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후 인생 대박-106화 (106/120)

106화 라이프코인

정우는 라이프 앱 대표 진호경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1,000만 달러에 지분 50%를 인수하고, 라이프앱의 대표인 진호경을 네뷸라 코인사업부 본부장으로 임명하는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지분 50%는 진호경이 계속 갖고 있는 건가 싶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저는 라이프사업을 넘기고 그냥 다른 일 하실 줄 알았는데, 본부장으로 남아서 계속 이쪽 일을 하고 싶다고 하시니 의외네요.”

“이정우 대표님의 비전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앞으로 잘될 것 같은데, 따라가야죠. 하하하.”

“그래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분 좋네요. 하하하. 그나저나 남은 지분 50%에 대한 대금은 라이프코인으로 지급하는 점 동의하신 거죠?”

“예. 저는 라이프코인이 더 잘될 것 같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사실 원래 2,000만 달러로 100% 지분을 확보하려 했으나 진호경이 거절하였고, 대신 남은 50% 지분은 라이프코인으로 지급받기로 합의했던 것.

결국, 사실상 정우가 라이프앱을 100% 인수하는 조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합의를 마치자마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라이프 앱의 개발자들이 네뷸라 코인거래소 프로젝트에 전격적으로 합류했다.

진호경이 대표 자격으로 라이프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라이프의 방향성은 항상 일관되게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나의 계정으로 모든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게 계정을 통일하는 것. 그리고 다음 스텝이 그 계정을 바탕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예를 들면 쇼핑이 대표적이겠죠?”

“투자도 있겠고요.”

“역시 대표님이시네요. 예, 맞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저희 로드맵에서 가장 나중에 반영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코인 투자 기능이 가장 먼저 구현된다니 기분이 묘하네요.”

라이프 앱 개발자들이 개발하던 프로젝트는 곧 네뷸라 코인거래소 개발자들과 코인 개발을 주도하는 지서현 개발팀장에게 공유되었다.

그 프로젝트를 열람한 기존 코인거래소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당장 구현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닌데요?”

“초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이거 구현하려면 거래소 오픈은 몇 년은 걸릴 겁니다.”

개발자들의 의견에 정우도 동의했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코인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발행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긴 합니다. 코인의 가치는 결국 제시한 ‘비전’이 얼마나 매력적인가가 결정해 주는 문제죠.”

진호경이 옆에서 거들었고, 정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러니 저희는 일단 라이프 코인을 발행하고, 백서를 만들어서 중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라이프코인을 현실화할 것인지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해요.”

“알겠습니다.”

“아 참, 라이프코인은 기본 베이스는 서현 씨 코인 프로젝트 참고해서 진행할 거니까 호경 씨가 도움 좀 많이 주세요.”

“서현이 코인 프로젝트라면…… 코텍 시절 만들었던 그 ‘제트코인’ 말씀인가요?”

“예. 그거 맞습니다.”

정우가 씨익 웃어 보였고, 옆에 있던 지서현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경이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그게 명작으로 잘 뽑히긴 했는데, 그대로 써도 문제없을까요?”

“제트코인 원저작권자가 서현 씨인데, 무슨 문제가 될까요.”

“……하긴, 그거 만들 때 서현이가 혼자 거의 다 만들다시피 하긴 했는데…….”

“당시에도 리플보다 훨씬 압도적인 전송속도였으니 지금도 충분히 먹힐 겁니다. 물론 그래도 보완할 점은 분명히 있을 테니, 호경 씨가 옆에서 잘 봐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기존에 만들어져 있던 지서현의 제트코인을 변형한 ‘라이프코인’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발행개수는 무려 1조 개.

원화KRW 1원당 라이프코인 1개꼴로, 자본금 1조 원에 대응하여 발행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정우가 진짜 돈 1조 원을 쓴 게 아니라 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현금동원력에 대응시킨 숫자일 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10조 정도도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아직 거래소도 오픈되지 않았고, 라이프코인도 제대로 상장되지 않은 상태라 무턱대고 발행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천천히 발행개수를 늘려가도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발행된 1조 개의 라이프코인을 개발에 참여한 코인거래소 개발자들과 라이프앱 개발자들, 진호경, 지서현, 그리고 정우 본인에게 분배하였다.

