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그래핀 섬유입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귀사가 개발한 이클립스의 공급도 원합니다.”
“이클립스도요?”
“예. 아직 이클립스의 패널규격을 확인하지 못해서 물량은 논의해 봐야겠지만요. 어렵겠습니까?”
휘몰아치는 휴슨 대표의 공격(?)에 정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 잠시만요. 일단 솔리드스타부터 얘기해 보죠. 100GWh를 원하신다고 하셨는데, 귀사에서 그렇게 많은 배터리가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까?”
“저희가 개발 중인 차세대 드론과 UAV(Unmanned Aviation Vehicle: 무인항공기) 프로젝트에 귀사의 뛰어난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빠른 충전속도, 더 고밀도의 에너지 용량을 위해서요.”
“그건 내연기관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습니까?”
“기존 내연기관은 소음에 매우 취약하죠. 적에게 들키지 않아야 하는 기습전에서 소음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내연기관 엔진을 배터리로 대체하려는 건데, 기존 배터리로는 사실 드론이나 UAV를 대체할 정도의 수준에 올라오지 못하였기에 고려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솔리드스타의 성능은 기존 배터리를 아득히 뛰어넘었죠.”
“호호, 예. 솔리드스타 정도면 무인항공기를 움직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솔리드스타를 차세대 UAV에 탑재하려는 것입니다.”
드디어 록히드 마틴이 솔리드스타를 원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솔리드스타를 탑재한 저소음의 무인항공기라니.
소리 없이 나타나 거점을 요격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치 유령과도 같을 듯싶었다.
“확실히 굉장한 이점이 있겠네요. 하지만 죄송하게도 지난번에 한국지사장을 통해 얘기했다시피 현재 솔리드스타 물량이 남는 게 없습니다. 100GWh는커녕 1GWh도 어려운 판국인데 100GWh라뇨. 저희 네뷸라의 현재 연간 생산량이 아직 40GWh도 달성하지 못한 건 알고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예.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안을 한다는 건…… 5년이라는 조건을 붙이셨는데, 무언가 더 있는 것 같은데요?”
정우의 예리한 질문에 휴슨 대표가 빙그레 미소지었다.
“예. 맞습니다. 사실 5년간 100GWh, 단순 계산으로 연간 20GWh라는 물량을 맞추기란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그렇다면 생산 능력은 점차적으로 늘려 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케파Capacity를 점차적으로 늘려간다……?”
“예. 일단 올해는 시범적으로 1GWh만 공급해 주십시오. 대신 내년에는 10GWh, 다음 해에는 20GWh, 그다음 해에는 40GWh 이런 식으로 늘려 나가면 5년간 100GWh의 물량을 맞추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휴슨 대표의 제안에 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공급하는 게 가능하죠. 하지만 귀사의 제안을 수락하려면 케파를 늘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장이 추가로 더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최근에 확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지어지는 공장들에서 생산될 솔리드스타는 대부분 주인이 있거든요.”
“알고 있습니다. 한국 솔리드스타 공장은 유일자동차에, 독일 공장은 독일자동차 3사에 공급해야 하는걸요. 그럼, 우리 록히드 마틴을 위한 공장을 지으면 해결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지원해 드리죠.”
“지원을 해 주신다는 건……?”
“예. 다른 회사와 똑같이 공장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록히드 마틴이 이런 제안을 해 줄 줄이야.
마치 네뷸라를 위해 공장을 지어 주는 건 하나의 정착된 통과의례이자 규칙이라고 오해할 정도로 먼저 공장을 지어 주겠다는 제안에 정우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애써 들뜬 가슴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로서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로군요. 그런데 투자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공장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지원하겠습니다. 다만 위치는 저희가 정하려고 하는데, 괜찮습니까? 남는 공장이 있거든요.”
“록히드 마틴에 남는 공장이 있나요? 제가 듣기로는 생산량 맞추려고 공장이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간다고 들었는데요.”
