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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후 인생 대박-114화 (114/120)

114화 떨지 말라고 친구

-수소트럭이 가짜라니, 증거가 있는 겁니까?

“예. 이미 자료는 확보해 놨습니다. 궁금하면 머스크한테도 공유해 드릴게요.”

-미리 준비해 놨다라…… 미스터 리가 니콜라 얘기를 꺼낸 걸 보니, 이미 짜 놓은 플랜이 있는 것 같군요.

“하하하, 역시 머스크는 못 속이겠네요. 맞아요. 저는 사실 니콜라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거든요.”

정우의 말에 머스크가 껄껄 웃었다.

-뭐라구요? 앞으로 대두될 전기차 시장에서 자동차 사업을 하는 양반이 미스터 리한테 밉보이다니…… 푸하하하- 이거 니콜라 대표가 미스터 리한테 어떤 잘못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벌써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군요.

“에이, 저한테 잘못 보인다고 뭐가 있나요.”

-밉보이면 솔리드스타랑 영영 멀어지게 될 텐데, 명줄이 남아날까요? 니콜라는 가만히 둬도 망할 게 분명합니다. 뭐, 살아 보려고 수소트럭이니 뭐니로 도망친 것 같긴 하지만요.

“그 수소트럭 자체도 사기니까 문제죠.”

-어떻게 사기라는 걸 알아낸 겁니까?

“자세한 증거는 메일로 공유해 줄 테니까 한번 읽어 봐요. 그보다, 니콜라의 수소트럭이 가짜라는 이슈를 어떻게 활용할지 얘기해 보자구요.”

-흠, 따로 생각해 둔 게 있습니까?

머스크의 물음에 정우가 은근히 제안했다.

“머스크, 맨날 공매도에 당하기만 했는데, 이 기회에 숏도 한번 쳐 보는 게 어때요?”

-예? 숏이요?

지금이야 잘 풀렸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테슬라는 헤지펀드들 때문에 주가에 악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테슬라가 거품이라고 주장하며 공매도를 쳤는데, 이 숏 물량 때문에 주가에 굉장한 타격을 입은 것.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를 비롯하여 마이크로스프트의 빌 게이츠까지 공공연히 테슬라에 숏을 쳤다고 했을 정도니 오죽하랴.

이런 연유로 일론 머스크는 공매도라면 아주 치를 떨었다.

그런데 머스크에게 공매도를 권유한다?

-미스터 리, 제가 공매도를 아주 혐오하는 거 알지 않습니까. 그런데 숏이라니…… 이번 제안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머스크, 지금 세미트럭을 출고 이슈의 관심을 니콜라의 수소트럭 공개 이슈가 흡수하고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테슬라에게 피해가 오는 건데, 이를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흠…….

“경영자란 고집보다는 이득 앞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연한 태도라…….

“공매도 때문에 테슬라가 고전했고, 그것 때문에 머스크가 숏을 싫어하다 못해 극혐하는 건 모두가 알아요. 그런데 그렇게 숏을 싫어하는 사람이 니콜라에 숏을 친다?”

-……투자자들이 그만큼 숏 포지션을 신뢰를 하겠군요.

“그렇죠. 그걸 노리자구요.”

정우의 설득에 잠시 고민하던 머스크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솔직히 그냥 공매도를 해도 되는 쉬운 문제지만, 반대로 제 자존심이 쉬이 허락하지 않네요. 미스터 리의 말 대로 유연한 태도도 중요하지만, 경영자의 가치관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머스크의 말이 맞습니다. 무조건 해 달라는 건 아니니 신중하게 고민해 보세요.”

-당장 결정하긴 애매하니 고민해 보고 연락드리죠.

“알겠어요. 머스크, 연락 기다릴게요.”

결국, 머스크의 애매한 대답과 함께 통화가 끝났다.

함께 니콜라 사냥에 나설 줄 알았던 머스크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아쉬웠다.

“……어쩔 수 없지.”

머스크의 지원사격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가진 증거만으로도 니콜라를 매장하기엔 충분하다.