이들에게는 시장에 풀 70%의 물량을 제외한 30% 물량인 3,000억 개의 물량이 분배되었는데, 라이프코인의 모태가 되는 제트코인의 원저작권자인 지서현 역시 1,000억 개를 받았고, 정우 역시 이 중 1,000억 개의 라이프코인을 개인지갑으로 받았다.

네뷸라 거래소를 오픈해서 지금 가진 라이프코인 1,000억 개 내다 팔면 바로 1,000억 원 생기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절대 팔면 안 됩니다. 파는 순간 라이프코인 가치는 떡락하는 거 아시죠?”

“예. 그래서 백서에도 초기 투자자 물량은 락업Lock-up 기간을 두고 홀딩시킬 거라고 명시해 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미리 준비하는 점을 보아하니 진호경의 감각이 나쁘지 않다.

‘이런 양반이 라이프 앱을 성공시키지 못한 거 보면, 라이프 앱 사업은 대체 얼마나 어려운 거야?’

정우가 엉뚱한 생각을 하던 그때, 진호경이 물었다.

“대표님, 근데 ICO(Initial Coin Offering: 초기 코인 투자모집)는 안 하시나요?”

“ICO요? 글쎄요.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하면 꽤 목돈이 모일 텐데요.”

“흠,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건 투자자본이 없는 코인 개발자들이 하는 거고, 저는 돈이 충분해서 굳이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끼겠네요. 무엇보다 ICO로 모이는 돈은 푼돈일 뿐입니다. 우리는 더 멀리 봐야죠. 라이프코인이 훨씬 가치가 높아졌을 때를요.”

“오- 역시 부자.”

“부자는요. 하하하.”

정우가 멋쩍게 웃자 진호경도 웃었다.

“하하하, 그럼 라이프코인도 준비되었고, 이제 슬슬 코인거래소 오픈을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저는 반대입니다.”

그때 정우 대신 한 금발의 안경남이 나섰다.

전형적인 너드처럼 생긴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윌리엄 콜빌.

바로 지서현이 IOHK재단을 통해서 고용한 코인 개발 쪽에서 알아주는 천재 개발자였다.

현재 콜빌은 네뷸라 코인거래소사업부를 지서현과 함께 총괄하여 진두지휘하다시피 했는데, 곧 본부장급으로 승진이 예정되어 있는 핵심인사이기도 했다.

그가 이더리움의 비탈릭이나 에이다의 찰스 호스킨슨, 비트코인캐시의 우지한과 같은 코인계의 대부들과 만나고 연락을 취하여 네뷸라 코인거래소에 이더리움, 에이다, 비트코인캐시 거래 페어를 상장을 주도했을 정도니 말해 뭐하랴.

근데 그런 천재가 딴지를 건다?

아직 부족하다는 거였고, 정우 역시 공감하는 바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스터 콜빌 말대로 저도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처리해야 할 부분이 더 남아 있거든요.”

“지금도 충분한 것 같은데…… 어떤 부분 말씀이십니까?”

“라이프코인의 활용성을 살리기 위해 라이프코인 거래 페어를 만들죠. 대신 할인을 붙여서요.”

“라이프코인 거래 페어요?”

“예를 들어 달러로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게 아닌, 라이프코인으로 비트코인을 사고팔면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거죠.”

“……추가 할인율을 붙여서 라이프코인의 효용성을 만들자?”

“정확합니다. 이미 다른 코인거래소에서도 시행 중인 비즈니스모델이기도 하구요.”

“오! 괜찮은데요?”

정우의 아이디어에 진호경이 감탄했다.

“그럼 대표님, 할인율은 얼마나 하실 건지?”

“화끈하게 추가로 50% 할인으로 합시다. 오픈 이벤트 느낌으로다가.”

“그럼 수수료가 0.01%가 아니라 0.005%가 되는데요?”

“네. 그렇게 해요.”

“……진짜 화끈하신데요? 적어도 어그로는 확실하겠군요.”