정우가 의아하여 물었다.
미팅에 앞서 보고서를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록히드 마틴의 공장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쉰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무기를 생산 중이었으니까.
오죽하면 반전운동단체에서 평화를 촉구하며 ‘록히드마틴을 멈추자’라는 슬로건으로 록히드 마틴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는 시위가 매년 벌어질 정도겠는가.
그런 록히드 마틴에 남는 공장이 있다고?
그의 의문에 휴슨 대표가 웃었다.
“호호, 저희를 높게 평해 주시니 고맙네요. 하지만 저희도 기업입니다. 크게 보도가 되지 않을 뿐이지 당연히 성과가 안 나오는 공장 설비는 중단하고 그러죠.”
“아…….”
“특히 최근에 F-35 생산량을 늘리기 위하여 미시간주에 공장 부지확보를 진행했었는데, 뉴스에 나와서 알겠지만, F-35 판매가 줄면서 공장 확장은 스톱, 해당 공장부지가 지금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마침 사용도 안 하고 썩히고만 있었기에 이참에 솔리드스타 공장으로 용도를 변경하려는 거죠. 그래서 위치는 이쪽 미시간주로 하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규모는 지금 지어지는 기가테네시급보다는 좀 작아도, 생산라인 설치가 완료되면 연간 30GWh 생산량은 우습게 커버 가능할 겁니다.”
“저희야 공장만 지어 주시면 어디든 좋지요.”
정우의 수긍에 휴슨 대표가 활짝 미소지었다.
“그럼, 거래는 성사된 것 같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미스터 리.”
“저야 말로요. 자, 그럼 솔리드스타 공급 건은 합의했고…… 또 다른 논의를 진행해 볼까요?”
“……예?”
거래가 마무리된 줄 알았던 휴슨 대표가 의아해하자 정우가 본론을 꺼냈다.
사실 그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단순히 휴슨 대표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본인도 하나의 제안을 하기 위해 왔던 것이다.
“록히드마틴에서 방호복 사업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만. 그건 왜……?”
“저희가 튼튼하고 가벼운 섬유를 개발 중입니다. 총알도 튕겨 내고, 무게는 기존 섬유만큼 가벼운 그런 섬유를요.”
정우의 말에 휴슨 대표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그런 섬유를 개발 중이었단 말씀이십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하하, 사실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귀사의 기술적 조언이 필요해서요. 도움이 가능하겠습니까?”
“방탄이 가능하면서 기존 섬유만큼의 가벼움이라…… 도저히 어떤 섬유인지 짐작이 안 가네요. 대체 어떤 섬유를 개발 중이신 겁니까?”
휴슨 대표의 물음에 정우가 씨익 웃었다.
“바로 그래핀 섬유입니다.”
* * *
“흔쾌히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어차피 그런 소재가 있으면 저희로서도 환영이니까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미스터 리.”
“예. 일정 조율해서 저희 연구팀 미국으로 보내겠습니다.”
그래핀 섬유 개발이 완료되면 록히드마틴에 최우선으로 공급하는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약속받았다.
다행히 독점은 아닌, 우선 공급 조건이었다.
덕분에 지지부진이던 네뷸라 파이버의 그래핀 섬유 개발에도 탄력이 붙게 생겼다.
“강 팀장님, 성태규 전무님한테 연락해 주세요. 록히드마틴에 기술 연수 보내야 하니까 인원 선별해 달라고요.”
현재 네뷸라 파이버에는 정식 대표가 없고, 성태규 네뷸라 케미컬 CTO가 임시 대표도 겸직하고 있었다.
사실 큰 매출이 나오지 않아 임시 대표로도 커버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굳이 대표를 뽑을 필요는 못 느끼고 있었지만, 규모가 커지면 뽑아야겠지.
정우의 지시에 강 팀장이 볼멘소리를 했다.
