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저한테 파시죠
올라 칼레니우스?
들어 본 이름이었다.
분명 정우가 회귀하기 전에 다임러 벤츠의 회장을 맡고 있던 인물이다.
하지만 원래 자동차 개발 총괄이었던 저 사람이 다임러 벤츠 대표에 오른 건 2019년쯤으로 알고 있는데?
의문이 들었을 때 문득 떠오르는 정보가 있었다.
“……아! 최근에 벤츠 회장이 바뀌었다고 들었습니다. 신임 회장님이 미스터 칼레니우스였군요.”
얼마 전에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의 책임을 지고 다임러 벤츠의 전 회장이었던 디터 제체가 물러났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원래라면 2019년까지는 집권할 디터 제체 회장이 벌써 물러난 걸 보면, 아무래도 정우가 만들어 낸 솔리드스타로 인해 미래가 좀 바뀐 듯했다.
정우가 아는 척을 하자 칼레니우스가 반색했다.
-하하하, 알고 계셨군요. 그렇습니다. 취임 이후 꼭 만나 뵙고 싶어서 벤츠 한국지사 통해서 연락처를 얻어 이렇게 불쑥 연락드렸습니다.
솔리드스타 출시를 한 이후에 배터리 공급 관련 건으로 벤츠한국지사 대표와 미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교환한 명함이 칼레니우스에게 전달된 모양.
사정을 알게 된 정우가 웃었다.
“하하, 그런 거였군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대표님과의 인연을 쌓을 수 있다니, 이런 연락은 언제든 환영이거든요.”
-이제 막 대표가 된 애송이일 뿐입니다. 오히려 제가 미스터 리에게 잘 보여야 하지요.
“에이, 그런 게 어딨습니까. 하하하.”
정우가 멋쩍게 웃을 때 칼레니우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미스터 리, 이럴 게 아니라 한번 만나 뵙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화 드린 거기도 하구요.
“만나서요? 음…… 그러시죠.”
-오오-! 뵐 수 있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일정은 언제쯤이 괜찮으십니까?
“음, 저도 확인해 봐야 해서요. 스케줄 확인해서 이 번호로 다시 연락드리면 될까요?”
-네.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연락 꼭 기다리겠습니다.
“네. 연락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런 다임러 벤츠와의 통화 이벤트가 끝나자, 운전하던 강철준 팀장이 물었다.
“대표님, 벤츠 대표한테서 연락이 온 겁니까?”
“네, 희한하네요. 분명 저번 미팅 때 솔리드스타 공급 계약은 흐지부지되었던 것 같은데.”
사실 테슬라와 유일자동차에 납품할 솔리드스타 물량도 부족한 실정이라, 벤츠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공급 계약이 무산된 상태였다.
때문에 벤츠를 비롯한 독일 자동차 기업 3사는 보복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대한화학과 협업을 통해 전기차 생산을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해 놓은 상태였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자신에게 연락해 온 이유가 무엇일까?
“……배신인가.”
“배신이요?”
“아무리 생각해도 벤츠 대표가 저한테 아쉬운 소리 할 이유가 없거든요.”
정우는 본능적으로 저들의 단단한 동맹에 무언가 미세한 금이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그의 추측을 들은 강철준 팀장은 그동안의 정황을 잘 모르기 때문인지 고개를 갸웃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막연한 추측과 확신은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강 팀장님 말이 맞죠. 하지만 왠지 느낌이 오네요.”
“흠…….”
“뭐, 제 생각이 맞을지는 뚜껑을 열어 보면 알겠죠.”
과연 정우의 추측이 정확할 것인가.
그건 곧 있을 칼레니우스 회장과의 미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 * *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벤츠 신임 회장은 곧장 한국으로 날아왔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리. 올라 칼레니우스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정우입니다.”
정우는 칼레니우스 회장과 굳게 악수했다.
안경을 쓴 금발의 칼레니우스 회장은 겉보기에는 40대 정도로 보일 정도로 동안이었지만, 실제 나이는 5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인물이었다.