“하하하, 제가 원래 좀 그래요. 자, 다른 분들 의견은 어때요? 괜찮아요?”

“저도 좋습니다.”

“좋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지서현과 콜빌을 비롯한 개발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가 미소지었다.

“좋네요. 그럼 이걸로 오케이 됐고, 바로 추진해 주세요. 거래소 오픈 정말 코앞이니 조금만 더 힘내 봅시다!”

“예!”

“아자!”

거래소 오픈이 이제 정말 안 남았다.

그리고 마침내.

네뷸라 코인거래소가 세상에 선을 보였다.

* * *

네뷸라 코인거래소는 그 어떤 화려한 이벤트 없이 소리소문없이 오픈되었다.

당연하게도 인지도가 거의 없었지만, 발 빠른 몇몇 코인 유저들 덕분에 네뷸라 코인거래소의 오픈 소식이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반응은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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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요새 코인 투자한다고 ㅋ

-네뷸라 이 새끼들 감 잃었네

-ㅈㄴ 뜬금없이 코인거래소냐 작년에 수수료 잔치한 엇비트 보고 배 아팠나

-빳데리나 열심히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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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일색의 반응들.

올해 초에 있었던 대폭락장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것일까. 코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 그지없었고, 그 여파로 인해 네뷸라에서 코인거래소는 오픈하자마자 조리돌림 대상이 되었다.

그 결과 첫날 거래실적은 상당히 저조했다.

“……수수료 매출 10만 원 나왔습니다. 대표님.”

“10만 원?”

“……예.”

실적을 보고하는 지서현이 어두운 얼굴로 보고했다.

“유저 수가 너무 적어서 100명도 거래를 안 했습니다. 매매 유저가 적은 만큼 호가창이 거의 비어 있어서 매매도 잘 안 이루어지고 있구요.”

“흐음…….”

“너무 저조한 실적인 건 아닌지……. 직원들도 좀 충격받은 모습입니다.”

우려하는 그녀.

하지만 그에 반해 정우는 느긋해 보였다.

“이게 충격받을 일인가. 난 오히려 첫날 매출이 10만 원이나 나와서 놀랐는데?”

“……예?”

“홍보도 제대로 안 이루어졌는데, 10만 원이나 나온 거면 대단한 거야. 만약 앞으로 제대로 마케팅이 진행된다면 더욱 잘될 거라는 의미니까.”

“……그래도…….”

“그리고 어차피 길게 보고 할 사업이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 천천히 UA(User Acquisition: 유저 확보) 마케팅에 집중해 줘.”

“……알겠습니다.”

정우의 다독임에 조금은 멘탈을 잡았는지 한결 편해진 얼굴로 지서현이 돌아갔다.

그리고 정우의 그 선택은 옳았다.

서서히 커뮤니티를 통해 네뷸라 거래소의 장점이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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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역대급이네 ㄷㄷ 엇비트가 0.05%로 최저가인데, 네뷸라는 0.01%로 5배 저렴함

└도랐네 ㄷㄷ

└ㄴㄴ 엇비트가 최저가 아니라 빗쌈이 최저일걸? 빗쌈에서 수수료 쿠폰 사서 맥이면 0.04%임

└└아 맞네? 근데 그래봤자 4배 더 쌈

└수수료 돌았다

-와… 수수료 저 정도면 단타족들 다 네뷸라로 넘어가는 거 아니냐? 시드 몇천으로 단타 치는 애들 보니까 다달이 수수료만 천만원 가까이 내던데

└구라 ㄴㄴ

└└ㄹㅇ임 저 수수료라는 게 사실 사고 팔 때 두 번 적용되는 거라 실질 수수료는 0.05%가 아니라 0.1%인데, 엇비트에서 10번만 거래해도 시드 1% 날리는 거임

└└└헐 그렇네? 그럼 네뷸라는 따지고 보면 0.02%인 거구나

-ㅁㅊ 네뷸라 수수료 0.01% 아니네

└먼 개소리임?

