 아들놈이 만든 배터리가 들어갔다는 겁니다!”

“……?”

아들놈이 만든 배터리가 들어갔다니.

관객들 대부분이 무슨 말인지 모르고 벙쪄 있을 때, 정우 아버지의 멘트가 이어졌다.

“하하하, 뭔 말인지 모르시겠다구요? 딱 말해서 요놈한테 소드스타 그 뭐다냐… 에이씨?”

“네, 어르신…! 솔리드스타RC요!”

“맞다! 솔리드스타RC라는 놈이 탑재됐다는 겁니다! 으하하하!”

유영진 전무의 도움 아래 정우 아버지는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었고.

마침내 솔리드스타RC가 탑재되었다는 정보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 유려한 디자인과 차량기술을 바탕으로 나온 자동차에 솔리드스타RC가 달렸다?

행사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솔리드스타RC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네뷸라에서 발표한 지 얼마나 됐다고… 대박이다!”

“근데 거기 사회자님. 급속충전 배터리인 솔리드스타RC가 탑재되었다고 들었는데, Q2의 충전시간은 보통 몇 분입니까?”

“100km를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1~2분 정도 소요됩니다.”

질문을 받은 유영진 전무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1~2분……!”

“미쳤다!”

100km면 시중 어디든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그런데 겨우 1~2분밖에 안 걸린다니.

흥분한 관람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일렉트론 가격대는 얼마에 나오나요?”

“그건 옵션 시 선택하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다릅니다. Q2 롱레인지 풀옵션 기준 출고가는 1억 원입니다.”

“……1억……!”

“존나 비싸다….”

“국산 하이엔드급 차량이라 치면 나름 합리적이긴 한데…… 흠.”

하지만 국내 차량이라고는 절대 믿기지 않는 엄청난 출고가에 사려던 사람들의 손이 멈칫했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오히려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있었다.

“잠깐, 솔리드스타RC가 탑재되었는데, 1억 원밖에 안 한다고?”

“그러네? 솔리드스타RC 겁나 비싸잖아. 100KWh 기준으로 거의 7만 달러 정도일걸? 그런데 어떻게 가격이 1억밖에 안 해?”

“배터리 용량이 작은 건가? 저기요. 그럼 최대 주행거리는 몇 킬로나 되는 건가요?”

“배터리 효율 증가로 주행거리는 솔리드스타보다 조금 더 늘어났습니다. Q2 모델 롱레인지 옵션 시 배터리용량 250kwh 기준으로 최대 560km 주행 가능합니다.”

“……560? 생각보다 적은데?”

“진짜 출고가 낮추려고 솔리드스타RC 비중을 낮췄나 본데?”

모델S-SP가 1,300km 주행이 가능한 점을 볼 때, 솔리드스타RC가 탑재되었다는 일렉트론-Q2의 주행거리는 이상하리만치 낮았다.

몇몇 이들이 추측을 늘어놓자 의문을 풀어 주기라도 하듯 유영진 전무가 나섰다.

“맞습니다. 저희 유일자동차에서는 솔리드스타RC의 유일한 단점인 비싼 가격을 커버하기 위해 이번 일렉트론-Q2 시리즈에 ‘하이브리드 셀’ 시스템을 탑재하였습니다.”

하이브리드 셀?

처음 들어 보는 생소한 용어에 관람객들은 의아한 얼굴들이다.

유영진 전무의 설명이 이어졌다.

“예. 하이브리드 셀 시스템이란, 두 종류의 각기 다른 배터리 셀을 섞어서 솔리드스타RC 셀 부분은 급속충전을 맡아 100km 주행거리 수준까지는 빨리 충전되며, 나머지 기존 배터리 셀 부분은 그냥 일반적인 속도로 충전되게끔 설계한 유일자동차만의 특허 기술입니다.”

즉, 하이브리드 셀 시스템을 통해 가격 절감 효과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덕분에 솔리드스타RC를 사용했음에도 기존에 대표적인 솔리드스타 탑재 전기차인 모델S-SP에 비해 절반밖에 안 되는 미친 수준의 출고가가 형성된 것이다.