자신이라도 이득을 좀 취하는 선에서 니콜라의 비리를 밝혀야겠다고 정우가 결심하던 그때였다.

다시 머스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벌써 전화가 왔다고?

“네, 머스크. 고민 벌써 끝났어요?”

-미스터 리, 합시다! 니콜라 이 엄마 없는 놈들 그냥 두면 안 되겠습니다!

흥분한 그의 목소리에 정우는 깨달았다.

그제야 머스크가 메일을 제대로 읽어 본 모양인 것 같다고.

* * *

미국에는 수많은 리서치 회사들이 있다.

그들은 통계 자료를 빌미로 사람들을 선동하는데, 이는 주로 주가와 연관이 있다. 어떤 기업에 대해 미리 공매도를 쳐 놓고 부정적인 기사나 보고서를 배포하여 이득을 보는 방식이다.

한국이었다면 주가 조작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이 행위가, 놀랍게도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까지는 합법이었기에 수많은 리서치 회사들이 난립했다.

네이선 앤더슨이 세운 힌덴버그 리서치 역시 비슷한 경우였다.

2017년부터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주로 써 온 힌덴버그 리서치는 직원 수가 고작 5명밖에 안 되는 영세한 회사였다.

이들의 수익구조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매도를 이용한 수익창출이었는데, 안타깝게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던 그들의 영향력은 시장에서 미미했고, 이는 투자 실패로 이어졌다.

매년 늘어나는 적자와 회사 부채.

“……하지만 이번엔 다르지.”

앤더슨이 미소지었다.

느낌이 온다.

이번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느낌이.

항상 피로에 찌들어 있던 직원들 역시 얼굴에 기대감이 한가득이었다.

“대표님, 이번엔 무조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이번 건수는 선동이 아니라 진짜니까. 이제 우리는 니콜라라는 사기꾼들을 응징하는 정의의 사도들이 될 거야.”

그렇다.

그들의 이번 타겟은 다름 아닌 니콜라였기 때문이다.

사실 앤더슨 역시 처음 니콜라의 수소트럭 트레의 공개 영상을 봤을 때는 대단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문득 영상 속 배경이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을 때, 가슴이 뛰었다.

“……저기 내리막길이잖아?”

영상 속의 장소는 다름 아닌 도깨비도로로 유명한 애리조나주의 한 도로였기 때문이다.

평평한 도로로 보이지만, 사실은 경사가 진 내리막길이란 걸 알고 있었던 앤더슨은 순간 하나의 가정을 떠올렸다.

니콜라가 수소트럭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가정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영상 속 촬영장소와 똑같은 곳에 가서 정말 그의 예상대로 내리막길이었다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에 의심을 품어 더 조사한 결과 니콜라가 아직 제대로 된 공장을 갖추지도 못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공장도 없는데 수소트럭을 생산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쐐기를 박는 제보까지 이어졌다.

바로 수소트럭 트레가 주행 능력이 없다는 결정적인 내부고발이었다.

“……됐다!”

기업이 껍데기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제 주가는 떨어질 일만 남았다.

시장은 아직 그 실체를 몰라서 환호하고 있을 때, 앤더슨은 전 재산을 투자하여 니콜라의 숏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대출까지 빌려서 말이다.

“지금 니콜라 기세가 심상치 않으니까, 천천히 매집해.”

“예, 알겠습니다.”

“숏 물량 확보가 마무리되는 즉시 폭탄을 터트린다. 모두 분발하자고!”

앤더슨이 직원들에게 기합을 넣었다.

이미 시장에 뿌릴 니콜라 기업 조사 보고서 작성은 마무리되었다.

남은 건 숏 매집과 언제 이 핵폭탄을 시장에 떨구느냐다.

앤더슨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니콜라의 주가를 살피고, 또 살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플러스라 초록 불 천지였던 니콜라의 차트에 갑자기 빨간 줄이 새겨졌다.

상승세에 이은 조정인가 싶었지만, 조정이라기엔 그 내려가는 기세가 심상치 않다.

마치 누군가 물량을 내던진다는 느낌을 확연히 받을 정도로, 주가가 뚝뚝 계단식으로 내리꽂혔다.