└└네뷸라 자체 코인 있는데 원화를 그걸로 교환해서 거래하면 수수료 0.005%임

└└└엥?

└ㄷㄷㄷㄷㄷㄷ 진짜다!

└대박이네

└하씨 겨우 엇비트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졌는데 옮겨야 하나

└이건 수수료 때문에라도 무조건 옮겨야 함

-와 네뷸라 거래소 국내 거래소 맞냐? 선물 거래 기능 있는데?

└ㄹㅇ?

└└ㅇㅇ 레버리지 쓸 수 있음 ㄷㄷㄷ

└미쳤네

└오! 선물 겁나 해보고 싶었는데 해외거래소 먹튀당할까봐 불안해서 못했는데 개꿀~ 바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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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입소문이 퍼지며 네뷸라 코인 거래소로 유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재 국내 탑티어인 메이저 거래소 수준은 아니지만 거래량이 조금씩 늘어갔고, 조금씩 네뷸라 거래소가 세상에 알려지고 있었다.

* * *

따뜻한 햇볕과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지상 낙원 같은 이곳.

그곳 바다 위 거대한 크루즈에서 한창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다이너마이트처럼 터질 것 같은 서양 미녀가 한 동양인 남성에게 말을 걸었다.

“Hi, Are you korean?(안녕, 한국인이야?)”

“하하, 예, 아임 코리안. 와이?”

“I like Korean Boy~(난 한국인 남자가 좋아)”

“오 리얼리? 메이비 유 라이크 미~”

“HeHe, You are so cute~(헤헤, 너 너무 귀여워)”

“땡큐땡큐, 사진 좀 찍어도 돼? 아, 캔 아이 테이크 어 포토?”

“Of course~(물론이지)”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는 말에 포즈를 취하던 금발의 미녀가 사진이 찍히는 순간 돌발적으로 동양인 남성의 볼에 쪽 입술박치기(?)를 시전하더니 미소와 함께 떠났다.

갑작스러운 볼키스에 동양인 남성, 남보원은 얼굴이 헤벌쭉해졌다.

“……크크크크! 이게 지상 낙원이지! 아~ 살맛 난다~”

그는 방금 찍었던 사진을 신나게 인스타에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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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_No.1 #영앤리치 #크루즈 #이비자 #갓양녀 #로맨틱 #성공적

코인 익절 후 여유로운 휴식 즐기는 중 ㅎㅎ

니들도 돈 벌어서 놀러 와라

형이 술은 쏜다 ㅋ

♥좋아요 127개

kim_cheon00: 형이 행복하길 바랐지만 이렇게 행복하길 원한 건 아니었어

s0ng_ha: 오빠 나두 ㅜㅜ

23.hyeji: 오빠 저랑은 안 가요? (덜렁)

teehwakjjit: 하… 형 슬슬 화날라 해 ㅡㅡ 이딴 거 그만 올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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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자마자 우수수 올라오는 좋아요들.

남보원은 선베드에 누워 흐뭇하게 부러워하는 댓글들을 확인하였다.

“……크, 이 자랑하는 맛에 내가 인스타를 못 끊는단 말이지.”

코인 대폭락 이후 익절을 마무리한 그는 당분간 코인을 접고 휴식을 취하러 이곳 스페인에 위치한 이비자까지 휴양을 왔다.

지상 낙원이라는 이곳은 온갖 핫한 피플들이 모이는 곳으로, 솔직히 그의 외모는 그리 뛰어나진 않았지만 요새 인기 있는 한국인이라는 점과 재력을 과시하며 꽤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씨, 근데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슬슬 지겨운데.”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는 타이틀답게 휴양지는 핫하고 재밌었지만, 매일 놀다 보니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걸 떠나서 입맛이 너무 안 맞았다.

음식이 어찌나 니글니글한지 오죽하면 가끔 사 먹는 인스턴트 한국 컵라면이 오히려 맛있을 정도.

“슬슬 돌아가야 하나.”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슬슬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인스타를 뒤적이던 그가 스마트폰을 조작할 때였다.