“전달은 하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요새 제 보직이 좀 헷갈립니다. 경호팀장에, 정보도 구하고, 이제는 비서 역할까지…… 대체 인센티브를 얼마나 많이 주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하하하-! 미안해요. 기분 나빴어요?”
“아뇨. 기분 나쁜 건 아닙니다만, 너무 저에게만 의지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조언 드리는 겁니다.”
“뭐, 강 팀장님이 그만큼 유능하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정 뭐하면, 제 비서 하실래요? 비서실장으로다가.”
“……비서실장이요?”
“예. 경호뿐만 아니라 정보도 그렇고, 비서 역할도 해 주시니 그게 나을 것 같아서요.”
정우의 즉흥적인 제안에 강철준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이미 김 비서님 계시지 않습니까. 굴러들어 온 돌인 제가 비서실장을 달면 분명 원망할 겁니다. 그리고 저 아직 블랙호크 소속입니다만.”
“흠…… 그것도 그렇겠네요. 알겠어요.”
성운이노베이션 시절부터 성태규 전 대표와 정우 자신을 보필 중인 김 비서.
최고의 비서는 아니지만, 맡긴 일은 실수 없이 해내는 그는 충분히 에이스였다.
근속한 경력을 생각해서라도 중간에 들어온 강철준 팀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 분명히 서운해하는 마음이 생길 터.
정우도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강 팀장의 속 깊은 마음에 감탄이 나오면서도 아쉬웠다.
‘강 팀장님이 진짜 비서실장으로 딱인데.’
시기가 아쉽다고 여기며 어떻게 해야 이 꼬인 족보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때, 차에서 하릴없이 태블릿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던 그의 눈에 한 기사가 띄었다.
<테슬라, 세미트럭 첫 출고>
<세미트럭 이클립스 옵션은 차차 적용 예정>
<매연 없는 친환경 전기트럭 세미트럭 본격적인 판매소식에, 시민단체 환영>
바로 세미트럭의 출고 소식이었다.
“와…… 드디어 나오나 보네.”
“뭐가 말입니까?”
“세미트럭이 나온다네요. 이거 공개 행사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나오네.”
아마도 최근에 솔리드스타의 생산성이 향상하면서 세미트럭을 출고할 여력이 생긴 듯 보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테슬라를 보며 머스크에게 축하 전화라도 날려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음?”
<“테슬라 세미트럭 잡으러 왔다”, 랄프 허슬 니콜라 대표, 1,400km를 가는 수소트럭 ‘트레Tre’ 개발 성공>
<트레 주행 영상 공개에 니콜라 주가 하루 만에 20% 폭등>
<수소트럭 트레, 전기트럭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테슬라 세미트럭 공개 기사 바로 아래에 니콜라의 수소트럭 공개 기사가 떠 있었던 것.
마치 테슬라의 세미트럭을 저격한 듯한 모양새에 정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 사기꾼 새끼가……!”
“예? 뭐가 말씀이십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궁금하다는 듯한 강철준의 물음을 뒤로하며 정우는 생각에 잠겼다.
‘니콜라 수소트럭이 벌써 나온다라…… 나 때문에 미래가 바뀐 건가?’
원래라면 2020년은 되어야 부각되었을 니콜라다.
그런데 테슬라의 선전과 세미트럭 공개에 힘입은 덕분일까. 무려 2년 일찍 나오게 된 것이다.
회귀 전에 주식 투자자였던 정우는 니콜라 때문에 손해를 많이 봤었기 때문에 니콜라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았다.
‘지난번에 솔리드스타 공급 요청했던 것도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진짜 뻔뻔하네.’
정우는 태블릿을 조작해 이번에 공개되었다는 니콜라의 트레 주행 영상을 살폈다.
도로에서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천천히 굴러가는 수소트럭 트레.
세미트럭처럼 SF적인 외관은 아니지만, 충분히 디자인은 잘 빠진 트럭이었다.