“뭐, 뭐야?”

“대, 대표님! 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나도 보고 있어!”

숏 물량 매집이 완료도 안 된 상태에서 니콜라 주가가 갑자기 박살이 난다고?

앤더슨이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 어버버할 때, 플러스였던 니콜라의 당일 주가가 마이너스로 전환되었다.

거의 10%에 가까운 수익을 반납한 하락세는 더 이상 조정이라 보기 어려웠다.

“대표님…… 숏 매집 어떻게 하죠?”

직원들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묻는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잠시 입술을 잘근 깨물던 앤더슨이 이내 소리쳤다.

“……당장 시장가로 숏 전부 들어가!”

그의 선택은 지금이라도 숏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의 선택이 맞을 것인가.

그 결과는 이내 차트에 드러났다.

[NKLA: 97.4USD(-3.6%)]

[NKLA: 93.6USD(-7.4%)]

[NKLA: 87USD(-17.0%)]

……

[NKLA: 73.9USD(-26.1%)]

[NKLA: 60.7USD(-39.3%)]

니클로의 주가가 박살 나기 시작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니콜라의 주가를 보며 앤더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점에서 숏 물량을 모으진 못했지만, 아쉬운 대로 이득은 보게 되었으니까.

“휴…….”

“대표님…… 성공입니다!”

“니콜라 2배 레버리지 인버스 수익률 67%입니다!”

“수고했어. 좀 더 상황 봐서 조금씩 익절해.”

“예!”

“그리고, 지금 사태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그의 지시에 한 직원이 무언가 찾더니 이내 보고했다.

“찾았습니다! 니콜라 기사가 떴습니다!”

“뭐? 링크 공유해 봐.”

메신저로 공유된 링크로 기사를 확인했다.

거기엔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머스크, 니콜라에 100억 달러 공매도 선언>

뭐……? 100억 달러라고?

앤더슨의 입이 떡 벌어졌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걸까?

* * *

니콜라의 몰락을 가져온 첫 신호탄은 머스크의 트윗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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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on Musk @elonmusk]

-니콜라? 수소트럭? 전부 가짜야

-(첨부사진)

Re(5.1M) / ReTwit(13.8M) / Like(7.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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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니콜라 대표에게 선전포고하는 듯한 저격 트윗.

일반적인 메시지처럼 보이는 이 트윗은 큰 반향을 가져왔다.

왜냐.

거기에 첨부된 몇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니콜라의 수소트럭 트레의 영상 촬영 장소를 비교해 놓고 ‘내리막길Downhill’임을 알리는 사진과, 니콜라의 공장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허허벌판의 공장부지와 집기조차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사무실 사진까지.

누가 봐도 페이퍼 컴퍼니 냄새가 나는 니콜라의 실상을 대놓고 저격한 사진들에 온라인은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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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이 새끼 미쳤나 ㅋㅋㅋㅋㅋㅋ 경쟁사 생기니까 가짜뉴스 배포하네

└저게 가짜뉴스겠냐… 테슬라 CEO가 미치지 않고서야 구라치겠냐고… 대놓고 저격인데

-저거 구라 아님?

└구라 절대 아닐 듯 ㅋ 저거 만약 구라면 손해배상 수백억짜리임 ㅋ 머스크가 니콜라에 합법적으로 돈 주고 싶은 거 아니면 저럴 이유가 없음 ㅋ

-헐… 나 니콜라 사놨는데? ㅈ댄 부분?

└빨리 탈출하셈 ㄷㄷ

-ㅂㅅ들 ㅋㅋㅋㅋㅋ 지금 세력이 선동해서 니콜라 저점 매수하려는 건데 그걸 모르누 ㅋㅋㅋㅋㅋㅋ

└머스크가 세력이냐 ㅂㅅ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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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트위터의 악동인 머스크의 트윗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며 양진영으로 갈라져 싸웠다.