문득 하나의 메일이 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안녕하세요. 네뷸라 코인거래소 마케팅팀 김준호라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그에게 날아온 광고 제안 메일이었는데, 네뷸라 코인거래소에 대한 광고 건이었다.

“……네뷸라 코인거래소? 듣보잡 거래손데.”

남보원은 시답지 않은 광고 같아서 안 받을 생각에 메일을 지우려 했다.

하지만 그때 문득 ‘추천인’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추천인?”

추천인은 못 참지.

그의 수익의 태반이 추천인, 즉 레퍼럴로 이루어진 거였기에 호기심이 동한 그는 끝까지 메일을 읽어 보았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수입 나쁘지 않은데?”

해당 추천인 시스템은 광고에만 붙는 게 아니라 네뷸라 코인거래소 자체에 탑재된 시스템으로, 추천인 링크를 공유하여 회원이 유입되면 10,000라이프코인씩 얻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1라이프코인이 1원이었으니 1만 원씩 받는 셈이었는데, 100명만 유입되어도 100만 원, 1,000명만 해도 1,000만 원. 1만 명이면 1억이었다.

수수료 일부를 계속 지급받는 다른 거래소에 비하면 약하지만, 나쁘지 않은 시스템이었다.

“내 방송 라이브 시청자가 5,000명 정도 되고…… 유튜브 구독자는 20만에 가까우니까……?”

20만 구독자 중 10%만 유입되어도 2억이다.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린 그는 광고를 받기로 했다.

“그래, 놀면 뭐 하냐.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지.”

슬슬 몸이 찌뿌둥하기도 했고, 다시 열심히 달려 보고 싶어졌다.

일할 생각을 하니 풀어져 있던 그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남보원은 그 기분 좋은 고동을 느끼며 곧장 크루즈 자기 방으로 돌아가서는 노트북을 열었다.

“어디 보자~ 요새 비트코인 시세가 얼마드라~”

그는 오랜만에 비트코인 시세를 살폈다.

당연하게도 엄청나게 하락한 비트코인.

하지만 반등에 나름 성공해서 지지하고 있었다.

“우리 우정님은 복귀하셨으려나?”

최근 우정2도 코인에서 손을 뗐는지 리더보드 순위에서 내려온 지 오래였다.

물론 수익은 압도적으로 1위였지만, 단타 수익률에서는 밀렸다.

“포지션은 역시나 무포지션이겠고…… 어?”

수십조 원을 벌어들인 우정2도 당연히 휴가를 떠났으리라 생각한 남보원이었는데, 이게 웬걸?

오랜만에 확인한 우정2 포지션엔 변화가 있었다.

“……우정2가 롱이라고?”

바로 우정2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롱포지션에 들어간 것이다.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 파악은 불가능했지만, 우정2가 롱포지션으로 전환한 것만 해도 희소식이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우정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다.

남보원은 부리나케 해외코인선물거래소에 접속했다.

그리고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신나게 매수하면서 네뷸라에서 날아온 메일에 답장을 날렸다.

-광고 받겠습니다.

코인계의 악동이자 어그로 방송천재가 방송복귀와 동시에 네뷸라 코인거래소의 지원 사격에 뛰어들었다.

* * *

네뷸라 코인거래소가 계획대로 착착 풀려 가는 사이.

한성준 사장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정 이사 연락돼?”

“바쁘시다고 이따 이사회에서 보고 얘기하자고 하셨습니다.”

“크흠…… 애매한데.”

“대표님, 슬슬 가실 시간입니다.”

“알겠어. 일어나자고.”

곧 있을 ‘대표이사 해임안’을 두고 이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자기편 이사가 연락이 안 된다니.

불길한 징조에 초조한 마음을 안고 이사회가 열리는 회의실로 향했다.

“망할 놈의 자식들…….”

사실 이번 대표이사 해임안에 대해 얼마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대표이사 해임안을 두고 적대 중인 한동준 사장 측의 이사를 통해서 이사회 소집이 요청되었던 것.

당연히 이사회 소집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인 한성준 사장은 한 번 거부했었다. 자기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해임안을 두고 누가 이사회를 소집하겠는가?