그제야 일렉트론-Q2의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싼 수준임을 알게 된 관람객들이 웅성거렸다.

“오오오! 대박이네!”

“하긴 차량 주행할 때 100km 정도만 빨리 충전되면 그만이지.”

“와…… 유일자동차 머리 잘 썼네.”

“이게 기술이지.”

그들은 하이브리드 셀 시스템을 만들어 낸 유일자동차에 감탄했다.

하지만 유일자동차의 일렉트론-Q2 공개행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영진 전무의 발표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건 풀옵션 기준이고, 80km 수준까지만 급속충전이 되는 경제형 모델인 일렉트론-Q2E도 있습니다.”

“저가형 모델인가요? 그건 얼마죠?”

“Q2E 기본옵션 기준 4천이며, 풀옵션 기준 딱 5천 500입니다.”

“……4천!”

“4천이면 지를 만하지!”

“일렉트론 예약하려면 어디서 합니까?”

이후 그날 행사장은 일렉트론을 예약하려는 대기 줄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 * *

일렉트론의 새로운 모델에 솔리드스타RC가 탑재되었다는 소식에 온라인의 반응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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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2! 유일 이놈들 믿고 있었다고!

-솔리드스타RC라니! 대박!

-디자인 봤냐? 테슬라 유일한 단점이 단차인데, 저건 진짜 예술이네 ㅋㅋㅋ 단차가 없누

-디자인 겁나 쌔끈하다

-저거 행사장에서 발표한 충전시간도 지금 테슬라 슈퍼차저V2 기준이라 그렇다더라

└그게 뭔 말임?

└└그니까 충전기 출력이 좋아지면 충전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거지

└└└헐 미쳤네 ㄷㄷ 여기서 더 빨라진다고?

└└└└ㅇㅇ 테슬라에서 지금 출력에 2배 정도 되는 슈퍼차저V3 준비 중이라고 함

-와… 무조건 예약 간다

└무슨 모델로 할 건지는 모르겠는데 대세는 Q2E임 참고하셈

└└왜?

└└└100km 충전시간이 1분대라서 충전용량 많은 게 의미가 없음

└└└ㅇㅇ 이제 충전속도가 빨라서 그냥 자주 충전하면 되니까 충전용량이 크게 의미가 없어짐

└└└그리고 Q2 롱레인지 풀옵션은 그냥 돈 많은 슈퍼리치들 위한 용도임 ㅋ 가성비 챙기려면 걍 Q2E 지르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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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공개 이후 유일자동차는 그야말로 떡상했다.

자동차 예약 문의 빗발치고, 현재 유일하게 샘플 차가 전시되어 있다는 유일자동차 강남센터는 예약 대기 줄로 만원이었다.

평소 자동차를 예약하러 줄을 서는 경우는 ,없는데 매우 진기한 풍경이었다.

심지어 외국인들도 와서 주문 대기할 정도니 오죽하랴.

그래서일까.

치고 올라가는 유일자동차 때문에 인터넷에서 유일자동차 VS 테슬라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극성의 테슬라 팬들, 일명 테슬람들이 화가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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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봤자 한국 X소에서 생산한 차임 ㅋ

└ㅇㅈ 진짜는 테슬라지

└돌았나ㅋㅋㅋㅋㅋ 세계 2~3위 자동차회사를 X소라고 하네 ㅁㅊ놈인가

└└응~ 테슬라에 비하면 다 X소야~

-일렉트론 Q2? 풉! 모델명도 개구려

└네~ 다음 모델S쎅파~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일 새끼들 신차 나왔다고 신난 거 같은데, 뭐니 뭐니 해도 전기차 원조는 테슬라다

-도로에 일렉트론 끌고 다니는 새끼들 보이면 바로 꼴아 박아야지 ㅋ

└끌고 다닐 차는 있고?