하지만 정우는 이 트럭의 실상을 잘 알았다.
‘저건 껍데기일 뿐이지.’
정말 주행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트레는 아직 엔진 개발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빈껍데기뿐인 장난감 차였다.
말 그대로 동력 자체가 없어 스스로 굴러가지 못하는 차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리어카 수준이었는데, 이런 차를 착시효과를 이용하여 언덕에서 밀어서 굴려 놓고는 마치 주행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겉만 번지르르한 영상을 보고 벌써 니콜라 주가는 20%를 넘어 30% 가까이 상승한 상태.
정우 역시 과거에 속아서 니콜라에 투자했다가 결국 그 사실이 들통나면서 굉장한 손해를 봤었기에 이 행태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거 안 되겠는데…… 강 팀장님.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무슨 부탁입니까?”
“니콜라라는 회사에서 이번에 트레라는 수소트럭을 공개했는데, 아무리 봐도 저는 이거 조작 같거든요. 이 회사가 이런 기술력을 보유했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조작했다는 증거를 잡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어떤 부분이 걸리시는 겁니까?”
“그게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착시효과를 이용해서 언덕에서 차를 굴려서 중력을 이용해 굴린 것 같거든요. 이 부분이랑, 니콜라 사무실이랑 공장도 제대로 안 갖추어졌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이 부분 좀 확인해주세요.”
“음, 포인트가 확실해서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어, 릭슨. 대표님이 뭐 하나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셔서, 하나만 알아봐 줘. 어. 니콜라라고 자동차회산데…….”
정우는 강철준 팀장을 통해 니콜라에 대해 조사를 부탁했다.
* * *
그가 힌트까지 줬기 때문일까.
다행히 조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 강철준 팀장이 몇 장의 보고서를 정우에게 제출했다.
“어제 알아봐 달라고 하신 니콜라 트레 건에 대해서 확인해 봤습니다. 확실히 문제가 있는 회사더군요.”
“그쵸?”
“착시효과라고 하신 부분은 대표님 말씀대로 착시효과가 맞았습니다. 사진으로 비교해 놨지만, 영상 속 촬영지는 미스테리 스팟, 일명 도깨비도로라 불리는 곳으로 인간의 눈으로 봐서는 평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지면의 높이가 다릅니다. 영상 속에서 니콜라의 트레가 위치한 높이가 더 높죠. 즉, 내리막길입니다.”
“역시…….”
“그리고 말씀하셨던 사무실과 공장 역시 형편없었습니다. 집기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더군요.”
“그럼 니콜라가 페이퍼 컴퍼니가 확실하다는 말씀이시죠?”
“200% 확신합니다.”
강철준 팀장의 자신 있는 보고에 정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미래에도 밝혀지는 사실이니까.
“조사하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이 자료, 메일로 좀 보내 주세요.”
“이미 보내 놨습니다.”
“역시 강 팀장님이시네요. 빨라빨라. 알겠습니다.”
사기극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정우는 고민에 잠겼다.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고 터트려야 잘 터트렸다고 소문이 날까.
방법은 간단하다.
“비즈니스 하면서 이득을 안 챙길 수는 없지.”
회귀 전에도 그랬듯이 이 자료가 공개되면 니콜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터.
어차피 그가 아니더라도 헤지펀드에서 니콜라를 저격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나락을 갈 니콜라를 이용해 이득을 취해야 할 터.
그는 곧장 자신의 전담 브로커인 브랜든을 찾았다.
신호가 간 지 1초 만에 전화를 받은 브랜든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 냈다.
-미스터 리! 이번에도 숏입니까? 아니면 테슬라?
“예? 제가 숏 치려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하하하, 미스터 리가 연락하면 주로 테슬라 아니면 숏이거든요.
“하하, 이거 들켰네요. 네, 맞습니다. 또 숏을 쳐 보려고 합니다.”