하지만 대표이사가 대표이사 해임안을 거절한 경우 다른 이사가 스스로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기에 결국 이사회 소집이 결정되었고, 이렇게 모이게 된 것이다.

‘이 기회에 보여 준다.’

누가 진짜 대한전자의 주인인지를.

단단한 결심과 함께 한성준 사장이 회의실로 들어서자 익숙한 면면들이 보였다.

바로 대한전자의 이사들이자 대부분 자기편들이다.

“아이고, 정 이사님. 왜 이렇게 바쁘십니까. 연락이 안 되어서 긴장하느라 혼쭐났습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워낙 저를 찾는 사람이 많아서 말이죠.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예. 이따 말씀 나누시죠.”

자기편과 화기애애하게 악수하며 건재를 과시한 한성준 사장이 자리에 착석했다.

앞자리에는 이미 한동준 사장이 앉아 있었다.

바로 오늘 ‘대표이사 해임안’을 요청한 그 당사자인 원수가 앞에 있다니.

한성준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니가 여길 왜 왔어. 여긴 이사회인 거 몰라?”

“나도 지분 있잖아. 구경하러 왔지.”

속을 살살 긁는 한동준 사장을 보며 그는 더 이상 상종하지 않았다.

괜히 화를 내면 자신만 말려드는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속내는 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왜 저렇게 자신만만하지?’

싸늘하다.

솔직히 한동준 사장이 대표이사 해임안을 발동했을 때 코웃음 쳤다. 자신의 세력은 단단하니까. 이미 이사들의 지지를 통해 과반 지분을 압도적으로 확보해 놨기에 절대 질 수 없으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저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니 불안해졌다.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야료가 있는 걸까.

불안하여 다시 자기편 이사들을 마주하는데 몇몇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뿔싸.’

설마 매수된 건가?

문득 그런 생각과 함께 식은땀이 흐를 때 이사회가 시작되었다.

의장이 나서서 마이크를 들었다.

-지금부터 제29회 임시 이사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간사는 이사회 성원보고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재적이사 12분 중 12분이 참석하여 이사회 성원이 완료되었습니다.”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제29회 임시 이사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제29회 임시 이사회 안건은 ‘대표이사 해임안’입니다. 찬성하시는 분 손을 들어 주십시오.

의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수수 손을 들었다.

거기에는 한성준 사장이 같은 편이라 생각했던 정경국 이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한성준 사장이 배신감에 치를 떨 때.

대표이사 해임안의 찬반 투표가 마무리되었다.

-찬성 7, 반대 5로 한성준 대표이사 해임안은 원안대로 의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의장에 선언에 한성준 사장이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 돼!”

그의 일그러진, 분노 어린 시선이 정 이사를 향했다.

“정 이사!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죄송합니다.”

시선을 회피하는 정 이사.

그런 곤란해하는 정 이사를 대신해 한동준 사장이 나섰다.

“형. 체통을 지켜. 마지막인데 구질구질한 것보다는 좋은 모습으로 가는 게 낫지 않겠어?”

“……어떻게 구워삶았냐. 이게 말이 돼!”

“돈이면 다 되거든. 비즈니스란 이런 거야. 형은 그걸 너무 몰랐고.”

“……하.”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한성준 사장은 결국 허탈한 듯 회의실을 떠났다.

하지만 이사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차기 대표이사 선정 안이 남아 있었으니까.

-……차기 대표이사로 정경국 이사가 대표로 취임함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한성준 사장을 배신한 정경국 이사가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정경국 이사가 만면에 환한 미소를 담아 한동준 사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한 사장님.”

“뭘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한동준이 웃었다.

하지만 웃고 있는 입과 달리, 싸늘하게 빛나는 그의 눈은 시릴 듯 차가워 보였다.

* * *

대표실.

한동준 사장과 박민수 부회장, 두 사람이 마주하고 있었다.

박 부회장이 축하를 전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뭘요. 당연한 결과였을 뿐. 형과 저는 애초에 레벨이 달랐습니다.”

