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코인 후 인생 대박-120화 (120/120)

120화 선물은 잘 받았습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구병완 대통령의 얼굴이 굳었다.

그라고 세컨더리 보이콧이 무엇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니까.

“……3자제재三者制裁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알고 있군요. 맞아요. 우리 미국은 곧 세컨더리 보이콧에 돌입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중국과 관련된 타국가 기관들, 기업들 모두가 중국을 멀리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중국을 고립시키겠다?”

-정확합니다. 고립된 중국은 한국을 신경 쓰기도 벅찰 거요.

확실히 세컨더리 보이콧이 시작되면 중국의 경제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내수시장이 있는데, 그게 되겠습니까?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만.”

-저도 중국이 완전히 고사하리라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나 화웨이나 샤오미 같은 중국 대기업들의 영향력은 박살 날 게 확실하고, 중국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확실히 줄어들 거라는 게 현실입니다.

“흠…….”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프레지던트 트럼프, 이렇게까지 네뷸라를 신경 써 주는 이유가 뭡니까? 네뷸라는 미국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입니다만?”

-미국에서도 사업을 하고 세금을 내고 있으니 굳이 따지자면 글로벌 기업이죠.

“그렇긴 합니다만, 일개 사기업을 직접 신경을 쓰시니 좀 의문이 들어서요.”

-……뭐, 네뷸라에는 빚을 진 게 있어서 말이지.

“빚이요?”

-그런 게 있어요. 아무튼 네뷸라에 대한 압박은 곧 거둬지리라 믿어도 되겠습니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알겠어요. 하긴 이번 요청이 너무 급작스럽긴 하지. 다만 너무 시간을 끌면 좋지 않을 겁니다. 내 미스터 구가 꼭 우리 미국과 함께하길 바라거든.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현명하다는 미스터 구라면 분명히 잘 선택하리라 믿는 바요. 좋아요. 곧 들려올 긍정적인 소식, 기대하지요.

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종료되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구병완 대통령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씨이벌- 대체 어쩌라는 거야……!”

현재 중국의 압박으로 시작된 네뷸라 털기다.

이를 무마하는 순간 중국과 척을 지게 될 터.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압박을 거부하기엔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가까운 세계 2위 중국의 눈치를 볼 것이냐.

아니면 멀지만, 세계 1위이자 정통의 초강국인 미국의 압박을 따를 것이냐.

중국이랑 미국 사이에 껴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이자,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뎌도 막대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극한의 상황에서 구병완 대통령의 머리가 핑핑 회전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라…….”

중얼거리는 구병완 대통령은 알고 있었다.

팽팽하던 줄다리기의 균형이 살짝 무너져 있다는 것을.

미국 쪽에 조금 더 힘이 실려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거 또 X나 깨지겠구만.”

언론에서 대대적인 폭격을 가할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그게 두려웠다면 애초에 정치를 시작하지도, 대통령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구병완 대통령은 결심한 듯 굳은 얼굴로 비서를 호출했다.

“지금 네뷸라 대표 불러서 청문회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청문회…… 당장 중단하라고 지시하세요.”

“……청문회를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이미 청문회가 시작되었는데 어떻게……!”

“비서실장, 그걸 하라고 그 자리 준 겁니다.”

“하지만 방법이…….”

“후…… 이번에 청문회 참석한 의원 중에 중국 쪽에 연줄이 있는 의원들 좀 있을 겁니다. 명단 있죠?”

“네. 그건 확보해 놨습니다.”

“그걸로 압박하면서 대충 우리 사람들 보고 청문회 보이콧하라고 전해요.”

“아……! 그러면 되겠군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비서실장이 서둘러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는 구 대통령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어찌 유능한 놈들이 없어, 유능한 놈들이……!”

강대국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던 대통령.

결국, 그의 선택은 미국이었다.

* * *

“이정우 대표, 자꾸 변명하지 마시고 솔직히 인정합시다? 탈세했어요- 안 했어요?”

“빨리 자백하세요!”

“김병민 의원, 질의 순서 지났습니다. 발언권 나중에 다시 드릴 테니까 조용히 해 주세요.”

강도 높은 청문회가 이어졌다.

특히 김병민 의원을 필두로 몇몇 의원들은 질의 순서가 아니라서 마이크가 꺼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성을 지르며 물 만난 고기처럼 정우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던 그때였다.