슈트에 휩싸인 유럽인 특유의 장대한 기골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예사롭지 않았지만, 그런 포스와 달리 그의 얼굴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미스터 리, 제가 당신을 만나 뵙고 싶어 한 이유는 그동안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관계라면…?”
“사실 미스터 리도 알다시피 저희 벤츠 측은 대한화학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습니다. 일종의 네뷸라 대체재였지요.”
“충분히 이해하는 바입니다. 아무래도 저희가 솔리드스타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서요. 오히려 저희 솔리드스타를 벤츠 측에 공급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컸네요.”
정우의 말에 칼레니우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 부분이야 얼마든지 서로 투자를 통해 공장을 짓고 조율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저희가 배가 불렀었지요.”
칼레니우스의 말이 사실 정확하다.
유일자동차의 경우만 봐도 사람이 급해지면 간이고 쓸개고 모두 빼서 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투자금을 유일자동차에서 전부 대는 조건으로 솔리드스타 공장을 추가로 짓지 않았던가.
그에 반해 벤츠를 비롯한 독일 3사의 그동안의 태도는 사실 뻣뻣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그랬던 벤츠의 태도가 대표가 바뀌면서 돌변한 것이다.
“저희 다임러 그룹은 대한화학 대신 네뷸라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여기 한국까지 날아와 미스터 리를 만나고자 한 이유지요.”
“음……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사실 벤츠 측에 대한 저의 신뢰가 그리 높지만은 않습니다. 독일 3사 측의 그동안의 태도가 네뷸라보다는 저희 경쟁사인 대한화학과 친화적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대한화학에서 에너맥스1000을 공급받으시면 될 텐데, 왜 굳이 다시 네뷸라로 오려고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정우의 부정적인 뉘앙스에 칼레니우스 회장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 부분이 문제였군요…….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 이해합니다. 아무래도 그동안의 벤츠의 스탠스가 그리 친화적이진 않았지요. 하지만 이 부분은 이 전 회장의 방침이었을 뿐, 저희는 다릅니다. 그리고 에너맥스1000은…….”
잠시 망설이던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아마 영원히 공급받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말이죠.”
“네? 그게 무슨……?”
“에너맥스1000은 실체가 없습니다.”
“뭐라구요?”
칼레니우스 회장의 말에 정우가 처음 듣는 듯 짐짓 놀란 척했다.
“실체가 없다니요? 그렇다는 얘기는…… 에너맥스1000이 가짜라는 겁니까?”
“예. 맞습니다.”
처음 시작이 어려웠지, 한 번 물꼬가 트이자 칼레니우스 회장은 그동안의 사정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제 전임자였던 이 전 회장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인데, 저희 벤츠를 비롯한 독일 3사와 대한화학이 힘을 합쳐 네뷸라 케미컬을 인수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꾸렸었다고 합니다.”
“인수요? 허 참…….”
“아무래도 네뷸라 케미컬이 그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다들 눈독 들인 것 같습니다. 뭐 어쨌든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네뷸라 케미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작전이 필요했는데, 바로 네뷸라 케미컬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게 그 계획이었습니다.”
“……설마 에너맥스1000의 출시가?”
“이해가 빠르시네요. 네, 맞습니다. 컨소시엄단의 주체인 대한화학에서 네뷸라의 가치를 떨어트리려고 에너맥스1000이라는 얼토당토않은 걸 만들어서 경쟁시킨 거죠.”
“역시 그랬군요…….”
“에너맥스1000의 실체는 없습니다.”
에너맥스1000 케이스갈이 정황에 대해서는 이미 강철준 팀장의 보고를 통해 알고 있던 부분이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다만, 진실을 얘기하는 칼레니우스 회장의 대답에서 진심을 느꼈다.
칼레니우스 회장이 간곡한 어조로 부탁했다.
“회장에 오르기 전부터 저는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솔리드스타의 진가를 알아보고 벤츠 전기차 모델에 도입해야 한다고 앞장서서 주장했던 게 저입니다. 그만큼 저는 솔리드스타를 반드시 저희 벤츠에 가져오고 싶은 마음뿐이고, 지금까지 어긋나 있던 이 모든 관계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하는 겁니다.”
“흠…….”