‘니콜라가 진짜다’ vs ‘아니다 사기극이다’로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할 때, 머스크의 트윗이 재차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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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on Musk @elonmusk]

-랄프, 보고 있어? 100억 달러 숏 준비했다 :) 떨지 말라고 친구Bro

-(첨부사진)

Re(6.0M) / ReTwit(15.4M) / Like(10.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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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니콜라의 CEO 랄프 허슬을 저격하는 트윗이었는데, 첨부사진에 무려 100억 달러어치의 증권사 계좌가 찍혀 있었다.

심지어 100억 달러 중 이미 5억 달러 어치는 니콜라 숏 포지션으로 들어간 상태.

그 트위터 인증에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던 균형의 추는 한쪽으로 기울어 버렸다.

바로 니콜라가 가짜라는 주장이 득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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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진짠가보다 ㄷㄷㄷ

-ㅁㅊ 니콜라 시총이 지금 300억 달런데 3분의 1을 숏치네

└ㄴㄴ 아직 숏 전부 매집 안함

-난리난 듯 ㄷㄷ 니콜라 주가 갑자기 개빠진다

└나도 지금 다 던졌다 ㅅㅂ 어제 20% 먹었는데 먹은 거 다 토해냄

└└잘 던진 듯? 지금 니콜라 내려가는 기세 심상치 않음

└└└와 주가 음전했다 ㄷㄷㄷ 니콜라 투자자들 다 ㅈ댄 듯

-ㅋㅋㅋㅋㅋㅋ 난 니콜라 안 샀지롱~ 강 건너 불구경 꿀잼~

└ㅈㄴ 재수없네 ㅡㅡ 이 새끼 죽이러 갈 사람 모집

└└222222

└└└333333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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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발빠른 니콜라 투자자들이 니콜라 주식을 내던지며 탈출하기 시작했고, 이는 주가에 곧바로 반영이 되었다.

100달러가 넘었던 니콜라의 주가는 순식간에 100달러 선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니콜라 사기 의혹 조사, 이번 주 안에 랄프 허슬 CEO 소환 예정>

<제너럴 모터스(GM) 니콜라 주식 인수 철회, “니콜라와 기술 제휴 협업 전면 재검토”>

마치 미리 준비라도 되어 있었던 걸까.

머스크의 트윗이 터지기 무섭게 관련 기사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며칠 있다가 터진 기사도 아니고 정말로 미리 준비한 것처럼, 트윗이 터진 당일에 SEC부터 시작하여 FBI까지, 니콜라에 대한 압박이 진행된 것이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기사들에 그제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니콜라의 사태에 알게 되었다.

“니콜라 이거 가짜였어?”

“사무실도 없다더라고.”

“……젠장! 나 니콜라 투자해 놨는데!”

“빨리 팔아, 멍청아!”

뒤늦게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이미 반토막이 난 니콜라를 절반이라도 건지기 위해 부랴부랴 팔아재꼈다.

너도나도 팔기만 하는 니콜라 투자자들.

다른 주식 종목 같으면 차트상 반등이라도 있으련만, 이번 니콜라 사태는 경우가 좀 달랐다.

반등 따윈 없이 그저 내려가기만 할뿐.

결국, 그날 장이 마감되었을 때 니콜라의 주가는 처참 그 자체였다.

[NKLA: 5.17USD(-94.8%)]

100달러였던 니콜라 주가는 현재 5달러 수준.

하루만에 무려 90% 넘게 폭락해 버린 것이다.

“허…….”

단 하루만에 일어난 일에 니콜라의 CEO 랄프 허슬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허탈한 얼굴로 멍하니 의자에 몸을 늘어트린 그가 중얼거렸다.

“……대체 어떻게……!”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을 터였다.

비록 지금은 수소트럭 개발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선동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그들의 투자를 바탕으로 수소트럭을 개발한다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차이일 뿐 결국 수소트럭을 갖게 될 테니까.

그런데 그 완벽했던 계획이 불과 하루만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한때나마 시총 400억 달러를 돌파했던 니콜라 주가가 아른거린다.

“그때 조금 더 팔았어야 했는데…….”

“뭘 판다는 겁니까.”

“……헉!”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중얼거리던 랄프 허슬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언제 도착한 건지 슈트 차림의 요원들이 서 있었다.

“……누구?”