청문회에 참석한 여당 의원 쪽 인사들의 스마트폰이 일제히 진동했다.

주변에 가득한 카메라들 때문에 청문회 중에 스마트폰을 보는 건 실례가 될 수 있지만, 액정에 떠오른 메시지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 비서실장이 왜?

모두의 눈에서 같은 물음표가 떠올랐고 그 궁금증은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의원들은 이내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 직후, 여당 의원들의 태세가 돌변했다.

“잠깐만요. 지금 청문회가 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이 의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지금 이 청문회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소리입니다.”

이국영 의원이 김병민 의원을 노려보았다.

“방금 이번 청문회가 뇌물을 받은 몇몇 의원들이 주도하여 열렸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사실입니까?”

“그게 무슨 개소립니까?”

“개소리라니요. 김병민 의원, 지금 전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말씀 가려 하세요!”

“이 의원이야말로 제정신입니까? 청문회 중에 갑자기 소설 쓰고 있어 진짜!”

“뭐라구요! 이 새끼가 중국에서 뒷돈 받아 처먹더니 돌았나!”

“뭐? 이 새끼? 야이 씨XX야! 너 한번 뒤져 볼래!”

갑자기 청문회를 진행하던 의원들이 서로 삿대질을 하며 고성을 질러 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의원들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몸싸움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던 그때.

씩씩거리던 이국영 의원이 겨우겨우 분을 삭인 듯 마이크에 대고 선언했다.

“나 이국영은 이번 청문회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직후 여당 측 의원들 일부가 우르르 일어나 청문회장을 빠져나가 버렸다.

여당 측 인사들의 청문회 보이콧이라니.

남겨진 의원들이 벙찐 채 어버버 있을 때, 청문회를 진행하던 청문위원장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공표했다.

“어…… 청문위원 숫자가 과반 이하가 되었기 때문에 청문회 진행이 더 이상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번 청문회 자리는 여기서 파하는 거로 하고, 추후 다시 일정을 잡아 진행하겠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사상 초유의 청문회 무산 선언, 아니 청문위원장의 폐회 선언과 함께 그렇게 네뷸라 이정우 대표 청문회는 30분도 채 되기도 전에 중단되었다.

* * *

압박으로 숨 막히던 청문회장에서 빠져나온 정우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국회의사당을 곧장 빠져나왔다.

“휴…… 한시름 놓았네.”

“고생하셨습니다, 대표님.”

“뭘요. 강 팀장님도 기다리시느라 수고하셨네요. 그나저나 연락 온 거 없어요?”

“없습니다.”

“흠, 그래요? 청문회 건은 트럼프가 해결해 준 게 아닌가?”

정우가 의아해할 때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발신자 번호가 제한된 통화를 보며 정우는 미소 지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Hello?”

-미스터 리, 선물은 잘 받았습니까?

“하하, 잘 받은 것 같습니다. 방금 청문회 끝나고 나오는 길입니다. 이거 미스터 프레지던트 덕분이죠?”

-잘 받았나 보군요. 당연히 내가 한 거니 마음껏 고마워해도 됩니다. 하하하.

트럼프 대통령이 껄껄 웃었다.

그렇다.

정우는 자신의 청문회를 무마해 준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사실 청문회가 열리기 전 트럼프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 다름 아닌 정우 본인이었기 때문이다.

“고마워하기에는 이미 너무 너덜너덜해진 것 같은데요?”

-엄살은. 청문회도 무사히 끝났고, 곧 세무조사도 중단될 거니, 영업 정상화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거요.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히 의리 지켰다고 보는데?

세무조사도 중단된다니, 좋은 소식이다.

기꺼웠지만, 정우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능청을 떨었다.

“지키셨죠. 다만 중국 시장을 포기한 대가치고는 아쉽다는 겁니다.”

-흠, 섭섭하다는 말로 들리는군. 뭐, 좋습니다. 더 원하는 게 있다면 들어드리지.

“사업 혜택 추가로 더 없습니까?”

-지난번에 100억 달러 지원 약속했는데, 그걸로 부족합니까?

“무엇이든 다다익선이잖아요. 전 욕심쟁이라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흠…… 그건 좀 애매해요. 아무래도 미국 내에서 편파 논란이 있거든. 너무 네뷸라만 예뻐한다고 말이야.

“그럼 지원 못 해 준다는 겁니까?”