-대체 어떤 불쌍한 종목이 미스터 리에게 찍힌 겁니까?
“얼마 전에 수소트럭 기사 난 기업 있죠?”
-수소트럭이라면…… 니콜라 말씀이십니까?
“예. 니콜라 숏 물량 매집해 주세요. 최대한도로.”
정우의 말에 이제 브랜든의 대답은 예전처럼 걱정 어린 말 없이 즉각적이었다.
-바로 매집하겠습니다. 시장에 충격이 최대한 안 가는 선에서요.
“하하, 잘 아시네요. 부탁드려요.”
브로커를 통해 숏 매집을 지시하고 나니 전투 준비는 거의 끝이 났다.
매집에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이제 정우가 할 마지막 일만 남았다.
바로 동료를 모집하는 것이다.
곧장 일론 머스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쾌활한 목소리의 머스크가 전화를 받았다.
-미스터 리! 미국에 왔다면서 왜 이렇게 목소리 듣기가 힘들어요.
“하하하, 일 좀 있어서요. 그나저나 미스터 머스크, 세미트럭 출고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제가 한 일이 있나요. 다 미스터 리가 멋진 배터리를 공급해 준 덕분에 가능한 기적이었죠. 고마워요.
“고맙긴요. 저도 머스크 덕분에 엄청 도움받았는데요.”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기분 좋은데요? 하하하, 이럴 게 아니라 만납시다. 만나서 찐하게 한잔하자구요.
“어우- 살려 주세요. 또 그렇게 진탕 마시면 저 제 명에 못 삽니다.”
-하하하, 살살 마시게 해 주죠.
“퍽이나 고맙네요. 그나저나 할 말이 있어서 연락했어요.”
-음? 축하 인사하려고 전화 한 거 아니었나요?
의아해하는 머스크에게 정우는 본론을 꺼냈다.
“니콜라라고 아시죠? 세미트럭 공개되자마자 수소트럭 공개한 회사요.”
-아, 기사 보긴 했습니다. 근데 신경 안 써요. 거긴 왜요?
“신경 안 쓰여요? 경쟁사 등장인데요.”
-하하하, 그까짓 피라미들 신경 쓰기에는 우리 테슬라가 너무 크긴 했죠. 무엇보다 그놈들한테는 우리 미스터 리의 솔리드스타가 없지 않습니까? 경쟁상대는커녕 막대한 투자금을 허공에 날릴 니콜라 대표가 불쌍할 뿐입니다.
멘탈이 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에 정우는 피식 웃었다.
“역시 머스크네요. 조금이나마 걱정한 게 우스울 정돈데요?”
-제가 원래 멘탈이 좀 단단한 편이죠. 그나저나 니콜라는 왜 얘기한 겁니까? 무슨 이슈라도 있나요?
머스크의 질문이 예리하다.
“이거 못 속이겠네. 맞아요. 니콜라에 엄청난 이슈가 있거든요. 머스크는 무슨 이슈인지 짐작이 되나요?”
-대체 무슨 이슈길래 그렇게 뜸을 들이나요? 뭐, 니콜라 대표가 배임이라도 했습니까? 아니면 수소트럭 기술이 사기라든가?
넘겨짚는 머스크의 추측이 정확히 ‘사기’를 짚어 내자 정우는 혀를 내둘렀다.
“머스크, 이제는 관심법이라도 쓰는 겁니까?”
-콴-심-퍼브? 그게 뭡니까?
“하하하, 마음을 읽어 낸다는 한국 단어인데, 제 마음을 읽어 낸 것 같아서요. 맞아요. 니콜라가 수소트럭으로 사기를 쳤습니다.”
-뭐라구요? 사기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 그대로예요. 니콜라의 수소트럭 트레, 그건 가짜입니다.”
-…….
정우의 폭탄선언에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뭐야. 이제 보니 강철멘탈 머스크도 충격을 받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