└유모차일 듯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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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람들은 전기차 시장의 종주 격 역할을 하고 있는 테슬라의 위상을 위협하는 유일자동차의 행보에 위기를 느낀 듯, 온라인 세상에서 쉬지 않고 싸웠다.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 테슬라에 대한 놀림으로 맞서는 유일자동차 팬들.

이제 누가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느냐를 놓고 누리꾼들은 치열하게 키보드배틀을 진행했다.

그리고 두 진영이 그렇게 치열하게 싸울수록 웃게 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정우였다.

양 진영이 갈등할수록 전기차와 솔리드스타RC에 대한 온라인상에서 검색 트래픽은 증가하였고, 이는 곧 홍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 덕분에 솔리드스타RC는 1년 치 발주 물량이 꽉 차서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이 돌아갔다.

공장 직원은 그리 많지 않지만, 관리직원, 특히 원자재를 납품하는 용역 직원들의 수고가 컸다.

정우는 직접 공장들을 돌며 그들을 격려했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

물론 말만 앞서는 격려는 아니었다.

두둑한 위로급과 인센티브가 직원들에게 뒤따랐으니까.

* * *

네뷸라 케미컬 기흥 공장 용역 직원 이용식 씨.

그는 지게차운전기능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사실 얼마 전까지는 고졸의 백수였다.

그러다 맨날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그가 못마땅해서였던 걸까. 아니면 아들이 안쓰러웠던 걸까.

이용식의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강제로 중장비 운전 학원에 등록시켜 버렸다.

‘……그땐 학원비가 아까워서 그냥 다녔는데.’

학원 등록금이 100% 환불이 안 된다는 말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중장비 운전.

그러다 지게차운전기능사만 따놓으면 평생 먹고는 산다는 아버지의 말에 열심히 해서 결국 자격증을 땄고, 그걸로 취직도 했다.

결과적으로 벌이도 나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직업이었다.

그제야 사람 노릇을 하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으로는, ‘이러다 내 인생이 지게차 운전사로 끝나는 건가?’ 하는 묘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충분히 생활은 가능했지만, 그렇다고 부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잘 버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의욕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던 이용식이었는데, 요새 그는 진짜 인생이 재밌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살맛이 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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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발신]

[XX은행] 네뷸라-경영지원팀님이 이용식님의 □□은행 계좌로 10,980,783원 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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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다름 아닌 월급 때문이었다.

‘……이번 달 천백만 원이라고?’

요새 네뷸라 케미컬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일거리도 많아져서 야근을 하기 일수였다. 거기에 주휴수당이 일당에 비해 2배인데, 돈 버는 재미에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월급 천만 원 찍은 것이다.

한 달에 천만 원이라니.

1년을 모으면 억 소리 나는 금액이다.

‘……나 연봉 1억이야?’

그저 지게차만 운전했을 뿐인데?

실감이 나지 않는 월급 액수에 손이 덜덜 떨려 왔다.

‘……대박!’

이 기쁜 소식을 자랑하려 이용식은 곧장 예전부터 들어가 있던 중장비 운전 학원 단톡방에 월급 증명 사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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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사진)

[이용식]: 형님들, 저 이번 달 월급 천만 원 찍었습니다!

[봉구 형님]: 와… 미쳤다

[봉구 형님]: 막내야, 이거 진짜냐?

[명준이 형]: 헐? 진짜 천만 원 들어온 거?

[준호 형]: 그냥 천만 원이 아니라 거의 천백만 원이네 ㅁ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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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월급 천만 원을 찍은 이용식을 보며 감탄하고 놀랐다.

그러다 궁금했는지 그를 향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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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구 형님]: 덕철아, 니가 다니는 회사가 어디랬지?

[이용식]: 네 행님, 저 네뷸라 기흥 공장 다니고 있습니다!

[봉구 형님]: 네뷸라? 그 요새 솔리드스타인지 뭔지 그걸로 핫한 거기?