“그래도 이제 모든 경쟁자가 떨어져 나갔으니, 대한그룹의 진짜 주인은 한 사장님이 되셨네요. 이 정도면 축배를 들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아직 멀었습니다. 진짜 회장 자리에 오르고 축배를 들어도 늦지 않아요. 그보다 에너맥스1000 건은 어떻게 되었어요?”

한동준 사장이 화제를 돌려 묻자 박 부회장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서류 작업 다 끝났고 터트릴 준비는 다 조치해 놨습니다. 시기만 보고 있습니다.”

“그래요? 안 그래도 대한그룹 지분 다시 확보해야 하니까 제가 말한 타이밍에 터트려 주세요. 박학기한테 덮어씌우고, 에너맥스1000 여파로 대한그룹 주가 좀 빠지면 다시 지분 좀 가져와야죠.”

대한그룹 지분을 확보한다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곧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드러났다.

“좀 위험하긴 했습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형이 구축해 놓은 성벽이 워낙 단단해야 말이죠. 대한에너지 물적분할로 확보한 총알로도 감당이 안 되니, 그룹지분이라도 팔아야죠.”

사실 한동준 사장은 대한전자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전이 시작되면서 대한전자 주가가 오르는 바람에 이사들과 대주주들의 지분을 확보하는 부분에 있어 상당히 애로사항을 겪었다.

결국, 한 방에 모든 걸 끝내야겠다는 한동준 사장의 판단 아래 모든 자금을 총동원하여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고, 아슬아슬하게 한성준 사장보다 지분을 더 확보할 수 있었던 것.

“그래도 출혈이 있었지만, 경영권을 가져와 후계구도를 완벽히 탄탄하게 만들었으니 나쁘지 않은 투자였죠. 그리고 결국 멀리 내다보면 다 내 돈이니까요. 대한그룹은 제 거니까.”

“그렇죠.”

박민수 부회장은 감탄했다.

이 냉철한 인간은 도대체 어디까지 내다보고 일을 계획하는 것일까.

대한그룹의 회장으로 한동준 사장만 한 인물은 앞으로도 없을 거라 여겼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회장님이라…… 아직은 어색하네요. 제가 진짜 회장이 되면 그때 회장님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렇게 피 튀기던 대한그룹 내전은 한동준 사장의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되어 가는 듯싶었다.

뜻밖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 * *

미리 얘기했던 대로 에너맥스1000과 관련한 기사가 대대적으로 터져 나왔다.

<에너맥스1000은 가짜?>

<대한화학 모듈개발팀장 박 모씨, 에너맥스1000 조작 주도한 정황 드러나>

<박민수 대한화학 대표, “당황스럽다”>

<박민수 부회장 결국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에너맥스1000 조작 사태, 일개 개발팀장이 조작이 가능한가?>

<검찰, 에너맥스1000 조작 관련 박 모 씨 소환 조사 예정>

책임을 진다는 명분으로 박민수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퇴장하였고, 모든 죄는 박학기 팀장이 뒤집어쓴 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 과정에서 대한화학과 대한에너지 주가가 폭락하였고, 대한그룹의 주가 역시 해당 사태의 여파로 하락한 것은 당연지사.

모든 게 짜인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다.

“이제 남은 건 다시 그룹지분을 확보하는 것만 남았군.”

한동준 사장은 너무 순조로워서 시시하다고 여겼다.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마음을 놓고 있던 그때.

뚜르르-

문득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였다.

한 사장은 의아해하며 일단 전화를 받았다.

“네, 한동준입니다.”

-안녕하세요. 한 사장님.

“누구신지?”

-저 모르십니까? 저 네뷸라 이정우 대표입니다.

갑자기 걸려 온 이정우 대표의 전화에 한동준 사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와 전화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솔리드스타와 관련하여 사업 얘기라도 하려는 걸까? 아니면 드디어 매각의사라도 생긴 걸까?

알 수 없지만 궁금하면 물어보면 되는 일.

한동준 사장이 물었다.

“이 대표,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는지……?”

-뭐, 별거 아닙니다. 대한그룹 지분 관련해서 얘기를 나눠 볼까 해서요.

“……그룹지분이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한동준 사장의 얼굴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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