“독일3사 동맹? 컨소시엄? 저희 벤츠는 앞으로 그딴 거는 전부 그만둘 거고, 무조건 네뷸라와 함께하겠습니다. 미스터 리, 제 진심을 알아주세요.”
그의 애원에 가까운 호소에 정우도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솔직히 마음이 흔들리네요. 하지만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공급량 부족이라…… 아무래도 벤츠에 솔리드스타를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우가 완곡히 제안을 거절하였다.
그러자 똥줄이 탄 건 칼레니우스 회장이었다.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일자동차처럼, 유럽 공장 확보 및 투자비용은 전부 저희 벤츠에서 댈 테니까요.”
파격적인 선언이었다.
그리고 정우로서는 절대 거절할 이유가 없는, 참을 수 없는 제안이기도 했다.
이거 유럽시장 진출, 손 안 대고 코 풀게 생겼는데?
하지만 그걸로 짐짓 성에 안 찬 척 정우는 연기하기 시작했다.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이미 저희 패는 전부 보여 드렸습니다. 여기서 더 원하시는 게 있다구요?”
“……딱 하나 조건이 더 붙으면 좋겠네요.”
“벼룩의 간을 빼먹으려고 하시네요. 좋습니다. 어떤 겁니까.”
“에너맥스1000이 가짜라는 증거, 볼 수 있을까요?”
정우의 요구에 칼레니우스 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해당 증거는 없습니다. 그저 저도 전 회장한테 구두로 들은 게 전부거든요.”
“음…… 하긴 증거로 남겨 두기엔 애매한 부분이긴 하네요.”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요. 죄송할 게 뭐가 있나요. 없다니 어쩔 수 없죠.”
“그럼, 계약 건은……?”
“좋습니다. 하시죠. 대신 유럽시장 독점권은 없다는 조건입니다.”
“하하, 이제 독점 가릴 처지가 아니긴 합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그제야 양측에 팽팽했던 의견이 조율되어 합의에 이르렀다.
두 사람의 손이 다시 맞물렸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미스터 리.”
“저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미스터 칼레니우스.”
네뷸라에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다.
* * *
벤츠와의 계약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네뷸라와 벤츠의 계약 소식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새로운 날개를 달다>
<벤츠, 솔리드스타 수입 전격 발표>
<독일에 기가팩토리 규모의 솔리드스타 공장 세워진다>
<벤츠, 독일 솔리드스타 공장에 ‘36조 원’ 투자 예정>
<올라 칼레니우스 신임 회장 “2022년까지 100GWh 생산량 목표”>
그리고 그 소식이 터지기 무섭게 벤츠의 주가는 반등했다.
솔리드스타RC의 발표로 인해 바닥까지 추락했던 벤츠의 주가는 하루 만에 100% 이상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벤츠 디자인과 기술력에 솔리드스타? 테슬라 이제 뒤졌다 ㅋㅋㅋㅋㅋㅋ
-와… 벤츠 전기차 나오면 무조건 사야지
-이제 전기차도 벤츠충들 겁나 나오겠네
-역시 하락장에 매수하는 게 답인듯 ㅋ 벤츠로 하루 만에 50% 먹음 ㅋ
└해외 주식?
└대박이네 ㄷㄷ
안 그래도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차가 벤츠다.
매출과 시총은 도요타가 높지만,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는 벤츠가 한 수 위였기에 고급세단이 잘 팔렸는데, 그런 벤츠의 전기차에 솔리드스타가 탑재된다고 하니 다들 기대하기 시작했고, 그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는 것이다.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딴 주머니를 차고 한순간에 반등에 성공한 벤츠를 보며 똥줄 타기 시작한 것은 BMW와 폭스바겐이었다.
-미스터 한, 당신 말만 믿고 기다리다가 이게 뭡니까? 우리 주가만 다 박살 나고 피해만 입었지, 남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곧 성과가 있을 테니까.”
-이미 벤츠가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퍽이나 잘 되겠네요. 필요 없습니다. 저희 BMW도 그만두겠습니다. 멍청하게 기다리다가 이게 뭔……!
BMW의 하랄드 크루거 회장이 한동준에게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전화를 끊었다.