[이용식]: 네 맞습니다 행님! 거기입니다!

[준호 형]: 거기 개빡세다던데… 지금 발주 물량 미쳐가지고 공장 24시간 돌린다며

[이용식]: 네 맞아요 형

[이용식]: 일 좀 빡세긴 한데

[이용식]: 근데 일은 어차피 지게차가 하는 거고 우리는 운전만 하는 거니까

[이용식]: 할만 해요 ㅎㅎ

[봉구 형님]: 와 우리 막내 지게차 기능사 딴지 얼마나 됐다고 나보다 많이 벌어뿌네… 현타 씨게 온다

[명준이 형]: ㅇㅈ 나도 네뷸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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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해하는 단톡방 형들을 보며 이용식이 선심 쓰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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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그… 소장님이 요새 인력 구한다는데

[이용식]: 소장님한테 여쭤보고 소개 좀 해드릴까요?

[봉구 형님]: ㅇㅇ 나!

[준호 형]: 나!

[명준이 형]: 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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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네뷸라에 가겠다고 아우성이다.

지금 세상은 네뷸라 열풍이다.

* * *

네뷸라 공장 일개 용역직원이 월 천만 원을 벌다니.

일견 보기에는 네뷸라의 인건비 지출이 상당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이번 달 매출 얼마라구요?”

“약 2.4조 원입니다. 대표님.”

정우의 물음에 김 비서가 매출에 대해 답했다.

일 년이 아닌 겨우 한 달 매출이 2.4조 원이라니…….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매출이었다.

그렇다고 영업이익률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최근 인재들을 많이 영입하면서 전체적으로 지출비용이 늘어나긴 했지만, 공장의 경우 자동생산 체제였기에 인건비는 최소화시켰으니까.

게다가 인력도 따지고 보면 성운이노베이션 시절에서 겨우 2배 정도 늘었을 뿐이고, 추가 지출은 인센티브 정도가 다였다.

때문에 연간 들어가는 인건비 수준은 3,000억 원도 채 안 될 터였다.

그런데 한 달 매출이 2.4조 원이라니.

이 매출이 유지된다면 1년 매출이 24조 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번 달 매출 비중 중 상당수는 테슬라에 납품한 솔리드스타 매출과 유일자동차 일렉트론 10만 대 계약을 돌파하면서 예약대금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일시적인 건가요?”

“아닙니다. 지금 확장 중인 공장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생산량이 늘어나면 예약대금이 아니라 실제 판매 매출로 전환되면서 전체 매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김 비서의 분석대로다.

공장이 안정화되고 가동되기 시작하면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터.

그때가 되면 2.4조 원이 아니라 다달이 10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단일 매출이다.

만약 전기차가 아니라 배터리가 들어갈 수 있는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도 공급을 시작한다면?

“솔리드스타 생산단가도 내려갔는데, 매출이 더 늘어나다니… 이거 그야말로 미쳤군요…….”

“……저도 놀라고 있습니다.”

심지어 솔리드스타RC의 경우 생산단가가 오히려 내려간 상태다.

기존 솔리드스타의 경우 전고체 배터리의 특성상 고체 전해액을 사용하기 위해 비싼 원료를 사 와야만 했는데, 이 전해액 일부를 그래핀 파이프로 대체하게 되면서 오히려 생산단가가 내려간 것이다.

현재 정우가 포항그래핀공장에서 생산 중인 그래핀의 단가는 그야말로 거저먹기 수준이었으니까. 원료로 탄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리드스타의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일까.

사람들은 이번 솔리드스타의 신형버전인 솔리드스타RC에 그래핀이 들어가는 걸 알고 있었고, 세간의 인식이 그래핀은 막연히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네뷸라 케미컬의 영업이익률이 그리 높지 않으리라 오판하고 있었다.

그게 전혀 아닌데 말이다.

“근데 이게 시작일 뿐이라는 겁니다.”

“예, 대표님. 날이 갈수록 영업이익률은 더 좋아질 겁니다.”