“FBI입니다. 니콜라가 개발한 수소트럭 트레 사기 의혹과 관련하여 조사가 필요합니다. 잠깐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잠깐만요.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는 가서 따로 진술하시죠. 끌어내.”

“잠깐만요! 정말 오해입니다! 트레는 진짜라구요!”

끌려가는 내내 랄프 허슬이 끝까지 발버둥 치며 소리쳤지만, 그 누구 하나 들어 주지 않았다.

그렇게 니콜라의 사기극이 막을 내렸다.

* * *

<랄프 허슬 CEO, 사기 및 주가 조작 혐의로 전격 구속>

<구속되는 니콜라 랄프 허슬 CEO, “모든 건 공매도 세력의 음해, 트레 실재해”>

<니콜라 직원들의 내부고발, “수소트럭은 없다”>

<결국, 제2의 테슬라는 허상인가>

<해답은 테슬라의 전기차, 니콜라 몰락에 테슬라 주가 급등>

<니콜라 상장 폐지 수순 밟게 될 것으로 보여>

기사들을 읽으며 정우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결국, 잘 풀렸네요.”

“다 미스터 리 덕분입니다. 근데 언제 SEC랑 FBI에 연락한 겁니까?”

“머스크가 수락하자마자 바로요. 아무래도 저희 선에서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았거든요.”

“하긴 사기를 쳤으니 법의 심판을 받아야죠. 아무튼 미스터 리 덕분에 용돈벌이 좀 했습니다.”

“4억 달러가 용돈인가요? 장난 아닌데요?”

정우가 놀란 표정을 짓자 머스크가 피식 웃었다.

“그러는 미스터 리야 말로 이번에 얼마나 번 겁니까? 숏 치자는 계획이 미스터 리의 입에서 나왔으니 절대 작은 액수는 아닐 것 같은데.”

“얼마 안 돼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정우가 웃었다.

하지만 사실 그는 4억 달러를 번 머스크보다 훨씬 많이 벌어들였다.

초기부터 숏 물량을 매집한 덕분에 거의 20억 달러 정도를 매집할 수 있었고, 거의 70%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탓에 14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벌어들인 것이다.

폭락으로 니콜라의 시총이 거의 20억 달러 밑으로 쪼그라든 탓에 그들이 익절한 물량에 니콜라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정도였으니 오죽하랴.

“아무튼 미스터 리 덕분에 자라나는 테슬라 경쟁자 새싹을 짓밟고 말았네요. 아이고- 불쌍해라.”

“트윗 올린 거 봤어요. 불쌍하다는 양반이 니콜라 죽이기에 아주 적극적이던데요?”

“하하하, 제가 사기꾼은 싫어해서.”

“머스크도 사짜 냄새가 좀 나는데…….”

“뭐라구요? 하하하. 예전에는 좀 그런 게 있긴 했는데, 지금은 누가 저 보고 사기꾼이라 하겠습니까.”

머스크가 미소지었다.

정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평화 속에서는 살인자가 난세 속 전쟁터에서는 영웅이라고 불리죠. 머스크는 이미 충분히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스터 리가 그런 얘기를 해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하하하, 그보다 이번에 얻은 수익으로 무엇을 할 겁니까?”

“글쎄요. 할 게 워낙 많아서.”

“많다구요? 전고체배터리, 그래핀 태양전지, 그래핀 반도체에 이어 도대체 또 무슨 사업을 벌이려는 겁니까?”

궁금하다는 듯 머스크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정우가 피식 웃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래핀 반도체는 아직 공장도 제대로 못 만들었는데요 뭘. 제가 꿈꾸는 목표를 실행하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었어요.”

“미스터 리가 꿈꾸는 목표라…… 얼마나 높은 꿈일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가는 길 제가 도와드리죠.”

“하하하, 말씀만은 고맙네요. 그런데 이미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의례적으로 하는 빈말인 줄 알고 정우가 웃으며 받았지만 머스크는 진지했다.

“아뇨.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 아닌 새로운 사업을 얘기하는 겁니다.”

“새로운 사업이라면……?”

“중국 시장 진출, 함께하시죠.”

……뭐?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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