-뭐, 지난번처럼 100억 달러 막 이렇게 지원해 주기는 아무래도 어렵지요. 하지만 다른 지원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내 힘 좀 써 보지. 산재보험료 감면같이 자잘한 거겠지만, 이것도 받으면 나쁘지 않을 거요.

“오, 좋은데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추가로 이번 세무조사랑 청문회 주도한 한국의 인사들에 대해서 곧 조치가 취해질 거요.

“조치요? 무슨 조치요?”

-미스터 리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하는 건데 선물은 뉴스를 통해 확인해 보면 될 거고, 아무튼 그럼 이걸로 빚은 다 청산한 건가?

“물론입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고맙습니다!”

-고맙긴. 알겠어요. 나중에 시간 되면 차라도 한잔합시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끝마쳤다.

네뷸라 사업지원혜택과 더불어 세무조사와 청문회 관련 인사들에게 모종의 조치를 취한다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정우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트럼프가 행한 그 모종의 조치가 무엇인지는 곧 알 수 있었다.

<네뷸라 탈세의혹제보자 잠적, “실존 인물인지 의심돼”>

<네뷸라 세무조사 진행한 국세청장, 전격 사임 표명>

<네뷸라 이정우 대표 청문회는 중국 정부의 압력이었다?>

<김병민 의원, 억대의 뇌물 수수 의혹 전면 부인>

<검찰 김병민 의원 뇌물 수수 의혹 관련 소환장 발부, 강도 높은 조사 예정>

<여야, 중국발 뇌물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내부 단속에 나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폭풍처럼 쏟아지는 기사들.

세무조사를 진행한 국세청장은 잘리고, 청문회를 진행한 의원들이 대거 뇌물수수의혹으로 소환되어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이거나 유죄판결 확정시 의원직을 상실하는데, 뇌물 수수 의혹이 워낙 빼도 박도 못 하는 물증들이 다수 나와서 대부분이 의원직을 상실할 거라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와…… 역시 미국인가. 진짜 폭풍처럼 몰아치네요.”

“릭슨한테 통해서 들은 건데, 이번 일에 CIA에서 움직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CIA요?”

“예. CIA에서 수집한 비리 관련 정보는 수없이 많거든요. 아마도 미국 정부가 대표님을 위로하고자 제대로 손을 쓴 모양입니다.”

“하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대표님은 먼지 안 나실 것 같은데요?”

“글쎄요. 저도 사람인데 나오지 않겠어요? 그래도 속은 시원하네.”

이번 일로 미국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작정하고 움직이니 그야말로 파죽지세.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대한민국을 한순간에 뒤엎어 버리는 힘에 감탄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움마저 일 정도였다.

“그런데 좀 씁쓸하네요.”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 자금에 휘둘리는 실태가요.”

“힘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은연중에만 알았지, 진짜 이렇게 실체가 있는 걸 보고 직접 겪어 보니 기분이 묘합니다.”

중국 자금으로 움직인 친중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친미 의원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이 정치지 그들도 자본주의 논리의 입각하여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역겨운 실체를 보고 나니 입안이 썼다.

“그래도 이걸로 국내 중국 측 세력은 한껏 위축되겠네요. 세무조사도 유야무야 해결되는 분위기고…… 수고하셨습니다, 강 팀장님.”

“예? 저는 이번 일에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만……?”

“하하하, 옆에 있어 주신 것만으로 충분히 도움이 됐습니다.”

“아, 그런 거라면 감사 인사받겠습니다.”

“뭐라구요? 이젠 농담도 하시네. 하하하. 아무튼 다들 수고했는데, 조만간 회식이나 해야겠네요.”

“회식이라면……?”

“전사 회식이나 하죠. 세무조사도 잘 끝났고, 직원들도 고생했는데 위로 좀 해 줘야죠.”

“김 비서님에게 전달해야겠네요.”

“예. 회식 장소 아주 비싼 곳으로 잡아 달라고 해 주세요. 아주 제대로 먹부림 좀 해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다 도착한 것 같습니다.”

“벌써요? 빠르다.”

사실 두 사람은 이동 중이었다.

바로 오늘 있을 저녁 약속 때문이었다.

약속 장소인 호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얼굴이 그를 맞았다.

“대표님!”

환하게 미소 짓는 그녀는 다름 아닌 진주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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