솔리드스타RC는 시작일 뿐이다.

지금도 성태규 전무가 이끄는 네뷸라 케미컬 연구팀이 솔리드스타의 내부구성품을 완전한 그래핀으로 대체하는 프로젝트인 ‘그래핀 배터리 개발’을 위해 몰두 중이다.

그날이 오면 탄소라는 값싼 원자재만 필요로 하기에 제작비용이 대폭 절감될 테고, 이는 높은 영업이익률 돌아올 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김 비서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대표님, 아무래도 저희 초대박 난 것 같아요.”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하하하.”

정우가 씨익 웃었다.

그가 꿈꾸며 그리고 있는 네뷸라는 이제 시작이었다.

* * *

네뷸라가 미친 듯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이.

정우가 강철준 팀장에게 지시한 에너맥스1000에 대한 보고도 올라왔다.

“오, 강 팀장님. 생각보다 빨리 조사하셨네요?”

“예. 알아보니 대한화학 에너맥스1000에 대해 이미 CIA에서도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CIA에서요?”

“예. 미국 정부는 대한화학의 블러핑에 대해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쪽도 증거를 수집하는 단계지만 거의 90% 확신하는 분위기더군요.”

“음…… 역시 블러핑이었군요.”

강철준에게 보고를 들으며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보고서에는 대한화학에서 에너맥스1000에 대해 발표한 과정과 솔리드스타를 입수하여 케이스갈이를 한 정황에 대해 분석이 되어 있었다.

“이거 완전 사기 행위 아닌가요?”

“사기죠. CIA 친구 말로는 만약 대한화학 미국법인이었으면 엄청난 처벌을 받았을 거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가짜 정보를 생산해서 직접적인 이득을 취했으니까요.”

“……하지만 대한화학의 상장시장은 미국증권거래소가 아닌 한국코스피 시장이죠.”

“예. 미국에 설립된 지사가 있으니 처벌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의 강력한 처벌은 어려우리란 게 CIA 쪽 입장입니다.”

강철준 팀장의 말대로다.

한동준 사장의 행위는 일견 미친 짓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일은 경제시장에서 비일비재하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회귀하기 전 해외주식에 투자했던 경험이 있는 정우는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미국시장 헤지펀드에서 뿌리는 찌라시를 보면 애교 수준이지.’

헤지펀드에서 뿌리는 찌라시나 발표들을 보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악성루머를 짜깁기하고 상대를 비방하며,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한동준 사장의 경우 이득을 취했기 때문에 절대 넘길 수 없는 사기혐의와 다름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가 대한민국 국민이며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상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터트리죠?”

“글쎄요. 저라면 빼도 박도 못 할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고 봅니다만, 쉽지 않을 겁니다. CIA에서도 정황 증거만 모았을 뿐, 물증은 수집하지 못했다고 할 정도로 보안이 굉장히 철통처럼 이루어져 있어요.”

“보고서 보니까 한동준 사장이랑 박민수 부회장, 그리고 몇몇을 제외하면 진짜 극소수만 개입되어 있나 보네요.”

“그렇다 보니 물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강철준의 조언을 들으며 정우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한동준 사장을 엮을 수 있을까?

“흠…… 한동준 사장을 엮으려면 케이스 갈이가 진짜라는 증거가 필요한데…….”

“하지만 증거를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놈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건 알아요. 아마도 물증은 구할 수 없겠죠.”

“그럴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하지만 증인이라면 어떨까요?”

“예? 증인이라뇨?”

강철준이 의아한 듯 묻자 정우가 보고서를 가리켰다.

“내부자의 내부고발이라면 엮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강 팀장은 정우가 가리킨 부분을 살펴보았다.

거기엔 하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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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맥스1000 관련자 명단]

-한동준 사장

-박민수 부회장

……

-모듈개발팀장 박학기

……

─────────

대한화학 모듈개발팀장 박학기.

그는 바로 성운이노베이션 시절 정우의 상관이었던 사람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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