폭언에 가까운 전화를 받은 한동준 사장의 얼굴은 몹시 굳어 있었다.
“후…… 그래도 큰 타격은 아니지만.”
어차피 초기에 의도했던 컨소시엄은 네뷸라 케미컬의 건실함만 확인한 채 흐지부지 물 건너간 지 오래.
이미 한동준 사장은 네뷸라 케미컬 인수보다는, 해당 이슈를 자신의 대한그룹 내에서의 입지 확장 카드로 활용 중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는 성공적으로 먹혀서 에너맥스1000 이슈를 통해 대한에너지 물적분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총알은 다 마련한 상태.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었다.
곧 있을 에너맥스1000 사태가 터지고 나면, 잡히지는 않더라도 아무래도 몸을 사려야 하니 운신이 좁아질 터.
때문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서둘러야 했다.
‘그 전에 빨리 대한전자 경영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다행히 의도한 물밑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동준 사장이 전화를 들었다.
-네, 사장님.
“……지분 얼마나 확보했어?”
-목표했던 지분 중 80% 정도는 완료되었습니다. 2명만 더 포섭하면 마무리됩니다.
“오케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표이사 해임 건 이사회 소집해.”
‘대표이사 해임’이라는 한동준 사장의 회심의 한 발이 큰형의 머리를 정확히 노리기 시작했다.
* * *
벤츠가 딴 주머니를 찼다는 걸 알게 된 BMW와 폭스바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벤츠 때와 마찬가지로 BMW 대표가 그를 찾아와 같은 조건으로 계약하길 원했다.
“벤츠처럼 300억 달러 규모로 공장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제발 솔리드스타를 납품해 주세요.”
“흠, 괜찮은 조건이긴 한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정우가 웃었다.
“투자 규모를 좀 더 늘려 주시죠. 그러면 계약하겠습니다.”
벤츠 회장인 칼레니우스 회장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미 모든 정황을 알게 된 정우였다.
대한에너지의 에너맥스1000이 가짜고, 사실상 전고체배터리 시장을 네뷸라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BMW에게 다른 대체재와 선택지가 없다.
정우는 그 점을 이용해 몸값을 높게 불렀다.
“……350억 달러 규모는 어떻습니까?”
“좀 더 쓰시죠?”
“……400억 달러. 이 이상은 저희도 감당 안 됩니다.”
“흠…… 알겠습니다. 400억 달러로 하시죠.”
당연히 유일한 희망이었던 썩은 동아줄, 아니 대한화학을 버리고 온 BMW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상용화 전고체배터리인 솔리드스타가 필수였으니까.
결국, BMW가 400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지어 네뷸라에 넘기는 조건으로 솔리드스타를 납품받는 미친 계약을 마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뒤늦게 부랴부랴 찾아온 폭스바겐도 마찬가지였다.
“……벤츠처럼 300억 달러에 공장을 지어드리죠. 대신 솔리드스타를 공급해 주십시오.”
폭스바겐의 CEO 마틴 뮐러 회장이 정우의 눈치를 살피며 조건을 제시했다.
정우는 웃음이 나왔다.
“미스터 뮐러, 이 상황 재밌지 않아요?”
“예? 뭐가 말씀이신지…….”
“지난번에 기억하라고 하셨잖아요. 네뷸라 인수에 폭스바겐이 100억 달러 제안했다는 점 기억해 달라고.”
“……아, 그때 그건…….”
마틴 뮐러 회장이 난처한 듯 말을 얼버무렸다.
그의 반응이 우습다.
사실 마틴 뮐러 회장은 일전에 네뷸라의 지분 51%를 인수한다면서 겨우 100억 달러를 거들먹거리며 제시했었으니까.
정우는 그때의 사건을 잊지 않고 있었고, 바로 지금 그걸 되돌려 줄 시간이 찾아왔다.
“그 말 똑같이 돌려드리죠. 미스터 뮐러, 제가 폭스바겐의 지분 51%를 100억 달러에 인수하겠습니다. 저한테 파시죠.”
거대한 폭스바겐 그룹을 단돈 10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말에 마틴 뮐러 회장의 얼굴이 굳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